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그룹내 일부 계열사의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과정에서 모회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피할 수 있도록 워크아웃 신청기업뿐 아니라 모기업 등 연관회사의 유동성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9일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소재 은행회관에서 KB·신한·농협·우리·하나·한국투자·메리츠금융지주 회장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김성태 IBK기업은행장과 2024년 신년 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어 "워크아웃의 기본 취지에 따른 채권단의 의사결정에는 감독당국도 비조치의견서 발급 등을 통해 해당 담당자에 대해 사후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대주주인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3200억원 가량의 보증채무가 워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해소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태영그룹측은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태영건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음에도 계열사 매각자금을 티와이홀딩스의 보증채무를 갚는데 먼저 써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추진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다만 이 원장은 태영건설 대주주 지원을 위해선 태영그룹이 강도 높은 자구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채권단은 워크아웃 신청기업에 금융채권을 유예해 유동성 여유를 주고 채무자는 상거래채무와 같은 비금융채무 상환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부담하는 게 기본 구조인 만큼 자력이 있는 대주주가 워크아웃 중 필요한 자금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상호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며 "채무자와 대주주는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제시해 워크아웃 추진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는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요청을 주주 유한책임 원칙이나 시장원칙에 반한다고 보기는 곤란하다"며 "채권단도 채무자 측의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가 확인될 경우 기업개선을 위해 불가피하다면 채무자의 직접 채무뿐 아니라 직간접 채무나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원 등도 폭넓게 고려하는 게 워크아웃의 본래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또 이 원장은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 노력도 언급했다. 그는 "향후 1~2년 내에 다시 저금리 환경에 기반한 부동산 호황이 올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근거로 예상되는 손실인식을 지연하고 구조조정을 미루는 금융사가 있다면 감독당국에서 엄중 대응할 것"이라며 "특히 각 업권별로 현재 충당금 적립 수준과 함께 향후 예상손실 규모 등을 감안해 충분한 수준의 손실흡수능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경각심을 갖고 신속하게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구조조정 기업의 협력업체라는 이유만으로 여신거래 상의 불이익을 입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최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영세 중소건설사에도 유동성 애로가 악화되지 않도록 상생금융 차원에서 적극적인 배려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