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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백웅교 32화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5 20:37:05
조회 460 추천 21 댓글 10
														

하지만 통천교주 신공표답게 토요의 타박에 주춤거리다가도 그 말에 반박했다.


"통천교의 요괴들은 다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녀석들이란 말이다! 나한테 그런 충신들은 있을 수 없는 환경인데 어찌 그런 부하들을 만든단 말이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요괴들은 약육강식, 이기주의에 가득 찬 녀석들이 대다수니까. 그런 지존의 자리에 오른 신공표한테 빈 말로도 천계의 위선 방식은 고집할 수 없었고, 차라리 강자지존의 방식을 펼쳐 나갈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 그런 엄살은 통하지 않는다는 듯 토요가 엄하게 말했다.


<핑계대지 마라. 요괴라고 해도, 설령 옛 지배자라고 해도 제대로 된 군주관계를 가진 자들은 많다. 그런데 그만한 역량을 가지고도 제대로 된 동료, 충신을 가지지 못한 것은 순수한 네 문제라고밖에는 할 수 없다. 그렇게 따지면 십천군의 존재의의는 뭐냐? 요괴선인인 그들도 최소한의 합은 맞춘다.>


저 말도 맞는 말이다.

대표적으로 만귀전의 축융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본래 축융은 거신족의 대전사장이었는데, 만귀전의 밑으로 들어갔고,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전욱을 따르는 것이다. 그건 27회차에서 자신의 목숨을 내버리고 여와의 오행신옥을 부순 점, 28회차에서 전욱의 부활을 위해서 복희를 쓰러뜨리기 위해 온 것으로 증명되었다.


'하긴.'


24회차에서 신공표는 금오도에 돌아갔는데, 그 누구의 환대도 받지 못했다.

그 당시에 금오도의 요괴들은 이미 황궁의 지배자를 다시 모시기로 했지만, 신공표한테 금오도에 최소한의 인망이라도 있었다면 그녀가 돌아온 모습에 갈등하는 모습이라도 보였으리라. 하지만 금오도는 그녀가 돌아오도 조금도 반기지 않는 기색이었다. 아니, 오히려 꺼려하는 기색까지도 느껴졌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뻔하지. 신공표 저 이기적인 새끼가 어떤 쌩난리를 쳤을련지.'


당시에 나는, 구천현녀와 인계 최강의 술법사가 된 천우진을 대동해서 힘으로 신공표와 동맹을 맺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신공표는 말썽이라는 말썽은 다 피우고 다녔고, 옹고집으로 나한테 얼마나 민폐를 줬는지 모른다. 대등한 힘 관계를 갖췄던 우리한테도 그랬는데, 자기보다 아래라고 생각하는 금오도의 요괴선인들한테 어떻게 대했을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오히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금오도의 요괴선인들한테 일말의 동정심이 생길 정도다.


"이만 이 무의미한 이야기를 끝내야겠군요."


그런 둘의 모습에 익숙하다는듯 레비아탄이 앞으로 나섰다. 나타난 레비아탄의 모습에 신공표가 인상을 썼다.


"이만 포기하시는 것이 어떤가요, 신공표. 이미 당신이 토요의 주인이 될 수 없다는 건 여러 차례 입증된 것으로 보이는데."

"너희들이라면 포기할 수 있겠냐! 내가 토요의 주인이 된다면 이 지상의 지존이 될 수 있는데!"

"글쎄요. 설령 당신이 토요의 주인이 되도 삼황오제나 다른 지배자는 고사하고, 제가 있는 것만으로 무리로 보입니다만."

"큭!"


레비아탄이 은근하게 신공표를 압박했다. 강자지존이 뿌리까지 박혀있는 신공표는 레비아탄이 자기보다 윗줄이라는 것을 아는지 예전의 나한테처럼 굴지 못하고, 입술만 깨무는 기색이었다.


