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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찰] 한국에서 안정감과 돈독함은 아무 매력이 없다.

초코송이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25 05:03:50
조회 1126 추천 24 댓글 21
														


연애 횟수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나이를 고려해도 3~4번 정도? 연애시작이 어려운 분들이 많은 성격유형 치고는 평균 수준으로 한 것 같은데, 아무튼 그런 경험을 거치면서 공통적으로 들었던 말들이 있다. 좋을 때에는 '넌 안정감이 느껴져서 좋아'라고 그러고, 사이가 틀어졌을 때에는 '너에게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 라는 것.


처음에는 마음이 아팠다. 전부 내 불찰이라 여겼고, 소위 알파메일을 연기하려 했다. 한때 쇼츠로 떠돌았던 앤드류테이트처럼. 또는 픽*아티스트들이 말하는 그것들 처럼 내가아닌 모습을 연기했다. 그 과정에서 뜻밖의 장기연애도 해보는 수확도 얻었지만 결국 돌고돌아 무매력 엔딩.


다음에는 내 본모습을 보여줬다. '잘 보여지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게 지속가능할 리 없으니 원래 솔직한 모습을 보여달라'던 사람은 달라졌던 내 모습에 신선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엔딩은 찾아왔다. 안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나 뭐라나. 분명 예전에는 그게 장점이라 말했으면서.




생각해봤다. 반복된 인간관계 실패와 내 성격적 결함에는 상관관계가 높으니까. 


예컨대 예나 지금이나 내 가장 큰 장점은 무던함에 가까운 안정감인데, 좋게 발현되면 안정감을 나쁘게 발현되면 눈치없음을 낳는다. 그런데 그 과장된 무던함의 이면에는 분명 불안감과 고립감이 존재한다. 끝없는 자기성찰과 반성. 고민. 미래에 대한 생각. 영원함에 대한 강렬한 갈망 등. 다소 특이하게 두드러지는 나의 이런 점들은 나만 알고 있지만, 대외적으로는 이를 극도로 숨긴다. 무던한 남자를 연기하면 사람들에게 피해주지는 않으니까. 뭐 상대방은 그걸 다 눈치채고 '오빠는 속마음을 모르겠다'며 툴툴대고는 했지만.


그런데 아무리 곱씹어봐도, 기본적으로 안정감과 돈독함은 아무 매력이 없다. 사람이란 변화하는 동물이고 거기서 색다름과 영감을 얻어 성장하는 쾌락을 원하니까. 물론 좋게 말해서 '성장하는 쾌락'이지, 쉽게말해 잘 나가는 사람에게 콩고물 하나라도 얻어먹겠다는 심보다. 물질적이든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뭐든.


여기 들어오는 사람들 대부분 90년대~00년대생, 러프하게는 80년생 또는 10년생 아닌가. 이 세대는 위처럼 살아오는 게 '정답'이고 '부모님이 좋게 보는' 길이었다. 우리는 그 길을 부득이하게 걸어왔을 뿐, 이걸 저항하거나 거부하기에는 그만한 댓가를 치러야만 했다. 그리고 이는 분명 안정감과 돈독함과 거리가 있고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게 '그래서 연애는 하겠니?', '그래서 결혼은 하겠니?' 라며 말한다.


한국여자 탓이 아니다. 한국남자 탓이 아니다. 구조 자체가 기본적으로 이걸 유도한 부분이 있고, 그 구조에 저항하지 못한 현 성인들에게도 귀책이 있다.

한국은 이게 극단을 향해 치닫고 있고, 서로가 시작부터 계산기 두드린 결과 출산율 0.6 / 20대 혼인율 20%대를 바라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방향성을 취해야 할까? 나는 오히려 늪지대로 더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어설프게 이도저도 아닌 약점 보완을 하기 보다, 안정감과 돈독함 등 각자 본연의 모습에 더 집중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공대출신 엔지니어로 전전하다 명퇴당해 치킨집을 했을거라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이 꽤 타당하고 합리적이라 여긴다. 아무리 개인이 특출나고 성품이 바르다 한들, 그게 사회적 리턴값과 항상 비례하지는 않으니까.


디씨에서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우리가 스티브 잡스일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몇몇은 그런 특출난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만 적어도 글을 이 부분까지 읽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지능을 갖고 있다면, 무엇이 나답고 옳은 방향인지에 대해 살펴보는 사람일 확률이 높겠지.


안정감과 돈독함은 무매력이어야 한다. 그래야 그 진짜 가치가 드러난다.
무매력이 주는 특별함에 대해 우리는 생각보다 크게 간과하고 있고, 세상은 미약하나마 긍정적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니까.




