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는 형님네 집안이 속칭 말하는 금수저 집안임. 그집 애비가 대학 교수고 회사도 하나 운영하고 있고 뭐 해튼 그렇다. 

딱 봐도 자식 결혼한다는데 집하나 해주고 그런거 못할 집안 절대 아닌데 어려서부터 지 필요한건 니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아들을 키움. 

대학 다니고 뭐할때는 그게 먹혔음. 학교 다니면서 과외하면서 생활비 충당하고 뭐 그런 정도야 본인이 좀 노력하고 고생하면 해결 되니까... 물론 그때도 돈 없어서 진짜 힘들게 산다 싶었긴 하지만 그런 애들이야 솔직히 많잖아. 

문제는 이 형이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적령기 넘어서 터짐. 

어찌어찌 졸업하고 취업도 하는 것까진 좋았는데 이 형이 그렇게 머리가 존나 좋거나 능력이 대단한 사람은 아니었거든. 그래도 그냥 평범한 중견기업 수준 취업해서 연 5년차 4000조금 넘은 수준 받으면서 회사 다니는데

스스로 암만 계산을 해 봐도 월급쟁이로 일하면서 돈 모아 서울/수도권에 집 구하고 결혼해서 애 키우는건 못할 짓이란 결론을 내린거임. 

대학 내내 지 생활비 지가 벌고 공부하고 돈없어서 빌빌대다가 이제 겨우 지가 쓸 돈 만족스럽게 쓸 수 있는 상황 되니까 이거 다 포기하고 다시 빚 갚으면서 거지같은 생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심리도 크게 작용했고..

게다가 집안에서는 계속 니 인생은 니가 알아서 하는거라고 얘기 하는 상황이니, 이 형이 존나 깔끔하게 인생 계획에서 결혼 자체를 지워버림. 

그래서 회사 근처 작은 투룸 하나 전세 얻어서 돈 모은걸로 맘에 드는 외제차 하나 사서 끌고다니면서 혼자 인생 소소하게 즐기는 중인데, 작년 추석날 이 형이 자기 부모랑 얘기하면서 들은 소리가 이거임. 

[부모 : 우린 사실 니 집사줄 돈이랑 결혼자금까지 존나 차고넘치게 모아놓고 줄 타이밍만 재고 있는데 너는 이나이먹도록 연애도 제대로 안하고 뭐하고 있는거냐? ]

존나 저번주에 술먹으면서 이 소리를 하는데 이 형은 여자 사귀다가도 결혼얘기 나올것 같은 타이밍쯤 되면 헤어지고 막 그랬거든. 결과적으로 진지한 관계 자체를 피해왔고 인생 계획도 결혼, 육아는 아예 염두에 안두고 살아온채로 나이가 이제 37인거임. 그리고 부모 원망을 겁나 하던데 난 씹흙수저 출신이라 속으로 개 고소하면서도 좀 불쌍하기도 하고 그렇더라. 

이 형네 부모가 양육 철학이 조금만 더 개방적이었어도 이 형은 진짜 누구나 부러워할 인생 살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인간인데, 결국 부모때문에 거지같이 20대 흘려버리고 포기하면서 30대 보내고 있구나... 싶었음. 

늬들 생각엔 이 형이 병신인거냐 아님 이 형네 부모가 병신인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