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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클라나드 어나더 스토리 1 - 그녀의 경계선

먀그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1.27 17:13:52
조회 254 추천 10 댓글 2
														

블로그 잠깐 하다가 때려치우고 거의 다른 곳에만 올렸었는데 
7년 만에 휴면계정 살려내서 티스토리 닫았다가 자료 필요한 사람이 곤란해 했던 거 보고

옛날 자료들 찾아보니 거의 다 유실 상태인 것 같더라구요


제가 했던 것 만이라도 꺼내보려고 옛날 거 다듬어서 올립니다



 



CLANNAD Another Story 1

그녀의 경계선

Written by 카이

――――――――――――――――――――――――――――――――――――――――――――――――――

괴로운 엇갈림의 끝에서, 간신히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연인으로서 사귀게 된 토모야와 쿄.

하지만 쿄에게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방은 조용했다….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둘만의 공간, 고요한 시간.

-이어야 할 곳이.

"바보바보바보! 왕멍청아!! 변태!!"

"잠깐만 쿄! 그렇게 화낼 건 없잖아."

"시끄러워! 너 같은 건 죽어버려!"

쿄는 울부짖으며 근처의 잡지를 집어들고 토모야를 향해 힘껏 내던졌다.

간발의 차이로 피한다.


철컥….


"시끄럽다고! 너무 떠들면 럭비부가…. 크헉!"

잡지는 방에 들어오려던 스노하라의 얼굴에 명중했다.

"나 갈 거야!"

"야!"

"잘 있어!"

토모야는 손을 뻗었지만, 쿄는 그 손을 피하며 방을 빠져나갔다.


쥐 죽은 듯 고요하다….

"하아……."

토모야는 한숨을 내쉬며 탁자의 위에 있던 캔커피를 들이킨다.

"그렇게나 싫은 건가…."

죄책감은 들지 않았지만, 골치가 아파 머리를 긁는다.


쿄와 사귀기 시작한 지 벌써 2개월.

사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역시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따지고 보면 동생의 남자친구를 빼앗은 언니, 동생을 버리고 언니를 선택한 남자로밖에 보이지 않을 테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

그 와중에 한 가지 다행이었던 것은 료가 전과 다름없이 쿄랑 토모야와 이야기한다는 점.

그 덕분에 주변 사람들도 점차 이해해 주고, 전과 같이 대해주기 주었다.

그래도 역시 료는 신경 쓰인다….

아직 료 앞에서 손을 잡지는 않는다.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스노하라의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것은.

좀 그렇지만, 여기라면 료에게 보일 일도 없으니까.

"그렇지만…. 쟤 기준은 좀 모르겠단 말이야…."

"있잖아, 오카자키…."

문 근처에 쓰러져있던 스노하라가, 코를 감싸며 일어난다.

"응? 아아, 돌아온 거냐."

"잘 다녀왔냐는 인사 대신, 잡지와 충돌할 수 있었습니다만…."

"그래, 그것참 애도의 뜻을 표한다. 그보다 부탁한 과자는 가져왔냐?"

"하마터면 옆 동네까지 사러 갈 뻔 했다고."

그렇게 말하며 스노하라는 편의점 봉지를 탁자 위에 놓는다.

"헌데 나를 오랫동안 밖에 치워두려는 꿍꿍이가 빤히 보였습니다만?"

"뭐 솔직히 방해되니까."

"꽁냥대려면 너네 집에서 하면 되잖아!"

"시끄럽구만! 네가 눈치가 없어서 그런 거야!"

"적반하장입니까! 그건 그렇고 남의 방에서 대체 무슨 짓 하는거냐고!"

"별로…."

스노하라의 태클에 토모야는 고개를 돌린다.

"후지바야시 쿄. 엄청 화난 것처럼 보이던데… 서, 설마 여기서 선을 넘으려고 했냐…!?"

"아니, 아무리 나라도 거기까지는."

