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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백웅교 31화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5 15:56:57
조회 512 추천 26 댓글 14
														


천사왕 메타트론!
그 자는 나한테 자신의 창조주를 의뢰하던 천사왕이었다. 세피로트는 그들이 관리하던 차원계로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으며, 나는 메타트론이 우리들이 있는 곳으로 넘어왔다는 것에 당황했다. 왜 메타트론이 우리 우주를 침략한단 말인가? 천사왕 메타트론은 창조주를 제외한 독보적인 자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창조주가 방관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세피로트 세계의 진정한 일인자는 메타트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니, 그것보다 그게 쉬운 일인가?'

세피르토의 세계와 내 우주는 완전히 별격의 우주다. 외우주라고 해야할지, 다중우주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별개의 우주라는 건 단언할 수 있었다. 만약 그렇게 별개의 우주에 갈수 있는 것이 쉬웠다면 이미 옛 지배자들이 시도했으리라. 내가 이 물음에 관해서 레비아탄한테 묻자 그녀가 무겁게 말했다.

"세피로트의 천사들이 모습을 드러낸 건 주인님이 사라지고 몇 년 지나지 않아서였어요. 정확히는 직접적인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인과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움직였고, 그 변인에 기억을 받는 수보리와 제천대성이 의논을 한 결과. 그 원인도 추측했죠."
"그게 뭔데?"
"주시자가 봉인되었기 때문입니다."
"주시자?"

여기에서 갑자기 왜 주시자가 나와?

"편의상 외우주 영역은 주시자의 관할이라고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타 차원계로 넘어가는 건 전부 주시자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설령 옛 지배자라도 타 차원, 우주에 넘어가는 건 섣부르게 할 수 없는 일이죠. 외신의 노여움을 살 수 있는 일이니까요.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면 그 자는 소멸할 겁니다."
"하, 하지만 현재 주시자는···."
"예. 현재 주시자는 외신 뇌로 인해서 봉인된 상황. 주인님이 보셨던 나일라토프처럼 타 우주로 넘어갈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그 난이도는 9할 9푼 낮아졌다고 할 수 있겠죠."

레비아탄이 무겁게 말을 이었다.

"본래라면 정당한 절차를 거친다고 해도 저렇게 우르르 몰려온다는 건 불가능한 겁니다. 기껏해야 소수정예로 넘어오는 것이 전부겠죠. 하지만 주시자가 사라진 지금, 타 우주로 넘어가는 제약은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게 세피로트의 천사들이 날뛰며 인과율이 엉망이 되었고, 다른 옛 지배자나 그 휘하의 종복들의 제약이 풀려서 현 상태가 만들어진 겁니다."
"빌어먹을."

눈 앞에 놓인 진실에 내가 눈을 찌푸렸다. 설마 이런 식으로 변인이 생기고, 그 변인이 이런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설마 외신과 관련된 문제로 이렇게 될 거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

"내가 없어졌는데, 이번에도 돌아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거야?"

내가 약간 미안하다는 듯 물었다. 창힐 때도 그렇고, 대웅제국 때도 그렇고, 동료들은 기약없는 기다림을 가지고 계속 기다려준 것이다. 나로서는 고맙지만, 동시에 미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 부분에 관해서는 돌아온다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제가 아직 이 자리에 있으니까요. 저는 주인님한테 이름을 바친 종복. 만약 주인님의 신변에 문제가 있거나 죽었다면 저 또한 그 뒤를 따랐을 테니, 무사하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가···."
"말씀하신 김에 묻겠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어, 그러니까 말이야."

나는 나한테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시몬 마구스, 아니, 만유의 지모가 갑자기 나한테 나타났고, 천암비서의 내부에 들어가서 반고와 싸웠다는 이야기가 끝나자, 레비아탄이 표정은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주인님의 역대 전생자 중에서 가장 고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뭐?"
"주인님의 전생 경험은 이번이 31회차. 반면에 제가 봤던 유소는 가볍게 수천 번을 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본 것만 기억해도 외신과 엮이거나 하는 일은 없었던 걸로 알고요. 그런데 100번도 채우지 못한 주인님께서 그렇게 의도치도 않았는데 외신과 엮이게 되다니."
"···."

