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0일 간 브라질의 상파울루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소감을 간결히 적어내어 브라질의 현 정치사회적 정황이 어떠한지를 모두가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쓴다.
그러나 여행의 기간이 짧고 필자가 전문적인 중남미 지역 연구자가 아니고 포르투갈어도 매우 유창하지 못해서 구체적이고 산술적인 자료들을 첨부하지는 못하는 단순히 인상에 대한 기록의 모음에 가깝다.
더군다나 현지인 여자친구와의 연애로 인해 상파울루 시내의 구석구석까지는 다 못 들여다본데다 글솜씨까지 일천하여 글이 두서가 없다.
작가를 지망하는 한 사내의 졸렬하고 짧은 후기인지 혁명을 꿈꾸는 사회주의자의 지역상황 보고문인지 헷갈릴 수도 있다.
이에 관한 문제는 모두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기 바란다.
참고로 이 글에서 한국과 조선이란 단어가 자주 혼재될 것이다. 필자의 낡은 언어습관 중 일부이니 이 또한 양해를 바란다.
가격이나 돈은 주로 브라질의 법정통화인 헤알로 설명될 것이다. 현재 환율 기준으로 1헤알 = 약 250원 내외 정도이니 잘 기억해줬으면 한다.
1. 먹는 것과 물가
전반적으로 식료품은 굉장히 쌌다. 특히 농축산품류는 전반적으로 매우 저렴했다. 소고기 등심 1kg 기준으로 최대 25~35헤알(6250원~8250원, 1헤알=약 250원)정도 한다. 정육점을 가도 소고기가 부위의 종류와 양이 가장 많다. 브라질 사람들에게는 ‘고기’는 기본적으로 곧 소고기다. 돼지나 닭고기는 더 싸다.
과채류들은 정말로 싸다. 대표적으로 마라쿠자(Maracuja, 백향과)나 망가(Manga, 망고)같이 작은 과일들은 kg 단위로 파는데 보통 10헤알 내외 정도 한다.
멜론이나 수박 같은 것은 사람 머리보다 조금 작은 것들이 대부분인데 보통 개 당 8~10헤알 정도 한다. 다만 브라질 기준에서 수입식품들(예시 : 한/중/일 등 동양의 컵라면 및 봉지라면들)은 신라면 기준 봉지 당 최소 10헤알(2500원)할 정도로 비쌌다.
보통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쌀을 많이 먹는다. 빵 지 퀘조(Pao de quejo, 치즈빵)처럼 타피오카 전분가루나 밀가루로 만든 빵들도 많이 먹지만 브라질식 쌀밥인 아호스(Arroz, 올리브유와 마늘로 볶아서 지은 흰쌀밥)또한 많이 먹는다. 쌀밥은 보통 아침에 먹지 않는다.
브라질 사람들은 하루에 4끼를 먹는다. 아침(Cafe da manha, 아침커피), 점심(Almoço), 간식(Cafe da tarde, 오후커피), 그리고 저녁(Jantar)이다. 아침과 간식은 많이 먹지 않는다. 보통 커피 한 잔과 빵이나 달콤한 과자류 약간으로 갈음한다.
대신 점심과 저녁은 풍성하게 먹는다. 대표적인 점심식사로 페이조아다(Feijoada, 콩과 소시지, 햄, 돼지고기 등을 푹 끓여낸 수프)를 먹는데 이때 튀긴 돼지비계와 아호스가 같이 딸려나온다. 적게 먹는 사람일 경우에는 2인분의 양이다. 정말 푸짐하게 나온다.
저녁은 보통 집에서 저녁을 해먹거나 헤스타우란치(Restaurante)에서 해결한다. 소박한 가정식일 경우에는 고기나 소시지구이 혹은 다른 고기 요리와 함께 쌀밥이랑 샐러드, 그리고 바타타 프리토(Batata Frito, 감자튀김)를 조리하고 가족들끼리 각자의 그릇에 조금씩 덜어내서 따로 먹는다.
헤스타우란치에서 해결할 경우 식당과 요리에 따라서 식비는 완전히 달라진다. 싸게 해결하면 인당 40~50헤알 선 이내로 해결할 수 있지만 고급 식당에 들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경우에 따라서 인당 500헤알 이내까지 생각해야 한다.
농축산물들은 정말로 싸지만 해산물의 가격은 상상 이상이다. 브라질 사람들은 주로 민물생선들을 많이 먹는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회로 먹는 일은 없고 주로 굽거나 튀긴다. 혹은 국의 재료로 써서 탕이나 수프로 끓여먹는다.
바다생선과 조개, 새우, 오징어, 문어 등의 해산물 가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브라질 사람들은 식민 모국인 포르투갈의 영향으로 대구나 명태류 생선(Bacalhau)을 좋아하는데, 1kg에 최소 200헤알 , 약 5만원 이상은 한다. 한국에 비교하면 정말로 비싼 편이다.
그밖의 다른 수산물들은 보통 500g 단위로 파는데 최소 40헤알 정도로 최소 1만원 이상 한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중국이랑 비슷하게 인구와 수요에 비해 해산물 자원은 적은 것으로 생각한다.
