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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대회]큐브실장

게이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27 14:26:43
조회 941 추천 41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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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치이이.... 한심한 테치.... 아무리 똥닌겐이 학대해도 굴복하지 않는 테치!"


이런 시부럴.


흔한 일이다. 편의점에서 자실장을 탁아당하는 일 같은 건.

보통은 친실장과 남은 일가가 찾아와서 추가로 지랄을 할 텐데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 일 없는 것을 보면 오다가 죽은 거겠지.


"더 하려면 해 보는 테치! 오마에 같은 똥닌겐은 하나도 무섭지 않은 테챠아아!"


그나저나 이를 어쩐다, 토시아키는 눈앞의 상처투성이 자실장을 바라보았다.


실장석은 되도록이면 무시하지만 분충이면 고통의 끝을 보여준다, 라는 게 토시아키의 원칙.

그 원칙에 맞게 탁아되어 분충발언을 일삼는 녀석에게 온갖 학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마음이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가혹한 학대를 할수록 목소리가 높아지는 자실장.

어쩌면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고통을 덜어내려는 의도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분했다.


아니, 그렇잖아?


당연하지만 저 자실장에 비하면 토시아키 쪽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저 녀석한테 실장석들한테 보검이라 불리우는 못을 준다 하더라도 상대가 안될텐데 하물며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야 두말할 것도 없지.


하지만 절대로 자실장은 약한 소리를 내지 않았다.


토시아키는 지금까지 자신이 학대했던 분충들을 떠올렸다.


"똥닌겐!!! 당장 우마우마한 스테이크와 스시를 대접하는 데샤아아아아!!!"


.

.


"데뱟!!! 감히 와타시의 고귀한 몸을 때리는 데스?! 절대 용서하지 않는---"


.

.


"데, 데뎃! 그만하는 데스! 지금이라면 와타시를 사육실장으로 해주는 걸로 용서해주겠다는--- 데겍!"


.

.


"독라! 독라만은 안돼는 데스! 똥닌...... 닌겐사마! 부탁인데스! 제발 용서해주시는 데스!"


.

.


"닌겐사마.... 더는 기어오르지 않는 데스. 쥐죽은 듯이 살아가겠는데스. 부디 아량을 베풀어주시는 데스우......"



......이런 식으로 그 어떤 분충이라도 결국에는 복종했는데 말이지.


그러나 눈앞의 녀석은 자실장임에도 불구하고 거세게 반항하고 있었다.


토시아키가 고민하는 걸 눈치챈 것일까, 자실장은 기세등등하게 목청껏 외친다.


"어차피 똥닌겐은 와타시의 마음까지 꺾을 수는 없는 테치! 와타시의 승리인 테치이! 테프프픗."


"이 새끼가!"


분노한 토시아키는 들고 있던 빠루를 번쩍 치켜들었다.


하마터면 그대로 내려찍어 자실장을 곤죽으로 만들뻔했지만 자제력을 발휘해 손을 멈췄다.


"후우.... 진정하자 진정."


여기서 녀석을 죽여버린다면 말그대로 낚여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비록 위석을 적출했다지만 담가놓은 것은 싸구려 비타500.


복구 불가능의 큰 데미지를 입으면 충분히 파킨할 수도 있을 정도다.


만약 자실장의 도발에 넘어가서 빠루로 내려찍었다면 토시아키는 녀석을 굴복시키지 못한 채 평생 테프프픗~하는 웃음소리를 환청으로 듣겠지.


그런 건 절대로 사양이다.


토시아키는 깊게 한숨을 내쉰 후 방을 나섰다.



---------------------



1주일 후.

여전히 상황은 전이랑 똑같았다.


"테프....프...픗. 오마에 똥닌겐은 절대로 와타시를 못 죽이는 테치. 와타시가 오마에보다 훨씬 오래 사는 테치!"


"꼬우면 죽여보라는 테치! 아니면 계속 살려둬서 똥닌겐이 먼저 죽어버리는 테치!"


"어떻게 되던 간에 와타시의 승리인 테치이~"


하아......

토시아키는 그 역대급 분충을 생각하며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옆을 바라보니, 토시아키의 모교가 있었다.


[후타바 초등학교]


"그러고 보니 운동회를 할 계절이군."


