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으로 밤 새고 나니 깨닫는다

얼마나 덧없는 거였는지를

나는 내 존재를 알지도 못하고 앞으로도 절대 알지 못할 사람들의 사진을 보고 그들의 이름을 부르고 사랑한다 외치고 그들에게 돈을 썼고 그들을 욕하는 사람들에게 분노하고 그들에게 미안해하고 키보드로 싸웠다

마치 엄청나게 친한 친구나 연인과 헤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 그러지 않을 것이다. 몇 개월 동안 정말 좋아했었고, 모두 잘 되기를 바라지만, 그것뿐이다. 사랑한다거나 그들에게 돈을 쓰거나 그들을 옹호하기 위해 댓글을 달고 욕을 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해결해야 할 내 인생의 문제들이 있고, 영화속 주인공같은 그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감정이입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몇 시간씩 클릭해서 투표하는 일이 아주 작은 일로 느껴진다. 아주 먼지 같은 일. 그리고 쓸모없는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사서 정병을 얻고 속상해하기가 싫다. 그들이 평생 마주치지도 않을 별 병신같은 사람들이 하는 욕까지 막아줄 생각도 없다. 그럴 기운도 없다. 개가 짖는 걸 막아서 뭘 얻으려고. 영원히 막지 못한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신경쓰며 살고싶지 않듯, 그들도 마찬가지일거라 믿는다. 행복만 누리면서 살기에도 짧은 인생일텐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앞으로 내 인생에서 찾아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볼 것이다. 내가 그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좋아하게 되었듯이 나도 내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스스로에게 보여줄 거다

나는 끊임없이 배우고 깨어나고 또 스스로 깨닫기 위해서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다. 중독은 끊기 어렵지만 환경이 바뀌면 가능하다. 그리고 원래 모든 시작은 의지만으로 하는 것이다.

내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연예인. 혼자 좋아하다가 끝내버리는 짝사랑보다 더 허무한 것 같다.

재미있었다.
진심으로 잘 되길 바랐고, 바란다. 모두 다. 100프로 진심이다. 하지만 더이상 팬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모르는 사람에게 상처받는 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