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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꿈 -2

ㅇㅇ(49.142) 2019.10.07 02:04:33
조회 60 추천 0 댓글 0
														

가져갔다고 뭐라 하려는 것도 아니고 유세부릴 생각도 없음. 다만 내가 생각한 설정과 기본적인데서 충돌하는 부분은 있고,

그냥 독자적인 세계관이라 생각하라는 정도는 얘기하겠음


공통된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저쪽에서는 사월 이야기 여기서는 여름 이야기 이런 식인 거지






----------------------------------------






 “할만 해?”

 

 뼈와 관절은 멀쩡했고 근육은 부들거렸다. 별로 할만하지 않다 해야겠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어제보단 나았다. 그렇다면 내일은 오늘보단 낫겠지. 

 종합해보면, 할 만 했다. 

 물론 입을 뗄 기력은 없었지만. 


 “그러면 운동은 됐네. 수업은? 방학 특강 치곤 좀 빡세지 않아?”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게 어딜 봐서 방학 특강이냐. 대학교 계절학기지. 

 4월부터 진행 중인 자아 찾기의 일환으로 영화와 영상 미디어라는 제목의 수업을 신청해서 듣는 중이었는데, 느긋하게 영화 보고 감상문이나 써 낼 줄 알았던 게 어찌됐는지 준비와 과제와 심도 깊은 토론까지 하게 될 기세였다. 

 참고로 다음 수업 전까지 과제로 주어진 영화 한 편을 보고 와야 했다. 

 물론 여전히 대답할 기운은 없었기에 고개만 저었다.


 “불편하네 이거. 미국에서 no면 수업이 힘들다는 의미일 건데, 네가 도리질 하면 안 빡세다는 건지 빡세서 힘들다는 건지 구분이 안되잖아.”

 “대화에서 음성언어가 구성하는 비율은 30%밖에 안 된대.”

 “그건 어느 수업이야?”

 “언어의 이해.”

 “아…… 나 작년에 들었는데 다 잊어버렸어.”

 “여기 진짜 대학교 아니냐?”

 “그런 거 같긴 해.”


 여름은 두서없이 달려나갔다. 대화가 끝났다는 건지 운동 쉬는 시간이 끝난 건지. 나는 그녀가 한 바퀴를 더 돌 때 까지 쉬다가 일어서서 벤치에 주저앉았다. 스포츠 드링크를 넘기며 여름이 달리는 걸 보면-

 그림이었다. 


 화상 따위로는 어쩔 수 없는 미모. 

 이 학교에 와서 적응한 건지 아니면 이게 일반적인 감상인 건지. 내가 조금만 더 사춘기의 호르몬이 풍부했다면 매일 아침 그녀와 함께하기만 해도 심박수가 올랐겠지. 

 물론 심부전인 나에겐 해당 없는 얘기였다. 

 헛소리지만. 


 몸을 펴고 하늘을 본다. 그러다가 문득- 눈이 마주쳤다. 

 정확히는 안경이.


 경희가 길에 서서 교복치마를 나풀대고 있었다.

 긴장하지 마라. 쟤는 심각한 저시력이다. 여기 조용히 있으며 내가 누군지-


 “피식.”


 경희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으며 돌아섰다. 슬쩍 올라간 입 꼬리가 여기까지 보였다. 심박이 올라가고 식은땀이 흐른다. 

 종종종. 다가온 경희는


 “좋겠다?”

 “뭐가?”

 “잡아 떼네?”

 

 힐긋

 여름에게 눈을 향했다. 

 

 “딱 보니 오래되진 않았고,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어?”

 “오해야. 그냥 기숙사 라인이 같아서 어쩌다 보니……”

 “어머나 세상에 망측해라! 젊은 남녀가 사람도 없는 기숙사에 방학 동안 단 둘이? 밤을 보내고 깨어나면 같이 땀을 흘리는 사이라고?”

 “오해 살 만 한 이야기는-“

 

 꽁.