울타리 너머로 본 운동장에는 학생들이 체육복을 입고 줄다리기도 하고, 응원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토시아키는 추억에 잠겼다.


"운동회면 아직도 그 아저씨가 있으려나?"


초등학교의 정문에 다다르자 익숙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노점상처럼 간단하게 좌판을 깔고 여러 장난감들을 파는 아저씨. 토시아키가 어릴 때도 있었는데 지금도 현역인가 보다.


꽤나 인기가 있는 모양인지 여러 명의 초등학생들이 줄을 서 있었다.


[사이좋은 엄지와 우지챠 세트 500엔]


누가 보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아니. 공원에만 가도 널리고 널린 게 엄지랑 구더기인데 500엔이라니. 그 돈으로 차라리 뜨뜻~한 국밥 한 그릇 먹겠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공원의 들실장들에게 위생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제대로 씻지도 못해 꾀죄죄하고 혐오스럽게 생긴 들실장과 달리 좌판의 실장석들은 마치 사육실장처럼 깨끗한 외관을 하고 있었다.


이 실장석들은 여러 사육실장용 공장 등에서 폐기된 그야말로 떨이 실장석들.

어린 아이들에게 맞는 작은 사이즈에 보호욕을 불러일으키는 엄지&구더기의 조합을 계산하고 아저씨는 약간의 돈을 들여 사온 것이었다.


폐기라지만 인사 등의 아주 기본적인 지식 정도는 태교로 주입되었기에 500엔 정도의 가치는 조금이라도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자. 잘 키우렴~"


"네 아저씨!"


"와타시 사육엄지가 된 레치? 기쁜 레치! 잘 부탁드리는 레치!"


"구더기 사육우지인 레후? 프니프니 잔뜩 해주는 레후~"


한 여학생이 엄지 세트를 구매하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토시아키는 무언가 생각이 떠올랐는지 아저씨에게로 다가가서 말했다.


"저도 엄지 세트 하나 부탁드립니다."


별달리 의미가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500엔 정도야 토시아키에게는 껌값이기도 하고 다른 실장석과 접한다면 무언가 아이디어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살짝 들었기 때문이다.


계속 아이들만 보다가 성인인 토시아키가 나오자 놀랐는지 아저씨는 두 눈을 동그랗게 썼다.


"응? 자네는 선생인가? 하긴 누구든지 손님이긴 하지."


"하하하. 그렇죠."


"500엔이고 케이스까지 하면 100엔 추가인데, 할텨?"


"케이스요?"


나때는 그런 게 없었는데?

토시아키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아저씨는 옆의 상자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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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정사각형 모양의 투명한 플라스틱 케이스였다.

뚜껑은 여닫을 수 있으며 숨을 쉴 수 있는 아주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구조.


......

......

......

......

......

......이거다!


그 케이스를 본 순간 토시아키의 머릿속에 번뜩 하고 떠오르는 게 있었다.

유레카를 외치며 욕조에서 뛰어나온 아리스토텔레스의 기분이 이런 것이었을까?

토시아키는 곧바로 지갑에서 1000엔짜리 지폐를 꺼내 아저씨에게 건네주었다.


"잔돈은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어. 어. 그려.....?"


갑작스러운 토시아키의 폭주에 놀란 아저씨였지만 400엔 이득을 봤기에 표정은 웃고 있었다.


굿 아이디어가 떠올랐기에 이제 엄지와 구더기는 필요가 없었다.

이 애물단지들을 그냥 풀숲에다가 던져버릴까도 싶었지만 토시아키의 눈에 한 무리의 남학생들이 보였다.


"아.... 돈 부족한데."


"어디다가 다 쓴 건데."


"만화책 사느라...... 너는?"


"나는 용돈 한달간 금지당했어."


"아아. 할것도 없겠다 샀으면 재밌었을 텐데."


하긴 초등학생들에게 있어서 500엔은 꽤 큰 돈이겠지.

에라 기분이다! 토시아키는 그 남학생들의 앞으로 다가갔다.


"안녕?"


"어...... 안녕 하세요......?"


"엄지 세트를 가지고 싶어하는 거 같은데. 여기."


"네? 괜찮으세요?"