공산품과 약품에 관해서도 해산물류랑 비슷하다. 전자제품 중에서도 휴대폰 충전기같은 소모품들은 오히려 한국보다 비싸다. 필자가 샀던 아이폰 충전기 경우에는 개당 거의 180헤알의 가격이었다. 처음 샀을 때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연고나 지사제, 감기약 같은 상비약들도 생각 외로 상당히 비싸다. 용량 자체를 크게 파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개당 최소 40헤알은 넘어간다. 감기약이나 설사약 같은 것이 기본적으로 1만원 이상 하면 한국에서도 그리 싼 가격은 아니다.
브라질에서 공업과 제약업이 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지분이 적다고 하는데 그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2. 길거리와 날씨, 사람들
전반적으로 서울보다 조금 낙후돼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단순히 거리가 지저분하다거나 도시계획이 전반적으로 난개발의 온상이라는 것만은 아니다.
도시 곳곳에는 길거리 낙서와 제법 예술적으로도 ‘와’라고 탄성이 터질 만큼 훌륭한 벽화도 많다. 상파울루는 전반적으로 거의 평지고 산도 아예 없다.
언덕진 지세는 조금 있지만 그것뿐이다. 정말로 어디를 가도 건물과 건물들뿐이다.
그리고 건물들 밑에 사람들이 제각기 갈 길과 할 일들을 한다. 그 사람들 속에 부랑자들이 섞여있다. 체감 상 300~400m 마다 최소 1명씩은 있던 것 같았다.
구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말그대로 노숙자들이다. 쉬기 위해 그러모은 쓰레기들로 간이텐트를 설치하는 사람도 있고 그저 앉아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쳐다만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노숙자들 앞에서도 산책으로 개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제 한몸 건사도 힘들어서 노숙하는 사람들과 경제적 여유가 있고 풍족해서 개를 키우고 끌고 다니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도시이다. 기묘한 느낌이었다.
날씨는 아주 좋다. 우리 조선에 8월은 여름이지만 브라질은 남반구여서 상파울루 사람들에게는 겨울이다. 그마저도 열대 나라의 겨울인지라 우리 조선인들에게는 초여름 내지는 늦봄의 날씨이다.
경험 상 기온이 가장 낮았던 때가 10도 언저리였고, 가장 높았을 때가 28도 정도였다. 일교차가 상당히 큰 도시이지만 습하지가 않아서 밖을 돌아다니기에는 매우 쾌적했다. 아무리 더워도 30도를 넘기지는 않는다.
여자친구의 증언에 따르면 겨울을 제외한 절기는 한국인들에게는 매우 더울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도심에 위치한 이비라푸에라 공원(Parque Ibirapuera)에서도 열심히 뛰어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더운지라 남녀 가리지 않고 웃통을 벗고 뛰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물론 여자들은 벗더라도 스포츠 브래지어는 당연히 찬다. 당장 나부터도 분위기에 취해서 잠깐 뛰어서 덥다고 느끼자 웃통을 벗어던졌다. 여자친구는 그런 나를 보고 살짝 의아해했지만 덥다고 하자 그냥 그러려니 했다. 공원은 웃통 정도는 벗어도 상관없다.
사람들은 피부색이 정말로 제각각이다. 백/흑/황 중에 백인과 흑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여기서 라틴 아메리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라티노/라티나(Latino/Latina) 친구들은 임시지만 그냥 백인으로 분류하겠다.
당사자들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백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황인(동양인)들은 많이 없다. 하지만 심심하다 싶으면 보인다. 그리고 황인들 중에서 일본인이 정말로 많다. 여자친구 말에 따르면 과거에 일본인 이민자들이 많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실제로도 많다.
특히 상파울루 시내 중심가 근처에 자퐁 리베르다지(Japão–Liberdade, 자유일본)지하철 역이 있는데 일본계 음식점과 상점들이 즐비한다. 이중에서 간간히 중국계와 한국계 상점들도 있다. 브라질 사람들에게 동양은 일본이 기준이다. 그만큼 일본계가 동양인들 중에서 가장 많고 동양의 문화는 일본인들을 통해 알려졌다.
한국인 가게와 상점들은 주로 봉헤치로(Bom Retiro) 구역에서 많이 보인다. 한국계 옷가게와 한국 식당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구역들이다. 좋은 옷들도 비교적 싸게 살 수 있고 그만큼 옷가게 투성이다. 거리 전체가 옷가게들로 도배돼있는 곳이다. 이 곳에서 여자친구의 드레스를 사려고 했으나 키가 워낙 큰 관계로 사지를 못해서 그점이 아쉬웠다.
앞서 적었듯이 상파울루에서 어느 곳을 가도 백,흑,황 세 인종들이 보인다. 그중에서도 백인과 흑인들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오스카 프레이르 거리(Rua Oscar Freire) 같이 고급아파트와 고급스런 가게들이 즐비한 거리를 걷다 보면 흑인들의 비율은 급격히 줄어든다. 대부분이 백인들이다. 그중에서도 러시아나 북유럽처럼 피부가 새하얀 백인들 많아진다. 내 여자친구는 굳이 분류하면 피부가 조금 탄 라티나이다. 부유한 동네 사람들은 거진 라틴 반 흰둥이 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 오스카 프레이르 거리를 지나고 지하철을 타서 쎄 성당을 가면 처음에는 성당의 장관에 압도당한다. 외관과 내부 모두 장엄하고도 엄숙해서 강경한 무신론자인 나조차도 감상에 젖어들게 만든다.
