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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히나코마 신장 180의 댕댕이 버녁 2222

ㅇㅇ(175.203) 2020.05.23 12:17:45
조회 2280 추천 35 댓글 5
														

갤에 1편만 번역됐길래 이어서 번역했오

다른 사람이 번역했으니까 문체 다른 거 이해해 달란고야


1편: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kiboudaisuki&no=4700&_rk=tDL&s_type=search_all&s_keyword=%EB%8C%95%EB%8C%95&page=1






『흐름에 맡긴 대로』.

그것 이외에 설명할 길이 없는 상황에서 히나타는 남자를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기로 했다.

원래라면 우선 경찰에 데려가야 하겠지만, 그게 안 되니 어쩔 수 없다.

“이제 경찰은 안 된다느니 할 때가 아니잖아.” 그렇다고 해도, 그는 난처한 얼굴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경찰을 피했는지 지금의 난 모르겠어. 뭔가 엉뚱한 일에 휘말렸을지도 몰라. 나는 자업자득이지만, 널 끌어들인 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 쓰레기장에서 이 남자를 발견하고, 경찰은 안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히나타는 이 남자가 어떠한 범죄에 연루됐다고 의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몇 가지 대화를 나눠 본 바로는,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말대로 『말려들었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편할 것 같다.

하기야, 기억을 잃은 상태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도 위험하긴 하지만――.

어쨌든, 만약 누군가에게 의도적으로 위협을 받은 거라면 이런 곳에서 어정거리고 있으면 또 먹이가 될지도 모른다.

지방에서 온 히나타는 아직 도쿄에 대해 그리 잘 알지 못해 응급실로 실려 간 병원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이곳은 와본 적이 없었다. 그것이 쓸데없이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그 전봇대 그늘에 누군가가 숨어 있다가 칼을 들고 달려들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져 어쨌든 알고 있는 장소로 나가기 위해 남자를 데리고 자신의 집과 가장 가까운 역으로 나가기로 했다.


솔직히 말해서, 히나타는 남자가 기억상실이라고 털어놓은 것을 완전히 믿지 않았다.

상황이 너무 잘 맞아떨어지잖아. 드라마를 너무 봤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열차 안에서 몇 번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 점점 그 신빙성이 더해 간다.


“정말 아무것도 기억 안 나냐. 나이는?”

“모르겠어. 몇 살로 보여?”

“내가 어떻게 알아? 나랑 비슷하지 않을까.”

“넌 몇 살이야?”

“올해로 17살인데.”

“비슷할까? 하지만 16도, 17도, 18도, 어떤 것도 감이 안 잡혀. 어느 학교에 다녔는지, 어느 학교까지 졸업했는지 아무것도 모르겠어.”

“그럼, 술 마신 기억 같은 건? 담배도 좋은데. 기억나면 성인일 수도 있잖아.”


차량의 손잡이 부분을 잡은 채 히나타는 코끝을 남자의 어깻죽지에 붙여 킁킁 냄새를 맡아봤다.

공교롭게도 담배 냄새는 안 난다.

오늘날 모든 사람이 성인이 될 때까지 흡연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눈앞의 상대는 그런 규칙을 지킬 것 같은 사람으로 보인다. 라곤 해도 물론, 이건 단지 감에 지나지 않는다.


“뭘 먹었는지, 마셨는지 기억 안 나. 미안해.”


냄새를 맡아진 남자가 수줍게 몸을 빼, 히나타도 홱 얼굴을 뗐다.

기억상실에 걸린 사람이라니 자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만 흥미를 보이고 말았지만, 상대에게는 나쁜 짓을 했는지도 모른다.

이쪽은 신기하다고만 생각하고 말 거지만, 그에게는 중요한 것이다.

히나타는 재차 표정을 굳히고, 거즈가 닿아 있는 관자놀이 주위를 관찰했다.


“역시 머리를 맞아서 그런가……? 돌아가면 좀 검색해서 알아볼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아마추어가 알만한 건 아닐 테고. 원래 이건 장애 같은 거잖아? 머리 다친 거면 위험한 거 아닌가, 역시 제대로 의사에게 진찰받는 게…….”

“검사에서는 이상 없다고 했으니까, 그 점은 괜찮다고 생각하고 싶네. 뭐, 어느 날 갑자기 덜컥 죽어 버릴지도 모르지만.”

“불길한 말 하지 마.”


만신창이까지는 아니지만, 온몸을 다친 사람이 웃으면서 할 말은 아니다.

