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레가 진행된다는 것은 원을 그리는 것과 같다. 지금 당장 펜을 들고 원을 하나 그려봐라. 그리면 알겠지만 원의 끝점에서 다시 시작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모든 도형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법칙인데, 이 법칙에서 한 가지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바로 시작점과 끝점이 같으면 그 도형은 고립계(=닫힌 계)라는 것이다. 우리 전검 우주에서는 저런 고립계가 있다. 바로 외우주. 외우주의 이야기(=원을 그리는 행위)는 이미 끝났기 때문에 다시 시작점으로 회귀한다. 그리고 이걸 반복한다. 외우주의 결말을 바꿀 수 없는 이유는 그 원이 닫혀있기 때문이다.



신격들의 작은 굴레 조작은 원의 끝점을 정하고 반대로 덧그리는 것과 같다. 신격들은 작은 굴레를 초월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작은 굴레 속의 원을 신력의 현실 조작으로 조작할 수 있는데, 그리는 행위가 지속중인 원을 멈추고(=끝점 강제 지정) 시작점까지 덧 그리는 것과 같다. 이 때 큰 굴레의 방향은 바람으로써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려지는 방향이 역전된 원은 신력의 영향을 벗어나면 다시 미래로 흐르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덧 그린다고 해서 원래 그리던 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바로 편집의 기록이며 작은 굴레 속 원을 느끼는 신격들은 이 편집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정해진 미래의 선은 과거의 행동으로 바뀐 인과로 인해 점점 희미해지고 사라진다.



인과율을 읽는다는 것은 원의 시작점을 정확히 짚어낸다는 것과 같다. 무릇 굴레 안을 영유하는 신격들은 굴레의 모든 인과율의 원을 느낄 수 없고 그걸 다 돌릴만한 신력조차 없다. 마음이 가지는 주관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과율을 읽고 계산하는 자들은 그것을 전부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시작점을 알면 끝점을 알 수 있고 시작과 끝을 알면 무한한 개수의 과정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과정을 강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능력의 단점은 자신이 판에 개입되면 능력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행동으로 발생하는 인과는 읽을 수 없다. 자신이 그 굴레 안에 있다면 시작점을 짚는 행위조차 인과가 되어 실시간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전생자의 전생은 신격들이 굴레를 조작하는 것과 같다. 다만 그 대상이 작은 굴레가 아닌 큰 굴레일 뿐. 그려지고 있는 큰 굴레는 그 끝점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전생자가 죽는 순간이 큰 굴레의 끝점으로 정해지고 그 끝점은 시작점이 되어 새로운 원을 그리게 된다. 신격들이 조작했던 굴레의 흔적이 희미해지듯이 끝점이 정해진 큰 굴레의 흔적은 전지자와 전생자의 기록으로 남을 뿐이며 다시 진행되지 않는다. 이는 곧 전생이 누적될 수록 새로운 굴레를 재창조하는 것과 같다. 전생자들이 데미우르고스, 거짓된 '창조주'이자 미륵인 이유이다. 그리고 전생자들이 '거짓된' 창조주이자 마라인 이유는 예정된 굴레의 끝을 포기하고 새로운 굴레를 만들기 때문이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행위이다. 그리고 전생자들은 이전 굴레와 같은 삶을 살지 못한다. 전생이 누적될 수록 굴레의 끝점이 점점 틀어지기 때문이다.(전생 누적이 좋지 않은 이유) 본래 전생검신은 대한민국 판타지 소설계의 역사로 남을 찬란한 결말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전생자들의 전생이 누적되어 이 결말과 굴레 내의 설정이 점점 틀어져 버렸다. 구로수번 작가는 그 누구보다 설정에 충실할 뿐인 비운의 작가이다.


아래의 사진은 진행중인 작은 굴레의 모습이며 작은 원들은 진행된 인과이다. 그리고 다들 알겠지만 구로수번 돌려까는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