"응. 나는 케이스만 있으면 되니까. 그럼 공부 열심히 해라!"


"가, 감사합니다!!!"


토시아키는 남학생 중 한명의 손바닥에 엄지와 구더기를 내려놓고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갔다.


남학생'들'이 사이좋은 자매 세트를 원한다....

그것이 뜻하는 의미를 잘 아는 토시아키였기에 엄지와 구더기의 운명이 예상갔지만 뭐 어떤가. 더이상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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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닌겐 온 테치? 이번에는 또 뭘 하려고 그러는 테치? 어차피 헛수고인 테치~"


이 녀석은 여전히 열받게 하는군.

하지만 토시아키는 여유를 유지하며 자실장을 수조에서 꺼내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자실장은 처음 보는 부엌의 풍경에 흥미가 생겼는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세상에서의 마지막 움직임 치고는 참 볼품없는 것이었기에 토시아키는 칼을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자, 그럼 칼 들어갑니다~"


푸욱!


"테챠아아아아아악!!!!!"


자실장의 비명.

하지만 녀석은 피가 쏟아지고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결코 굴하지 않았다.


"테.... 테프프픗.....! 결국 또 이런 거인 테치? 똥닌겐은 상상력이 부족한 테치.....!"


"그건 두고 봐야 할 거 같은데."


토시아키는 흡사 장인과도 같은 손놀림으로 칼을 휘둘렀다.

손에 쥔 칼이 연약한 자실장의 배를 가르자 내장이 쏟아지고 머리를 훑으니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졌다.


"테갸.... 테챠아아앗....!"


"하하하. 아프지? 걱정 마. 이제부터 아플 일은 없을 테니까."


"또 무슨 수작인 테치....!"


"이런 거지. 봐봐."


토시아키가 꺼내든 것은 강력접착 본드와 방부제였다.


"일단 더러우니 목욕부터 하자."


"테뵤오오오오오옭!!!!"


최고 세기로 틀어놓은 수도꼭지의 찬물로 입과 갈라진 배를 세척한 뒤, 갈라진 배 안에 방부제들을 넣는다.

그리고 배를 강력본드로 접착!


절대 썩지 않는 독라 자실장의 탄생이다.

게다가 내장 역시 제거했기에 쓸데없이 운치를 싸지르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 자실장을..... 케이스 안에 집어넣는다.


"테갸아아아앗!!!! 어림없는 테치!!!!!"


빈사에 가까운 데미지를 입은 녀석이라고는 볼 수 없는 최후의 발악.

두 손으로 케이스의 양옆을 잡고 온 힘을 쏟아붓고 있다.


물론 자실장 따위의 힘으로는 저항하는 것이 전혀 쓸모없지만..... 소리가 너무 시끄러운걸.


"쉿."


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자실장의 혀는 말끔히 잘려버렸다.

그리고 다시는 말을 할 수 없게 토시아키는 라이터로 상처 부위를 지져버리는 꼼꼼함까지 보여주었다.


"좋아. 좋아. 이제 좀 조용하고 좋네. 처음부터 이랬으면 얼마나 좋아?"


케이스에 꾸겨져 들어간 자실장은 도게자 자세인 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는 엄지 세트가 있었던 케이스. 자실장이 자유롭게 움직이기에는 무리인 것이다.


강제적으로 복종의 자세를 취한 채 큐브 안에 갇혀버린 자실장을 보며 토시아키는 큭큭 웃었다.


"거기가 네 집이야. 한번 잘 살아보라고."


[테챠아아아아아!!!! 당장 여기서 꺼내라는 테치!!!! 쳐죽여주겠다는 테치 똥닌겐!!!!!!!]


자실장은 악에 받쳐 소리쳤지만 혀가 잘리고 입도 본드로 붙여져버렸기에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다만 이런 꼴이 되서도 유일하게 자실장의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부위--- 찡그린 두 눈을 보고 토시아키는 대강 무슨 말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눈도 지져버릴까 했지만 오히려 보이는 게 더 고통스럽겠지."


그렇게 토시아키와 큐브 자실장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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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달라지는 건 없었다.

당연하다. 아무리 유해조수인 실장석이라 할지라도 학대파의 인식은 좋지 않다.