이거 좋아해야 하는 거야, 아니면 싫어해야 하는 거야? 하지만 이내 그런 건 됐다는 듯 레비아탄이 잔잔한 웃음을 내지으며 말했다.

"어쨌든 돌아오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주인님."
"음, 고마워. 그러면 그간 있었던 일을 말해줄 수 있을까?"
"알겠습니다."

이내 레비아탄이 말했다.

"주인님의 전생 동료들과 여태까지 모았던 이들의 기본적인 방침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미 이 교라는 거점이 있었고, 굳이 거점을 바꿀 필요도 없었으니까요. 주시자가 사라져서 이 우주에 쉽게 넘어올 수 있었다지만, 인과율의 제약은 또 다른 문제. 저희들은 방위에 집중하고, 중원의 인간들의 역량을 키웠습니다."
"중원 인간들의?"

내가 의아했다.

"레비아탄, 네가 다 쓸어버리면 되지 않아?"

현재 레비아탄의 전력은 나도 모르지만, 당시에 만났던 다른 단말의 전력을 생각한다면 결코 격이 낮은 자가 아니다. 오히려 당당하게 상위 신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삼황오제 같은 최상위 신격에 비교하면 쳐지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그 정도만 되더라도 이 우주에서 알아주는 강자인 것이다.

"분명히 단순한 잡졸들은 저한테 상대가 되지 않겠지만, 저 또한 인과율의 제약을 받는 몸. 섣부르게 요격에 나설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중원 인간들, 더 나아가서 세계의 인간들이 스스로를 지킬 필요가 있었죠."
"끙, 그런가."
"후후, 그렇게 낙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지배자들과 비교하면 저는 인과율에 관해서 매우 관대하니까요."
"그건 무슨 소리야?"
"주인님께서 이 교를 만드셨기 때문입니다."
"교를 만들어서 인과율이 관대하다고?"
"예. 그렇습니다."

레비아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옛 지배자가 인과율에 제약받는 몸이라고 해도, 자기방위의 인과율은 가지고 있습니다. 상대가 공격하는데 맞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마찬가지로 저는 주인님의 종복, 그리고 이 교는 주인님의 영역이며 조금 억지로 말한다면 이 중원은 주인님의 것입니다."
"음!"
"저는 주인님의 종복으로서 이 교를 지킬 의무가 있기에 적어도 이 교에 관련된 문제에서는 인과율에 자유롭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교에 관련된 일뿐이고, 중원은 아직 주인님의 것이 아니기에 인과율이 제약이 붙습니다만, 주인님이 만드신 교가 중원의 땅에서 뿌리를 박고 있다면 완전히 남의 일이라고도 할 수 없기에 인과율이 관대한 편이죠."
"오오, 그런가!"
"주인님의 동료들분께서는 교를 만든 것이 정말로 신의 한 수라고 했죠. 아마 이런 식으로 거점을 만들지 않았다면 인과율의 제약 때문에 제가 돕지 못해 위험했을 겁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방위를 제가, 요격은 류하와 류오가 나섰습니다."
"류하와 류오가?"

내가 깜짝 놀랐다.

"위험하지 않아?"

류하와 류오는 분명히 대라신선 수준을 뛰넘었지만, 강대한 이족이나 마왕이 날뛰는 이런 판에서 움직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차라리 제천대성이나 수보리가 나서는 것이 더 올바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비아탄이 살포시 말했다.

"그 둘은 더 이상 주인님이 알던 이들이 아닙니다. 이미 지배자의 영역에 도달한 자들이죠."
"뭐? 지배자?"
"그렇습니다."
"고작 30년밖에 안 지났다며?"

나는 초상기인의 종을 만들 때, 지금 당장의 전력보다 잠재력과 자유성을 부가했다. 당연히 장래성은 지금이 더 높겠지만, 그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우주적인 존재들의 잠재력을 생각하면 아무리 짧아도 수백, 혹은 수천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고작 30년만에 지배자의 영역에 도달했다고?

"그 부분은 저희도 의외였습니다. 성장이 빠르다고 할까요. 잠재력의 각성이 빠르달까. 이미 자신의 내재된 힘을 거의 다 뽑아낸 느낌입니다. 그리고 둘만의 특수능력도 존재하고요."
"허어····."
"그 이외에도 새끼줄에서 나온 초상기인들의 잠재력은 낮지 않았습니다. 막 태어난 이들만으로도 대라신선에 준하며, 시간이 지나 잠재력을 개화하거나 경험을 쌓으면 마왕에 준하더군요."
"그 정도야?"
"몇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은 과거의 주인님이 전생 여정에서 만나신 초상기인 진 이상의 힘을 내보인다고 수보리가 말했습니다."
"초상기인 진의?!"