"그럼 어디까지 갔냐!"

"그냥 보통이야."

토모야는 삐진 듯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스노하라가 사온 과자에 손을 옮긴다.

스노하라는 그런 토모야를 보며 놀리듯 말했다.

"어차피 가슴이라도 만져서 화낸 거겠지."

"아니, 그정도는 별로 화 내지 않고 보통이니까."

"……………."

토모야의 한마디에, 스노하라는 웃는 얼굴인 채로 굳어버렸다.

"아 음… 역시 폭신폭신합니까?"

"뭐어 그야."

"뭐랄까, 저기… 내 방에서 대체 뭘 하고 계십니까…?"

"별로…."

토모야는 말끝을 흐리며, 스노하라가 사 온 과자 봉지를 뜯는다.

"역시 료와는 다르구나…."

특별히 의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말을 흘렸다.

그 한마디에 스노하라가 눈을 가늘게 했다.

"너 방금, 되게 쓰레기 같은 말을 한 거 알지?"

"그렇구나, 실언이다…."

비교하려는 것이 아니었고, 비교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자기혐오에 사로잡힌 채, 토모야는 바닥에 드러누웠다.


★ ★ ★


"하아…."

쿄는 잔뜩 풀이 죽은 채 어둠이 깔린 길을 홀로 걷고 있었다.

계절은 벌써 여름이라 해가 떨어져도 눅눅한 열기는 아직 남아있다.

짧아진 머리카락 덕분에 목덜미는 예년보다 서늘했다.

오랜 시간 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각이었다.

입술에 손을 가져간다.

아주 조금 전까지만 해도, 토모야의 입술과 닿고 있었던 곳이다.

"별로…. 키스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말이야…."

누구 들으라고 하는 말이 아닌 혼잣말.

토모야는 사귀는 사이라면 당연한 일을 한 것이다.

하지만, 쿄에게는 아직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차라리 품에 안기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 정도로 '그것'은 싫었다.

토모야와 싸울 때면, 어떻게든 떠올려 버리는 것이 있다.

이럴 때, 료는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은 적당 선에서 참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며 억지로 수긍한다.

"연애라는 거 어렵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한숨을 토해낸다.

가벼워진 머리카락….

한 가지 결의와 함께, 무언가를 잃어버렸다….

최근 그런 기분이 드는 일이 많았다.


★ ★ ★


"뿌히―"

집에 돌아오자, 보탄이 품에 날아들었다.

"다녀왔습니다― 얌전히 놀고 있었지?"

"부히- 부히-"

보탄은 고개를 끄덕이며 쿄에게 다가가 몸을 비빈다.

"음… 너 말이야. 점점 세로 줄무늬가 짧아져 가는구나."

"부히?"

"남자다워진 것 같아." (※역주:멧돼지는 성체가 될수록 줄무늬가 옅어진다)

"부히~♪"

쿄의 말에 보탄이 기쁜 듯 얼굴을 핥는다.

"꺄아, 얘, 간지럽다니까."

"부히~ 부히~"


핥짝핥짝.


아기 멧돼지의 작은 혀가, 쿄의 입술을 핥

"……!"

으려는 순간, 쿄는 보탄을 얼굴에서 떼어냈다.

쿄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부히…?"

"아, 그게, 음…. 밥 먹어야겠다. 그래. 옷 갈아입어야지."

쿄는 웃으며 보탄을 바닥에 내려두고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보탄은 이상하다는 듯 목을 긁고는 그 뒤를 따랐다.


★ ★ ★


"야 오카자키."

"응?"

도시락을 먹는 토모야에게 스노하라가 반만 뜬 눈으로 말을 건다.

"야, 너 후지바야시 쿄랑 어떤데."

"어떻냐니?"

"어디까지 갔냐고."

"평범해."

"키스 정도는 벌써 해버린거냐?"

"평범하다고."

"B도?"

"평범하다니까."

