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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그 공원의 들실장이 사라진 이야기

12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06 20:59:00
조회 1035 추천 24 댓글 10
														

"데, 데, 데…"

 

 

 

"죽이는데스! 한 놈도 살려두지 말라는데스!"

 

 

 

땅거미가 지고 공원의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는 저녁시간.

 

몰려오는 추적자들로부터 수풀 사이로 몸을 던져 숨은 미도리는 거친 숨을 고른다.

 

잠시 후 한 무리의 추적자가 미도리가 숨은 덤불을 지나치자 미도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추적자들이 미도리와 아침까지만해도 인사를 나누던 이웃의 골판지를 뒤집고,

 

공포와 혼란에 빠져 울부짖는 자실장들의 머리털을 뽑고 옷을 벗기며 노예의 낙인인 똥을 바르고,

 

그 주인들이 고생하여 비닐봉지에 모아둔 보존식을 퍼먹으며 웃음소리를 내는 모습에 미도리는 적녹의 피눈물을 흘린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이런 건 우리의 운명이 아니었는데…

 

지나치게 피를 흘려 몽롱해진 정신에 눈이 감겨온 미도리의 눈앞에 주마등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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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리가 살던 시민의 공원은 일명 '인간과 실장석이 공존하는 공원'이라는 별명을 가진 곳이다.

 

숲과 개울을 끼고 있는 거대한 공원인탓에 수많은 들실장이 살고있으면서도 도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관리가 잘 되고있는 곳이었다.

 

그 비결은 공원에 대대로 이어지는 '보스'실장석들에 의한 실장석들의 자정 활동.

 

규칙도 뭣도 없이 제멋대로 살며 주변에 폐를 끼치는 일반적인 들실장들과는 달리,

 

이곳에선 보스의 지도 아래 태어날 떄부터 분충을 솎아내고 인간에 폐가 될 행위와 호감을 살 행위를 구별해서 훈육하는 등의 활동이 긴 시간 이어지고 있었다.

 

들실장들에 전해지는 전설에 의하면 오래 전 학대파인 인간의 손에 길러진 사육실장이 공원에 버려지면서 토착 들실장들을 모조리 떄려눕히고 그들에게 인간과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친 게 시작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믿거나 말거나…

 

 

 

어쨌든 그 공원은 먹이를 내놓지 않으면 똥을 던지거나, 자실장을 가방에 몰래 넣어대는 분충들로 피해를 볼 일이 없이

 

들실장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마음 편히 쉴 수 있고,

 

들실장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그들을 구경하거나 애호할 수 있다는 소문이 인근 주민들 사이에 퍼졌다.

 

곧 정기적으로 먹이를 나눠주는 애호파와 사육주들의 모임까지 생길 정도였다.

 

 

 

그런 이상적인 공원에서 미도리는 한 들실장의 다섯 번째 자실장으로 세상에 텟테레를 울렸다.

 

다만 그러한 공원이라도 야생의 삶은 실장석들에게 온화하지만은 않아,

 

아직 어린 자실장일 무렵 미도리는 배고픈 들고양이에게 친실장과 자매들을 잃고 일가실각을 넘어 생명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미도리에게는 천만다행이도 공원 내 소란을 눈치챈 현 보스가 성체 무리들을 잔뜩 끌고와 고양이를 쫓아내서 미도리는 간신히 목숨을 구했고

 

천애고아가 된 미도리를 안타까이 여긴 보스는 미도리를 양녀로 삼아 자신의 친자들과 함께 길러주었다.

 

어린 미도리는 보스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 더해 근본이 현명한 점도 있어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보스의 가르침을 열심히 흡수했다.

 

미도리의 그같은 태도는 보스의 친자들은 물론 공원 내 어떤 자실장들보다도 뛰어난 성과로 드러났다.

 

얼마 후 미도리가 성체로 성장하면서, 미도리는 종전의 '오녀'라는 호칭 대신 보스가 보스가 되기 전에 가졌던 이름인 '미도리'와 함께

 

공원에서 보스를 대신해 여러 잡무를 맡는, 동시에 차기 공원 보스를 향한 자리라고 일컬어지는 '집행 실장'의 자리까지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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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휴우… 또인데스까…"

 

 

 

최근, 보스는 한숨이 많아지셨다.