"오늘은 제 주인님이 복귀하신 경사스러운 날입니다. 그런 날을 당신들의 무의미한 논쟁으로 시끄럽게 만들고 싶지 않군요."

"뭐? 네 주인이 복귀해?"

<그건 흥미로운 일이군.>


토요의 시선이 이내 나한테 박혔다.


<저 자가 네 주인인가.>

"그렇습니다, 토요여."

<흐음.>


이내 토요의 정령이 나한테도 날아왔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놀라운듯 말했다.


<놀랍군! 이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도 아직 인간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어! 인간의 형상을 흉내낸 지배자가 아니라 그대는 처음부터 인간이었던 모양이구나!>

"저게 혼돈의 재능도 가지지 못한 인간이라고? 미친····!"


토요는 술법의 창조주인 복희의 유물답게, 그리고 신공표는 혼돈의 재능을 가진 자로써 내가 인간인 것을 단번에 알아챈 모양이다.


<그런데 왜 세간에서는 그대를 지배자라고 알려져 있는 거지?>

"그렇게 말해봤자 안 믿고, 교를 움직이는데는 그쪽이 더 편해서 그랬어."

<확실히 그렇겠군. 인류의 맥을 잇게 만드는 지배자가 누구인지 궁금했는데, 지배자가 아니라 인간이었던 거였어.>

"인류의 맥을 잇게 만들고 있다고?"


이건 무슨 소리지? 내가 의아하자 토요가 말했다.


<모르고 있던 건가? 아니, 그대는 실종됐다고 했으니 모를 수밖에 없겠군. 세피로트의 천사들이 이 행성을 침범하며 인과율이 꼬였다. 침략자들은 물론, 이 행성 곳곳에 있던 옛 지배자들까지 움직이게 되었지. 아직 우주로 진출하지도 못했던 이 세계의 인간들이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은 전적으로 이 중원에 있는 교 휘하의 세력 덕분이다.>

"아아, 그리고 보면 레비아탄이 비슷한 말을 했었지."

<중원을 중심으로 인간들은 다시 재결성했다. 동방이나 서방, 동영 같은 주변은 괜찮지만, 중원의 반대편에 위치한 곳들은 멸망했지. 그나마 이만큼이나마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기적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본래면 말세와 다를 바 없이 전멸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 말에 내가 침음성을 삼켰다.

여태까지 인간과 이족의 격차는 말 그대로 목숨을 잃어가면서 느꼈다. 이족과 옛 지배자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면 일반적인 인간 문명은 손 쓸 방도도 없이 전멸했을 것이다. 그나마 중원은 내 동료들이 있어서 무사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저만한 지배자를 다루는 자가 누구인지 궁금했는데, 그게 인간이었을 줄이야. 그대는 황제 공손헌원에 버금가는 존재란 말인가?>


토요가 감탄한듯 말했다. 아무래도 토요의 입장에서 레비아탄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신격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황제 공손헌원이라····.


"언젠가 결판을 내야하는 적이라면 틀린 말은 아니지."

<허어! 황제의 적이라. 아직도 황제한테 대항하는 자가 있을 줄은 몰랐군.>


이런 내 말에 신공표가 질색했다.


"미친 놈! 넌 네가 말하는 뜻을 알고 말하는 거냐?!"


신공표의 그런 외침에 내가 퉁명스럽게 반문했다.


"신공표, 입으로는 인간을 구출하겠다더니 그럴 듯한 대의를 말하면서, 정작 삼황오제의 대가리인 황제의 이름이 거론되자 쫄리냐?"

"!"

"나는 너보다 그들의 힘도, 그 어려움도 잘 알아. 아니, 나보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잘 아는 인간은 없어. 그러니까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하는 건 너야."


여태까지 삼황오제 때문에 머리가 깨진 것이 몇 번인가. 나는 이가 갈릴 정도로 그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다. 여의봉에 갇혀서 어설프게 머리만 굴린 신공표와는 말 그대로 경험이 다른 것이다. 그것에 나와 신공표를 번갈아 본 토요가 말했다.


