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우고 : 소우스케! 나랑 같이 가자!

소우스케 : 좋아, 월차 한번 내면 되겠네.

고우 : 가는 김에 라운지에 필요한 것들도 좀 사와. 목록도 만들어놨으니까.

소우스케 : 무거운 건 별로 없지?

고우 : 그으으으래, 방해하지 않으마.

쿠우고 : 방해....?

우린 라운지를 떠나 마을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산길을 따라가다보니 덜컹거리는것에 멀미가 날 때쯤 우린 마침내 문명을 접할 수 있었다.

한동안 보질 못했던 마을은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나는 그걸보면서 외딴 지역에 있는 도시의 위대함을 느꼈다.

쿠우고 : 이야! 마을에 얼마만에 오는건지 모르겠네!

소우스케 : 복구 작업 중에 한 번도 못 왔어?

쿠우고 : 난 주말에도 공사하는 사람들을 도와야했거든. 쉬는 날은 하루도 없었지.

소우스케 : 아.... 소방대한테 감사해야겠네.

쿠우고 : 맞아.

소우스케 : 그래서, 오늘 뭐 하고 싶은데?

쿠우고 : 너는 뭐 하고싶은 거 있어?

소우스케 : ....음....

쿠우고 : ?

소우스케 : .....여러 가게에서 디저트를 맛보고싶은데.

쿠우고 : 와... 너 완전 게이같아...

소우스케 : 닥쳐! 내가 게이인걸 어쩌라고!

쿠우고 : 소우스케, 소리 커...

소우스케 : 이런...

소우스케는 황급히 주위를 둘러본다.

주위는 이리저리 걷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쿠우고 : ....그럼, 돌아다니면서 케이크 가게라도 찾아볼래?

소우스케 : 어...어....

나는 부끄러워서 목소리가 작아진 소우스케와 함께 북적이는 마을을 거닐었다.

보통 심부름은 마트에서 다 처리가 되지만 오늘은 대형 상가에 가보기로 결정했다.

대형 상가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도 더 붐비고, 다른 구역의 거리와는 완전히 다른 공간 같았다.

쿠우고 : 우와, 이정도로 활기찰줄은 몰랐어...

소우스케 : 조명을 바꾸면 고객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 같아.

쿠우고 : 조명?

소우스케 : 여기 전구가 두 배로 늘어났어. 전보다 훨씬 밝아졌잖아.

쿠우고 : 와... 그런 식으로 손님을 끌어모으는구나.

소우스케 : 어두우면 활기가 없어 보이니까, 좋은 선택인 것 같아.

쿠우고 : 그런 건 어떻게 아는거야?

소우스케 : 호텔에서 일하면 모르고 싶어도 알게 돼.

쿠우고 : 멋진걸....

소우스케 : 아, 케이크 가게다.

쿠우고 : 어디?

소우스케는 길 아래쪽을 가리켰다.

슬쩍 봐선 무엇을 파는 가게인지 잘 모르겠다.

쿠우고 : ....저게 케이크 가게 맞아?

소우스케 : 어, 괜찮은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들어가자.

우린 가게에 들어가 각자 좋아하는 케이크를 시키고, 2층의 테이블에 앉아 먹기 시작했다.

상가의 가게들과는 다르게 차가 지나다니는 경치가 잘 보이고, 뭔가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런 데서 먹는 것도 좋은 것 같네.

쿠우고 : 여기가 케이크 가게처럼 안 보이는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

찾기도 힘들잖아..

소우스케 : 숨겨진 장소가 되면 단골이 생길거야.

쿠우고 : 그렇구나...

아는 사람만 아는 장소 말이지?

소우스케 : 유명해질지는 잘 모르겠다.

쿠우고 : 어, 자주 오는 건 아닌가봐?

소우스케 : 응, 이 근처 케이크 가게는 한 번도 안 와봤어.

쿠우고 : 허어? 그런데 이 가게는 알고 있었잖아?

소우스케 : 그건 한 번씩 상가를 가니까 그렇지.

하지만 케이크 가게를 혼자 가는 남자는 뭔가 이상하잖아...

쿠우고 : 밖에서는 여기가 뭐 하는 가겐지 안 보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소우스케 : 어, 그래서 오늘 온 거야.

쿠우고 : 둘이서 가면 그냥 괜찮을텐데... 참...