 

한숨의 원인은 공원 외곽에 사는 녀석들…

 

그 녀석들이 가져온 소식 떄문.

 

 

 

"보스, 왜 그러는데스? 또 이웃의 아줌마들 떄문인데스?"

 

 

 

"…"

 

 

 

보스는 답하지 않았지만, 그 근심어린 표정과 침묵으로 나는 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이웃 공원의 아줌마들은 원래 우리와 별다른 접점 없이 살아왔다.

 

각자 서로 다른 먹이터를 갖고 있고, 영역에 대한 분별도 있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폐를 끼치거나 하는 일 없이 오랜 세월을 남남... 또는 데면데면한 이웃처럼 지낸 것이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우리의 먹이터에 이웃 아줌마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먹이를 모아 귀가하는 우리 공원의 아줌마들로부터 먹이가 든 비닐봉지를 빼앗고 먹이터를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패악질은 날로 심해져 근래에는 점점 우리 공원의 영역 안으로 침범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번엔 행패의 정도가 선을 넘어버린데스.

 

공원 외곽의 그린… 그린이 외출하고 돌아왔더니 골판지 문이 부숴져있고,

 

보존식 봉지의 내용물이 똥으로 바뀌어있었다고 한데스"

 

 

 

"머지 않아 겨울이 올텐데 보존식에 손을 대다니, 말도 안되는 똥벌레들인데스!"

 

 

 

"그뿐이 아닌데스.

 

어제 에메랄드가 주로 밥을 구하는 닌겐상의 쓰레기장으로 가보니,

 

까악까악씨를 막기 위한 그물망이 치워져있고 쓰레기봉지는 마구 어질러놓은채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데스.

 

안그래도 그런 일이 계속돼서 요즘 공원에 오는 닌겐상들도 줄어들고 닌겐상들이 나눠주는 푸드의 양도 마찬가지로 줄어서 걱정이었는데 계속 이러면 정말 곤란해질수도 있는데스… 데후우..."

 

 

 

보스는 또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앞머리를 정돈했다.

 

여태 보스를 모시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보스는 스트레스를 받을 땐 늘 머리털을 정돈하곤 했다.

 

 

 

"미도리, 겨울의 밥 구하기도 바쁜 요즘에 부탁하기에 미안한 데스지만 오마에는 좀 더 고생해주면 고맙겠는데스.

 

오늘 밤에도 자경단원들을 이끌고 순찰을 계속 해주는데스.

 

순찰하느라 모으지 못한 밥은 와타시가 어떻게든 변통해 주는데스"

 

 

 

"부탁할 것도 없는데스, 보스의 말이라면 따르는데스.

 

하지만 보스 상, 와타시타치가 열심히 순찰을 돈다고 해도 모든 공원의 구석구석과 먹이터까지 전부 감시할 수는 없는데스.

 

건방진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좀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스"

 

 

 

"...물론데스.

 

조만간 이웃 공원의 보스 상과 대화를 나눠보기로 한데스.

 

와타시의 대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 지 아직 정하지는 못한 데스지만,

 

그쪽의 보스와도 오랫동안 안 사이인 데스이니 어떻게든 그쪽의 분충들을 단단히 단속할 것을 부탁해보는데스.

 

우리쪽의 추가적인 대책은 아마도 그 대화의 다음이 될 것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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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프프! 말도 안되는 소리데스!"

 

 

 

이웃 마을의 보스…

 

뭘 쳐먹고 지냈는지 살이 뒤룩뒤룩 쪄 실장복의 목이 늘어나고 튿어진 분충은 일언지하에 우리 보스의 말을 잘라냈다.

 

우리 보스의 요구는 각 공원의 실장석들을 잘 통제할 것.

 

먹이터와 영역에 대한 양측의 오래된 합의를 준수할 것,

 

서로의 공원 내 실장석들에 대한 적대적인 행위를 금지할 것,

 

만약 통제할 수 없다면 우리 측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분충에 합당한 제재를 가해도 불만없이 받아들일 것.

 

지금까지 당해온 것들에 비하면 온건하다고 느껴지는 보스의 제안을 이웃 마을의 보스는 귓등으로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데에스?"

