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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팬픽) E-34 기도전쟁 외전 - 1

ㅇㅇ(222.233) 2023.10.18 15:24:31
조회 359 추천 5 댓글 0
														

"하아, 오늘도 별 일 없군.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별 일이 없어."


루이스 함장은 바로 1시간전에 기함 서머나이트를 달티아 대기권내 항구에 정박하고 짧은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조만간 AE와 기사단의 긴밀한 신 연합작전으로 최악이라고 불리던 벨치스전 이후 그에 버금가는 최대규모의 전쟁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들의 목적지는 중앙기사단이 있는 본성 아린이였고 그에 대비해 군을 모으기 위해서 신 연합은 동서남북의 각각의 함대 병력을 4군데의 행성에 우선 집결시키고 군 편성을 하는 중에 있었다. 


하지만 아직 대망의 그 날은 오지 않았다. 아린 본성 공략전의 그 날이 오려면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물론 긴장감은 행성 전체에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이곳에 속속 모이고 있는 수 백대의 함선들과 목숨을 던지기 위해 온 군인들 누구나 죽음의 문턱에 모인다는 마음가짐이였으니까.


"주문하신 맥주입니다."


"거기 놓고 가주게."


루이스는 항구를 나와 번화가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점원이 놓고 간 맥주를 들이켰다. 의자에 빨려들어가듯 몸을 눕힌 그는 선글라스를 바로 끼며 생각에 잠겼다. 중앙기사단이 괴멸한 이후 소집된 임시 의회의 의장, 드라이 레온하르트는 아린 괴멸 이후 즉각적으로 유능한 인재들을 비밀리에 소집했다. 그중에는 동부 연합전선에서 숱한 전장을 격파해오며 동부 한정으로는 최악이었던 '여름 전쟁'의 총 책임 함장이던 루이스 본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실 이곳은 루이스보다도 잘난 사람이 수도 없이 모인 곳이기도 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한 기사들부터 루이스보다 전쟁에 이골이 난 전쟁광들과 천재란 천재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드라이가 그들만 소집한 이유를 요약하자면 간단했다.


'현재 가뇽 가능한 인류 최대의 전력으로 아린을 강습, 탈환한다.'


중앙기사단의 괴멸이 크게 다가온 건 마찬가지였지만 드라이가 들려준 보고에 따르면 상황의 심각성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근 3년간 존재하지 않던 A급 이상 영식이 두 기. 거기에 인간의 지능을 학습하고 인간의 기술을 습득했다고 유추되는 유례 없는 괴수들. 하다못해서 이제는 인간으로 의태한 엘리스식 여왕까지. 이미 보통의 것이 아니었다. 의석에 모인 모든 사람들의 표정과 땀방울에서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이건 그야말로 자살 특공이 될지도 모른다는 걸. 작전의 세부기획서는 후에 암호화되어 전달되서 상세히 읽어볼 수 있었다. 루이스가 아린으로 향하는 것은 단순한 군인정신 탓이 아니다. 그 이상의 인간이라는 종족의 존망을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이 말을 병사들에게도 전해야겠지만.......그래 아직 오늘은 아니다.


"어디갔나 했더니 여기 숨어계셨군요."


"으앗! 차가워! 놀래라, 이 건방진 자식."


한참 생각에 잠겨있던 루이스는 볼에 닿은 차가운 느낌에 찌르르하고 몸을 떨었다. 의자에 파묻힌 루이스 뒤로 부관인 로제가 아린산 맥주를 들고 있었다. 로제는 훤칠한 키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청년으로 꽤나 젊어보였다. 하지만 부리부리한 눈매와 뺨 언저리에 난 흉터가 그가 단순한게 아니라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임을 가늠케하는 얼굴이었다.


"이거 이제 못 구한데요. 아린이 박살나버려서. 이미 앤드페이즈 말기라니 이제 아린에서는 뭔가 기대하는게 더 어려운 셈이죠."


"그런셈이지."


치익! 하는 시원한 청량감이 전해지며 로제가 아린산 맥주캔을 따줬다. 


"다른 우주 사람들이 불쌍하군. 이런걸 더 못 먹게 되다니."


"어쩔 수 없는거죠. 할 수 있는건 맥주를 만드는게 아니라 행성이라도 되찾아주는 일이니까. 그보다 다 마셨으면 일어나세요. 해야할 일이 산더미인데 총사령관이 없어서 일이 안 굴러가고 있거든요. 아무도 제독님을 못 봤다고 하길래 어디 짱박혀서 농땡이 치고 있겠거니 했더니 역시는 역시네요. 함대는 차곡차곡 도착중이고 저희 기함도 정박했으니 추가적인 무장과 장갑도 보강하고 그리고......"