궁극의 초상기인 진!
그 힘은 토요를 장착한 것만으로 단순한 권능은 옛 지배자에 도달한 내 역대 전생의 적 중에서도 강적에 속하는 자였다. 그런데 그런 수준의 초상기인이 적게나마 존재한다니!

"그 정도면 사실상 지배자 아니야?"
"그렇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겠죠. 지배자의 수준도 상위 마왕에서 신좌 출신 사이로 편차가 크지만, 그 정도면 작은 굴레를 이용하는 지배자 수준은 될 겁니다. 유일하게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초상기인종은 역사가 짧은 종. 그 숫자가 너무나도 적습니다. 당시부터 새끼줄이 주기적으로 초상기인종을 만들고 있고는 있지만, 현재로써는 기껏해야 367명 정도밖에 없군요."
"음, 확실히 적네."

초상기인들 개개인의 전력은 결코 낮지 않으니 숫자가 문제는 아니겠지만, 한 종의 숫자가 고작 수백이라는 건 적다고밖에 평가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그렇군요. 천계가 하늘 사다리를 내렸습니다."
"하늘 사다리를?"
"천계는 인계를 관리할 수밖에 없는 중간관리직. 세계가 이렇게 되었다면 더 이상 위에서 관망할 수만도 없을 테니까요."
"문제는 없었어?"

천계의 오만함은 여태까지 늘상 봐왔다. 내가 사라졌으니 만만하게 생각해서 강압적으로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러자 레비아탄이 태평하게 말했다.

"몇 대라신선들을 가지고 놀아주니까 얌전히 입을 다물더군요."
"어···."
"이제는 제가 나설 것도 없습니다. 초상기인종들만 나서도 천계 정도는 박살내고도 남을 겁니다. 어디까지나 서왕모나 구천현녀 같은 예외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전제지만····."

그 정도면 사실상 숫자만 적을 뿐이지, 초상기인들의 전력은 만귀전의 귀신들 이상이라고 평가해도 좋지 않을까?

"새끼줄의 위력이 대단하기는 하네."
"아니요. 그건 아닐 겁니다."
"응? 무슨 뜻이야?"
"분명히 새끼줄은 뛰어난 보물이지만, 단순히 그 보물의 힘만으로는 이럴 수 없을 겁니다."

레비아탄이 미묘한 표정으로 나를 봤다.

"아마도 주인님이 특별할 것이 아닐지."
"내가 전생자라서? 아니면 현 수준이 뛰어나서?"
"그것도 있습니다만····."

레비아탄은 말을 끝까지 잊지 못하고 흐렸다.

"어쨌든 다른 건은 그렇군요."
<아! 도대체 왜 안 된다는 건데!>

멀리서 들리는 영언의 목소리. 어디에서 들어본 목소리였다. 그것에 레비아탄이 설명했다.

"절교의 교주인 신공표를 봉인에서 깨웠습니다."
"설마 저거 신공표야?"
"그렇습니다."

신공표가 깨어났다고? 내가 어리둥절했다.

"신공표를 왜 깨운 거야?"
"주인님아 사라지고 세피로트의 천사들이 막 침략할 당시에는 손이 부족했습니다. 류하와 류오도 지금처럼 강하지 않았고, 초상기인들의 숫자도 한참이나 적었죠. 천계도 아직 간을 보고 있었고요. 그렇다고 남은 전력으로 중원만이 아니라 다른 곳까지 움직이기에는 인원이 너무 적었습니다. 소수정예는 방위에 적합하지 않기에."
"으음, 그렇지."

나도 병법에 대해서는 대충 안다. 소수정예라는 건 어디까지나 게릴라전에서나 유효하지, 방위 같은 대량의 인원을 필요하는 일에는 부적합하다. 방위에는 질보다 숫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초기의 백웅교는 개개인은 뛰어나지만 숫자가 한참이나 부족했다.