 

 

 

"먹이터와 영역이란 건 모두의 것인데스.

 

강한 자, 빠른 자가 가져가는 거지 뭔놈의 합의인데스?

 

와타시와 합의를 했다는 증거라도 있는데스까?

 

게다가 아랫것들이란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싸우고 지내는 거지,

 

그런 걸로 와타시와 오마에까지 나서서 이야기할 꺼리가 되는데스까?"

 

 

이건... 옳지 않다. 


회담의 장소를 양 공원의 중간 지점 공터에서 멋대로 자기들 공원으로 바꾸더니

 

회담의 시간조차 연기해서 멀리서 찾아온 우리를 기다리게 한 처사부터 나는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스의 이야기에서는 이웃 마을의 보스가 꽤나 얘기가 잘 통하고,

 

어딘지 어설프면서 미덥지 못한 데가 있어 자신이 경험 많은 보스로서 많은 것을 가르치고 도와줬다고 했는데…

 

첫인상부터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우리 보스를 업신여기는듯한 태도는 보스의 이야기와 전혀 맞아떨어지지 않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오마에… 진심인데스까?

 

와타시의 과거가 어땠는지… 이래봬도 와타시가 예전에 비하면 많이 참고 있는 걸 오마에가 모를리 없는데스.

 

오마에와 오마에의 공원의 부하들이 아무리 많아봤자 와타시타치에겐 비교가 되지 않는 것도 오마에는 알고있는데스.

 

그런데 그딴 운치같은 소리나 지껄이다니…

 

오마에는 와타시가 알고있던, 와타시를 알고있던 오마에가 정말로 맞는데스까?"

 

 

 

역시, 그럼 그렇지!

 

보스는 순식간에 싸늘한 표정이 되어 상대를 압박한다.

 

보스는 젊은 시절부터 수많은 공원의 말썽꾼 아줌마들을 처리하는 걸론 부족했는지

 

한창땐 무리를 끌고 까악까악씨, 야옹씨와 자웅을 겨루는 걸 즐겼다고 했다.

 

그 용맹함은 나이가 든 지금에도 변함이 없다.

 

보스의 얼굴, 양 눈 사이에 깊게 새겨진 까악씨의 발톱자국에서 드러나는 위압감에 녀석은 물론 우릴 둘러싼 녀석의 부하들까지 식은땀을 흘리고있다.

 

 

 

"덱… 농… 농담이 지나쳤던데스? 데프프프, 사과하는데스.

 

우리 쪽의 분충들은 우리가 알아서 처리를… 데프프, 하는데스.

 

먹이터나 영역도… 걱정하지 않아도 좋은데스"

 

 

 

"좋은데스.

 

하지만 두 번 다시 이런 일로 와타시가 발걸음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데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 땐 오마에 대신 와타시가 부하들을 이끌고 오마에의 분충들을 처벌하러 직접 오는데스"

 

 

 

"좋… 좋은데스… 데프프, 데프프"

 

 

 

"그럼, 이만 가보는데스.

 

미도리, 앞장서는데스"

 

 

 

잘됐다, 생각보다 이야기가 빨리 끝났다.

 

나는 서둘러 이웃 아줌마들을 밀치고 보스의 길을 튼다.

 

비켜라, 비켜!

 

어딜 쳐다보는거냐?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결코 보스에게서 눈을 떼지 말았어야 했다.

 

 

 

-퍽-

 

 

 

"덱, 오마… 에…"

 

 

 

둔탁하면서 습기찬 불길한 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그곳엔 빨갛게 물든 돌멩이를 양손으로 쥔 이웃의 보스와

 

한 눈알이 튕겨나가고 혀를 뺴물은채로 뒤통수가 움푹 들어간 모습의 보스의 모습이 있었다.

 

보스가 무릎을 꿇으며 천천히 무너지자, 이웃 보스가 외친다.

 

 

 

"치는데스! 절대 일어서게 두지 말라는데스!"

 

 

 

외침과 함께 이웃의 아줌마들이 벌뗴처럼 보스에게 달려든다.

 

그럼에도 보스는 한참을 양팔을 휘두르며 버티고, 일어서려고 한다.

 

하지만 중과부적.