"알았어! 알겠다 이놈아! 잔소리 더 듣기 싫으니까 그만해! 모처럼 짧게라도 쉬어보나 했더니 명창 잔소리꾼이 와서 휴가를 다 박살내놓는구나!"


루이스는 빈캔으로 로제의 머리를 콱 쥐어박고서는 궁시렁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에 누워 있을 때는 짐짓 멋 부리는 늙은이 같았지만 막살 일어나고보니 로제보다도 어깨 하나 정도 더 큰 덩치의 거구였다. 그런 사람의 커다란 주먹에 맞은 로제는 머리를 만지작거리면서도 잔소리를 쉬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더욱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저는 바로 4함대가 정박하고 있는 해밀튼 기지로 가봐야 하니까요. 우주쪽은 별 문제 없을거 같으니까 애마나 잘 정리해 두십시요!"


"에잉, 빌어먹을 자식."


'욕한거 들렸습니다."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이 썩을 자식아!"


"다른 곳으로 도망가면 안됩니다! 아시겠죠? 꼭이요! 저희 대원들이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루이스는 꼴뵈기 싫은 잔소리꾼에게 손바닥을 휘적거리고 다시 항구로 향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온통 함재기들과 떠다니는 함선들, 드론들로 가득해서 이번 공격의 규모가 피부로 와닿는다. 루이스의 기억속에서 이만한 규모로 치뤄본 전쟁은 벨치스 이후에 본 적이 없었으니까. 어쩌면 규모만으로는 벨치스 그 이상일 수도 있었다. 전쟁꾼으로 살다보면 신기하게도 무언가 미래가 그려져 보인다. 루이스의 머리에서는 지금의 푸른 하늘이 창백한 검은 우주로 바뀌어있고 사방 팔방에서 폭발하여 추락하고 있는 함선들로 그려져 보였다.


"휴우우, 이건 진짜......그때 여름보다 훨씬 빡세겠어."


루이스는 멀리 보이는 기함 서머나이트가 보이자 크게 한숨을 쉬었다. 저 멀리서 승무원들이 얼른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1


[젠장, 징글맞게도 몰려오는군! A-G사일로까지 발사! 우선 거슬리는 하멜급부터 차곡차곡 쓰러뜨린다!]


[A-G 사일로까지 미사일 전탄 발사. 목표는 전방의 하멜급 다수.......직격입니다.]


치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서마니이트의 측면 미사일 사일로가 열리더니 수십발의 미사일이 분사꼬리를 그리며 하멜급 괴수함들을 비롯하여 계속해서 추락중인 핀을 격추시켰다. 한시적으로 달티아 행성의 방위 사령관을 맡고 있는 루이스는 시종일관 욕지거를 뱉어내며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최선을 다 하고 있었다. 괴수가 아군 워프마크에서 워프아웃해왔다. 심지어 그 아린 본성의 코드로 위장한채로!!! 그로부터 불과 15분 사이에 행성에 포트 사출을 성공시켰고 비슷한 시간에는 이미 정박중인 항구가 닥치는대로 공격당하며 정박중인 함선들이 박살나고 있는 중이었다.


이 게릴라 공격 허용은 단순히 행성 방위뿐 아니라 아린 공략전이라는 대전략으로부터도 중요한 과제였다. 달티아는 드라이의 진두지휘 아래 힘을 모으고 힘을 키우던 거점 행성이었고 그런 곳이 이렇게 허망하게 당해버렸으니. 게이트 통신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도 악재로 작용중이었다. 루이스의 마음 같아서는 즉시 통신 규제를 해제하고 나라카파, 푸안, 발티아의 상황과 정보를 공유해 대응하고 싶었지만 쉽사리 그런 판단이 내려지지가 않았다. 평소에도 괴수의 해킹에 골머리를 앓는 엄격한 게이트 통신과 기상천외한 지금의 기습 방식을 연결지어 생각하니 통신을 여는 순간 다른 거점 지역들까지 괴수에게 안내해주는 꼴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결국은 지금은 죽으나 사나 자력으로 해내야 한다는 소리였다.


[지상은 리버스 기지와 해밀튼 중심으로! 우주쪽은 달티아 게이트의 정면으로 있는대로 루트를 뚫어놔! 아직까지 상위괴수는 안 보이고 적의 공격은 아무리봐도 단기 결전형 게릴라 정도에 불과하다. 휘둘리지 않고 화력으로 충분히 대응해! 신속하게 정박중인 함대를 출격시키고, 이륙하지 못한 함대 엄호에 주력하라!]


대낮에 벌어진 눈 뜨고 코 베인 기습이었지만 루이스는 착실하게 최전선에서 적을 밀어내고 있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부지런하고 깐깐한 로제가 서머나이트의 전투 보급만큼은 확실하게 해놓은 상태였다는 것일까? 괴수 침입 경고를 듣고나서 5분도 안되어 서머나이트를 비롯한 휘하 본대 함대는 완전 무장이 된 상태로 출격할 수 있었다. 마침 그 자리에는 명창 잔소리꾼 덕분에 맥주 한 캔만 먹고 휴가가 끝난 루이스 본인도 있었고.