60년대생 어른 세대분들에게 '생수'는 말도 안 되는 제품이었다. 길가에 나가면 사방이 물 천지인데 돈주고 물을 사오냐며 온가족에게 돌팔매질 당하기 일쑤다. 그런데 2024년 지금 우리는 2L 생수를 온라인으로 주문시켜 너무나 자연스레 받아마신다. 시대가 변하면서 생수의 진짜 가치를 사람들이 이제 아니까.


더 나아가서, 90년대생 나같은 사람들에게 '애플펜슬'은 말도 안 되는 제품이었다. 아니 그냥 휴대폰 천지인 문자판 좀 치다보면 자연스럽게 쓰게 되고, 여차하면 타블렛 연결해서 그리면 그만인데 미쳤다고 수십만원짜리를 사냐고 욕먹었다. 그리고 지금은 누가 스벅에서 애플펜슬 쓴다고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다. 애플펜슬만이 가진 '연필같은 느낌'의 가치를 이제 아니까.


안정감과 돈독함도 마찬가지다. 이건 오늘날 관계에 있어 뻔하고 식상한 요소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데 안정감과 돈독함은 너무나 당연한 부분이기에, 그 이기적인 동물인 사람은 언젠가 '굳이 이렇게까지 만나야하나?', '정말 나를 아끼고 좋아한다면 이런저런 코스를 짜는 등 성의를 보이겠지?' 등의 기대를 품고는 한다. 실제로는 전혀 아닌데. 안정감과 돈독함은 재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을지언정 그 관계의 기초적인 연료 역할을 하는 일종의 쌀밥인데.


사실 설렘이 없는 건 개선의 여지가 있다. 데이트 패턴을 바꾸든, 잠자리 플레이를 바꾸든. 방법이 다양하다. 그러나 함께할 때 새로운 걸 원한다? 매 번 다른 즐거움을 원한다? 이게 충족되지 않아 불안하다? 이는 상대를 있는 그 자체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상대를 존중하며 대등하게 인지한다면 불안감이 들 때 즉시 상태를 공유할 수 있고, 괴리감을 느낀다면 '내가 지금 무언가에 쫓기고 있구나'라는 자각이 가능하니까.


만약 안정감과 돈독함을 상대가 가치있게 여긴다면, 그건 둘 중 하나다. 상대가 당신과 큰 틀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이거나 / 또는 상대가 당신에게 무언가 얻어낼 게 있어 연기하는 중인 사람이거나. 전자는 당신의 일관된 행동에 아무렇지않게 대처할 것이며, 후자는 머지않아 싸움으로 본색을 드러낸다. 앞뒤가 다른 말과 폭발하는 감정들. 부자연스러운 언행 및 표정 등을 보면 그 사람의 진정성을 바라볼 수 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우리들은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남아서 각자가 꿈꾸는 이상과 예절을 지키고 퍼뜨리며 하루하루를 그려내야 한다. 이 과정이 혼자서도 해낼 수 있다면 쉬엄쉬엄 해나가는 것도 좋겠지만, 마음맞는 사람끼리 시너지를 내며 같이 갈 수 있다면 더더욱 좋을 테다.



그러니 한국에서 안정감과 돈독함은, 지금도 앞으로도 아무 매력이 없어야 한다.

적어도 나와 (언젠가 함께할) 소중한 상대를 위해서라면. 그게 맞다.


객관적으로 무매력이고 무가치라 한들, 

내게 매력있고 가치있다면 그게 진짜 애정이며 사랑이니까.


그런 무매력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끼리 함께할 때, 

그 일상은 하루하루가 기적과 같은 나날들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3줄요약]


-안정감과 돈독함은 소위 '베타남'으로 불리는, 대표적 하남자/하여자 기질이다.


-그런데 '오죽하면 내세울 게 그것밖에 없냐?'는 오늘날 한국 사람들의 눈높이는,
까놓고보면 가장 중요한 기초를 도외시한 일종의 순살아파트와 같다. 드라마와 과잉보호가 만들어낸 사회적 괴물.


-그럼에도 사회구조가 어떻든, 개인은 살아남아 행복할 권리가 있다.

내 가장 큰 결핍과 단점은 곧 누군가에게 최고의 매력. 내게는 당연한 것을 더 갈고닦는 사람이 되어보면 어떨까?



내 생각은 틀릴 수 있고, 반박시 여러분 말이 맞음.

다들 출근 잘 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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