 

머리끄덩이를 잡히고, 발로 턱을 차이고, 뭉개진 뒤통수에 주먹질을 해대는 아줌마들에 보스의 모습은 점점 작아진다.

 

 

 

"덱! 저놈도 잡는데스! 놓치면 안되는데스!"

 

 

 

눈앞의 광경에 얼어버린 내가 꼼짝 못하고 서있으니 이웃의 보스와 눈이 마주친다.

 

이웃의 보스는 지친 숨을 뱉더니, 나를 향해 손짓하며 외친다.

 

잡히면… 보스처럼 된다…

 

나는 보스의 마지막 모습을 두 눈에 새기고, 정신없이 우리의 공원을 향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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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데스!"

 

 

 

나는 숨이 턱까지 차고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달렸다.

 

쫓아오는 녀석들이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달렸고,

 

그리운 공원으로 도착하자 만난 이웃 아줌마에게 회담에서 일어난 일과 보스의 최후를 알릴 수 있었다.

 

이웃 아줌마는 금방 다른 아줌마들에게 사건을 전파했고 곧 공원 내 비상 경계령과 함께 장로와 중요 구성원들이 모인 회의가 시작되었다.

 

 

 

"이런 행패는 두고 볼 수 없는데스!

 

당장 이웃 공원으로 쳐들어가 마마… 아니, 보스를 구하고 본때를 보여줘야만 하는데스!"

 

 

 

"옳은데스! 대가를 치르게 하는데스!"

 

 

 

내가 일을 알리고 물을 마시며 숨을 고르는동안 회의는 꽤 진행되고 있었다.

 

회의는 보스의 장녀(친자)이자 현 환경 실장… 공원의 환경 정비 임무를 맡고있던 '스이'씨가 주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그런…"

 

 

 

"좀더 진상 규명이나 대화를…"

 

 

 

일부 나이든 장로들은 반대되는 의견을 내려고 했지만, 그들은 말을 채 마무리하기도 전에 주변의 눈총에 입을 다물게 되었다.

 

회의는 시작과 동시에 시뻘건 얼굴을 한 스이에 의해 결정되고 있었다. 

 


"스이 상, 조금 진정하는 게 좋은데스"

 

 

 

하지만 나도 입을 다물 순 없었다.

 

집행 실장으로서, 보스에게 많은 은혜를 입어온 미도리로서

 

현장의 공기, 이해할 수 없는 이웃 보스의 태도를 목격한 당사자이자 책임자로서


나에겐 해야만 하는 일이 있는 것이다.

 

 

 

"무슨소리인데스, 미도리 상?"

 

 

 

"이웃 공원의 아줌마들이 아무 준비도 없이 그런 짓을 했을 거라고 생각치 않는데스...

 

분명 이쪽의 머릿수의 반도 안되는데다가 공원도 작은데 얼마 전부터 와타시타치를 도발하고

 

결국 이런 짓까지 저지른 데에는 무언가 와타시타치가 모르는 일이 있을 것인데스…

 

녀석들에게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러 가는 건 좋지만,

 

그것은 녀석들에 대한 정보를 얻고 철저한 준비를 끝낸 다음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스."

 

 

 

"닥치는데스!

 

그런 걸 다 따지고 들면 보스, 와타시의 마마는 죽어버리는데스!

 

지금 이 순간에도 마마는 와타시타치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인데스!

 

혹시 오마에는 보스가 죽으면 차기 보스는 오마에가 될 거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꿈지럭대는 것인데스카아아!"

 

 

 

이건… 안된다.

 

그 자리에서 보스가 살아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보스의 친자가 아니기 떄문에, 보스의 친자에게 어미의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는 말을 나는 할 용기가 없었다.

 

평소 나 떄문에 보스로부터의 사랑과 차기 보스의 자리를 온전히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스이에게, 당신은 지금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설득할 능력이 내게는 없었다.

 

눈앞이 캄캄해져 벙어리가 된 나를 무시하고 스이는 등을 돌려 외쳤다.

 

 

 

"무기를 드는데스!

 

돌멩이, 나뭇가지, 뭐든 좋은데스!

 

공원의 모두 일어서서 싸우는데스!