[적 함대에서 대응해옵니다. 미사일과 중소형급 레이피어급!]


관측석에 앉아 있는 오퍼레이터 인형이 긴박하게 상황을 보고한다. 정면의 감지 레이더에 빨간 표시의 괴수함의 포격이 껌벅이며 파란 세모로 표시 된 우군 함선을 덮쳐오고 있었다.


[요격 빔포 전문 개방! 요격과 동시에 주포로 다시 맞대응! 동시에 전 함대 산개하여 진형을 짠다! 코너스 대위, 지금 보낸 대형을 전 함대 전술채널로 공유시키도록."


[그대로 이행합니다!]


루이스는 발 빠르게 현재까지 전황을 파악하고 데이터패드의 전술조명판에 함대 진형을 설계했다. 우선 닥치는대로 이륙하기만 하는데 열중했던 함선들은 서머나이트 주변으로 서서히 모여들며 단단히 진형을 짜기 시작했고 그에 발맞춰 온갖 함재기들이 따라붙었다. 루이스는 다시 데이터패드를 들여다봤다. 전황을 표시해주는 레이더에서 동그런 원이 몇 번이나 번쩍이더니 아군을 향하던 포격들은 깨끗하게 사라져 있었다. 되려 이번에는 아군 함대에서 나아간 선들이 괴수함을 덮치고 있었다.


[각 함대 제독님의 명령대로 산개합니다. 다음 오더를 부탁드립니다.]


[각지에 퍼져 도시 혼란을 일으키고 있을 뿐이야. 로터들을 추락시키고 민간 피해를 줄인다.]


[착탄 확인. 적 주력 붕괴됐습니다.]


[도시 정리를 명 받지 않은 남은 함들은 우주쪽으로. 게이트 부근 경계 소홀히 하지 않게 한다.]


루이스는 조망창과 전술지도를 보며 짧게 숨을 들이쉬었다. 긴장의 끈을 놓치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간신히 큰 불은 잡았다. 아니, 너무나 훌륭하고 침착한 대응이었다고 자평할 정도로 나쁘지 않았다. 지상과 우주쪽 모두 혼란스러운 와중에 분발할 수 있는건 전적으로 사령관의 재량이었다. 그럼에도 루이스는 주먹을 부들부들거릴 수 밖에 없었다. 함교 정면과 측면의 조망창 너머로, 그리고 모니터에 잡히는 다른 화면들속에서도. 그가 눈을 돌리는 모든 곳에서 상상도 못할 만큼의 많은 사람들이 안타깝게 죽어나가고 있었다.


"제기랄, 완전히 치욕이군. 로제, 현 상황 다시 보고하도록."


루이스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지휘석 옆에 서 있던 부관 로제를 불렀다. 로제도 루이스와 똑같은 심정을 느끼고 있었다.


"최소한 함대 절반이 당했어요. 우주로 가는 루트는 확보되어 있지만 이미 스테이션 쪽은 기대하지 않는게 좋습니다......갑작스러운 난입인데도 정확히 우주항들만 노려 정교하게 타격해왔습니다. 마치 우리 함대가 정박중인 위치를 다 알고 있다는 듯이요."


"우리 게이트를 통과했으니 그럴 수 밖에. 대기권내 적군은?"


"거의 정리됐지만 드랍된 포트에서 나온 지상병력 처리가 늦습니다. 함이 대부분인 이 행성에서 지상 병력이 함선들과 발을 못 맞추고 있습니다."


"함재기들과 노심기를 지상 지원으로 돌리고 빠르게 진압하도록. 우주쪽은 속히 게이트 부근에 재집결시켜. 후속 공격이 있을 것에 대비하여 본성인 아린쪽에서 들어올 수 있는 기습 공격에 대비시키도록. 특히 게이트 사수는 목숨을 걸라고 전해."


"알겠습니다."


[경고, 강하중인 적 함선 감지!]


상황이 꽤 안정된거 같은 찰나. 기함의 인공지능이 자체적으로 적을 감지하고 비상 경고를 울렸다. 감지된 방향의 센서가 붉게 점등되며 정신 없이 깜박거린다. 서머나이트의  함교 승무원들은 반사적으로 그곳에 시선을 던졌다.


"이번에는 또 뭐......."


"적 항모! 2km 마난급입니다!"


보고고 자시고 주 조망창으로 보이는 모습 덕분에 모두가 이미 확인하고 있었다. 2km라는 무지막지한 사이즈의 마난 항모가 대기권을 뚫고 무서운 속도로 급강하 중이었다. 함교 조망창이 다시 그 모습을 확대하여 고화질로 전송했다. 항모가 강하에 성공하며 바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항모 강하 성공, 공객해옵니다!"


