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 게이머즈 점포 특전

  현재, 나는 바위밭을 포복 전진하며 이동하는 중이다.

  목적지는 동쪽.

  출발 지점에서 고작 50m 동쪽에 있는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됐는지를 설명하자면 길다.

  오늘 새벽. 내가 혼자 밥을 준비하고 있을 때, 『대령』의 말이 발단이었다.

  『루데우스, 임무를 내리겠다. 여기서 동쪽까지 50m 되는 곳에 있는 샘에 단독 잠입하여 에리스 보레아스 그레이랫을 찾아내 그녀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라.』

  나는 그 지령에 따라 즉각적으로 행동을 시작했다.

  대령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명령 불복종은 용납되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며 나는 출발 지점인 장작불에서 10m쯤 동쪽으로 이동하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마치 내 갈 길을 가로막듯이 무서운 표정을 지은 스킨헤드 남자가 서 있었다.

  『대령, 경비병 한 명을 확인. 하얀 창과 머리띠를 두른 마족입니다.』

  『데드엔드의 루이젤드겠지. 어떻게든 그의 눈을 피해 목적지에 도달해라.』

  어떻게든 하라니, 거참 애매한 지시인지라 코털이 삐져나올 것 같았지만 임무에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의 유연한 대처이다. 여태까지 이런 일이 몇 번이나 있었다. 현장을 모르는 사령부, 무능한 상관. 나는 그런 상황에서도 살아 남아왔다.

  해보겠다 이거야.

  "루이젤드 씨, 잠깐 화장실에 다녀올게요."

  "그래, 알겠다."

  좋아, 성공이다.

  나는 태연한 얼굴로 그 자리를 떠났다.

  구태여 곧장 동쪽을 향해.

  이상한 짓은 할 생각 없으니까 이쪽에 가도 문제없다, 중간에 볼일을 볼 테니 문제없다는 식으로 정신의 방을 빠져나가듯이 목적지로 나아갔다.

  "루데우스."

  "!"

  하지만 그는 나를 불러 세웠다. 무슨 실수를 저지른 걸까.

  "너무 멀리 가지 마라."

  "당연하죠."

  나는 태연히 대답한 뒤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멀리 가지 말라는 말을 어길 생각은 없다. 50m는 코앞에 있는 것이라며 마음속에서 변명했다.

  "……."

  10m, 20m를 이동했다.

  절반까지 왔을 때 돌아봤다. 바위밭 뒤에 숨어서 둘러봤을 때 루데젤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앞에 있는 샘 역시 바위에 숨어서는 볼 수 없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은 것 같았다.

  되도록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남몰래 구경하다 혼자 상상하며 즐기고 싶다.

  하지만 루이젤드의 눈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여기서부터 25m 사이에 따라잡혀 끌려갈 가능성이 높다.

  어떡하지……역시 돌진이 답인가. 들키더라도 아주 잠깐만 시야에 들어오면 촬영을…….

  바로 그때. 문득 생각이 났다.

  『대령, 큰일입니다!』

  『루데우스, 무슨 일이냐!』

  『카메라가 없습니다!』

  절실한 문제였다.

  원래 세계에서는 수천 엔으로 원경에서도 선명히 찍는 카메라가……아니, 수천 엔까지야 필요 없다. 500엔이면 일회용 카메라를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이세계. 카메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임무는 임파서블이었다.

  당황하는 나에게 대령은 말했다.

  『루데우스. 네 마음의 파인더라면 널린 카메라보다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을 거다. 추억은 마음속에 새겨라.』

  추억은 마음속에 새겨라.

  그런 소중한 것을 가르침 받은 나는 각오를 다졌다.

  『알겠습니다, 대령……!』

  마음의 파인더의 셔터스피드는 빛을 능가한다.

  그렇다면 잠깐이면 된다. 아주 잠깐. 시야에 들어오면 된다!

  "좋아!"

  나는 내달렸다.

  루이젤드와의 거리는 25m,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도 25m.

  상대 속도 관계없이 루이젤드는 나를 따라잡으리라.

  하지만 잠깐이면 된다. 아주 잠깐이면!

  달렸다. 달렸다. 넘어질 겨를 없이 달렸다.

  10m, 20m.

  저 바위 너머에는 이 세상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끝내주는 광경이 기다리고 있다.

  "으헉!"

  그렇게 생각한 다음 순간, 나는 목덜미를 잡힌 채 들어 올려졌다.

  "넌 대체 뭐 하는 거냐……."

  루이젤드였다.

  벌써 따라잡힌 것이었다. 엄청난 속도. 2초도 안 걸리다니…….

  "죄송합니다, 대령……임무 실패입니다……!"

  "대령?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용서해주세요, 루이젤드 씨. 마가 꼈을 뿐이에요! 꼭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루이젤드는 내 목덜미를 잡은 채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너, 그런 걸 보고 싶은 거냐?"

  "네? 그야 보고 싶긴 하죠?"

  루이젤드의 질문에 두말할 것도 없다는 양 대답하니 그는 나를 들어 올렸다.

  "봐라."

  키가 큰 루이젤드가 들어 올리니 바위 너머가 훤히 보였다.

  이렇게 봐도 괜찮은 걸까.

  내 마음의 파인더는 세피아 필러여서 색바래지 않거든요?

  "어라?"

  샘에서는 커다란 거북이 마물 한 마리가 알을 낳고 있었다.

  "대왕 거북은 마물치고는 성격이 온화하고 식재료로도 유용하지. 그러니 알을 낳을 때는 방해하지 말라고 설명했을 텐데."

  루이젤드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아. 그러고 보니 그런 얘기를 들은 것 같다.

  샘은 두 곳. 몸을 씻을 때 한쪽은 대왕 거북이 있으니 다른 한쪽에서 씻으라고 말이다.

  즉……나는 헛다리를 짚은 것이었다.

  "이걸 보고 싶었던 거냐?"

  "……………………뭐, 좀처럼 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 후, 나는 루이젤드와 둘이서 대왕 거북의 산란 장면을 구경했다.

  거대한 거북이 농구공 같은 알을 낳는 그 광경은 실로 신비했고, 내 마음의 파인더에 색바래지 않는 기록으로 저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