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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묘지기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26 21:01:01
조회 250 추천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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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랬듯이 그는 동굴로 들어갔다.

조금 더 걷자, 동굴 윗 천장을 지붕 삼아 나무로 덧덴 그의 집이 보였다.

오래되어 보이는 그 집엔 버섯과 이끼가 자라있었다.

"덜컥"

문을 열고 들어가자 5평 남짓한 아담한 휴식 공간이 펼쳐졌다.

그는 두꺼운 노트를 내려놓고 커피콩을 갈았다.

커피 가루를 덜 데워진 물에 대충 섞고는 한 입 머금었다.

마룻바닥의 카페트를 걷어낸다. 주변 바닥과 어울리지 않는 나무 판자가 보인다.

그는 남은 커피를 다 들이키고는 노트를 펼쳤다.

";밍러ㅏㅁㄴ;ㅁㄴ러ㅔ뱌뎆ㄹ니;ㅇ라ㅓ"

아랍어인지 라틴어인지 모를 단어들을 중얼거리며 그는 판자를 들추었다.

판자 밑으로 깊이를 알 수 없는 계단이 펼쳐져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며 몸이 예전같지 않은지

불편한 무릎을 절뚝이며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의 마지막 칸을 밟고 내려오자 그의 집보다 허름한

문짝이 나왔다. 문을 열었다.

지하수가 머물던 자리에 물이 다 빠지고 넓은 평야와 같은 공간의 아름다운 동굴이었다.

머리 위에는 희미하게 햇살이 비추고 있고, 햇살이 머문 공간으로 큰 풀들이 자라있었다.

어느 꽃은 봄이 왔다는 것을 알리는 듯 노란꽃봉오리를 펼치고 있었다.

그는 노란 꽃밭 사이로 드러누웠다.

동굴의 높은 윗천장 구멍으로 푸른 하늘이 보였다.

"커다란 지구같아"

그는 잠깐의 여유를 뒤로 하고 크고 작은 묘비들 앞으로 다가갔다.

듬성듬성 자란 풀들과 노란꽃으로 장식된 묘비들은 죽음에 잘 적응한 인류의 마지막 모습같았다.

그는 노트를 펼치고 중얼거리며 옆주머니에서 망치와 정을 꺼냈다.

"깡"

"깡!"

"깡!!"

그는 노트에 적힌 사람들의 이름을 익숙하게 묘비에 새기기 시작했다.

한참을 일한 뒤 동굴에 빛이 들어오지 않을 무렵

그 사내는 배가 고파졌다.

오른쪽 주머니를 뒤지자 렌즈콩조림과 아침에 캤던 풀뿌리가 있었다.

풀뿌리에 렌즈콩을 감싸곤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이제 남은 일을 할 시간이었다.

앞으로 이러한 날들이 계속 반복될 것이었다.

노트의 한 페이지엔 1000개 가량의 이름을 쓸 수 있었고

아마 그 두꺼운 노트엔 400만개 가량의 이름들이 적혀있을 것이다.

중요한 무언가를 빼먹은 느낌이 들던 사내는 멍때리다 다시 이름을 새기기 시작했다.


이름을 새기다 피곤하면 잠에 들었고 배가 고플땐 주위의 잡초나 버섯을 캐먹었다.

힘들고 지칠때면 꽃밭사이에서 잠이 들었고 따듯한 햇살에 다시 일과를 시작했다.

그렇게 동굴사이로 빛이 들어왔다 사라졌다, 들어왔다 사라졌다, 들어왔다 사라졌다,

어느날은 천장에서 빗물이 쏟아졌다. 그럴때마다 그 사내는 땀과 때로 얼룩진 육신을

말끔히 닦아내었다. 씻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렌즈콩을 담아두었던 병에

물을 받아 놓았다 마시곤 했다. 가끔 지하수를 마시긴 했지만 빗물의 달콤함은 없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드디어 노트의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이름을 다 새겼다.

그는 두꺼운 노트를 아마포 줄기로 엮어 봉인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몇번을 반복했을지 모르는 이 행위를 또 다시 반복하며

그가 깨달은 바는 이러하다.

'난 아무것도 깨닫지 못했다.'


다시 위로 향할 준비를 한다.

동굴에서의 아침도 당분간 안녕이다.

익숙해진 잡초와 버섯들도 당분간은 못볼거다.

"노란 꽃들아, 이름을 새긴 비석들아, 잘 쉬고 있어라, 곧 다시 찾아올 것이다."

다시 계단을 오른다.

나이를 많이 먹어서 그런지 무릎의 통증이 심하다.

그는 지상으로 올라간뒤 무엇을 먹을지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커피와 정어리 조림을 올린 토스트가 좋겠다.


마지막계단을 밟고 나무판자를 열었다.

그는 싸늘한 집을 데우기 위해 난로에 불을 붙히고 물을 담은 포트를 올렸다.

커피콩을 갈고 보니 정어리 조림과 빵이 없었다.

그는 오랜만에 시장에 나갈 준비를 한다.

수염도 좀 다듬고 따듯한 외투로 몸을 감싼다.

찰박, 찰박, 동굴 밖으로 나와 오랜만에 지상의 공기를 맡아본다.

숨을 들이마셨다, 내쉰다.

"스으으으으으으으읍,

후우우와오아아아아와"

"좋네,, 낙원이란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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