"정면 쉴드 최대로! 힘으로 받아친다!"


서머나이틔 승무원들은 모두가 배테랑이었다. 명령이 있기도 전부터 쉴드 전환과 출력을 높이고 있었기에 마난급에서 쏟아져 나온 사격들은 쉴드에 막혀 사라졌다. 하지만 그 반응속도를 모두가 따라온 것이 아니었기에 서머나이트의 근방에 있던 노튼급 함선 2대가 그대로 옆구리가 뚫리며 가라앉았다. 마난은 선제 타격과 함께 사방으로 플로터들을 방출시켰고 분전하던 함대 사이를 뛰어다니며 소란을 떨었다. 함재기들이 파괴되고 이리저리 날라다니다 건물에 부딪히더니 땅에 있던 민간인들과 지상군을 덮쳤다.


"타이탄급 C형 쉴드 전력 전개로 고도를 내려! 피해 확산을 막는다! 우주로 향하려던 병력의 발을 잡아서 최우선 목표를 마난급으로 고정! 가용 가능한 모든 전투기들도 지상군 지원보다 흩어진 플로터 요격으로 돌린다! 기사 병력들도 파악해! 수송기를 보내서 지금 당장 이쪽으로 오라고!"


함내의 오퍼레이터 인형들과 승무원들이 민첩하게 자판을 놀리며 명령을 입력해갔다.


"마난급 사출구 열립니다. 이건........노심 반응!"


루이스와 로제는 순간 혈색이 싸해졌다. 예상을 못한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들에게는 상위 괴수가 가장 큰 난적이었다. 순간 루이스는 속으로 영식만 아니기를 바랄뿐이었다.


"사, 상위 괴수! 정체불명 공간전투 타입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마난급에서 노심 출력으로 인한 붉은 안광이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그것은 단숨에 노튼급 함선을 추락시키더니 다른 전투기들을 속수무책으로 파괴해갔다. 루이스는 그럴수록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 최대한 침착해지려 노력했다.


"정말 가지가지 하는군. 놈들은 우리의 전술을 제대로 읽어서 준비해놨다. 로제, 이 행성의 상위괴수 대응 전력은?"


"식이 아니면 격퇴시킬 화력은 충분하지만. 저 기동성을 묶어둘 수단이 대기권내에는 부족합니다. 기사 전력은 충분히 있지만..."


"그거면 충분해! 함선이고 전투기고 몇 개가 깨지던지 일단 저 날파리 같은 자식의 고도를 최대한 낮게 유도해서 기사들에게 맡긴다. 저건 기사들에게 맡기고 우리에게 중요한건 마난!"


루이스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마난이 향하는 항로는 군사기지. 그것도 현재 이 행성의 가장 큰 핵심기지인 해밀튼 기지를 향하고 있었다. 아마도 적은 어떻게 해서라도 기지를 폭파시키고 전력을 절반 이하로 깎아내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마난급을 격추시켜야 한다! 전 함대 주포 장전!]


로제는 즉시 마난 섬멸을 주도했다.


[화기통제석, 현재 주포 장전은?]


[85% 완료됐습니다.]


[장전히 완료된 함선으로부터 1차 사격을 가한다! 철저히 쉴드를 소진시켜서 다가오기 전에 박살내버리자! 함대 발포하라!]


로제의 명령에 따라서 각 함선의 포구가 번쩍이며 우르르하고 떨렸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 없다는 듯 마난의 두꺼운 쉴드에 막혀서 직접 피해를 가하지는 못 했다.


[2차사격 준비! 주포 장전 끝났습니다!]


[각 함대 2차사격 준비!]


기세를 올리려는 틈이었지만 또 다시 찬물을 끼얹는듯 싸늘해졌다. 아까의 비행형 상위괴수가 다시 안광을 빛내며 날아들더니 주포 장전이 끝난 함대를 유린했다. 그 압도적인 힘과 속도에 느릿한 함선들은 속절 없이 당하고 함대 사이의 진형이 흐트러졌다.


"제기랄! 기사들은 뭐하고 처있는거야!"


로제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서머나이트 함교 옆을 스쳐가는 상위괴수를 노려봤다.


[제독님! 기사들이 도착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다음 보고는 긍정적이었다. 레이더에 검 모양으로 표시된 기사들과 방금 서머나이트를 스쳐 후미까지 지나간 상위괴수가 조우하는게 보였다. 멀리 건물 사이를 지나가던 괴수의 등 뒤로 두 명의 기사가 도약해 따라붙었고 상위괴수와 치열하게 공중에서 검격을 나눴다. 녀석은 제법 능숙하게 한 명의 기사의 왼팔을 잘랐지만 본인의 오른쪽 날개도 꺾이고는 비틀거리다 바닥으로 추락해가고 있었다. 그 광경을 실시간으로 본 승무원들이 환호했지만 루이스와 로제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마난에 목표를 고정하고 있었다.


