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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유즈리하X사기리 팬픽)감기

ㅇㅇ(116.39) 2023.06.10 16:27:47
조회 500 추천 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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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부어오른 목을 타고 거친 기침이 솟아나왔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 만큼 몸이 무겁고 나른했고 끓는 물처럼 뜨거운 피가 혈관을 타고 흐르며 몸을 한껏 달궈대고 있었다.

 

말도 안돼.’ 유즈리하는 생각했다.

 

태어나 지금까지, 그 흔하다는 감기 한 번 앓지 않을 정도로 튼튼했고 쿠노이치가 된 후로 온갖 독의 항체를 체득한 후엔 이제 자신의 인생에서 이나 과 같은 것들과 연을 맺을 일이 없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최근 서국에서 들어온 독감에 하나 둘 앓아눕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건만. 그 이국의 질병은 유즈리하조차도 피해가지 못했던 것이다.

 

콜록, 콜록... 훌쩍...” 쿠노이치 시절, 훈련을 빙자한 고문을 통해 온갖 병을 주입당하고 차갑고 외로운 흙바닥 위에 웅크려 고통을 견뎌내던 때와는 사정이 달랐다. 운 좋게 기회를 얻어 원치 않던 쿠노이치의 길을 버린 후 반 년, 더 이상 닌자도 아니고 그 때처럼 본인이 원해서 견뎌냈던 고통이 아닌 만큼 그녀에겐 이 낯선 증상들이 훨씬 더 괴롭게 다가왔다.

 

...” 겨우겨우 벽까지 기어간 유즈리하는 벽을 등지고 앉아 긴 한숨을 내쉬었지만 호흡하기가 조금 편해졌을 뿐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갑자기 머리가 핑 돌기 시작하더니 점점 시야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유즈리하는 동생 사야의 말을 떠올렸다.

 

-힘들 때는, 좋아하는 것만 생각하면 돼. 기르던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 가족. 아름다운 경치만 떠올리는 거야.

 

힘들 때는 좋아하는 것만.’ 유즈리하는 어릴 때 기르던 고양이 쿠로의 부드러운 발과 어느 날 임무를 끝내고 돌아갈 때 봤던 벚꽃숲의 풍경, 그리고 언제나 밝은 여동생 사야의 해맑은 웃음소리를 떠올렸다. 그리고... 나머지 한 사람을 막 떠올리려고 할 때, 그녀의 의식은 아득한 어둠 속으로 깊게 가라앉았다.

 

...

 

달각달각

 

유즈리하는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바각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진땀과 눈물이 눌러붙어 미처 다 뜨지 못한 눈꺼풀 사이로 어떤 하얀 덩어리가 흐릿하게 꿈틀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의식이 멀어지기 전에 떠올렸던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이 그녀의 건조한 입술 사이로 배어나왔다.

사기링...”

유즈리하? 일어났어요?” 부름을 받은 그 형체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와 옆에 자리를 잡았다. 힙겹게 들어올린 눈꺼풀 아래로 그녀가 그리던 사람의 얼굴이 점점 선명하게 나타났다. 미간에서 살짝 올라간 단아한 눈썹과 부드러우면서도 애처로운 것을 보는 듯한 눈빛, 살짝 다문 입술의 일그러짐을 보면서 유즈리하는 어느새 자신이 누워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긴 어쩐 일이야?” 유즈리하는 애써 태연한 척 물었지만 건조한 목에서 한껏 갈라져 나온 목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말았다.

최근에 서역에서 들어온 독감 때문에 앓는 사람이 엄청 많아졌잖아요. 저희 가문에서도 짓카님이 독감에 걸리셔서 앓아눕는 바람에 한동안 가문 사람들이 엄청 바빴는데, 대충 일을 끝내고 나니까 유즈리하 생각이 나더라고요. 근처기도 하고 혼자 사는데 독감 걸리면 따로 챙겨줄 사람도 없을 것 같아서 와 봤는데... 얼마나 놀랐다구요.” 유즈리하는 반쯤 시체가 되어 벽에 기대 기절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온갖 호들갑을 떨었을 사기리를 떠올리곤 가볍게 소리내어 웃었다.

 

웃지 말아요. 정말 놀랐다구요. 불러도 대답은 없고, 문이 열려 있어서 들어갔더니 그러고 있으니...”

미안, 미안. 너무 기뻐서 나도 모르게.” 뾰로퉁한 표정을 짓고 소소하게 항의하는 그녀에게 가볍게 사과의 말을 건넨 유즈리하는 어딘가에서 은은하 고소한 냄새가 풍겨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말했다.

 

무슨 냄새 안 나?”

죽을 끓여뒀어요. 아무래도 그냥 밥은 먹기 힘들 거라고 생각해서요. 마침 준비가 다 돼서 깨우려고 생각하던 참에 유즈리하가 깨어났구요. 일어날 수 있겠어요?” 그 단아한 얼굴에서 떠오르는 순수한 자애와 애정이 담긴 미소를 본 사기리는 왠지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져 말했다.

 

아니, 도저히 못 일어나겠어. 사기링, 도와줄래?” 그렇게 말하며 유즈리하는 살며시 두 팔을 들어 올려 안아달라는 몸짓을 했다. 내심, 평소처럼 장난치지 말고 일어나 앉으라는 말을 들을 줄 알았는데 사기리는 곧바로 몸을 숙여 유즈리하의 어깨를 감싸안고 머리를 부드럽게 받쳐 일으켰다. 부드럽게 둘러진 팔과 머리를 받친 따듯한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온기에 방심하고 있던 유즈리하는의 몸에서 남아있던 한 줌의 힘이 쑥 빠져나갔다.

 

힘 빠진 유즈리하의 몸이 사기리를 향해 무너졌고 그 부드러운 품 안에 얼굴이 묻혔다.

 

괜찮아요?”

...” 더욱 더 강하게 자신을 그러안는 팔과 부드러운 품 사이에서 유즈리하는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극상의 온기를 느꼈다.

 

사기링...”

?”

조금만... 조금만 더 이러고 있어도 될까?”

후훗어리광이 한껏 묻어나는 유즈리하의 부탁을 들은 사기리는 평소와는 다른 그녀의 모습에 신선함을 느꼈는지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부드러이 쓰다듬었다.

얼마든지요. 괜찮아질때까지 같이 있어 줄게요.” 이어 유즈리하를 안은 사기리의 팔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갔고, 얼굴 가득 퍼지는 온기와 체향에 한껏 취한 유즈리하는 그 포근한 품에 얼굴을 부비며 있는 힘껏 어리광을 부려댔다. 점점 더 몸이 나른해지고 의식이 다시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이번에 의식이 향하는 곳은 끝을 알 수 없는 깊고 추운 어둠이 아니라 밝고 따듯한 사랑의 빛이 만연한 세계라는 것을, 유즈리하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힘들 때는, 좋아하는 것만 생각하면 돼. 기르던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 가족. 아름다운 경치만 떠올리는 거야...’


ㅡㅡㅡㅡㅡ

제발 사기리 유즈리하 팬픽만화 좀 '그려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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