 어디선가 나타난 수태가 경의의 정수리를 쥐어박더니 그녀를 끌고 사라졌다. 터미네이터처럼 엄지를 들며 조용히.

 남자지만 반할 거 같다. 


 마침 스트레칭을 마친 여름이 땀을 닦으며 돌아온다. 


 “수고 했어.”

 “너도. 쟤 상대하느라 고생했어.”

 “경희?”

 “응. 어떻게 저렇게 가십거리 될 걸 잘 찾는 지 모르겠어.”

 “말 해 줘야 될 거 같은데, 너랑 나랑 사귄다고 오해하는 거 같아.”

 “알아. 쟤가 저러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거든. 별 일 없을 테니까 너무 걱정은 마.”


 나는 걱정할 게 없었다. 여자랑 사귄다 오해 받건 어쩌건 문제 될 게 없었거든. 


 “너는 괜찮고?”

 “소문 나는 거? 일단 걱정할 만큼 소문이 퍼지지도 않을 거야. 쟤도 장난이거든. 그리고……”

 “그리고?”

 “…… 아니, 됐어. 어쨌든 별로 걱정할 일 아니니까 안심. 어서 씻자. 수업 가야지.”

 “응. 다녀와.”

 “……? 공강?”

 “오늘은.”

 “나돈데.”

 

 방학특강은 특강이었고, 당연히 빽빽하게 편성돼 있지 않았다. 공강이 생기는 건 당연했고, 겹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이 타이밍에 두 명의 공강이 겹치는 건 다소 민망했다.

 어쩐지 전학 첫 날 있었던 일이 떠오르는군.

 나는 무심코 권유했다. 


 “밥이나…… 먹을래?”

 “표정이 조금만 덜 얼빠졌으면 꼬시는 대사라고 생각했을 거 같아.”

 “자신감 봐라? 대쉬 많이 받냐?”

 “보시다시피 얼굴과 몸매가 이런지라.”

 “거 참.”

 “반박을 못 하는 걸 보면 너도 인정하는거잖아?”


 그야 그렇긴 한데.


#


 재료를 사서 주방에 늘어놓고 있자니 입학 첫 날 사월과 먹었던 라면이 떠오른다. 지금도 저녁에 마주치면 그릇을 같이 비우는 사이긴 하지만 라면을 먹은 건 그 때 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라면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요리거든. 


 여름의 표정은 어두웠다.


 “라면 싫어해?”

 “아니. 엄청 좋아해. 그러면 너는 내 표정이 왜 이러냐고 그러겠지? 꼬마야. 여자애라고 아무거나 먹는데 몸매 유지가 되지는 않는단다.”

 

 얄팍한 후드티 너머로 여름의 몸매가 살랑살랑 드러나고 있었다. 군살 비슷한 것도 없는 허리에 일자로 조금 도드라진 복근 같은 것들. 


 “성장기인데 괜찮지 않냐?”

 “나는- 하아. 됐어. 오디션 전에 죽어라 다이어트 기간이라 좀 짜증 나 있었던 거 같아. 사실 친구랑 라면 하나 못 먹을 정도도 아니고.”

 “아, 미안.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다른 걸로-“


 여름이 말을 끊었다. 


 “됐어. 라면. 정말로 좋아하거든. 자주 못 먹어서 더 그런 거 같지만.”

 여름이 가벼이 미소지었다.

 타고난 외모는 부럽지만 대단하다 생각할 건 아니었다. 매일 아침 운동하고 식사를 조절하는 노력엔 감탄이 나왔지만 프로의식이 있다면 역시 못 할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저 성격은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솔직히 반할 뻔 했다. 


 “야. 갑자기 볼 빨개지는데 괜찮아? 심장 안 좋아?”

 

 심장이 안 좋긴 한데 내 문제 때문은 아니라고 어떻게 얘기를 하지? 진정하자고. 나는 괜찮다고 가볍-


#


 눈을 뜨니 낯선 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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