이 남자가 무서운 것을 산뜻하게 말하는 건,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니 남의 일처럼 여겨져서 그런 건가, 아니면 원래 이런 성격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


“병원에서 이름도 확인 안 했어? 보통, 의식을 잃으면 『자신의 이름을 말할 수 있나』 그런 걸 확인하잖아.”


히나타는 중학교 때 받았던 구명체험학습을 문득 떠올렸다.

사람이 쓰러져 있으면 불러서 의식이 있는지 확인한다. 의식이 흐릿하면 이름을 물어본다. 그런 절차였던 것 같다.

남자는 턱에 손을 얹고 음― 생각에 잠겼지만,


“아아, 그러고 보니 물어봤었지. 적당히 대답해버렸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대답에 당황한 히나타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아? 적당히라니, 타나카 타로 같은 거?”

“글쎄, 그땐 몽롱해서…… 스즈키일지도 모르고, 야마다일지도 몰라. 아니, 반사적으로 말할 수 있었다는 건, 그때만 해도 아직 기억하고 있었던 걸까?”

“정말?! 그럼 아까 갔던 병원에 물어보면 혹시 알지도, ”


탁, 손뼉을 치며 밝은 표정을 지은 히나타는, 곧 중요한 것을 깨닫고 고개를 숙인다.


“라니, 무리인가. 넌 기억상실이라고 말을 안 한 데다가 난 『너의 동급생이다』라고 거짓말했었잖아. 이름 물어보면 너무 부자연스럽지…….”


히나타가 가면 의심받는다. “그 녀석의 이름이 뭔가요”라고 물으면 같은 학교였던 게 아니냐고 되려 질문받을 뿐이다.

그렇다고 이 남자가 찾아가면 더 귀찮아진다.


“제 이름이 뭔가요.” ――그런 말을 하면 바로 검사실에 처박혀 사건성을 의심받고 경찰을 부를 것이다.


“그렇네. 나도 아까 생각해봤지만 어려울 것 같아. ……하아, 정말 귀찮아. 왜 경찰을 의존하면 안 되는 걸까?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기억이 있을 무렵의 내가 원망스러워.”


역에 다가온 열차가 급격히 속도를 줄이자 두 사람은 같은 각도로 기울었다. 어디에 남았을 상처가 아팠는지 남자는 난간에 매달려 얼굴을 찡그린다.

열차는 천천히 홈으로 들어가 어설픈 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췄다. 딩동,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겨울의 찬바람이 차 안으로 들이닥친다.

히나타는 남자의 손을 잡고 홈으로 내려갔다.

목적도 없이 이끌린 남자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히나타를 지켜보고 있다.


“너, 이 역이야?”


왜 자신도 내리게 했냐고 묻고 싶다는 눈길로 말한다.

오히려 히나타가 되묻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그럼, 여기서 안 내릴 거면 넌 어디로 갈 건데.


“일단 우리 집에 와. 이런 겨울에 밖에 내버려 둘 수도 없고, 다쳤으니까 쉬는 게 좋아.”


히나타는 장갑을 낀 엄지로 홱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고가역 동쪽에는 최근 막 지어진 20층 맨션이 우뚝 세워져 있다, 만, 물론 히나타는 저기에 살진 않고, 집에 도착하기까지 그 건물 안쪽에 이어진 길을 십 분 정도 천천히 걸어간다.

부상자에겐 짧은 길이 아니겠지만, 히나타에겐 익숙한 길이다. 수상한 그림자를 발견해도 금방 알아차릴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히나타의 말을 듣고 눈을 동그랗게 뜬 남자는, 잡혀있었던 팔을 강하게 끌어당겨, 완고한 모습으로 고개를 젓는다.


“괜찮아. 사양할게. 난 전하는 게 서툴지도 모르지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걸. 더는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가족들에게도 미안하잖아.”

“하숙하니까 혼자야. 그러니까 민폐를 끼치는 건 나 혼자뿐이고, 분명히 말해 두는데, 이 이상 남의 호의를 거부하면서 떼쓰는 게 폐라고. 순순히 따라와.”

“…….”


독한 말을 택한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남자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어, 자신의 무력함을 뉘우치듯 시선을 떨어뜨렸다.




“실례, 하겠습니다.”

“부디, 대접할 건 없지만.”


조심조심 현관에 들어선 남자의 등을 안으로 쑥 밀어 넣고, 히나타는 현관 불을 켠다.

입구에는 페트병을 정리한 쓰레기봉투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발끝으로 가장자리에 치워뒀다.