"방금 공격으로 마난이 너무 깊이 들어왔습니다."


"녀석 목적은 확실하지."


"이대로 우리 함대가 돌파당하면 함대 피해는 고사하고 괴수가 원하는대로 흘러갈 거에요. 제대로 요격하지 못 하면 녀석은 악착 같이 저 몸집 그대로 기지를 들이받을 생각입니다."


"일단 몸으로라도 막아내야해. 그 방법뿐이다."


루이스와 로제는 서로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 루이스는 다시 전술패드에 함대 전체로 통신을 보냈다.


[전 함대 출력을 높여라! 정면에 요새돌입용 근접 랜서 전개! 마난급을 향해 충돌코스로 설정, 우리가 나간다!]


[함대 출력 최대로 올리고 본 함의 직속 함대는 마난급을 향해서 출련 공유로 밀어붙인다! 나머지 함은 여전히 위치고수하며 본 함대 엄호에 주력하도록!]


[서머나이트, 요새 돌입 시퀸스로 전환합니다. 정면 쉴드 보강.]


"미사일 남은 건 다 쏟아부을 준비해! 이번 기회가 틀어지면 정말로 끝장이다!"


"모든 사일로 개방, 발사 대기중!"


마난급의 사이즈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1km급의 기함 서머나이트가 자신을 향해 똑바로 전진해오는 것을 보고도 마난급은 경로를 변경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됐다는 듯이 주변의 잔재한 하멜급들이 서머나이트를 향해 육탄돌진해오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하멜들이 다가서기 전에 후방에 엄호로 남았던 함선들의 포격이 서머나이트를 향하던 하멜급을 단번에 추락시켰다.


"본함, 마난급과 충돌합니다!"


"조금 성공했다고 신났나본데. 너무 얕보지 않으면 좋겠군."


"출력 밀립니다!!!"


"후면 비상 추진기 점화!"


"후면 비상 추진기 점화합니다!"


루이스는 날카로운 눈으로 번뜩였다. 함선이 마난급에 충돌하는 순간 엄청난 충격으로 선체가 지진이라도 난듯 흔들렸다. 그 충격에 순간적으로 함교의 모든 승무원들은 크게 들썩였다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마난급의 쉴드 끝자락과 서머나이트의 쉴드가 맞닿으면서 듣기 싫은 날카로운 소리가 지직거렸다. 마난이 더 출력을 올리려고 발버둥치자 서머나이트도 질세라 발악하며 분산되는 쉴드 틈사이로 빔 랜서가 비집고 들어가고 있었다. 


"추진기 가동을 늘린다! 기함 내 신호에 맞춰서 오버히트 개시! 이번에 못 밀어내면 정말로 끝이야!"


선채 아래의 장갑으로 겹겹히 쌓인 노심이 무리하며 굉음을 울렸다. 통제석의 함선 출력은 일시적으로 200%까지 과상승했고 확연히 달라진 추진력과 감해진 쉴드에 마난급도 마냥 힘으로 우세하기 힘들어 보였다. 무식한 경합을 몇 번 나누던 끝에 쉴드 틈 사이가 벌어졌고 루이스는 그러기가 무섭게 소리를 질렀다.


"싹 다 엎어버려! 모든 미사일과 주포 사격개시!"


서머나이트와 따르던 함선들은 일제히 벌어진 쉴드 틈 사이로 화력을 집중했다. 너무 근접한 탓에 서머나이트의 쉴드도 영향을 받고 있었지만 빔 랜서 틈으로 벌어진 마난급은 내부에 타격을 받으며 뻥하고 함수 측면에 구멍이 뚫리며 비틀거렸다. 중심이 무너지고 있는 마난급은 아까처럼 제 힘을 내지 못 했고 서머나이트를 필두로 한 주력 함대의 쉴드 공유로 경로를 틀어버리자 속절 없이 방향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치이익-

[노심 반응.]

다시 한 번 서머나이트의 인공지능이 경고음을 울렸다.

'사출구? 또?'

"5형을 비롯한 대기사전 타입 상위괴수 부대입니다!"

마난의 선두 사출구가 증기를 일으키며 열렸다. 그 안에서 등장한 상위괴수들에 함대는 경악했다. 상위괴수가 무리지어 있다는건 함대에게는 그야말로 지옥! 루이스의 동공이 팽창하며 반사적으로 욕지거리부터 튀어나왔다. 

"이런 시발! 엔진 과부화고 자시고! 있는 힘을 다 해 거리를 벌려! 어차피 마난의 항로는 틀어졌고 놈들은 대기사전 타입이야! 공중에서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해! 전 함대 목숨을 최우선으로!"