소우스케 : 그것도 용기가 엄청 필요해. 지금까진 같이 케이크 먹을 친구가 아무도 없었으니까, 오늘은 좀 모험을 하고 싶었어.

쿠우고 : 뭐, 고우나 유우지로군은 이런 건엔 관심없을 것 같고 말이지.

소우스케 : 난 단 걸 좋아하지만 먹을 기회가 별로 없어... 가끔은 호텔에서 디저트를 슬쩍하기도 한다고....

쿠우고 : 어이....

소우스케 : 배달이 되는 케이크 가게가 있으면 좋겠는걸.

쿠우고 : 유리한테 가자고 하면 좋아하지 않을까? 넌 남자고 유리는 여자니까 그냥 커플로만 보일텐데.

소우스케 : 그건 데이트를 신청하는 꼴이잖아.... 유리가 가능성 있다고 생각할 것 같아서 안돼.

쿠우고 : 그게 왜 걱정인데?

소우스케 : 내가 걔한테 관심이 없는 걸 유리가 모르면 유우지로는 절대로 관심 못 받을걸.

쿠우고 : 어, 유우지로군이 유리를 좋아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리가 너를 좋아하는 것도 알고있었어?

소우스케 : 당연히. 나는 너랑 달리 눈치가 빠르거든.

쿠우고 : 둔해서 미안하다.... 유우지로는 이미 유리한테 빠졌더라.

소우스케 : 오늘은 네가 있으니 유리를 부를 필요가 없어.

쿠우고 : ............

소우스케 : 여기처럼 들어가기 쉬운 가게 더는 몰라. 나머지는 전부 여자를 위한 화려한 곳들 뿐이라서....

쿠우고 : 괜찮지 않아? 누구랑 같이 있으면 무섭지 않을텐데

소우스케 : 게이처럼 보이는건 부끄러워....

쿠우고 : 왜? 딱히 부끄러워할 건 없어 보이는데. 점원 앞에서 키스라도 하게?

소우스케 : 안 해! 절대로 안 해!

쿠우고 : 그래? 진짜로?

소우스케 :어! 너는 뭐 이리 개방적인건데?

쿠우고 : 농담한거지, 비밀로 하고 있으니까.

소우스케 : 진짜...?

쿠우고 : 뭐, 가까운 사람들한테는 말하지.

소우스케 : 예를 들면?

쿠우고 : 고우, 유우지로군, 야마토씨, 라이씨....

소우스케 : !!??

소우스케는 갑자기 코로 흑차를 내뿜었다.

쿠우고 : 통했다!!

소우스케 : 커헉!! 콜록!!

쿠우고 : 너무 과민반응하는거 아니야!? 진정해!

소우스케 : 만나는 사람 모두한테 말하는거 아냐?

쿠우고 : 어쩔 수 없었어. 그냥 슬그머니 튀어나오는걸....

소우스케 : 너는 나랑 같이 살잖아, 다들 내가 게이라고 의심할 거 아냐!!

쿠우고 : 소우스케, 목소리가 크잖아! 조금만 낮춰!

소우스케 : 이런....

주위를 둘러보니, 몇몇 손님이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며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소우스케 : ............

쿠우고 : 너는 흥분하면 주변에 신경을 안 쓰는구나.

소우스케 : 재미없어...

쿠우고 : 게이란 거 들켜도 아무 문제 없지 않아? 괴롭힘당하는 것도 아니고.

소우스케 : 우리가 사는 마을은 시골이잖아.... 나는 꽤 눈치가 보인다고.

쿠우고 : 내가 커밍아웃한 사람들한테도?

소우스케 : ............

쿠우고 : 유우지로군은 그렇다쳐도 나는 야마토씨랑 라이씨한테도 말했고, 둘은 마을에 딱히 접점도 없잖아.

쿠우고 :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지 않아?

소우스케 : 딱히 말해야 할 이유도 없는걸.

쿠우고 : 난 네가 나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드러내면 좋겠지만, 강요하고 싶진 않아.

소우스케 : 그래 됐어, 고우는 알고. 반죠우 선수한테도 말했고....

쿠우고 : ............

유우지로군은 한참 전에 알게 됐지만, 말해주진 못하겠네...

케이크를 다 먹고 가게를 나와서, 다른 케이크 가게를 찾았다.