이런 식으로 갑작스러운 손님을 들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난 주말에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청소에 힘쓴 것은, 지금 생각하면 무엇인가의 예감을 느꼈기 때문일까.

보통, 학생 혼자 산다면 원룸으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이 집은 좁은 거실에 더해, 또 하나 일본식 다다미방이 있다.

들어서자마자 주방과 화장실, 욕실 등 물을 사용하는 곳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안으로 들어가면서 생활감이 새어 나오는 거처럼 소품이 흩어져있어 히나타는 그것들을 적당히 주워 벽장 속에 쑤셔 놓았다.


“그 근처에 앉아. 상처 아프지?”


히나타가 도쿄로 온 지 1년 정도 지났지만, 누군가를 집에 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손님용 방석도 없어서 어디에 앉혀야 할지 몰랐다.

거실에는 24인치 작은 액정 TV와 본가에서 가져온 PS3가 비치되어 있어, 아마도 이 집에서 가장 훌륭한 가구일 소파가 다다미방과의 경계에 놓여 있다.

허영심 많은 부모님이 모처럼 도쿄에서 혼자 사는 거라며 보내준 것이 이 소파였지만, 게임을 하기에는 조금 위치가 멀고, 책상다리하기에도 편하지 않아, 히나타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지난달, 12월에 막 들어왔을 때 임금과 아르바이트비를 모아 작은 코타츠를 샀기 때문에 최근에는 계속 거기에 틀어박혀 있다.

히나타가 코트를 걸고 있는 사이에 남자는 쭈뼛쭈뼛 방 안쪽에 걸터앉았다.

그의 코트를 넣으려고 옷걸이를 꺼내든 히나타는 베란다로 나가는 문과 소파 사이에 껴서 무릎을 꿇고 있는 남자를 보고 기막히다는 목소리를 낸다.


“그런 창가에 앉지 마…… 코타츠 켰으니까 여기에 들어가 있어.”


남자는 순순히 응하며 익숙하지 않은 모습으로 코타츠 담요를 젖히고 서서히 발을 넣는다.

코트는 넣지 않기로 했다. 겨울치고는 몹시 얇은 그 코트 때문에 남자는 보고도 알 수 있을 만큼 벌벌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코타츠가 따뜻해지기 시작하자 그 떨림이 진정되었다.

히나타는 자신도 코타츠 안에 발을 넣었지만, 몸집이 큰 남자 둘이서 충분히 들어갈 크기는 아니다. 이내 발이 부딪치자 남자는 미안한 듯 발끝을 끌어당긴다.

뭐라 할 수 없는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히나타는 한 번 부엌으로 가 차를 끓이기로 했다. 마침 부모님이 보내주신 찻잎이 들어 있었을 것이다.

개봉하자 새어 나오는 좋은 향기를 즐기며 자신의 찻잔과 머그잔에 녹차를 따르고 돌아오니, 남자는 고맙다는 듯 그것을 받아들었다.

주고받으면서 살짝 닿은 손끝은 살아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차갑다. 얼음이 얼려져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남자는 그것을 녹이듯 머그잔에 손가락 끝을 뻗고, 후후 뜨거운 면에 입김을 불어 김의 열을 받고는 기쁜 듯이 빙긋 미소 짓는다.

조금은 진정했을까. 적당한 시기를 가늠해, 히나타는 재차 남자에게 물었다.


“기억상실이라고 한 거 사실이냐. 나를 속이는 건 아니겠지. 적어도 지금의 넌, 날 해칠 생각이 없는 거 맞아?”

“정말이야. 해치다니 말도 안 돼. 내가 그런 짓을 하려고 했었어?”

“별로 그런 건 아닌데…… 내가 경계하고 있을 뿐이야. 남을 도우려다가 감쪽같이 이용당했어요, 라고 하면 웃어넘길 수 없으니까.”


――히나타가 이야기를 다시 꺼낸 것엔 이유가 있었다.

물론, 집으로 맞아들인 이상 믿지 않으면 마음 놓고 잘 수도 없다는 것도 있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라―― 히나타는 더욱 굳은 결의를 말하려고 하고 있었다.


“좋아. 믿겠어. 한동안 숨겨줄게.”


그렇게 말하며 집을 가리키자, 남자는 머그잔을 든 채 눈을 깜박거렸다.


“에?”

“그야 너, 누군가한테 노려질지도 모르지? 경찰에게도 의존할 수 없고, 별로 눈에 띄고 싶지 않잖아. 그럼 일단 숨을 수밖에 없는 데다가 상처가 나을 때쯤엔 차차 생각날 수도 있으니까.”