"그래서 수보리와 제천대성이 신공표를 깨우자고 했습니다."
"순순히 말을 들어줄 녀석이 아닌데?"

신공표는 혼돈의 재능을 각성한 인류최강의 술법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인성에 관해서는 변명할 수 없는 최악에 가까웠다. 오죽하면 제갈세가의 원조격인 제갈공명은 신공표를 보고 힘만 세고 그릇이 좁으며, 아집에 사로잡힌 자라고 평가했으니까.
그리고 나도 딱히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분명히 신공표는 뛰어난 술법사이며 동료가 된다면 큰 힘이 되겠지만, 신공표의 성격이 너무 개차반이라서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수보리가 거래를 했습니다. 봉인을 풀어준다면 적어도 제대로 된 동맹 구실을 하라고요."
"신공표가 그렇게 착실하게 말을 들을리가 없는데?"

내가 아는 신공표라면 겉으로는 알겠다고 말하고는, 봉인이 풀리자마자 입을 싹 닦고도 남는다.

"수보리와 제천대성도 신공표가 어떤 인간인지 알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족과 세피로트의 침략자가 날뛰는 현 상황. 신공표의 입장에서도 가만히 관망할 수는 없었죠. 금오도를 장악해도 현 상황의 재해가 금오도를 피해간다는 보장이 없었으니 말입니다. 둘은 그걸로 신공표를 꼬드겼습니다. 진실된 동맹과는 멀지만 서로 이용할 수는 있으니까요."
"확실히 그 정도라면···."

내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런데 왜 여기에서 저렇게 성질이야?"

신공표는 제멋대로인 성격이지만, 순수한 성격도 가지고 있기에 엄한 곳에 화풀이는 하지 않는다. 애초에 타인한테 그만큼 관심이 많지도 않고 말이다. 그런데 녀석이 왜 이곳에 와서 저렇게 길길히 날뛰는지 알 수 없었다.

"그건 가시면 알 겁니다."

나는 레비아탄의 뒤를 따라서 신공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내가 아는 익숙한 장소였으며, 신공표와 함께 낯익은 인물이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정갈한 묵의를 입고 있는 흑발의 머리카락을 가진 절대 미녀. 내가 여태가지 수많은 미녀를 봐왔지만 당당하게 최상위에 속한다고 할 수 있었다.

'토요?'

그곳에 있는 건 토요의 정령이었다. 내가 모은 것은 월요, 화요, 수요, 금요까지 사요였는데? 하지만 저곳에는 현재 토요까지 포함한 오요의 정령들이 모여있었다. 그리고 신공표는 토요의 정령과 입씨름을 하고 있고 말이다.

"왠지 신공표가 내가 아는 것보다 강한 것 같은데. 착각인가?"
"저는 주인님의 기억을 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현 신공표는 금오도의 동력을 얻어서 한층 진보한 상황. 주인님의 기억보다 강하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아하."

확실히 그럴 것이다. 본래부터 인간 최강의 술법사인 신공표가 금오도의 동력까지 얻었다면 이미 옛 지배자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애초에 신공표는 금오도의 동력을 얻고서 존재의 계라는 곳에 도달하려고 했고 말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최강의 술법사가 맞군.'

솔직히 존재의 계라는 건 아직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천우진의 환신지경과 마찬가지로 술법사의 한계틀을 벗어난다는 것만은 이해했다. 천우진조차도 망량선사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던 것을 생각하면 신공표는 타인의 도움도 없이 그 가능성에 도달하기 위해서 계획을 잤으니 대단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러면 토요는 어떻게 된 거야? 본래 그건 측천무후한테 있잖아."
"그녀가 먼저 이쪽에 거래를 해왔습니다."
"측천무후가?"

레비아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측천무후의 뒷배인 창힐이 사라지고, 팔부신중도 이런 마경에서는 목숨을 보장할 수 없기에 전력의 온존만을 위해서 몸을 뺀 상황. 더 이상 측천무후도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장담할 수 없었기에 새로운 뒷배로 저희를 택한 겁니다."

그리고 보면 저번 전생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 창힐과 팔부신중이 전원 사라져서 눈치 빠른 측천무후는 마경이 된 인간계에 다시 거주지를 바꿨다. 측천무후가 암천향에서 소신격으로 약한 것은 아니지만, 대라신선도 미친다는 암천향에서 자신만의 세력을 일구고 지키기에는 부족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건 제갈유룡이 거래를 제안했기 때문인데.'