제독은 로제의 손을 뿌리치고 지휘석에서 벌떡 일어나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함대가 재빨리 회피기동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마난에 인접해있던 함선은 그대로 상위괴수의 침입을 허용하고 얼마 못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어디서 튀어나온거야 제기랄!"

"아마도 기지 충돌 이후 지상전을 할 병력들이다! 뭐하는거야! 5번함 느려!"

함선들은 신속하게 마난급에서 거리를 벌렸지만 오버히트가 끝난 상태에서 몇몇 함들은 완전히 제 기동을 하지 못 하고 있었다. 움직임이 굼뜬 함선 위로 벌떼 같은 상위괴수들이 속속히 들러붙었다.

[제독님, 지금 상황에서는 한가지뿐입니다.]

[크윽!]

[어서 서두르십시요! 공간전투 타입은 보이지 않아요! 이대로 다른 함으로 옮겨가는걸 버려둬선 안됩니다!]

상위괴수의 공격을 허용한 함선에서 무전이 들어왔다.공격 받은 함선들의 함장들은 가늠하고 있었다. 현재 마난에서 나온 상위괴수에 공간전투 타입은 없다.다만 그들은 가까이 붙은 함대에게 옮겨갔을뿐. 문제라면 이 녀석들이 전염병 마냥 함대와 함대를 발판삼아 이동하고 이대로 가다가는 마난급에 붙었던 함대가 전멸하는건 시간문제란 점이다.

해결책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전염병이 옮은 환자는 그대로 격리. 그리고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게 깡그리 녹여버리면 되는것이다. 오랜 경험으로 함장들은 물론 루이스 제독 역시 그 사실을 알고있었다. 다만 남은 문제는 지금껏 많은 시간을 함께한 전우이자 같은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명령을 내려야한다는것.

[제길, 어차피 이 아린전은 다 뒤질 운명이었어! 제독님은 무사히 살아남으십쇼!]

함께 생사를 넘던 동료의 마지막 무전치고는 유쾌한 목소리였다. 이에 화답하는 서머나이트는 그리 유쾌할 수는 없이 무거웠지만. 루이스는 그런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고맙다. 5번함에 주포 조준]

제독은 짧게 명령했다.서머나이트와 다른 함선들이 상위괴수의 침입을 허용한 함선들에게 주포를 조준했다. 서머나이트 주포도 마난을 밀어내느라 제 화력이 아니었지만 무방비한 아군 함선 하나를 폭파시킬 정도는 됐다. 약해진 측면 실드를 가격했으니 함선은 그 자리에서 깡그리 박살난다는 걸로도 모자라 완전히 불타버렸다. 그럼에도 아직 살아남아 잔해 파편에 들러붙은 상위괴수들이 보였지만. 추락하는 파편의 낙하지점에는 기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사들을 불러모아 또 다른 위험에 대비하라.그리고 무엇보다....."

루이스 제독은 괴수를 통째로 씹어먹을듯 독기차게 노려봤다.

"방금 우군 함대의 희생이 만들어준 기회를 놓칠 수 없다.상위괴수가 줄어든 지금, 눈 앞에 괴수는 모조리 쓸어버리도록. 전 함대 전력을 다해서 적을 박살내라!"

서머나이트는 몸소 공격에 앞장섰다.서머나이트의 광경을 지켜보던 다른 함선들도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들은 루이스보다 독한 마음으로 뒤를 따랐다. 하지만 모든 사건이 정리되고 있을 때는 이미 참사가 일어난 뒤였다.

이 날 이후 달티아는 어제와 비교했을 때 무려 60%가 넘는 함대 피해를 낸 뒤였다.


#-2



"전부 주목, 계획이 바뀌었다."


기습 공격 이후로 일주일 뒤. 동부 연합 함대의 루이스 제독의 부관인 로제는 사전에 장성급들만 소집한 간단한 브리핑 내역을 먼저 듣고 난 이후였다. 차례로 동부 연합의 모든 지휘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로제는 자신이 듣고 온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함교에 올라섰다. 사실 로제를 기다렸던 다른 지휘관들은 물론, 이 자리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연합군의 말단 사병들부터 이미 피해의 진상을 파악한 일반인들까지도 대충의 내용과 전말을 알고 있었다. 


아린 본성 공략전. E-34 토벌 계획은 이미 물거품이 되버렸다. 인류 전체의 전력을 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공략전을 앞두고 인류는 괴수에 의해 선제적인 공격을 받아 무참히 당한 직후였다.  발티아, 나라카파, 달티아, 푸안, 이번 공략전을 위해 힘을 집결시키던 주요 거점 행성들은 게릴라성으로 들이닥친 괴수 함대 및 4기의 사상병기 모글레이로 크게 괴멸했다. 대규모 기지와 정거장이 박살나며 그곳에 정박중이던 함선 및 함재기, 노심기들을 포함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간 뒤였다. 이 전황을 알고 있는 군 관계자들은 애써 그 주제에 대해 함구하며 외면하고 있었지만 상황이 절망적이고 이번 군 회의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지는 예상이 간다는 얼굴들이었다.