“노려지고…… 있는 걸까. 그래도 누가? 왜 이런 나 따위를?”

“내가 더 듣고 싶다. 도대체 넌 뭐 하고 다닌 거야?”


처음엔 불량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사람과 어울릴 타입으로는 안 보인다.

그렇다면 단독범―― 예를 들면, 마약 밀매 같은?

그런 비현실적인 생각을 해 버리는 건, 이 현재 상황이 이미 충분히 비현실적인 것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싫어, 폐 끼치고 싶지 않아. 나갈 거야.”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한다.

그러나, 히나타가 입을 열려고 하자, 그것은 금방 토라진 표정으로 바뀌었다.


“……라고 말하는 게 폐, 끼치는 거지?”


조금 전에 히나타가 돌발적으로 내뱉은 말은 아직 먹히고 있었던 것 같다.

이해력이 좋아서 다행이네. 히나타가 잘난 채 말하자, 그는 “죄스러워서 어쩔 수 없는걸”이라고 말하며 맥없이 테이블에 엎드렸다.

마음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반대 입장이었다면―― 자신이 갑자기 기억을 잃고 돌아갈 곳이 없어진다면.

우연히 지나갔을 뿐인 고교생에게 얹혀살라고 들어도 바로 수긍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내 신상을 모르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나에겐 지금 눈앞에 있는 상황이 전부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남자도 히나타를 이상하게 여겨도 이상하지 않다.

다짜고짜 집으로 초대해 당분간 있으라고 하는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믿을 수 있다 하더라도, 이번엔 그 호의에 순순히 응석 부려도 될지 망설일 것이 분명했다.


“정말, 대접할 생각도 없고, 신경도 안 써. 난 평소엔 널 두고 학교 갈 거니까.”


부재중인 집을 맡기는 건 아직 불안하긴 하다. 그래도 밖을 서성이고 동네에서 주목받는 거보단 나을 거 같았다.

히나타가 이 자리의 기세만이 아니라 앞일을 생각하고 있음을 안 남자는, 얌전히 물러서며 꾸벅 머리를 숙인다.


“어떤 일이든 시켜만 줘. 청소도 빨래도 요리도 뭐든지 할게.”

“아니, 저기 말이야, 가정부를 고용한 게 아니라고. 다쳤으니까 무리하지 마.”

“그렇지만, 그런 것도 안 하면서 남의 집에서 그냥 신세를 지긴…….”


그럼 숙제나 해줘. 그런 초등학생 같은 말은 역시 삼키고, 히나타는 남자의 머리 위에 툭 손을 얹었다.

같은 남자지만, 심이 있고 단단한 자신의 머리와는 마치 별개라는 듯이 부드러운 느낌이 돌아온다.

쓰레기장에 묻혀 있던 것 치고는 특별히 불쾌한 냄새도 얼룩도 없다. 병원에서 닦아줬겠지. 아까 맡아봤을 때는 소독약 냄새밖에 나지 않았다.

느닷없이 언급된 사실에 놀란 남자는 순간 몸을 굳혔지만, 위해를 가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위축된 몸을 웅크리고 히나타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정말 미안해.”

“미안하지만, 비교적 애완동물 같은 느낌으로 둘 생각이니까? 개를 주워온 기분이기도 하고.”

“개?”


아아, 그래. 개를 귀여워할 때처럼 장난으로 머리를 헝클어 놓는다.

그러면 역시 발끈해서 대꾸할 것이고, 사양하려는 마음도 조금은 없어질 것이다.

그럴 생각이었지만, 남자는 기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해 주다니, 부담 없이 끝나서 기쁜걸. 귀엽지 않아서 미안하지만, 순순히 따르도록 할게.”


개라 불려서 화낼 거라고 생각했지만, 싱글벙글 웃는 걸 보니 이상한 남자다. 히나타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신장 180cm 정도의 초대형 개다.


“그럼 네 이름은 포치네.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는 것도 그렇고.”


역시 아무리 그래도 너무해, 라고 들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히나타는 비교적 진심으로 이 남자를 포치라고 부르려고 했다.

함께 집에서 살려면 이름 없는 건 불편하고 안쓰럽다. 그렇다고 어설프게 그럴듯한 이름을 붙이면 기억이 돌아왔을 때 헷갈릴지도 모른다.

그 의도를 이해했는지, 아니면 단순하게 싹싹한 개 취급받는 것이 기뻤는지, 남자는 개처럼 오므린 두 손을 테이블에 단정히 올려놓고 꾸벅 인사를 해 보였다.