전에 갔던 곳과 달리 바로 케이크 가게란 걸 알 수 있는 곳이었다.

쿠우고 : 여긴 어때?

소우스케 : 어.... 여긴 좀....

쿠우고 : 좀만 더 용기를 내 봐. 그렇게 소심해서야 어디 가겠어?

소우스케 : 난 원래 그런 사람이야, 신경 꺼.

쿠우고 : 자, 들어가자. 별 거 아니잖아.

소우스케 : 어, 어이...

점원 : 어서오세요!

안으로 들어가자 통통한 여자 점원이 소리친다.

남자 둘이 왔다는 건 신경도 안 쓰는 듯하다.

쿠우고 : 거 봐, 아무 일도 없잖아.

소우스케 : 그...그렇네....

쿠우고 : 뭐 사지?

전시된 케이크를 보는데, 작아서 눈에 잘 안 띄는 포스터를 발견했다.

쿠우고 : 점원 앞에서 키스하는 커플에게는 20% 할인을 해준다는데....

소우스케 : 뭐?

쿠우고 : 이거 봐, 포스터에 그렇게 적혀있어.

소우스케 : 어, 그렇네..... 저런 게 진짜로 있긴 하구나.

쿠우고 : 20%면 꽤 큰데....

소우스케 : 왜 그리 관심을 보이는건데....?

소우스케 : 네가 말한 공지엔 딱히 이상한 거 없잖아. 그냥 빨리 사고 나가자.

쿠우고 : ............

쿠우고 : ....아줌마, 이것 좀 보세요!

소우스케 : !?

점원 앞에서 기습적으로 내 입술을 소우스케의 것에 겹치자 소우스케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옆을 보니 점원은 어안이 벙벙해졌는지 턱이 바닥까지 떨어질 듯했다.

난 소우스케의 안에 거칠게 혀를 밀어넣었다.

정신을 차린 소우스케가 나를 밀어내지 못하도록 나는 점원에게 더욱 강렬한 키스를 보여주었다.

소우스케 : 음...... 으으음......!

소우스케 : 그,그만.... 멈춰!

소우스케는 나를 떼어낸다.

소우스케 : 이...멍청아!! 뭐 하는 짓이야!!

쿠우고 : 20% 할인이야! 이걸 어떻게 그냥 넘어가!?

소우스케 : 맞지만, 공공장소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러는 게 어딨어....!!

점원 : 어, 어어......

점원이 소우스케의 분노 폭발을 저지한다.

점원 : 커플에겐 20% 할인이 적용됩니다.... 케이크를 고르시겠어요?

쿠우고 : 아, 네.

야 소우스케, 너도 하나 골라.

소우스케 : 으으..... 크윽.....!!

할인 덕분에 원래 사려던 것보다 더 많이 집었고, 그렇게 소우스케의 테이크아웃 소원은 실현되었다.

예상대로 소우스케는 점원에게 키스를 보여준 가게에서 먹고싶어 하진 않았다.

그 후 우린 재빨리 고우가 시킨 심부름을 처리하고 집으로 가는 버스에 탔다.

쿠우고 : 벌써 집에 가니 좋아?

소우스케 : 빨리 안 가면 케이크가 다 뭉개질거야. 게다가 오늘 외출은 이정도면 충분해.

쿠우고 : 너무 걱정하지마, 점원 말고는 아무도 못 봤을거야.

소우스케 : 젠장... 부탁이니까 그딴 것좀 하지마...

쿠우고 : ...미안, 내가 너무 지나쳤던 것 같네.

소우스케 : ............

소우스케 : ...그런데 커플 취급 받아도 괜찮았어?

쿠우고 : 흠? 어... 아마도....

쿠우고 : ....소우스케는 나랑 사귀고싶어?

소우스케 : ....하아....

쿠우고 : 어? 그 한숨은 뭔데?

소우스케 : 어휴, 됐다....

쿠우고 : ............

소우스케는 창밖을 보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심하게 말하는 내 태도가 소우스케를 약간 화나게 한 것 같다.

나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내가 지나쳤던 건가 생각하며 진지한 고민을 했다.

....내일부터는 크리스마스를 준비할 것이다.

모두의 희망을 담듯이 가게의 장식은 하나씩 늘어가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는 서서히 다가오고, 점점 추워지면서 마침내 그 날이 왔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