독라 상태가 된 자실장을 움직일 수 없는 큐브에 가둬서 들고 다닌다면 그건 제대로 미친 놈이다.

어디까지나 토시아키는 큐브 자실장을 집 안에서만 두고 즐길 뿐이었다.



.



"이거 봐라. 오늘 저녁은 스테이크라고. 어때, 맛있겠지?"


[테챠아아아!!! 당장 와타시에게 스테이크를 대접하는 테치!!! 저건 똥닌겐의 것이 아닌 테치!!!!]


"안 들려~ 그럼 잘 먹겠습니다!"


[똥닌겐!!!!!!!!!]



.



"에취! 으으..... 감기인가..... 요즘 밤이 너무 춥단 말이지...."


[테프프프픗! 허약한 똥닌겐인 테치! 감기 같은 거에나 걸리고 약해빠진 테치이~ 꼴 좋은 테치이~]


"뭔가 꼴받는 표정인데..... 좋아, 너 당분간 마당에서 자라."


[자, 잠깐 기다리는 테치! 밖으로 나가지 마는 테치!!! 두고 가지 마는 테치!!!! 우주의 보배인 와타시를 두고 집으로 들어가지 마란 테치!!!!!]


"잘 자~ 생각날 때 쯤에 다시 가지러 올게~ 활성제는 계속 부어줄 테니 죽을 걱정은 말고."


[똥닌겐!!!!!!!!!!!]



.



"으..... 냄새..... 썩지는 않는데 때가 껴서 구린내가 나네."


[오마에가 씻겨주지 않아서 그런 게 당연한 테치! 당장 세레브한 아와아와를 대령하라는 테챠앗!!!]


"좋아. 어차피 케이스 위아래에 작게 구멍이 나있으니 상관없겠지."


[테에? 진짜 씻겨주는 테치? 테프픗~ 드디어 똥닌겐이 와타시의 가치를 알아보는---]


"대야에다가 물을 가득 담고....."


[멈추는 테치! 그런 욕조는 전혀 세레브하지 않은 테치! 분홍색의 세레브한 욕조..... 게보오로롥----]


"저녁때쯤에 꺼내줄 테니까 잘 있어~ 케이스 위에 락스통 올려놨으니까 둥둥 떠오를 일도 없을 거야."


[똥.....닌......겐......]



.



"뭐야. 착각인 줄 알았더니 케이스가 완전 꽉 차버렸잖아?"


[괴로운..... 테스......]


"이런 상태가 되서도 성장하다니..... 활성제도 대단하지만 너희 실장석도 참 어지간하다."


[풀어주는..... 테스우...... 똥..... 닌..... 겐.....]


"으음. 확실히 이건 좀 보기 그렇네. 더 이상 여기에 놔두기는 무리겠어. 어쩔 수 없지---"


[드디어 풀려나는 테스......!!!!]


"더 큰 케이스를 주문해야겠다!"


[똥닌겐!!!!!!]






.

.

.





그리고 몇 달 후.


어느 일이나 시간이 지나면 열의가 식는 것은 마찬가지였고 토시아키 또한 그러했다.

열심히 살다 보니 큐브 자실장..... 아니, 큐브 실장석의 존재를 까맣게 잊을 때도 있었다.


이번에 녀석을 꺼내는 건 몇 개월 만이더라?

토시아키는 그런 생각을 하며 책상 서랍 속에 박혀있는 큐브를 꺼냈다.


"오랜만이네."


[똥.... 닌..... 겐.....]


실장석은 예전에 봤던 상태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너무 오랜만에 꺼내서 썩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역시 방부제는 대단하다니까.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더 바빠질 예정이거든. 퇴사하고 새롭게 창업할 거라--- 너에게 더 신경을 못 써줄 거 같네."


지금까지의 사회 경험과 여러 사업 아이템으로 창업에 도전하는 토시아키의 앞날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것이었다.

눈앞의 실장석에게 관심을 줄 시간 따위는 없는 게 당연하다.


그 말을 듣자마자 실장석은 두 눈을 반짝였다.


[그럼 풀어주는 데스!!! 이제 충분히 하지 않았냐는 데스!!!! 똥닌겐!!!!!]


"자자. 그러니까 다시 들어가. 다음에 볼 때는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토시아키는 실장석을 어두컴컴한 서랍에서 꺼낸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집어넣었다.