“아하하. 고마워. 저는 포치예요, 주인님.”

“주인님이라고 하지 마. 히나타 하지메다.”

“그럼, 히나타 군. 잘 부탁해.”


남자는 싱긋 웃으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이야기해보니, 꽤 평범한 면도 있네.’

역시 비정상적인 환경에 놓인 탓에 당황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악수에 응하려 하자, 남자는 다급한 얼굴로 홱 손을 원래 위치로 돌려놓았다.


“미안해, 개는 악수 같은 거 안 하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세 번 돌고 멍으로 할까.”


황급히 그런 말을 하는 그는 매우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므로, 역시 보통이 아니네, 라고 다시 생각한 히나타는 어깨를 움츠리며 웃었다.

어쩐지, 이 남자―― 아니, 포치의 취급법을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늦은 22시의 저녁밥은 간단한 봉지라면으로 했다.

2인분을 한꺼번에 넣고 5분 데치는 동안 포치는 불안한 모습으로 히나타의 뒤를 왔다 갔다 하며 서성거리고 있다.

부상자는 앉아있으라고 몇 번을 말해도 듣지 않는 것이다.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어? 접시는 어딨어? 난 냄비라도 상관없어. 그런 말을 하면서 일일이 말을 걸어오는 바람에 귀찮아진 히나타가 얌전히 있으라고 했잖아, 화낼 거야. 딱 잘라 말하자, 바로 혼이 난 개처럼 힘없이 터벅터벅 주방을 나갔다.

냉장고 안에는 변변한 야채도 없고, 건더기는 전자레인지로 만든 삶은 계란뿐.

그래도 사발에 곁들인 라면을 코타츠에 옮기자 포치는 반갑게 젓가락을 들었다.

고양이 혀인지, 끈질기게 후후 숨을 몰아쉬며 정신없이 먹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엄격하게 젓가락질하는 법을 가르쳐준 히나타는 그가 잡는 방법이 너무 서툰 게 신경이 쓰여 어쩔 수 없었지만, 개니까 어쩔 수 없다고 잘 이해 못 할 이유로 자신을 납득시켰다.

다 먹을 무렵에는 목욕물이 다 차 있었기 때문에 히나타는 그에게 목욕을 권했다. 하지만 그는 부상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확실히, 모처럼 치료받은 거즈를 바로 떼서 약을 흘려 버리는 것은 좋지 않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집에는 치료용품이 반창고 정도밖에 없다.

재빨리 몸을 씻고, 탕에 5분만 잠겨있다가 얼른 나오자, 포치는 코타츠에 들어간 모습으로 꾸벅꾸벅 졸고 있다.

그것을 본 히나타는 그의 잠자리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히나타는 언제나 거실 옆에 있는 다다미방에 이불을 깔고 자지만, 손님용 이불 같은 게 있을 리도 없다.

그렇다고 구급차로 실려 간 사람을 바닥에 재울 수도 없고, 코타츠에서 재워도 몸을 망가뜨릴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방을 둘러보니, 항상 방해되던 커다란 소파가 눈에 들어왔다. 부드러운 소재로 히나타가 뒹굴어도 발끝이 조금 튀어나오기만 했다. 이거라면 간이침대는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데서 자면 감기 걸린다. 내 이불 써도 되니까 저기서 자.”


툭 어깨를 흔들자 옅게 꿈의 세계로 떠나던 포치는 잠에서 깨고 눈을 떴다. 자고 있었다는 자각이 없었던 것 같다.


“잘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사람이 쓰는 이불 같은 건 못 써. 나는 창가 바닥에서 웅크리면서 자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게 개잖아?”


그는 또다시 진심으로 말하는 것 같다.

말을 꺼낸 사람이 자신인 이상, 개가 아니잖아, 라고 냉정하게 태클 걸 기분이 들지 않았다.


“개도 개집이나 케이지나 침대에서 자잖아.”


다쳤으니까, 라고 거듭 주의를 주는 거보단 이쪽을 납득해 줄 것 같아서, 어디까지나 개인 것은 부정하지 않고 이야기를 진행해 버렸다.

그러자 포치는 히나타의 이야기에 흥미를 보이며 몸을 내밀어 물었다.


“개 키워봤어?”

“옛날에. 내가 어렸을 때 죽었지만.”


그것은 원래 어머니가 친정에서 데려온 개로, 흰색 푸들이었다.

분명 작은 견종이었겠지만, 그 당시엔 히나타도 어렸기 때문에 같은 동류라고 생각했던 거 같기도 했다.