 

그동안 와타시타치를 괴롭힌 저 무도한 분충들에게 합당한 벌을 내리는데스!

 

자, 가는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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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장선 스이를 따라 공원의 거의 모든 성체 실장석이 우리의 공원을 박차고 나섰다.

 

그동안 공원의 질서가 잘 유지된 탓에 모두들 폭력과는 거리가 멀어서,

 

몇몇 순박한 아줌마들은 처음에 주저하며 망설였다.

 

하지만 그들도 한껏 흥분해서 목소리를 높이며 발을 구르는 아줌마들의 기세에 금방 전염되어 고래고래 소리지르느라 침을 튀기며 무리에 합류했다.

 

 

 

이웃 공원으로 가려면 닌겐상들의 길을 많이 많이 건너야 해서 크고 작은, 머리가 짧고 긴 여러 닌겐상들과 마주쳤다.

 

그중엔 죄없는 우리를 마구 괴롭히는 '학대파' 라는 소문이 있던 닌겐도 있었다.

 

하지만 구름처럼 모여서 흥분한 우리들의 행진을 막아서려는 닌겐상은 없었다.

 

눈치 보면서 살금살금 걷는 것이 아닌, 당당하게 가고싶은 대로 걸으며 닌겐들이 타고 다니는 커다란 뛰뛰빵빵씨조차 길을 양보하는 모습은…

 

과연 나라도 흥분되며 피가 끓는 게, 닌겐상들처럼 강하고 전능한 존재가 된듯한 기분이 든다.

 

이거라면 이웃 아줌마들이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어도 문제가 없지 않을까?

 

 

 

날이 어둑어둑해질무렵 우리의 행진은 끝나고 이웃 공원에 도착했다.

 

공원은 보스와 함께 왔던 때에 비해 묘하게 조용해 나는 다시금 긴장으로 침을 삼킨다.

 

공원의 중심부를 향해 조금 걸으니

 

 

 

"저기데스! 저쪽에 모여있는데스!"

 

 

 

들려온 한 아줌마의 외침에 고개를 돌리니 한 줌의 이웃마을 아줌마들이 보인다.

 

이웃마을의 아줌마들은 실장복이 없이 두건과 팬티만 입은 모습.

 

거기에 울타리같이 우거진 덤불이 양쪽으로 자라난 화단들의 사이, 그곳을 가로지르는 길에서 똘똘 뭉쳐 그 길목을 틀어막고있다.

 

반나체로 서로 어꺠를 붙이고 웅크려앉은 모습은 마치 등껍질도 없이 움츠린 거북이를 연상케한다.

 

 

 

"데프프프, 옷도 없는 노예들인데스?"

 

 

 

"어이! 죽여줄테니 당장 튀어나오라는데스!"

 

 

 

압도적인 수의 우세에 기세가 오른 우리쪽은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고 몸을 풀며 천천히 다가간다.

 

조금씩 양측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상대편 아줌마들의 긴장한 땀방울까지 보일무렵…

 

 

 

"자~~~ 드가자는데~스!"

 

 

 

선두에 선 스이의 외침과 함께 일제히 돌격을 시작한다.

 

 

 

"죽이는데스!"

 

 

 

"와타시의 밥을 빼앗아간 원한을 푸는데스!"

 

 

 

"데아아아아아-데데데기갸아악-!"

 

 

 

양측의 선두가 맞부딪치기 직전, 상대편 아줌마들은 일제히 허리를 숙이더니 바닥에서 길다란… 정말 길다란 막대를 쥐고 우리편을 향해 치켜든다.

 

돌격을 하던 선두는 눈앞의 막대기들을 보고 멈추려 하지만 뒤에서 밀려오는 기세에 제때 멈추지 못한다.

 

그리고, 가장 앞에 있던 스이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동료들이 동료들에게 밀려 그들의 몸이 막대기에 꿰뚫린다.

 

 

 

"밀지 마는데갸아악-!"

 

 

 

"뒤로! 뒤로가는데기이익-!"

 

 

 

"뭐, 뭐인데스!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스!"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아줌마들이 우왕좌왕 하고 있을 때, 


우리의 양쪽... 우거진 덤불의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마찬가지로 반나체의 적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반 독라들... 적인데스! 이쪽에 적인데스!"