실장석은 들리지 않는 비명을 마음속으로부터 내질렀다.


[똥닌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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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아. 미안하네. 잠시 옛날 생각을 하느라......"


토시아키는 열심히 살았다.

다행히 평생동안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적절한 시기 또한 겹치는 행운이 있었기에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이었다.


"그럼 나는 잠시 산책이라도 다녀오겠네. 아까 말한 건 그대로 처리하고."


"알겠습니다. 회장님."


비서가 방에서 나가자 토시아키는 책상 아래의 금고를 열어 그 안에 있는 편의점 봉투를 꺼내들었다.

무게가 묵직하니 늙은 손이 살짝 떨리는 게 느껴졌다.


토시아키가 봉투를 들고 약 20분간 걸어 온 곳은 회사의 뒷산.

이곳 역시 (주)토시아키 그룹의 사유지다.


벌목을 해 중턱 아래까지는 민둥산이 된 그곳에는 대리석을 사용한 무덤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덤 겸 공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만큼 무덤의 규모는 매우 컸으니 말이다.


"허허. 나도 많이 늙어버렸나 보군."


예전에는 빠루를 들고 하루종일 공원을 뛰어다녀도 괜찮았는데 겨우 살짝 걸었다고 온몸이 쑤셔온다.

토시아키는 슬슬 자신한테 다가오는 마지막을 직감했다.


"그래도...... 할 건 하고 가야지."


토시아키는 무덤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전 잠시 뒤를 돌아 회사를 바라보았다.

많은 수의 회사 건물들과 사옥, 주차장, 상가 등등 토시아키가 일생 동안 일구어낸 모든 것이 그곳에 있었다.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토시아키는 무덤으로 향했다.


.

.

.


무덤의 정중앙은 텅 비어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이 무덤은 토시아키가 묻힐 곳이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머지않아 죽는다면 관이 가운데에 놓이게 되겠지, 토시아키는 그렇게 생각하며 편의점 봉투에서 큐브를 꺼냈다.

거기에는 모습이 하나도 변하지 않은 채로 갇혀있는 성체 실장이 있었다.


"오랜만이군 그래. 마지막으로 봤던 때가 환갑 때였던 것 같은데 말이야......"


[빛.... 빛 씨 데스우....? 이게 도대체 얼마만의 빛 데스우......]


당연하지만 처음 큐브에 들어갔을 때처럼 실장석은 말을 하지 못한다. 그저 머릿속으로 생각만 할 뿐.

그걸 알고 있지만 토시아키는 그저 나즈막히 말을 이어갔다.


"이제 슬슬 죽을 때가 된 거 같아서 말이야. 나는 죽으면 여기에 묻히게 되겠지."


[데? 그럼 와타시를 풀어주시는 데스우?]


큐브에 갇힌 채로 흘러간 시간, 58년.

그것은 실장석의 행복회로와 분충성을 제거하는 데 탁월했다.


정신 붕괴를 막는 고급 활성액을 사용해 멀쩡한 상태인 채 수십 년을 잠도 자지 못한 채 보내는 시간.

그 지옥같은 상황에서 할 것이라고는 오직 생각뿐이었다.

처음에는 행복회로를 돌렸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무한과도 같이 느껴지는 시간 속에서 행복회로는 무뎌졌고, 점점 사라져갔다.


그 결과, 토시아키에게 똥닌겐이라던가 노예라던가 하는 실장석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지게 된 것이었다.


토시아키는 자신의 묫자리를 보더니 그 옆의 대리석 바닥으로 다가갔다.

그리고서는 살짝 홈이 나 있는 그 바닥을 잡더니, 온 힘을 다해 들어올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이 드러났다.


"하하하. 어렸을 때 이런 비밀기지 같은 걸 만들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해보게 되다니."


계단을 내려가자 보이는 묵직한 철문을 열쇠로 열고 토시아키는 독방으로 들어갔다.


[데에? 이곳은 대체 뭐하는 곳인 데스우?]


실장석의 눈에 비친 방 안의 풍경은 이해하기가 힘든 것이었다.

교실 정도 되는 크기의 삭막한 방 속에 가운데를 제외하고는 거대한 물탱크들로 가득 차 있었다.