히나타가 유치원에 들어갈 무렵에 그 개가 하늘로 돌아간 이래, 히나타가에서 애완동물을 키운 적은 없다.

죽었다는 말을 들은 포치는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다. 대답할 말을 고르는 것 같다.

애초에, 아무래도 10년도 지난 옛날이야기라 신경 쓸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주인님에게서 잠자리를 뺏을 순 없어. 개의 은혜를 얕보지 마.”


기어코 개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귀찮은 대화 때문에 가벼운 두통까지 왔다.


“별로, 난 소파에서 잘 거니까 괜찮아.”

“그럼 내가 소파에서 잘게. 그럼 되지?”

“잘 때 불편하잖아.”

“사람 이불에서 편하게 잘 수 있을 리가 없는걸. 그게 더 불편해.”

“알았어. 그럼 이불 가져다줄 테니까 거기에 뒹굴고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코타츠에서 기어 나온 포치는 부들 떨면서 소파에 몸을 뉘었다. 역시 발이 조금 삐져나왔다.

깔아놓은 히나타의 이불엔 여름 이불, 담요, 이불이 덮여 있다. 그 이외에 여분의 이불은 없다.

한 장만으론 춥겠지만 두 장을 양보하면 돌려줄 게 뻔했다. 망설이다가 촉감이 좋은 담요 쪽을 짊어지고 소파에 누운 포치에게 덮어준다.


“창문이랑 가까워서 추울 것 같은데 난방장치는 계속 켜놓을까. 건조할 테니 물도 채워두고.”


가습기 같은 거창한 것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히나타는 부엌 그릇에 물을 채워 코타츠 테이블 위에 놓아뒀다.


“불 끈다.”


그렇게 말하고 스위치에 손을 걸자, 포치는 얼굴만 움직여 히나타 쪽을 바라봤다.


“벌써 자? 아직 11시 반인데.”


벽시계를 봤을 것이다. 눈은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벌써라고 할 정도의 시간은 아니잖아. 히나타는 대꾸하려고 했다.

부모님에게 되도록 부담을 주기 싫다는 이유로 싼 집을 선택했던 탓에 학교랑 조금 거리가 있고, 통학에는 1시간은 안 되게 걸린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면 밤에도 일찍 자야 체력이 붙는다.

하지만 그것을 말하기 전에 문득 깨달은 것이 있어서, 히나타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

“히나타 군?”


뭐 잘못 말했나. 불안한 얼굴을 한 포치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부상의 아픔에 얼굴을 찌푸린다.

화들짝 놀란 히나타는 포치를 다시 눕히고 생각하고 있던 것을 입 밖에 냈다.


“너, 어쩌면 야행성이었을 수도 있겠네.”

“에?”

“11시 반이면, 그렇게 빠른 편도 아니잖아? 자연스럽게 그런 말이 나온 건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런 걸까.”


역시 자각이 있었던 건 아닌 것 같다.

포치는 입가까지 담요를 덮으며 떠오르지 않는 기억을 열심히 더듬고 있다.

가만 보면, 기억을 잃어버려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평소의 버릇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밖으로 나왔다고 하자. 역을 보고 작은 역이라고 하면 큰 역 부근에 살았거나 혹은 다녔을 가능성이 있다.

열차를 기다리고 있을 때 좀처럼 오지 않는다고 하면, 편수가 많은 노선을 사용하고 있던 것이 되고, 반대라고 해도 또 힌트가 될 것이다.


“이 상태로 조금씩 생각나면 좋겠네. 나도 협조할게.”


머리를 툭툭 쓰다듬자 포치는 담요 속에 숨어버렸다.

동물처럼 어리광부리는 것이 부끄러웠을 수도 있고,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했을 수도 있다.

불을 끈 히나타는 손으로 더듬어 다다미방으로 들어가, 맹장지는 닫지 않고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갔다.

황당한 하루를 마쳤으니 곧 잠들 줄 알았지만 담요 한 장을 준 바람에 날씨가 쌀쌀해 도무지 잠들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포치의 상태도 신경이 쓰였다. 저 소파에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있을까. 난방장치를 켜놓고 있으니 춥지는 않겠지만 오히려 더워질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되더라도 그는 마음대로 남의 부엌에 가진 않을 거 같다. 그렇다면 음료수 정도는 내놔야 할까.

마침 주말에 찻집에서 산 세일품 차가 있다. 저걸 머리맡에 놓아두자. 그렇게 생각한 히나타는, 또 귀찮은 사양을 받지 않아도 되도록 그가 잠들기를 기다렸다.