"서, 설마 C까지?" (※역주:A는 키스, B는 가슴, C는 섹|스. 이건 20년 전 SS라 이런 표현이 나오는 거지 요즘 이런 말 안 쓸 듯)

"노코멘트."

"말해주면 어디 덧나냐. 친구잖아."

"누가?"

"너랑 나!"

"아, 잔 좀 채워봐."

"예입, 보라차면 될까요?"

"그래, 고맙다. 그래서 누가 친구라고?"

"사람의 선의를 짓밟지 말아주시겠습니까!"

"친구라면 남의 사생활에 비집고 들어오지 말아 달라고."

"친구의 사적인 공간에 맨날 죽치고 있는 게 누구시더라?"

"네 것은 나의 것."

"제멋대로구만!"

야단법석인 스노하라를 외면하며, 토모야는 차를 마신다.

한숨-… 깊은 탄식이 섞인 한숨을 내쉰다.

그런 토모야를 보며, 스노하라도 한숨을 내뱉는다.

"아-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후지바야시 쿄랑 키스나 해볼걸."

학교 안뜰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는 건가.

토모야는 스노하라의 어깨 위에 툭 손을 올린다.

"다행인걸. 그랬다면 눈 마주칠 때마다 패버렸을 거라고."

"질투 하나만큼은 어디 내놔도 꿀리지 않겠네."

스노하라는 뺨을 부풀리며 불평했다.

토모야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스노하라를 보았다.

"… 진지한 이야기 좀 해도 되냐?"

"해봐."

"솔직히, 쿄랑 단둘이 있는 게 좀 껄끄… 불편해."

"잘 되고 있는 거 아니었어?"

"남들이 보기엔 잘 되고 있는 걸로 보이겠지. 그냥 좀, 이걸 뭐라고 해야 되지…. 헛소리 같겠지만, 겁이 나."

"그야 그 후지바야시 쿄인걸."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어디까지가 허용선인가 모르겠어서."

"하아."

스노하라가 얼빠진 목소리로 대답한다.

"역시 너도 남자고, 여자친구랑 이런저런 짓 해보고 싶은데, 어디까지 괜찮은지를 모르시겠다?"

"……."

"친구로 지낼 적에는 명확했던 게, 사귀고 나니깐 애매모호해져서 넘어선 안 될 선을 못 재겠다고? 야, 솔로한테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거냐?"

"그렇군."

토모야는 또다시 한숨을 내뱉었다.

"상담 상대를 잘못 골랐네…."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하게 됐네요!"


★ ★ ★


쿄는 보탄을 베개 삼고 누워 책을 읽고 있다.

평범한 소녀 만화.

허나 펼쳐져 있는 것은 마침 키스씬 컷이 담긴 페이지.

'…이게 평범한 키스인가.'

책을 편 채로 입술에 손을 댄다.

"언니?"

료가 부르는 소리에 쿄는 책을 닫고 몸을 일으킨다.

"어, 왜?"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료를 본다.

"무슨 일 있어…?"

"아, 아무 일도 없는데?"

흔들리는 눈빛으로 전혀 설득력이 없는 말이었다.

"언니 요즘 고민 있어 보여."

"그, 그래? 기분 탓이겠지."

웃음으로 얼버무리려 했으나….

"토모야군?"

료의 입에서 남자친구의 이름이 나오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를 극복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리라.

"잘 안되고 있어?"

"아- 아냐. 그런 거 아니야."

쿄는 웃음을 지으며 쿄에게서 눈을 돌린다.

료에게만큼은 토모야에 대한 상담을 해선 안된다.

그렇고 그런 일에 대해서는 더더욱.

"언니 있잖아. 토모야군이랑 어디까지 갔어?"

"어… 뭐!?"

동생에게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듣고는 큰 소리를 냈다.

료는 평소처럼… 싱긋 웃으며 쿄를 보고 있었다.

"아, 저기, 어디까지냐면 그게…."