측천무후가 굳이 왜 우리 교에 거래를 제안한 거지? 단순한 우연인가? 내가 이것을 레비아탄한테 물었다.

"그건 주인님 때문입니다."
"나?"
"주인님은 해신을 물러나게 만들고, 중원에 정당한 인과율로 현계하며, 서방까지 구한 인간들의 대영웅. 세간에서는 신격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옛 지배자나 어설픈 고대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온건하고 자비적이기에 측천무후의 입장에서는 그나마 버림받지 않을 가능성이 큰 쪽에 건 것이죠. 저희들은 그 대가로 토요를 받고요."
"그러면 무후는 현재 어딨어?"
"현재 교의 뒤편에 있습니다. 특수한 차원계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기에 제가 체류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녀를 제외한 일동은 전력으로 미진한데다가, 사실 토요만으로도 그녀는 해줄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고요."

그렇군. 내가 그렇게 납득하고 있을 때였다.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냐, 토요!"

신공표가 토요를 보며 신경질을 냈다.

"나는 혼돈의 재능을 각성한 인간이며, 이 행성에서 가장 뛰어난 인간 술법사다. 존재의 계에도 도달할 가능성이 있으며, 나 이상의 술법사는 있을 수 없다! 그런데 도대체 내가 주인으로써 뭐가 부족하다는 거지?"

자뻑같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신공표는 내 전생 중에서 그 누구보다 뛰어난 술법사니까. 환신지경에 이른 천우진 정도가 아니라면 비교할 자가 없다. 굳이 비교한다면 우주의 이족들을 거론할 수 있겠지만, 그들은 인간이 아니기에 비교 대상이라고 하기는 그렇다. 신공표의 최강의 술법사라는 건 분명히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현 상황을 이해하기는 어렵기에 레비아탄을 쳐다봤고, 레비아탄은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일단 겉으로나마 그녀는 저희와 동맹. 그리고 현재 토요는 저희가 소유하고 있지만, 토요의 정령은 다른 칠요들과 다르게 주인님을 보지 못해서 아직 제대로 된 주인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신공표는 저렇게 토요의 주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찾아옵니다."
"신공표답네."

보패 욕심으로 가득 찬 신공표다. 그런 신공표한테 주인없는 토요는 어떤 짓을 해더라도 갖고 싶은 보물이리라. 신공표 같은 술법사한테 복희의 선천팔쾌도는 그 어떤 칠요보다 상성이 좋으니까. 토요는 그런 신공표의 말에 귀찮다는 듯 말했다.

<넌 부족한 것 투성이다. 그러니 주인으로써 인정할 수 없다.>
"그러니까 그 부족한 게 뭐냐고! 나만한 술법사가 세상에 어딨다고!"
<하아, 정말로 귀찮게 하는군. 적당히 하면 떨어질 줄 알았더니 몇 번이나 찾아오고.>

이내 토요의 인내심도 다한듯 날카로운 안광을 빛냈다.

<너한테 부족한게 뭐냐고 물었느냐? 오냐, 말해주마. 인성, 품위, 위엄, 그릇, 반대로 너한테 있는 건 뭐라고 할 수 있지?>
"뭐, 뭣?"
<아, 싸가지도 없군.>
"····!!!"

신공표는 토요의 말에 대번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게 도대체 네 주인이 되는 거랑 뭔 상관인데!"
<이래서 힘만 센 애새끼는···.>

토요가 한심스럽다는 듯 신공표를 봤다.

<확실히 네 재능은 인정한다. 분명히 넌 고대의 혼돈의 재능을 각성한 인간. 차후의 성장 가능성도 있으니 최강의 술법사라는 건 부정할 수 없지. 존재의 계라는 건 단순한 재능으로 되는 건 아니겠지만, 그것을 입에 거론할 수 있는 것만으로 너는 인류최강의 술법사다.>

여태까지 혹평을 하던 것과는 다르게 토요의 정령은 신공표를 칭찬했다.

<하지만 그게 다야. 너는 칠요의 주인이라는 것을, 인간의 왕이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거냐?>
"인간의 왕···?"
<그렇다.>

토요가 냉정하게 말했다.