 

 

 

"반으로 나뉘어 싸우는데스! 아직도 와타시타치가 훨씬 많은데스!"

 

 

 

대부분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가운데, 몇몇 아줌마들은 다가오는 적들을 향해 달려든다.

 

그리고 곧 비명을, 단말마를 지르며 바닥에 쓰러진다.

 

적들의 무기는 우리가 '보검'이라고 부르는 것.

 

자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들과 달리 닌겐상들의 영역에서나 어렵게 구할 수 있는, 무엇보다도 단단하고 날카로운 대못.

 

그것도 보통 보이는 사이즈가 아닌 우리 키의 절반쯤이나 될법한 커다란 것을 적들은 한 마리당 하나씩 들고있다.

 

 

 

반면에 이쪽이 들고있는 건 나뭇가지와 돌멩이


소수의 인원만이  하양색이나 분홍색의 도시락 숟가락을 들고 있는 정도다.

 

그래서야 싸움이 될 리 없다.

 

이쪽에서 돌멩이로 내리치면 잘해야 타박상이 생기고 나뭇가지로 떄리면 작은 생채기가 날 때에

 

저쪽에서 대못을 휘두르면 시퍼런 빛과 함께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몸에 두부처럼 구멍이 뚫린다.

 

 

 

"데갸아아악… 와타시의 섬섬옥수가… 붙지 않는데스… 떨어져서 붙지 않는데스으읏..."

 

 

 

"갑자기 밤이 된 데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스읏!"

 

 

 

"데히익… 마마-!! 아픈데스, 와타시를 구하는데스!"

 

 

 

"목숨만은… 목숨만은 살려줘데스!!"

 

 

 

동료들의 전의가 꺾이는 건 순식간이었다.

 

아줌마들은 무기를 내려놓은채 무릎꿇고 손을 싹싹 비비며 빌거나,

 

옷과 머리를 뽑고 도게자를 하거나,

 

똥을 싸고 똥무더기에 머리를 쳐박아 숨으려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적들은 대못을 휘두를뿐.

 

이미 정면에서 공격받는 아줌마들보다 텅 빈 옆구리를, 무방비한 등을 찔리는 아줌마들이 훨씬 많다.

 

 

 

승패는 결정났다.

 

나는 정면과 좌우면에서 아군을 학살하며 좁혀오는 적들을 피해,

 

그들인척 실장복을 벗어던지고 하루 두 번쨰의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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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데, 데…"

 

 

 

나는 정신없이 달렸다.

 

방해되는 동료를 밀치고, 길을 막으려드는 적을 피하고 그 와중에 왼쪽 팔이 가죽 한 장 남기고 베여 덜렁거리는 걸 비틀어 뜯어내 버리면서 우리의 공원으로 달렸다.

 

하지만 이번엔 추적자들이 포기하지 않았다.

 

 

 

"죽이는데스! 한 놈도 살려두지 말라는데스!"

 

 

 

애초에 추적자들의 목표는 내가 아니라 우리의 공원이었으리라.

 

내가 우리의 공원에 도착해 익숙한 덤불에 몸을 숨기는 동안 놈들은 나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눈앞에 보이는,

 

최소한의 경비인원으로 남아있던 아줌마들을 찔러 쓰러뜨리고,

 

나와 아침까지만해도 인사를 나누던 이웃 아줌마의 골판지를 뒤집고,

 

공포와 혼란에 빠져 울부짖는 자들의 머리털을 뽑고 옷을 벗기며 똥을 바르고,

 

이웃 아줌마들이 고생하여 비닐봉지에 모아둔 보존식을 한 손으로 퍼먹으며 웃음소리를 내는데 열중한다.

 

어린 자들이 차례차례 비닐봉지에 던져지고 익숙한 얼굴들이 구멍난 고깃덩이로 변하는동안 나는 생각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어떻게 그 대못들을 구하고,

 

어떻게 우리의 수많은 동료들을 그토록 간단히 학살했을까...

 

하지만 내가 그 답을 얻는 일은 영영 없을 것이다.

 

가슴 속에서 소중한 돌이 삐그덕대는 소리가 공원을 지키지 못한 나의 운명은 여기까지임을 알리고 있었기 떄문에…

 

 

 

-파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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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하하하, 모두 죽이는데스!