"다들 이미 알겠지만 우리가 아니더라도 처참하게 당했다. 나라카파, 푸안, 그리고 이번 공략전을 위해 긴급 결성된 신 연합의 드라이 의장이 있었던 발티아까지도 우리와 같은 전략으로 공략 당했다는 뜻이다. 사건의 전말은 알고 있다 싶이 아린의 코드를 사용한 괴수의 워프마커 직접 침입이며 이에 대하여 기밀 해제된 내용에 따르면 이번 E-34 괴수전은 괴수가 우리의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도 확인된 상태이다."


마지막 말에서는 모두가 설마했는지 웅성거리며 동요하는 모습들이 역력했다. 상식을 벗어난 전장은 많이들 겪어왔겠지만 이건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사태였고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었으니까. 로제는 웅성대는 사람들을 말리고 이어나갔다.


"결국 대본진의 드라이 의장을 비롯, 연합군을 이끄는 사령관님들의 총 회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현재 상황으로는 아린 공략전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으며 현용 가능한 전력을 재구성하며 그 사이의 방어선 재편성과 체제 확립을 우선하기로 함. 의결 결과 적어도 신 연합의 재정비를 위하여 아린 공략전은 3개월 뒤로 연기."


사령부의 결정 사항에 대하여 의견은 많이들 갈리는 거 같았다. 지금 이곳에 있는 전력들은 모두가 동부 성계 소속의 군인들이었다. 이번 공략전이 인류가 현재 당면한 가장 큰 과제였기에 모였지만 그 말인즉 동부 방위선 곳곳을 비워놓고 왔다는 말이기도 했다. 운용 가능한 전력들중에서 우수한 사람들은 모두 모였다고 봐도 무방한 상태에서 3개월의 연장이라는 결정은 남아있는 고향 땅 동부의 안위가 흔들리고도 남는 시간이기도 했다.


"질문 있는 사람은 지금 이 자리에서 질문해도 좋으니까 진정하고 하나씩 질문해도 좋다."


"그럼 지금 동서남북 각각의 방위선은 어떻게 되는겁니까?"


"신 연합구성에서 이미 방위선에 대한 병력 편성을 최우선 과제로 들어가는 중에 있고 드라이 단장이 이끄는 기사단 병력도 다시 배치될 것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모든 방어선을 지키는데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여 각 성계마다의 이주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위험지역에서 피난민 유도가 이뤄질 것이다."


"3개월입니다 부관님 자그마치 3개월이에요! 동부 연합군은 이미 그 악랄한 여름 전쟁으로 소모될 상태로 소모된 상태에 이번 공격까지 허용하면서 더 약해졌어요. 그렇다면 신연합에서는 이 부분에 대하여 동부군에 어떤 특혜라도 있습니까?"


"그런건 없다 맥스. 우리의 현재 소속은 신연합 소속의 정규군 편성이다. 새로 편성된 체제에 따를뿐이야."


"그 체제라는거 자체가 지나치게 중앙의 편의를 보고 있으니까 드리는 말씀입니다! 드라이인가 뭔가 그 탑소드가 하고 싶은 입맛대로 따라다니다가 이 꼴이 난거 아니냐는 뜻이에요."


"그런 비난과 의심은 이 전쟁에서 도움되지 않는다 대위."


"말도 안돼요! 지금 유진 한이랑 디오 딜런 그 두 사람은 어딨는거죠?"


"그 두 사람은 이번 전쟁에서 보이지 않아. 아마도 외우주 방어선에 있겠지."


유진 한과 디오 딜런이 없다는 소리에 동부군은 크게 술렁였다. 두 사람은 동부 성계를 걸고 싸웠다고 평가되는 여름 전쟁에서 직접 여왕 괴수를 처단하며 최소한 동부에서는 절대적인 신뢰와 찬양을 받는 기사들이었다. 그 두 사람의 힘을 직접 봤던 사람들이 수두룩한 가운데 그들이 없다는 소식은 안 그래도 불편한 현 전황에서 더 어깨를 떨어뜨리는 소리였다.


"이제와서 그 사람들 찾으면 무슨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맥스?"


"드라이라는 사람보다는 우리 전쟁을 도와준 사람이 훨씬 신뢰가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집어치우고 부관님 말과 본진의 명령에 따라. 이번 전쟁에서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그 두 사람보다는 드라이 의장이 이끄는 신 연합에 걸어보는게 더 좋아 보이니까."