잠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불을 덮고 핸드폰을 만지고, 넉넉히 30분은 기다렸다가 일어난다.

발소리를 죽이고, 어둠 속에서 부엌으로 걸어가 냉장고 안에서 500mL 페트병을 꺼내 소파로 다가간다.

그가 일어나면 눈치채도록 몸 옆에 살짝 올려놓은 그때, 어둠에 익숙해진 히나타의 눈은, 잠든 줄로만 알았던 포치의 눈동자를 포착했다. 신기한 빛의 두 눈은 천장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으악?!”


히나타는 과장된 소리를 지르며 튀어 오르고, 쿵 엉덩방아를 찧었다.


“깜, 깜짝이야, 일어나 있었냐.”

“놀라게 해서 미안해. ……어라, 그건?”


목소리는 조금도 안 쉬어 있었고, 아무리 봐도 잤던 거 같지는 않다.

하지만 놓인 페트병은 눈치채지 못한 듯, 어둠 속에서 필사적으로 뚫어지게 바라보며 “이에몬이네”라며 라벨을 읽어 내려간다.


“차야. 건조할 테니까 수분 섭취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그런, 나 따위는 물로도 충분......”

“아아, 진짜, 『나 따위』라고 하는 건 절대 금지! 우리 집 규칙이다. 알겠지.”


귀찮다고 여긴 히나타가 말을 끊자, 포치는 노골적으로 풀이 죽은 표정을 짓는다.

병원에 있었을 때는 이런 표정은 보이지 않았던 주제에, 개 취급하는 거에 묘하게 빠져 버린 것 같다.

히나타는 포치로부터 페트병을 빼앗아, 뚜껑을 열어 한 모금 마시고 돌려줬다.

목이 말랐다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라도 안 하면 그는 계속 개봉을 안 할 거 같았다.


“잠 안 오냐.”


소파 다리에 기대듯이 앉아, 어깨너머로 지그시 묻는다.

전신이 상처투성이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병원에서,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픈 몸을 이끌고, 모르는 남자의 집에 오고―― 보통으로 생각하면 심신이 기진맥진한 상태에 있을 것이다.

실제로 아까 히나타가 목욕하고 있었을 때, 코타츠에서 선잠을 자고 있던 것 같았고.


“잠이 안 자진다, 고 할까…… 아직 잠들지 않았을 뿐이야. 생각하고 있었어.”

“생각?”

“응, 우리 집은 어딜까. 가족은…… 어떤 사람일까.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거.”


포치가 방금 천장을 올려다보던 이유를 알아차리고, 히나타는 똑같이 위를 봤다.

그는,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버린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자기 안에 있을 텐데,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내도 고개를 내밀지 않는다. 얼마나 답답하고, 슬프고, 불안할까.


“그건 불안해지겠지…… 그래도, 가출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집도 그렇게 안 멀 거 아니야? 평생 못 찾는 게 아니니까 괜찮아. 다시 원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안이한 격려의 말을 들려준 거 같아서, 히나타는 돌아보며 포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것도 무언가의 인연이다, 받아들인 이상 조금은 힘이 되어주고 싶다.

휴식을 취하고 안심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그가 자신의 기억에 두려워하지 않고 마주하기 위한 힘에.

하지만 포치는 히나타의 손바닥 아래에서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야. 향수병 같은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야…… 따뜻한 곳에서 행복하게 지냈다는 기분이 전혀 안 들어서. 집 같은 게 있었나? 가족 같은 게 있었나? 아니, 있을 리가 없어. 이런 날 사랑해 줄 사람 같은 게, 있을 리 없어. 분명 나에겐 반드시 떠올려야만 하는 게 없는 게 아닐까. 혼자서 텅 빈 채 살아갔던 게 아닐까.”

“그런 말, 쉽게 하지 마. 아직 아무것도 모르잖아.”


그가 부정적인 말을 할 때마다 우울해지는 거 같아, 히나타는 강한 어조로 가로막았다.


“분명히 넌 평범하지 않다고는 생각해. 틀림없이 이유가 있을 거야.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터무니없는 이유가 있을지도 몰라. 그래도 혼자라고 하지 마. 적어도 지금은, 그, 내게 주워졌으니까.”


나를 의지하라고까지는 할 수 없어, 마지막 부분은 얼버무리고 말았다.

앞으로 만약 그가 자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히나타는 구체적으로 그에게 도움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경찰에게 부탁할 수도 없고, 탐정에 의뢰할 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충실한 탐문 정도는 자신의 발로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짓을 했다간 포치를 노리는 사람에게 들켜 버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히나타는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다.

