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산주의
2. 군국주의 반대
3. 공단(노동조합)주의
4. 종교주의 반대
5. 가족주의 반대
6. 채식주의
7. 언어 통일
8. 만국대동


전에 언급한 아나키스트 단체 '심사'가 개인의 도덕적 지향에 중점을 두었다면 회명학사는 보다 사회정치적 지향에 중점을 두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이한 건 공산주의가 제1의 강령으로 등장한다는 것인데 20세기 초에도 중국을 위시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사회주의/공산주의가 아나키즘과 상충되지 않는 것으로 광범위하게 인식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동아시아 지역에 아나키즘 이념을 전파하는데 공로가 컸던 고토쿠 슈스이의 사례만 보아도 알 수 있는데, 그는 맑시스트 출신으로서 <공산당 선언>을 번역한 바 있고 아나키스트가 된 이후에도 공공연히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했으며 죽을 때까지 이를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또다른 특징은 개인의 투쟁과 수양을 강조한 심사나 사회정치적 영역에 중점을 둔 회명학사 모두 채식주의를 원칙으로 내세웠다는 점인데 이는 그리스도교적 인도주의에 기초했던 로씨야 아나키스트인 똘스또이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제정 말기부터 이미 두호보르나 몰로깐 같은 로씨야 정교회의 소수 분파들의 신도들 상당수는 절대적 평화주의와 더불어 채식주의를 실천했고, 퀘이커 같은 서방의 개신교 소수 분파에서도 채식주의가 절대적 평화주의의 일환으로서 널리 실천되고 있었습니다. 똘스또이는 이에 깊은 인상을 받고 개종 후에 채식주의와 병역거부, 집총거부를 적극 장려한 바 있는 인물입니다. 똘스또이의 문학과 사상은 20세기 초 동아시아 지역 지성계에 깊은 영향을 미쳤는데 여기서도 그 영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