<우리들은 탄생 때부터 칠요의 내부에 있었다. 그리고 우리들을 사용하는 소유자를 관찰하며 평가하게 되지. 왜냐하면 우리들은 옛 지배자들의 협정은 물론, 인간의 왕을 시험하기 위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넌 어떴지?>
"뭐가 말이냐! 내가 뭐 어때서!"
<왕이 가져야 하는 품위가 없다. 위엄이 없다. 인성이 없다. 그릇도 좁쌀만하다. 네놈은 그냥 힘만 센 애새끼에 불과하다, 신공표.>
"뭣?!"
<네놈은 강한 병사는 될지언정 왕은 고사하고 병사들을 다스리는 장군조차도 될 수 없다. 틀린가?>

나는 토요의 말에 놀랐다.

'아주 정확하군.'

저 평가는 신공표에 대한 아주 정확한 평가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24회차에서 나는 신공표와 동맹을 맺었다가 너무 화가 나서 동맹이고 나발이고 신공표를 죽이고 싶다는 살심을 한두 번을 붙은 것이 아니다. 자기멋대로 나서는 천방지축. 그것이 토요의 말에 공감하는 신공표에 대한 평가였다. 그 말에 신공표가 반박했다.

"웃기는 소리! 그 어떤 대의도 힘이 없으면 의미를 잃는다. 선량함 따위는 힘에 굴복당해! 그 어떤 대의명분을 붙여도 결과를 낼 수 없는 힘이 없으면 쓰레기와 다를 바 없다는 말이다! 설마 칠요의 정령이라는 자가 그런 것도 모르는 것이냐?!"
<부정하지 않겠다.>
"그렇다면····!"
<하지만 나는 그 누구보다 약하면서 결과를 낸 자를 안다. 그렇기에 너같은 자는 인정할 수 없다.>
"뭣? 그게 누구냐!"
<내 전 소유주인 측천무후다.>

토요의 정령이 말을 이었다.

<그녀는 왕에 불과했다. 왕이라는 위치가 인계에서는 대단할지 몰라도 이면의 세계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하지. 그렇다고 술법사로써의 재능이나 다른 뭔가가 있었던 것도 아니야. 하지만 그녀는 그런 악조건에서도 결과를 내는데 성공했다.>
"하! 토요인 너를 제물로 받쳐서 암천향에 현실도피하는 것이 뭐가 대단한 업적이라는 거지?! 그딴 건 누구라도 할 수 있다."
<글쎄, 과연 그럴까?>

토요가 그 말을 부정하며 말했다.

<그녀한테는 다른 길도 있었다. 스스로만의 생존을 위해서, 어차피 악에 물든 세상이니 자신만의 보신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대라는 조건이 붙을지언정 수많은 인간들을 구원하려고 했다. 비록 이족으로 전생한다는 길을 골랐지만, 현실적 한계라는 이유를 붙일지언정 나는 그 모습이야말로 왕에 어울리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너는 어떻지?>

토요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신공표를 보면서 타박했다.

<네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널 신뢰하고 존경하는 부하도, 함께하는 동료도, 그저 너라는 개인으로 끝났을 뿐이다. 통천교주? 지금의 네 행동이 누군가의 군주로써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넌 그냥 혼자만의 독불장군 놀이를 하고 있을 뿐이다. 개인으로써 완결되어 버렸지. 다른 칠요라면 모를까, 적어도 나는 그런 자를 내 주인으로, 왕으로 인정할 수 없다.>
"으, 으으, 납득 못할 소리를!"
<내 주인이 되고 싶다면 측천무후 이상의 그릇을 내보여라. 하다 못해서 그녀한테 인간의 왕이나 뜻을 물려받도록. 그 정도 되지 않으면 인정 못한다.>
"좋아! 그러면 측천무후한테 인정을 받으면 된다는 소리지?!"

신공표의 이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토요가 눈을 날카롭게 뜬다.

<뻔하군. 측천무후를 협박해서 인정을 받겠다는 것이냐? 내 말의 진의를 정말로 모르는 거냐? 모르는 척을 하는 거냐?>
"!"
<네가 그딴 짓을 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 신공표.>

토요의 으름장에 신공표가 주춤하는 기색이었다. 아무래도 토요의 예상이 맞은 모양이다.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신공표 저 녀석은 어떻게 전혀 변한 게 없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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