적어도, 이렇게 눈앞에서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 싫었다.

너덜너덜한 개를 주워, 열심히 따뜻하게 해주고, 가끔 기쁜 모습을 보이면서도 곧 먼 눈으로 어딘가를 바라본다. ――그렇게 되면, 어떤 주워온 주인이라도 같은 기분이 될 것이다.

히나타의 그런 마음이 전해졌는지, 포치는 단정하는 말을 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히나타 군…….”


천장을 바라보던 눈동자가 매달리듯 히나타에게 향한다.

그것만으로 뭔가 보답을 받는 기분이 된 히나타는 응하는 미소를 짓는다.


“약해지지 말라는 건 아니니까. 그냥 단정 짓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불안한 말은 해도 괜찮아.”

“……기쁜걸. 고마워. 굉장히 꼬리를 흔들고 싶은 기분이 됐어.”


그 말에 히나타는 무심코 포치의 허리쯤에 시선이 갔다.

물론 거기에는 꼬리 같은 건 없고, 평평한 몸에 담요만 덮여 있을 뿐이다.

겸손하면서도 어딘가 경계심을 보이던 그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한 『개를 주워온 기분』이라고 한 적당한 말이, 설마 이 지경까지 정착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표정을 푼 것도 그때부터였던 거 같으니, 자신에겐 임기응변이 먹힌 모양이다.


“그래! 난 히나타 군이 키웠던 개의 환생일지도 몰라. 안 그러면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을 리가 없어. 분명 히나타 군을 너무 좋아해서, 다시 이 세상에 온 거야.”


포치는 기쁜 발견이라도 한 듯이 벌떡 몸을 일으키며 그렇게 말하다가 옆구리의 상처를 잡고 신음을 냈다.

너무 좋아, 라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쑥스러워진 히나타는 반사적으로 휙 얼굴을 돌렸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내가 키우던 개는 너처럼 수다쟁이가 아니야.”

“그렇네, 미안. 개면서 너무 많이 말해버렸지.”


‘애초에 개는 한마디도 안 하지만. ……라고 말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멍』 할 거 같아서 곤란하네.’

포치 다루기에 익숙해진 히나타는 그 말을 마음속으로만 중얼거린다.

마침 두 사람의 말이 끊긴 시점에서, 난방장치의 바람이 쏴 울렸다.

다다미방에 있는 히나타는 딱 좋은 정도지만, 여기는 직접 바람이 맞는다. 역시 하룻밤을 지새워야 할 환경이 아니다.

일어선 히나타는 아무 말 없이 포치가 덮던 담요를 잡아당겨, 가지고 왔을 때와 같이 짊어지고 다다미방으로 옮긴다.

갑자기 온기를 빼앗긴 포치는 멍하니 있다가 소파의 등받이에서 쑥 얼굴을 내밀며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역시 춥지. 미안해. 나 따위가…… 음, 내가 담요를 뺏어서…….”

“포치, 이리 와.”

“에?”


손짓하자, 완전히 어둠에 눈이 익숙해진 포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다미방으로 왔다.

히나타는 여름 이불과 이불 사이에 담요를 넣고 안으로 기어서 들어가 슬금슬금 가장자리에 몸을 바싹 붙였다. 내친김에 리모컨으로 난방장치를 끈다.


“붙어있으면 둘 다 안 춥잖아. 역시 난방장치를 켜는 것도 몸에 안 좋으니까.”


한 번 더 손짓하면서 비어있는 한쪽을 권한다. 그 의도를 이해한 포치는 기쁨 반, 미안함 반이라는 얼굴로 눈썹을 낮춘다.


“같이 자도 돼? 난 고양이가 아닌데?”

“개라도 상관없잖아. ……빨리 자자. 난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일부러 그런 타이밍에 하품한다. 그걸 본 포치도 순순히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온다.

180cm 크기의 큰 몸을 열심히 움츠려, 어떻게든 히나타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이불을 끌어당기는 꼴이 된다.

그 말을 하는 것도 귀찮아, 히나타는 포치의 어깨에 손을 얹어 두르고 자기 쪽으로 가까이 붙였다.

탄력이 붙어서 의도치 않은 거리까지 다가왔지만, 이러면 어떻게든 남자 둘이서라도 이불에 들어갈 것 같다.

안절부절못하는 그에게 “잘 자”라고 말하자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수줍게 “잘 자”라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따뜻한 한숨이 걸릴 정도의 거리에서 두 사람은 동시에 천천히 눈꺼풀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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