뭐라고 말을 골라야 할까 갈팡질팡.

"벌써 2개월이나 됐네."

"응, 그렇네."

"벌써 언니가 나보다 토모야군이랑 함께한 시간이 더 길어졌어."

"응…."

"난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료…."

"그래서 말인데…."

료는 쿄의 옆에 앉아 흥미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키스는 했어?"

"아, 그게…."

"이러다간, 내가 선배가 되겠는데?"

토모야와 사귀게 된 이후, 정말 밝아진 료.

언제나 손잡고 이끌어주던 언니로선 자신을 두고 가 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키스라면 이미 여러 번 했다.

그런 의미로는, 분명 료와는 동등한 입장이겠지.

그렇다면 물어봐도 괜찮을지도 몰라.

"저기, 있잖아 료."

"응?"

"키, 키스했을 때 말인데."

"응."

"어, 어땠어?"

"어땠냐니?"

"그, 저기…."

쿄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었다.

그리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혀, 혀라든가…."

쿄는 그렇게 말하는 자신의 얼굴이 한층 더 화끈해지는 것을 느꼈다.

료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언니를 본다.

잠시 후,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이해한 듯 '아하' 하고 수긍하며.

"처음에는 조금 놀랐지."

라며 부끄러운 듯 웃으며 말한다.

"어!? 어!? 너, 그, 그런 키스까지 하, 한 거야?"

"응, 했어."

갑자기 얼굴을 가까이한 료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전혀 동등한 입장이 아니었잖아.

쿄는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그치만 뭔가 기분 나쁘지 않아? 미끌미끌한 느낌이라든가."

"응. 처음엔 이상했는데 그렇게 싫진 않았어."

"아, 아으으-."

동생과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 ★ ★


"슬슬 가볼까."

곧 날이 바뀌려는 시간, 토모야는 읽던 잡지를 테이블 위에 두고 일어났다.

"아 맞다. 오카자키."

스노하라가 잡지를 읽으며 이야기를 한다.

"아까 선이 어쩌고 했는데 말야, 그런 걸 신경 쓰고 있는 것부터가 잘못된 거 아냐?"

"?"

"사귀는 사이라는 건, 그 선을 지워나가는 거잖아? 미움받을까 두렵다든가 하는 건 사귀기 전에 생각하는 거고.

가치관이 다르니까 서로 부딪히는 건 당연한 거지. 연인이라는 건 서로가 양보하는 게 아니라 견해 차를 줄이는 거야.

-라고 이 책에 써있더라."

스노하라는 손에 든 잡지를 가볍게 흔들었다.

"스노하라…."

토모야가 그 잡지를 읽었을 땐 그런 내용은 없었다.

"그럼 힘내라."

"그래, 고맙다."

토모야는 고마움을 표현하고는 스노하라의 방을 나왔다.

문을 닫고, 크게 숨을 내쉰다.

뱉은 것은 한숨과는 다른, 기합이 담긴 것이었다.


★ ★ ★


다음날.

방과 후, 둘은 평소와 같이 스노하라의 방에 있었다.

"난 탭 클리어." (토모야) (※역주:말투로 토모야랑 쿄가 구분이 되는데 번역으로 나타내지 못해서 따로 표기)

"나는 맥콜." (쿄)

"그거…. 요즘에도 파는 거 맞습니까?"

"찾을 때까지 돌아올 생각하지 마라." (토모야)

"전철 타고 나가서라도 사 와." (쿄)

"야 너희들, 어제 싸웠잖아!"

"뭐어!?" (토모야+쿄)

"히익! 사오겠습니닷!"

두 사람에게 쫓겨, 스노하라는 울며 방을 나섰다.

원래부터, 싸우더라도 하루만 지나면 평소대로 돌아가는 커플이었다.

결국 그만큼 마음이 잘 통하는 거겠지.

