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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노자와 장자에 대한 다양한 시선, 그리고 아나키즘과 평화주의모바일에서 작성

게오르기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5 16:27:02
조회 170 추천 1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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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장자의 사상이 동아시아의 선불교 형성과 발전에 기여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로 된 불경의 여러 개념들이 중화에 번역되고 수용되는 과정에서 노자와 장자, 그 중에서도 장자 사상이 상당 부분 차용되고 재해석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노장의 텍스트 및 사상은 생각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되어왔습니다. 여기서는 한국의 보수우파 함석헌 선생의 관점과 아나키스트들의 관점에 주목해보고 싶습니다.

함석헌 선생의 경우 <도덕경> 31편의 "훌륭한 무기라는 것은 상서롭지 못한 기구이다. 세상 사람들은 항상 그것을 미워한다. 그런 까닭에 도를 지닌 사람은 무기를 쓰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중략) 그런데도 싸움에 승리한 것을 잘하였다고 좋아한다면 그것은 사람 죽이는 것을 즐겨하는 것이다. 사람 죽이는 것을 즐겨하는 사람은 뜻일 천하에 이룰 수 없을 것이다"(범우사, 황병국 역, p.72)라는 구절을 두고 노자를 반전평화주의자로 규정했습니다. 함석헌 선생이 당시에는 재야 인사들 중에서도 극히 드물게 평화주의적 관점에서 베트남 전쟁 파병을 일관되게 반대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죠.

20세기 초 중국의 '천의파' 아나키스트인 류스페이는 아예 노자를 중국 아나키즘의 창시자로 규정합니다. 류스페이는 당대 중국의 봉건 잔재와 권력자들, 중국을 침탈하던 서구/일본 제국주의와 이를 뒷받침했던 사회진화론 이데올로기에 맞설 사상적 기제의 하나로 노장에 주목했던 것입니다. 사실 중국의 진보/좌익계에서 노자와 장자를 반권위주의, 반권력주의의 화신으로 추켜세웠던 것은 꽤나 오랜 전통입니다. 류스페이는 여기서 더 나아가 아시아와 유럽의 사회혁명가들이 연대하여 유럽의 부르주아 정부를 무너뜨리고 아시아의 각 민족이 해방과 독립을 쟁취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끄로뽓낀, 바꾸닌과 더불어 동아시아 아나키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똘스또이 역시 개종(보통 소설 <안나 까레니나> 집필 후기 시점으로 추정합니다) 이후 중국 전통 철학, 그 중에서도 특히 노장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그는 <도덕경>의 '무위'라는 개념에 깊이 천착하여 동명의 에세이를 저술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무위'야 말로 국가, 정부, 군대, 자본 권력에 대한 비폭력 저항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는 노장 뿐만 아니라 공자에 대해서도 찬탄했고 중국 사상과 문화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는 중국 지식인들에게 중국이 절대로 일본과 같은 방식의 개혁을 추진하면 안된다고 조언하기도 했고, 개혁적 유학자인 캉유웨이의 개혁안에 대해 상세하게 비판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노장 사상을 비롯한 중국 전통 사상에 대한 관심과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여담으로, 똘스또이는 청말 의화단 봉기 당시 자국 로씨야와 서방 열강 및 일본의 폭압적 진압과 잔학행위를 비판하며 의화단을 두둔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특이한 사례가 영국/미국의 로마 가톨릭 뜨라삐스뜨 수도사이자 반전운동가, 환경운동가이기도 했던 토마스 머튼(그 역시 똘스또이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교적 아나키스트로 분류되기도 합니다)의 사례인데, 그는 <장자>를 읽자마자 "그리스도교 복음의 정수를 느꼈다"고 합니다. 이후 그는 <장자>를 산문시 형식으로 편역 및 재창작하기도 했습니다.

이 분들은 각자 처한 문화적 환경이나 시대, 사상적 기반이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노장이라는 같은 텍스트를 두고도 다양한 시선에서 읽어냈죠.

하지만 여기 언급한 해석들을 관통하는 공통의 의제가 있습니다.

바로 노장에게서 반전, 반군사주의, 평화주의를 발견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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