<그대는 무엇을 하려는 거지? 그대가 나를 포함해서 오요를 모은 것을 안다. 마지막 목요의 위치도 알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육요가 다 모인 것이지. 그대는 칠요를 다 모아서 인간의 왕이 되려는 것인가?>

"필요하다면 그럴지도."

<무엇을 위해서?>

"인간을 구하기 위해."

<그대도 측천무후와 마찬가지로 인간을 구하고자 하는 왕이란 말인가?>

"무후···."


나는 약간 아련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녀는 존경할만한 여걸이자 왕이지."


여태까지 수많은 왕을 봐왔지만 그녀만한 왕은 없었다. 대다수 환경에 의해서 타락하거나 옛 지배자 휘하의 계략에 몰락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꼭두각시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든 당대 백성들을 살리려고 한 여걸이다. 대명제국의 황제인 주후총과는 비교도 되지 않고, 비교하는 것이 그녀에 대한 실례이리라. 토요가 뜻밖이라는 듯 물었다.


<무후를 존경하는가? 그대만한 힘을 가진 자가?>

"그러면 안 돼? 그녀는 다른 탐관오리들처럼 탐욕에 빠진 것도 아니고, 이면의 세계에 진실을 알고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 내가 여태까지 본 왕이라는 작자들은 대다수가 왕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운 자들이 태반이었다고, 심지어는 백성들을 희생해서 자기들만 종말에서 살아남으려는 녀석들도 있었지. 반면에 그녀는 달라. 단순히 본인의 사리사욕만 생각했으면 그녀는 더 강대한 신격이 될 수 있었을 거야. 마왕이나 그 이상도 될 수 있었겠지. 칠요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그렇겠지.>

"그녀는 그러지 않았어. 백성을 구하고자 한 방법이 암천향에 이족으로 전생하는 방법이었지만, 나는 그녀를 나무랄 생각이 없어.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으로 백성들을 구원하고자 한 것이니까. 세상에 널린 위선자들이랑은 달라."


인간은 몰릴수록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내가 여태까지 동료들과 함께 위선의 길을 걸을 수 있던 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전생자였기 때문이다. 반면에 무후의 생은 단 하나였고, 그 생 하나를 희생시켜가면서 저렇게까지 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진정한 영웅이라는 증거였다. 행동이 따르는 영웅은 그 자체만으로 존경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다.


<놀랍구나. 그 정도의 초월 수준에 다다르면 이미 필멸자의 선악 구분은 의미를 잃거늘.>

"나는 어렵게 생각하지 않을 뿐이야. 나쁜 놈들은 나쁜 놈들이고, 착한 놈들은 착할 뿐이지. 우주의 진리나 그런 건 관심없어."

<흠, 아니, 단순하지만 그 또한 틀리지 않는 말일지도.>


잠시 고민한 토요가 말했다.


<그대여. 측천무후를 만날 생각이 없는가?>

"무후를?"

<그대도 인간계의 영웅. 위업만 따진다면 측천무후를 가볍게 넘어서는 호걸이다. 나는 그대가 무후의 뜻을 이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무후가 그대한테 뜻을 맡긴다면 그대를 나, 토요의 주인으로 인정하겠다.>


뜻밖의 제안이었다. 칠요의 시련 당시에 토요는 측천무후가 나를 인정했기에 토요가 나한테 호의적이었지만, 이번 생에서는 그런 호의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토요의 호감을 얻을 줄은 몰랐다.


'아니, 목요가 십이율주를 인정한 것처럼, 토요도 측천무후를 인정했으니 당연한가.'


이것은 차후, 측천무후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면 토요의 정령의 호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전생하면서 쓸 지식이 늘어났다는 것은 기뻐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런 우리들의 모습에 신공표가 반발했다.


"잠깐만! 그러면 나는?!"