"그러고보니 너희는 여름 전쟁 때 빠져있었지 소블! 꽁무니 빼느라 유진 한이랑 디오 딜런이 앞서 선두에 선 모습은 보지도 못 했으니까."


"이 자식이 진짜!"


"그만, 그만!!!"


브리핑은 엉망이되서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루이스는 두통이 오는 이마를 붙잡고 손가락으로 마사지하며 열을 내렸다.


"애초에 이 전쟁을 이길수나 있는겁니까? 함대 피해가 이 정도면 아린 본성 자체에 접근도 못 할거에요! 듣자하니 아린은 이미 페이즈 말기이고 기습 공격에만 마난 항모를 소모전으로 쏟아붓는 미친 생산력과 정체불명의 영식도 2마리나 있다면서요!"


"사령관님! 신 연합에서는 무슨 대책이라도 있답니까?"


이제 사람들은 부관을 지나쳐서 루이스에게 직접 캐묻고 있었다. 루이스에게 쏟아내는 의구심과 불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제법 불쾌한 인상들이었다. 중간에 로제가 직접 루이스로 향하는 불만들을 제지하고 나섰지만 루이스는 오히려 그런 로제를 말렸다. 크게 한숨을 쉬고 숨을 마신 루이스는 불안해하는 대원들을 향해 나지막히 뱉었다.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나?"


"무슨 문제라니요 사령관님! 솔직히 이 전쟁은 우리가 참견할게 아니에요! 신 연합인지 뭔지 알아서 하라고 하고 동부로 돌아가는게 옳다고 봅니다! 모두 가족들과 고향을 뒤로하고 왔다고요!"


"참견할 문제가 된다 제군. 아직까지 이 전쟁의 경중을 파악하지 못 하고 있다면 계급을 강등시켜서 말단부터 다시 시작하는게 좋겠어."


"제독님!"


"벨치스에서 콜드히어로들의 해동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비밀리에 건조되던 최신의 오로라시스템을 장착한 기사단과 중앙의 기함이 합류할 것이고, 동부 외곽에서도 네메시스와 이클립스를 이끌고 오고 있는 중이다."


루이스는 전술패드 위에 아린 본성의 추정 상황을 업데이트하여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화면에 올렸다. 


"물론 이것으로도 충분히 부족하겠지. 아린에서 현재 파악된 우주 병력은 약 2000여기. 아마도 세 달 이후라면 뭐, 어림잡아서 이 3배는 되겠지. 막말로 6배가 될지도 모르고. 아마 신 연합은 우리가 빠지더라도 전쟁을 지속할거다. 그러면......이렇게 되겠지."


전술 패드 위로 띄워진 입체 지도에서 동부 연합군이 빠지자 인류측 함대는 확연히 줄어들어 약해졌다. 가상으로 6000기로 늘린 아린 본성의 괴수 함대들은 당장이라도 파도처럼 덮쳐버려 인류 함대를 쓸어버릴 기세였고 실제로 그렇게 되고도 붉은 파도는 멈추지 않고 마지막 하나 남은 인류의 함대까지 삼켜버렸다.


곧 이어서 아린에서 시작된 파도는 중앙을 박살내고 들어와 남쪽, 북쪽, 서쪽으로 흩어졌고 행성 하나를 잠식할 때마다, 성계 하나를 잠식할 때마다 제곱의 제곱으로 커져가며 마침내 하나 남은 동부까지 마수를 뻗쳐왔다. 그렇게 전술 패드위에서는 단 한 명의 인류도 남지 않고 모든게 끝장났고 이 과정이 시뮬레이션 되는 것은 불과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 그래도 만약에 못 이긴다면 끝나는거 아닙니까."


"못 이기면 그렇게 된다. 그러니까 이겨야지. 더 질문있나?"


참담한 분위기 속에서 더 이상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일부는 이미 반쯤 포기한거 같았고 일부는 그래도 전의를 붙잡은거 같았다. 그렇다고 루이스 역시 이 자리에서 포기한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은 어떤 말로도 돌릴 수 없는 뼈저린 패배를 한 직후였다. 전초전에서 완전히 기선 제압을 당해 무겁게 추락한건 이번 전쟁을 이끄는 핵심인 드라이 단장도 루이스 본인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이만 마치도록하지. 3개월 뒤까지 최대한 함대를 복구하며 재편성 된 부대의 배치는 곧 전달될 것이다."


브리핑은 이걸로 끝났다. 서서히 흩어지는 사람들을 보고 루이스는 3개월 뒤의 일을 최대한 긍정적이게 그려보려 해봤다.


3개월......


그만한 기간을 주고서 이길 수 있을까. 말은 번지르르하게 이겨야한다고 했지만 루이스 스스로도 자신이 없는 전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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