"토모야, 탭 클리어가 뭐야?" (※역주:90년대 초반에 잠깐 팔았다가 단종된 투명한 코카콜라)

"유명한 콜라. 니가 말한 맥콜은 뭔데?"

"보리차 맛 콜라."

"맛있냐 그게?"

"애매해."

쿄는 그렇게 말하며 앉은 채로 토모야를 향해 바짝 붙는다.

찌릿. 토모야의 얼굴을 노려본다.

"왜 그래?"

"저, 어젠 미안."

"?"

"변태라든가 죽어버리라든가 심한 말 해서."

"별일 아니잖아?"

"그래도 미안해…."

"그래, 나도 미안해. 이젠 네가 싫어하는 짓은 하지 않을게."

"……."

토모야의 말에 쿄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인다.

잠시 눈을 감고, 무언가를 결심한 듯 혼자 고개를 끄덕이더니 토모야를 향해 고개를 든다.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간다.

그리고는 바닥 위의 토모야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친다.

얼굴이… 입술이 천천히 가까워져 간다.


철컥.


"아이고-, 내가 지갑을 깜빡했네."


휙! 퍽!


"부하악!"

웃으며 돌아온 스노하라에게, 테이블 위에 있던 지갑을 온 힘을 다해 던진다.

동전이 가득해 상당한 무거웠다.

"방에 들어올 땐 노크라도 해!" (쿄)

"여기 내 방이거든요!"

"지금은 우리들의 방이야!" (쿄)

"죄, 죄송합니다…."

쿄의 기세에 눌려 사과해버리고 마는 스노하라.

"너무 화 내진 마. 스노하라도 앞으론 꼭 노크하고 다니고. 알았지?" (토모야)

"깔끔하게 정리된 것처럼 말하지 말아주실래요…."

"됐으니까 얼른 사 오기나 해. 안 그러면 이 방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댈 거야." (쿄)

"부탁드립니다. 제발 그것만큼은 용서해 주십시오."

스노하라는 머리를 깊게 숙이며 또다시 방을 나섰다.

"후우, 위험했어."

발소리가 멀어져 가는 것을 확인한 뒤, 쿄는 한숨을 내쉰다.

"너, 은근슬쩍 엄청난 말 하지 않았어?"

"응? 엄청나다니?"

"지금은 우리들의 방이라고."

"아, 응. 뭐어, 그치만 맞는 말이잖아?"

"부정하진 않겠지만."

토모야는 그렇게 말하며, 쿄를 향해 몸을 기울인다.

가볍게 키스를 한다.

"응… 토모야…."

쿄는 토모야를 바라본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눈으로, 토모야 또한 쿄와 시선을 주고받는다.

그러자, 순식간에 여자친구의 얼굴이 빨개진다.

"아, 저, 저기, 그, 그게 말야."

"??"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긴장감이 높아져 간다.

문 밖의 발소리가, 귀에 크게 울린다.

"토, 토모야!"

마치 스스로를 더욱 몰아붙이듯 거친 목소리로.

"히, 혀 넣어도 괜찮앗!"

그렇게 말하며 턱을 들었다.

여자친구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빨개진 걸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아, 그."

예상외의 말에, 토모야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어쩜 이리도 야하지 않게 말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쿄로 말할 것 같으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는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입술도, 꾹 다물고 있다.

"……."

"……."

솔직히,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다.

"……."

"……."

침묵이 계속되고, 방 안의 공기가 무거워진다.

한층 더 움직이기 힘들어진다.

"……."

"……."

"-아 진짜! 왜 안 하는 거야!"

쿄가 폭발했다.

"아니, 왜 안하냐니. 방금 말했잖아. 네가 싫어하는 짓은 하지 않겠다고."

"그 내가 괜찮다고 하잖아!"

"억지로 말할 필요는 없어."

"억지로라니, 아냐. 싫은데 그러는 게 아냐."

쿄는 말하며 시선을 피한다.

