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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의심병 환자 서은현모바일에서 작성

Db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6 11:03:48
조회 2384 추천 119 댓글 18
														
  앞이야기 : 대충 999회차에 명계에 끌려갔다가 간신히 탈출한 서은현. 뒤늦게 유오를 만나지만 유오는 당연히 머리가 하나밖에 없었는데...



'또, 또 [그녀]와 같은 존재가 생겨났다!'

  서은현은 이를 꽉 악물었다.

  두려움 때문에 있지도 않은 머리 998개가 벌벌 떨리는 것 같다.

  원영기에 불과한 태열전, 과거의 기억 속에 존재하던 서악의 여자아이, 이제는 버젓이 살아있는 명귀계의 성사까지도!

'전부 [그녀]였다! 전부!'

  두렵다. 너무나도 두렵다. 그리고 혼란스럽다.

  회귀를 거듭하면 사라지는 그 존재는 회귀를 인지하는 것인가? 자신에게 정말 우호적인 것인가, 아니면 꿍꿍이를 감추고 있는가? 도대체 무엇을 조건으로 나타나, 자신에게만 말을 거는가?

  무엇 하나 답을 낼 수 없는 상황에서 확실한 건 오직 하나뿐.

'이제 아무도 믿으면 안 되겠다.'

  특히 여자고, 존댓말을 쓰고, 무언가 수상하게 아는 게 많은 존재라면 더더욱!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오, 서 존자?"

  한참 상념에 잠겨 있던 서은현은 현실로 눈을 돌렸다.
  흰 머리칼에 영기가 도는 눈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 백운이 그의 앞에 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실례했습니다, 성사시여."

"예, 뭐. 명귀계에서 존자 칭호를 얻어 오셨다던데... 유오와의 대화는 잘 끝내신 모양이군요."

  어색하게 미소를 지은 백운이 그 뒤로도 뭐라뭐라 '존댓말로' 몇 마디를 떠들었다. 그래도 광한계에 머무를 것이라면 좋다거나, 그래서 뇌성해 원정에 참여하면 좋겠다거나.

  그러나 서은현은 갑자기 뭉개뭉개 피어오르는 의심에 휩싸인 탓에 그 말을 듣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이년도 뭔가 수상쩍게 아는 게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여자다. 그런데 갑자기 반존대라니, 원래 안 그랬지 않나?

  물론 백운은 정말로, 100년 만에 삼태극 쇄성기를 찍고 선술까지 배워온 성반기급 괴물에게는 그만한 대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뿐이었지만...

"쓰읍."

"서 존자?"

  ...안타깝게도 의심병에 뇌가 절여진 서은현에게는 그 당연한 사실이 떠오르지 않았다.

'동급 경지의 수사들을 죽이고 머리를 뽑아 장식하고 다니는 미치광이 쾌락살인마도 아니고... 머리를 두 개씩 달고 다니는 귀물이 어디 있습니까. 예? 이걸 봐달라고요? 정... 려... 흐아아아아아!!!'

  유오 성사와의 '대화'를 떠올린 서은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백운의 정체가 다섯 손가락 안으로 좁혀지는군... 후후... 유오한테 했던 것처럼 '시험'해 봐야겠어.'

"성사시여, 제가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시... 응?"

  대답하려다 말고 갑자기 혈음 수준의 대흉을 부르짖는 천기에 멈칫하는 백운.

  하지만 그녀가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배에 힘을 준 서은현이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는 게 더 빨랐다.

"혹시 흑룡봉명현고명귀진군환생판관장유수련명마진군수석판관장유호덕고력진군차석판관장해녕정려천벌상제시간의천존에 대해 아시는 바가 있으시다면 흐아아아아아아아아!"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서은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신과 같은 경지에 오른 두 수도자는 광한계 전체를 울리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나마 숱한 피폭으로 내성을 기른 서은현은 온몸이 뒤틀리고 피를 토하는 정도로 끝났지만... 경지도 높은 데다가 부상도 있는 백운성사는 아예 바닥을 뒹굴며 몸으로 성사전의 먼지를 청소해야 했다.

[흐아아아아아아! 흐아아아아! 흐아아아아아아아!]

"흐아아아아.. 아아. 아. 이런. 아니었나."

  머지않아 정신을 차린 서은현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천존들이랑 광명상제는 무서우니까 빼고, 함해상제랑 태산상제는 태산이 발작할 것 같아서 빼고, 천벌이랑 정려는 유폐에 시간의 천존은 어차피 반 뒈진 것 같아서 넣었는데(영승은 살아있어서 뺐다) 이 정도라니.

  어쨌든 이대로 두면 백운이 다시 백운존자가 되어버릴 것만 같았기에, 서은현은 그녀를 '돕기 위해' 무색유리검을 뽑았다.

"구해드리겠습니다, 성사시여!"

[아심검, 영유월감!]

  우르릉 쾅쾅!

  삼태극 쇄성기의 권능이 뿜어내는 무지막지한 수준의 검기가 백운의 혼과 육신을 두들기며 진선들의 인력을 뜯어냈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아!!!! 흐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악!!!]

  물론 백운의 입에서는 아까보다 더 처절한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었지만... 서은현은 수선은 곧 참오라는 소금산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백운의) 고통을 견뎌냈다.

  그러길 한참.

"흐아아아! 아, 아아? 이, 이게 어떻게 된 것이오?"

  마침내 백운이 정신을 차렸다. 다만 아무래도 너무 많은 충격을 받아 기억이 조금 날아간 듯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서은현은 100만배로 농축시켰던 멸계요주번을 슬그머니 등 뒤로 감추며 고개를 저었다.

"갑자기 번개창이 빛나더니 성사께서 비명을 지르셨습니다. 다행히 제가 빠르게 처치를 해서 안정될 수 있었지요, 후후..."

"그, 그런 건가?"

  백운은 미심쩍은 듯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그럴 만 하군, 하며 납득하는 듯했다. 과연 그녀에게는 광명상제의 가호가 함께하는 모양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상단전에 멸계요주번을 꽂아서 아픈 기억을 '치료'해야 했을 텐데.'

  광명팔선이 들었다면 당장 검도성우를 날려 서은현 팥죽을 만들었을 생각을 하며, 서은현은 백운에게 작별을 고하고 천련대산을 나섰다.

'아무튼 백운은 [그녀]가 아니었던 모양이군. 다행이야.'

  최소 진선일 존재가 그를 속여보겠다고 바닥을 구르면서 비명 지르는 시늉을 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사형은 정말로 대단하시오. 어찌 그러셨소.'

  여자로 둔갑해 합체기 태수를 꼬셨던, 그리고 축기기 수사로 둔갑해서 시비를 걸던 태산상제를 떠올리며, 서은현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리 진선에게 성별이 의미가 없다지만, 사람으로의 염치가 있지 않은가? 어찌 그런다는 말인가?

'아니, 어쩌면.....'

  문득 깨달음을 얻은 서은현은 몸을 떨었다.

'아아... 나는... 머저리였군. 애초에 사형이 아니라 사저였던 건가? 그래서 사형이라는 말에 그렇게 화를 낸 것이고?'

  다음에 만나면 사저라고 불러야겠어.

  ...미친 생각과 함께, 서은현은 그날, 작은 소금 알갱이들이 모여 바다가 되듯 의심으로 산을 쌓아 하늘에 도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 뒤로 숱한 여성 존자와 성사들이 서은현에게 '예의'를 차렸다가 하늘을 부르짖으며 바닥을 뒹굴어야 했지만... 서은현은 하늘과 빛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도 없이 당당할 뿐이었다.

  광한계의 미래가 정말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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