<···네놈도 무후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면 기회는 주겠다. 그런데 네가 생각하기에도 그게 될 거라고 생각하느냐?>


그 반발에 토요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솔직히 신공표에 대해서 아는 자라면 측천무후의 인정을 받는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뻔뻔한 신공표도 그것을 아는지 얼굴을 지면에 향하게 푹 숙였다. 그러게 평소에 좀 착하세 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약간의 동정심이 들기도 했다. 일단 신공표는 성격이 개차반이지만 악인은 아니니까 말이다. 나는 순수한 악인이 아니라면 마냥 미워하기가 어려웠다


"기죽지 마, 이놈아. 토요의 주인은 못 되더라도 신술 정도는 알려줄 수 있으니까."

"뭣? 신술을? 네가?"

"복희한테 직접 배웠다고."

"!"

"정말이야."


내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과거의 전생에서 큰 굴레를 굴리며 탁론대전에 갔고, 나는 적게나마 제대로 신술을 배웠다. 내 처참한 오성 때문에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쓰지도 못하지만, 남한테 가르쳐 줄 수는 있는 것이다. 신공표라면 내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처럼 알아들을 수 있으리라.


'내가 아는 신술 지식까지 전부 수련한 신공표라면····.'


어쩌면 삼청에 준하는 경지가 되지 않을까? 아니, 금오도의 동력을 차지한 지금의 신공표라면 그 이상일지도. 어쨌든 신공표는 과거 내 동료가 되겠다고 말했고, 나는 전생자로써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니까 말이다.


"정말이냐?"

"그럼 정말이지. 단, 최소한 동맹이 유지되는 순간에는 성실하게 임해. 그 정도도 없으면 국물도 없을 줄 알아."

"물론이다! 나는 언제나 동맹에 성의를 보였다고!"

"·····."


네 얼굴 가죽은 얼마나 두꺼운 거냐, 신공표.

내가 비록 신공표가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알 수 없지만, 동맹에 협조적이었다고는 절대로 상상할 수 없었다. 또 자기 멋대로 날뛰는 거라면 모를까. 그렇게 신공표가 다시 돌아가고, 머지 않아서 소식을 들은 망량이 교로 돌아왔다.


"백웅! 돌아왔구려!"

"미안하오, 망량. 내 불찰이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이오?"


나는 레비아탄한테 말했던 것처럼 당시에 있었던 일을 말했다.


"마, 만유의 지모와 반고가 부딪쳤다라. 도대체 왜 그런 것이오?"

"모르겠소. 당시에 나는 공포심을 쫓아내는 것만으로도 벅찼기에. 다만 얼핏 들은 바로는 인과율을 읽었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소."

"으음, 그래서 만유의 지모 정도나 되는 존재가 굳이 시몬 마구스와 계약을····."


뭐라 중얼중얼거리던 망량이 이내 오화칠금선을 펼쳤다.


"그래서 그간의 이야기는 들었소?"

"대충은 들었소."


내가 힐끔 망량을 봤다. 그간 망량도 놀고 먹은 것은 아닌지 상당한 경지에 올라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명백히 필멸자의 한계를 벗어난 수준이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일단 가장 중요한 것부터 보여주고 싶소. 따라오시오."


나는 망량의 뒤를 따랐고, 망량은 어느 지점에 뚝, 하고 멈췄다.


"왜 그러시오, 망량?"

"백웅, 저기를 보시오."

"?"


나는 망량의 손 끝을 따라서 하늘을 올려봤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의아하면서 무슨 소리냐고 다시 묻자, 망량은 집중해서 다시 보라고 말했다. 그것에 다시 집중해서 하늘을 올려봤다.


"저, 저건!"

"확인한 모양이구려."

"신단수?!"


너무 커서 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집중해서 봐서 확실하다. 하늘을 꿰뚫을 정도로 자란 나무. 동방의 신단수가 백웅교의 뒤편에 자라있는 것이다. 본래 저렇게 크면 싫어도 눈에 띌 수밖에 없지만, 신단수는 물질적인 존재가 아니라서 저렇게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곤혹스러운 감정으로 물었다.