"그치만… 료랑은 했잖아…."

의식하고 뱉은 말은 아닌 듯,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에 놀라 눈이 커진다.

이럴 때 나와선 안 될 이름.

토모야도 눈썹을 찌푸렸다.

"미안해…. 난…."

쿄는 무릎 꿇은 채 울 듯 사과했다.

나쁜 일을 해서 꾸중 듣는 아이처럼.

토모야는 크게 숨을 내쉬고, 쿄의 머리에 손을 올린다.

쿄는 혼나기라도 한 것처럼 어깨를 움츠린다.

"있잖아 쿄. 료랑은 그게, 료랑 한 것 가지고 초조해할 필요는 없어."

"그래도…."

"너랑 료는 같지 않아. 걸음걸이도 같지 않지. 우리는 우리들의 속도로 걸어나가면 돼."

"응…."

"한 번 더 말하는데, 나는 네가 싫어할 만한 짓은 안 할 거야."

"응."

이제서야 쿄는 고개를 들었다.

눈이 조금 빨갛다.

하지만, 안심한 듯 마음이 놓인 듯한 미소로 토모야를 바라본다.

토모야도 그런 쿄의 미소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그럼 이렇게 하자. 혀는 너 좋을 때 네가 넣는 걸로."

"…………뭐?"

쿄의 표정이 미소를 띤 채 얼어붙는다.

토모야는 개운한 듯 웃으며 말을 이어나간다.

"역시 난 남친이니까, 여친이 싫어하는 걸 억지로 시킬 수는 없지. 그렇다면 기다려 주는 것이 최선의 배려."

"저… 토모야? 그…."

"우리는 우리만의 속도로 걷자."

토모야는 상쾌한 미소를 지은 채 그대로.

"저, 혹시 화났어?"

"전혀."

"그, 그래도 그런 걸 여자에게 떠넘기다니. 할 수 있을 리 없잖아!"

"각오가 되면 말하면 되잖아!"

"그럼 평생 못해!"

"그렇다면 평생 기다려 줄게!"

"평생…! 펴, 평생…?"

토모야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쿄는 뺨이 달아오른다.

본인 또한 무심코 입에 담은 말에 얼굴을 붉힌다.

"아냐, 방금 그 말은, 뭐냐, 말이라는 게 단어 그대로의 뜻보다는…."

토모야는 고개를 돌리며, 달아오른 뺨을 숨긴다.

"어어, 어쨌든 느긋하게 나아가자고. 맞춰 나가는 게 아니라, 만들어 나가는 기분으로."

"응."

쿄는 기쁘게 끄덕인다.

토모야도 웃으며 쿄를 바라본다.

자연스레 입술이 가까워진다.

부드럽게, 맞닿을 뿐인 키스를 했다.

쿄는 토모야의 등에 팔을 감아, 따스함을 확인하듯 껴안는다.

토모야도, 쿄를 안는다.

지금, 가장 행복하다고 느낄 행위.


방은 조용했다….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둘만의 공간, 고요한 시간.

-이어야 할 곳이.

"바보바보바보! 왕멍청아!! 변태!!"

"잠깐만 쿄! 그렇게 화낼 건 없잖아."

"시끄러워! 너 같은 건 죽어버려!"


철컥….


"다녀왔습니다…. 어딜 뒤져봐도 안 팔 쿠헉!"

쿄가 던진 깡통이 방에 돌아온 스노하라의 얼굴에 명중한다.

"나 갈 거야!"

"야!"

"잘 있어!"

토모야는 손을 뻗었지만, 쿄는 그 손을 피하며 방을 빠져나갔다.

"하아…. 가슴은 되면서 그건 왜 안되는데. 역시 기준을 모르겠어."

"야, 오카자키…. 내 방에서 대체 뭐 하는 거냐?"

"평범한 거. 평범하게."

토모야는 한숨을 내쉬며 테이블 위의 잡지에 손을 뻗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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