 

어이! 오마에!

 

이곳의 원래 보스의 집은 어디인데스까!

 

데하하하, 이제 그곳이 와타시의 집인데스.

 

어서 안내하는데스 노예!"

 

 

 

즐겁다, 너무나도 즐겁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가난한 작은 공원의  보스였을뿐인 내가 강력한 군대를 거느리고 이렇게 풍족하며 거대한 공원을 차지하게 될 줄이야.

 

흥분과 쾌감에 당장이라도 총구로 낮에 먹은 이웃 공원 보스였던 녀석의 고기를 싸질러버릴 것 같다.

 

 

 

이는 모두 신 님의 덕분...

 

아니, 모두는 아니고 당연히 나의 아름다움이 대부분, 그 나머지가 나의 아름다움에 메로메로된 신 님의 덕분인가.

 

 

 

자실장의 얼굴 모양을 한 판떼기가 나에게 말을 걸었을 떄는 내가 정신이 돌아버린 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공원의 분수 속에 물에 젖지 않는 비닐봉투가 들어있으며,

 

그 안에 가득한 콘페이토가 들어있다고 할 때에도 무슨 헛소리냐 했다.

 

하지만 반신반의한 내가 밑져야 본전이라고 실장복을 흠뻑 적셔가면서까지 분수 속을 뒤졌을 떄…

 

그것이 나와 신 님의 거래의 시작이었다.

 

 

 

신 님은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행할 능력이 있으며,

 

시키는대로만 하면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간에 나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나는 이웃 공원처럼 우리 공원의 모두가 굶주리지 않고 배부르게 살 수 있기를 소망했다.

 

 

 

신 님이 시키는 건 이해하기 힘들었다.

 

긴 막대기를 들고 한참동안 버티기,

 

몇몇씩 조를 짜서 우르르르 몰려다니기,

 

길다란 나뭇가지를 하루종일 휘두르기…

 

하지만 신 님의 지시를 수행할 때마다 나는 콘페이토, 푸드 등 수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었고 시키는대로 부하들과 그 보상을 나누며 공원의 권력을 공고히했다.

 

 

 

어느날 신 님은 우리의 영역을 넘어 이웃의 영역에서 먹이를 가져오고 소란을 일으키라고 했다.

 

곤란한 지시였다, 하지만 여태껏 신 님의 지시는 많은 보상이 따랐기에 나는 부하들을 강압해 지시를 따르도록 했다.

 

나쁜 일이었지만 동시에 즐거운 일이었다.

 

언제나 닌겐과 주변의 비위를 맞추며 살아야 한다는 선대 보스들과 이웃 보스의 가르침을 벗어나 제멋대로 힘을 휘두르는 건 콘페이토만큼이나 달콤했다.

 

그렇게 달콤한 나날 끝에, 이웃 보스가 이야기를 하길 원한다는 사자가 찾아왔다.

 

신 님은 떄가 무르익었다며 나에게 다시 공원 분수로 가면 빛나는 보검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우리 공원의 모두에게 나눠줄만큼의 많은 보검과 신 님의 이제까지중 가장 복잡한 지시.

 

나는 신 님의 계획을 알게 되자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이웃의 보스 또한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아니, 이웃의 보스가 찾아와 오랜만에 무서운 얼굴을 보였을 떈 조금 지릴 뻔… 실은 조금 지렸지만…

 

어쩄든 강한 나는 이웃의 보스를 물리쳤다.

 

보스의 부하를 놓치는 건 예상 외였지만, 신 님은 상관 없다고 했다.

 

오히려 잘됐다고, 오늘 밤 이웃 공원에서 적들이 떼거지로 몰려올 거라고 마지막 지시를 내렸다.

 

이웃 공원의 분충들은 과연 끝도 없이 몰려왔지만 나에겐 신 님과 신 님의 보검을 든 군대가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결국 이웃 공원의 분충들은 나의 힘 앞에 엄지챠처럼 허약하게 무너져내렸다.

 

신 님의 복잡하고 어려운 지시들을 모두 완수한 나는 오늘 밤 과연 어떤 보상을 받게 되는 걸까...