"아니, 신단수가 어찌 이곳에 있는 것이오?"

"흘흘, 그렇게 말하면 상대가 서운해 할 것이오. 백웅 당신이 심어줘놓고 잊어버리면 어떻게 하오?"

"내가 심어줬다니? 나는 딱히 저런····."


나는 말하다가 말하다 흠칫했다. 설마····.


"서, 설마."

"눈치챈 모양이구려."

"말도 안 되오! 저게 본래 그 작던 세계수의 씨앗이라고?!"


망량이 활짝 웃으며 긍정했다.


"바로 그렇소!"


이런 미친!

나는 있을 수 없는 일을 목도한 것처럼 경악했다. 아니, 말 그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분명히 이제 막 씨앗이 발아한 그런 상태였는데, 그 작던 씨앗이 이제는 성체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어떻게 저게 가능한 것이오? 내가 아는 바로 세계수가 성체가 되려면 못해도 500년은 필요하다고 들었것만!"


내 말은 거짓말도 뭣도 아니다. 오히려 상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세계수의 씨앗이 성체로 자라라면 최소 수백 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렇기에 내 여태까지의 전생 동료들은 세계수를 기를 엄두는 내지 못했던 것이다. 눈 앞의 일만으로도 벅찬데, 그 긴 시간을 도대체 어떻게 버티겠는가?


"사실 우리들도 놀랐소. 당신이 말한대로 세계수가 제대로 성체가 되기 위해서는 수백 년이 필요한 바. 우리 인간들의 기준으로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지. 그런데 고작 수십 년만에 성체가 되었으니 그런 반응도 이상한 것이 아니오."

"그렇소."

"사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아직 해명된 것이 없소. 단지 가설만이 있을 뿐이오. 그래도 들어보겠소?"

"가설? 들어보겠소."

"그러면 내 가설을 말하도록 하지."


망량이 오화칠금선을 접더니 탁! 하고 반대편 손바닥에 끝을 내려쳤다.


"애초에 500년의 성장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가설이오."

"애초에 잘못되었다고?"

"즉, 상식이 틀렸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해야할지, 그런 식으로는 세계수가 올바르게 성장했다고 할 수 없는 것이오."

"근거가 무엇이오?"

"그건 바로 당신이오."

"나?"


내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고, 망량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당신은 세계수로써 성장하기 위해서 타인의 소원을 들어줘야 한다고 했소."

"그렇지."

"그렇다면 이상하지 않소? 왜 여태까지 세계수의 성장은 수백 년이라는 시간과 자원을 받쳐야만 된다고 알려져 있던 것인지?"

"어, 그러네?"


나는 망량의 말에 어리둥절했다. 확실히 그렇게 따진다면 그렇게 알려졌다는 것이 이상했다. 세계수에 소원을 빈다던지 어떻게든 다른 방도가 알려져야만 했다.


"이건 아마도 내 생각이지만 세계수가 올바르게 자라는 방식을 모르니 시행착오가 있었고, 그것이 우리가 원래 알던 방식이라고 생각하오. 그리고 이 방법은 잘못된 방법이고, 백웅 당신의 방법이 본래의 세계수를 성장시키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지."

"참말이오?"

"현실이 그렇잖소? 본래라면 500년이라는 시간과 막대한 자원이 필요한 방법, 반면에 소원을 들어주고 인과율을 수집하자 수십 년만에 성체가 된 방법. 어느 쪽이 올바르다고 생각하오?"


아무리 봐도 후자가 정답이었다. 여태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방법에 얼떨떨한 기분이었고, 망량은 그런 내 모습에 허허 웃었다.


"사실 세계수 덕분에 큰 도움이 됐소. 레비아탄은 기본적으로 교와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인과율의 제약 때문에 움직이기 힘들었고, 당신이 없어진 초기에는 전력도 부족했어서 말이오. 세계수가 빠르게 성장해서 다른 이족들을 견제해줘서 살았다고 할 수 있소."

