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게이머즈 점포 특전

  배신이란 모든 신뢰를 저버리는 것을 가리킨다.

  신뢰란 이해를 가리킨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이해 없이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타인의 이해는 어려움을 불러일으킨다.

  이를테면, 여기에 높은 산이 있다고 치자.

  우뚝 솟은 절벽. 크게 경사진 바위턱.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오를 수 없을 법한 큰 산이 있다고 치자.

  등산에 관심 없는 사람은 이 산을 오르는 사람을 봤을 때 어떻게 생각할까.

  등산하다 잘못해 죽는 사람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어리석다고 비웃을까.

  자업자득이라고 업신여길까.

  왜 스스로 위험을 초래하냐며 고개를 갸웃거릴까.

  대다수는 이해하지 못한다.

  일반인에게 산이란 멀리서 관망하는 대상이다.

  멀리서 관망하고 그 웅대한 존재에 감격한다.

  자기 힘으로 산을 오름으로써 얻을 수 있는 『무언가』 따위 알 리가 만무하다.

  언어로는 이해해도 마음으로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지금, 내 눈앞에서 파울로가 리랴의 엉덩이를 쓰다듬고 있다.

  사람은 이리도 헤벌쭉한 표정을 지을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중을 늘어뜨리면서.

  오늘 저녁은 뭐냐고 물으면서.

  제니스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하면서 말이다.

  리랴는 얼굴을 붉히고 눈을 내리뜨면서도 정열적으로 파울로를 쳐다봤다.

  그리 싫지만은 않은 눈치였다.

  이것을 방금 예와 바꾸어 생각해 보자.

  요리를 하는 메이드. 크게 곡선을 그리는 엉덩이.

  대다수의 남자가 만지고 싶을 법한 끝내주는 메이드의 엉덩이가 있다고 치자.

  아내가 있는 남자는 이 엉덩이를 봤을 때 어떻게 생각할까.

  이 엉덩이를 만지다가 아내에게 들켜 수라장이 된 사람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어리석다고 비웃을까.

  자업자득이라며 업신여길까.

  왜 자기 아내의 엉덩이를 만지지 않느냐며 고개를 갸웃거릴까.

  대다수는 이해하지 못한다.

  일반인에게 엉덩이란 멀리서 관망하는 대상이다.

  멀리서 관망하고 그 므흣한 존재에 감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만지려는 자의 심정을 안다.

  아내가 있음에도 다른 여자의 엉덩이를 만지고 싶다는 심정을.

  그 열의를, 정열을, 이해한다.

  지금, 파울로는 지금, 확실하게 『무언가』를 얻고 있는 것이리라.

  제니스는 질투심이 세다.

  남몰래 정분을 나누기라도 한다면 전쟁이 터질 게 뻔하다.

  지금, 이렇게 엉덩이를 만지고 있는 것도 상당한 스릴이 있을 것이다.

  고로 얻을 수 있는 쾌감도 일반적인 것보다 훨씬 크리라.

  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이다.

  "어머니. 아버지가 리랴의 엉덩이를 만지고 있어요."

  "?! 여보!"

  "뭐! 루디?! 너 배신하기냐?!"

  하지만 결국은 언어의 이해일 뿐이다.

  엉덩이를 만지지 못하는 나에게 마음의 이해는 없다.

  마음의 이해가 없다면 그것은 신뢰가 아니다.

  신뢰가 아니라면 결코 배신이 아니다.

  즉 나는 배신자가 아니다.

  제니스에게 얻어터지는 파울로를 바라보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