물탱크가 놓여있지 않은 방의 가운데에는 책상이 하나 놓여져 있고, 그 주변에는 방 안을 환하게 비추는 램프가 4개 놓여져 있는

기묘한 광경이라 인간이 보더라도 그 용도를 짐작하기 힘들었으리라.


"저 물탱크에는 물이 아니라 위석 활성제가 잔뜩 들어가 있지."


[데... 위석 활성제는 분명 소중한 돌씨를 넣은 물이였던 데스우......]


"엄청 비싼 거야. 물탱크들을 다 채우느라 아무리 회장이여도 힘들었지."


토시아키는 중견기업의 회장이라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사치와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았다.

외제차는 물론이요, 명품 정장이라던지 고급진 음식 같은 건 애초에 맞지도 않았다.

물려받은 아버지의 차를 타고, 동네 양복점에서 옷을 사며, 편의점 음식들도 스스럼없이 먹었다.


그런 토시아키가 유일하게 돈을 쓴 게, 바로 자신의 무덤을 건설하는 일이었다.

뭐, 애초에 회사 뒷산은 사원들과 가족들을 위한 공원으로 개발되어 있었으므로 실질적으로는 물탱크에 활성제들을 넣는 데 돈을 대부분 썼다고 보는 게 맞겠다.


"세계 최고의 실장석 관련 업체의 활성제, 한 병에 가격이 10만 엔이지."


겨우 비타500 정도의 크기에 10만 엔이라는 가격이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여러 학대파들이 이 최고급 활성제의 효과를 검증해본 결과 엄청난 학대에도 약 10년간은 위석이 깨지지 않았던 것이다.

토시아키는 그 엄청난 활성제를 물탱크에다가 가득 채워넣었던 것이었다.


실장석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챘는지, 마음 속으로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안 되는 데스! 이제 충분히 만족하지 않았냐는 데스!! 제발 와타시를 죽여주는 데스우!!!]


하지만 그 절규가 토시아키에게 들릴 리가 없다.

아니, 들린다 한들 풀어주었을 리가 있나.


토시아키는 책상 위에다가 실장석이 들어있는 케이스를 올려놓았다.


"이제부터 여기가 네 집이다. 오랫동안 빛을 못 봤으니 앞으로는 밝게 있으라고 전등도 준비했지."


책상을 둘러싼 4개의 램프 역시 고급품이다.

공원의 태양열 발전기에 연결되어 있어서 빛이 사라질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데에에에!!! 이곳은 지옥인 데스우!!!!! 이건 말도 안되는 데샤아아아아아!!!!!!]


토시아키는 울부짖는 실장석의(하지만 표정은 oㅅo 그대로인) 얼굴을 바라보며 방긋 웃었다.


"네가 이겼구나, 축하한다."


그 말소리가 실장석이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토시아키는 책상 위에 놓아둔 케이스를 내비둔 채 방 밖으로 나갔다.


끼이익, 하고 닫히는 철문 소리에 실장석은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안 되는 데스!!! 두고 가지 말라는 데스!!!! 고문도 괜찮은 데스!!! 그러니까 제발 돌아오는 데스우우우!!!!!! 닌겐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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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실장석은 알 수 없다.


활성제로 채운 15개의 물탱크 중에 반절은 썼을까?

실장석은 알 수 없다.


토시아키의 아들이 회사를 잘 경영하고 있을까? 어쩌면 손자?

실장석은 알 수 없다.



영원히 계속되는 조용한 지옥 속에서, 실장석은 예전에 자신이 토시아키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테프....프...픗. 오마에 똥닌겐은 절대로 와타시를 못 죽이는 테치. 와타시가 오마에보다 훨씬 오래 사는 테치!'


'꼬우면 죽여보라는 테치! 아니면 계속 살려둬서 똥닌겐이 먼저 죽어버리는 테치!'


'어떻게 되던 간에 와타시의 승리인 테치이~'



실장석은, 어린 시절 자신이 말했던 꿈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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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대회때처럼 장편으로 하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장소랑 캐릭터만 다르고 스토리 전개는 다 비슷해져버려서 단편으로 써봤음

오랜만에 써봐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읽어줘서 ㄱㅅㄱ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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