그러나 사회주의 사상에 공감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에 옮기고자 하는 사람들은 성당의 바깥 광경에 더욱 감상에 젖어든다. 성당 주변에 우후죽순으로 깔려있는 노숙자들과 부랑자들 때문이다.
여행했던 내 입장에서는 상당히 무섭기도 했지만 키가 큰 여자친구와 같이 빨리 걸어 다녀서인지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았다. 다만 노숙자들과 부랑자들의 얼굴을 슥 훑어보면 대부분이 흑인들이다.
부유한 지구에는 백인들이 많고, 서민이나 극빈층으로 갈수록 흑인의 비율이 높아진다. 해외 뉴스나 브라질 내의 G1처럼 대형일간지나 매체에서 브라질 인종문제의 심각성이 크게 알려져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브라질에서 인종 갈등이 적기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비록 열흘 정도 여행을 안 다녀본 초짜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브라질은 인종갈등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모든 인종이 비교적 평등하고 균등하게 잘 살아서가 아니다.
애당초 계급(인종) 간의 장벽이 높고 그 간격은 깊어서 애시당초 갈등이 일어날 수가 없다. 노예주와 노예 사이에는 갈등이 적듯이, 갈등이란 자본과 권력의 차이가 질적과 양적으로 절대적인 차이가 있으면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동시에 흑백 혼혈은 굉장히 빈번하다. 여자친구의 부모님만 봐도 어머님은 이탈리아-아라비아가 섞인 이민자 가정 출신의 백인이시지만 아버님은 포르투갈인과 아프리카계가 섞인 흑인이시다. 브라질에서는 이런 가정이 굉장히 흔하다.
백인 남편과 흑인 아내, 혹은 흑인 남친과 백인 여친이 서로 손잡고 걷는 일이 흔하다. 동양인들은 애당초 머릿수가 적어서 굳이 적지 않는다.
경험 상 소위 순수한 백인이나 흑인은 아예 없다고 본다. 피부는 검지만 유럽인의 이목구비를 한 사람과 하얗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의 이목구비를 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사회이다.
3. 총론
누군가는 어느 관광명소가 좋냐? 어디가 안전하고 관광하기 좋냐? 라고 물어볼 수 있을테지만 상파울루 도시 자체가 워낙 넓고 큰데다가 관광활 곳도 많다.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 더군다나 관광보다는 여자친구와의 데이트가 중심이었고, 파울리스타 박물관(Museu Paulista, 이피랑가 박물관이라고도 불린다) 같이 일부 관광명소들은 개장작업으로 인해 폐쇄됐는지라 더더욱 할 말이 없다.
굳이 말하자면 이피라푸에라 공원에 위치한 아프리카계 박물관(Museu Afro Brasil)과 파울리스타 거리(Avenida Paulista)에 위치한 MASP(Museu de arte de São Paulo, 상파울루 미술관)를 추천한다. 중앙시장도 좋다. 나머지는 알아서들 찾아보아라. 상파울루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화려하고 사람이 많음과 동시에 지저분하고 좁은 거리도 많다. 이것은 글이나 말로 전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 갤러리의 특성 상 브라질에서의 사회주의적 열의가 고조됐는지와 혁명의 가능성은 어떤지에 대해 훨씬 궁금해할 것이다. 적어도 사람들이 사회주의를 인식하고 수용하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단언컨대 한국보다 훨씬 낫다는 점은 절대로 장담할 수 있다. 브라질에서는 적어도 공산당과 공산주의 활동이 불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전쟁의 위협도 없고 공산당과 그에 관련된 활동가들도 거리에서 가끔씩 보이기도 한다. 혁명적 열의와 가능성에 있어서만큼은 다른 세계 여러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아직…’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가 없다.
임금이 낮지만 동시에 그만큼 농축산품이 싸다. 빈부격차가 극심하지만 인종은 많든 적든 대부분이 섞여있어서 미묘한 양태이다. 10일밖에 여행하지 않은 초짜로서 혁명의 가능성은 아직 낮다고밖에 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혁명 자체에는 찬성할 수도 있으나 이 혁명적 열의를 고조시킬 상황의 심각성은 부족한 단계이다. 하지만 한국이 아니고 라틴아메리카에서 살면서 라틴아메리카 혁명의 선봉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브라질은 결코 나쁜 나라는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포르투갈어를 현지인들처럼 유창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특히 나처럼 브라질 여자와 가정을 이루고 싶은 사람에게는 말이다.
아무튼 대충 글을 써봤지만 여러분들에게 그닥 만족스럽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여행을 갔다 온 사람으로써 후기를 공유하고픈 맘에 쓴 것이니
다시 한 번 넓은 아량과 관용으로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질문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하겠습니다. Ch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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