"허어."


설마 동정삼아 심어준 세계수가 그런 역할을 하게 될 줄이야.


<친! 구!>


우웅! 하고 세계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과거에는 어리숙한 목소리였는데, 지금은 좀 더 강맹해진 목소리였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고, 그것을 확인한 것인지 목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뭔가 내 안의 세계수와 공명하는 느낌이었다.


"잠깐, 그런데 세계수가 성장할 인과율은 어떻게 모은 것이오?"

"아, 그거 말이오?"

"세계수가 성장하려면 소원을 들어줬다는 인과율이 필요하잖소. 그 작던 녀석한테 그만한 힘은 없을 텐데."


그 말에 망량이 볼을 긁적이며 쓰게 웃었다.


"세계가 이렇게 되었잖소. 이면의 세계가 겉에 드러났으니 혼란에 빠지고, 신이나 그런 것에 의지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지. 그런 상황에서 물질적으로나, 무력적으로나 의지할 수 있는 건 우리 교밖에 없었소. 현재 중원은 물론, 타국도 백웅교에 의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오."

"음!"

"아마도 그렇게 본래라면 백웅 당신한테 가야할 인과율이 그 세계수한테 간 것이 아니겠소? 우리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소."

"호오!"


이건 쓸만한 정보다! 이 정보에 따르면 앞으로의 전생 여전에서 세계수를 요기할 써먹을 수 있었다. 여태까지는 세계수를 성장시킬 시간이 너무 길어서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수십 년 정도라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렇군.>

"!"

"!"


우리들이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와중에 한 과학자의 목소리가 홀로그램 너머로 강제로 들려왔다. 과학자는 홀로그램 너머로 방긋 웃으며 말했다.


<백웅 자네가 전생자였던 거야.>

"나일라토프!"


과학의 가면! 녀석의 등장에 내가 바로 전투 자세를 잡았고, 망량이 딱딱하게 중얼거렸다.


"어떻게? 이 주변은 레비아탄의 힘으로 보호되고 있을 터."

<나도 자네들의 본거지를 몰래 뚫느라 애 좀 먹었네. 그 신격만이 아니라 초상기인이라는 종들의 힘도 만만치 않았고, 들킬뻔한 위험할 순간도 꽤 있었지.>

"이 새끼가····."


나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나일라토프의 모습에 이를 갈았다.

저 녀석이라면 그런 짓을 할만하다. 저 녀석이 진심으로 나선다면 황제 공선헌원도 얕볼 수 없는 저력을 내보일 수 있는 것이다. 혼돈이나 신격의 힘을 무효화시키는 막무가내의 무기를 만들 정도이니 말 다했다고 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우리를 감시하고 있었군."

<정답일세, 망량.>

"왜 우리를 감시한 것이오? 우리가 눈에 띄기는 했지만 이런 위험한 방법을 써가면서 감시할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처음부터 백웅이 내 관심사였다는 이유도 있지만, 수보리가 있다는 이유도 있었지. 자네들은 그 자의 정체를 알고 있잖는가?>

"·····."

<우리들의 자존심은 지존광대하네. 일시적 협력조차도 아니고, 그렇게 헌신하듯 도와주고 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있을 수 없어. 그렇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그리고 그 정도의 이유는 매우 한정되어 있지.>


나일라토프의 시선이 나한테 왔다.


<처음부터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네. 세계수가 인간의 형상을 취한다던가, 아무리 무량대수로 이어지는 세계수라지만 외우주에서 온 나를 안다던가. 이상한 부분이 많았지. 하지만 자네가 전생자라면 모든 설명이 되는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잘난 네 추리력에 감탄사라도 흘려주면 되나?"

<물론, 그런 것도 좋겠지만, 본론은 다른 것이네.>


이어지는 말에 내가 인상을 찡그렸다.


<전생자여. 나를 동료로 받아줄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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