 

너무나도 달콤한 예감에 들뜬 나는 신 님의 판떼기를 두들기며 신 님을 불렀다.

 

 

 

"데~스! 신 상!

 

신 상! 응답하라는데스!

 

와타시, 일을 다 끝낸데스!

 

이제 보상을 원하는데스!

 

데에… 신 상? 없는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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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공원과 초록 소공원 실장석 난동 사건'

인간과 실장석이 공존하는 공원으로 불리던 시민의 공원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은 다음 날 지역 신문과 일부 커뮤니티의 화제가 되었다.

 

저녁의 퇴근 시간에 길을 메운 실장석들의 행진부터

 

초록 소공원을 실장석들의 피와 시체로 뒤덮이게 한 들실장들의 난동과

 

시민의 공원에 거주하는 실장석들(사실은 초록 소공원에서 침략해온 녀석들)의 급격한 수준 저하 및 분충화까지.

 

그 참상을 본 주민들과 네티즌들은 입을 모아 들실장들의 근절 및 공원 정화를 요구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아무리 야생동물이라도  이유도 없이 갑자기 이럴 리 없다며,

 

적어도 CCTV 확인을 비롯한 사건 경위의 조사는 이뤄져야 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지역의 학부모회가 주축이 된 모임에서는 우리 애들이 보고 뭘 배우겠냐.

 

자기들끼리 패싸움이나 하고 동족식에 노예제에 이루 말로 하지 못할 짓들을 자행하는 분충들을 하루라도 아이들의 가까이에 둘 순 없다고 강력히 주장하여 결국 다른 조치 없이 신속한 공원 정화가 결정되었다.

 

시민의 공원이 소재한 A시 또한 부끄러운 기억을 지우듯 시내 공원 전체의 구제를 시작으로 실장석 친화 지역이란 이미지를 지우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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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회의 임원 A씨.

 

그는 학창시절 들실장들에게 골탕을 먹고나서 친구들에게 '똥벌레'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왕따를 당한 기억이 있었다.

 

실장석들에겐 안좋은 기억밖에 없었으나 성장하며 과거의 일로 묻어두고 잊고 지내던 그는 어느 날 자식에게서 들실장 새끼를 기르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그와 함께 떠오르는 옛 기억들...

 

나의 집에 실장석은 절대 들일 수 없다!

 

벌컥 화를 내는 A에 놀란 자식이 울음을 터뜨리자,

 

A는 그제야 집 근처 공원이 어느새 '인간과 실장석이 공존하는 공원' 이라고 불릴 정도이며 현재 환경이 얼마나 들실장과 접하기 좋은지를 깨닫게 되었다.

 

 

 

들실장들은 없어져야만 한다.


하지만 일개 시민인 A의 의견이나 민원은 '실장석과 공존하는 공원'의 이미지를 자랑스러워하는 애호파가 다수 포진한 동네 커뮤니티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들실장들은 없어져야만 한다.


어쩔 수 없이 직접 실장석의 구제에 나선 A를, 주변에서는 '학대파'라는 알 수 없는 꼬리표를 붙이며 백안시했다.


나의 집 근처의 들실장들은, 반드시 없어져야만 한다.

 

결국 자력으로는 구제를 지속할 수 없게 된 A는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실장석들에 관한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또 연구했다.

 

그리고 자실장 얼굴 모양의 원격 링갈 전화기를 구입하여 시민의 공원의 이웃 공원인 초록 소공원에 버려두는 것으로 A의 구제가 시작되었다.

 

 

 

이후 A가 행했던 일련의 과정을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초록 소공원의 보스는 A의 뜻대로 충실한 역할을 다 해주었다.

 

하지만 '그날'의 저녁 이후 A가 원격 링갈에 다시 연락을 하는 일은 없었다.

 

초록 소공원의 보스는 구제반의 빠루가 머리에 꽂히는 그 순간까지도 신을 찾으며 링갈을 두드렸지만,

 

구제반으로부터 '이상한 놈도 다 있군'이라는 감상과 함께 일련의 사건의 전말을 담은 링갈을 꼭 쥔 채로 마대자루에 실리는 운명을 맞았다.

 

 

 

그렇게 이야기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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