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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20세기 아나키스트들이 사랑한 언어, 에스페란토모바일에서 작성

게오르기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7 15:45:54
조회 306 추천 3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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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시간의 에스페란토 학습을 통해 적어도 자유롭게 읽을 수 있었다. 나의 일이 많아질수록 나의 시간과 정력은 더욱 적어지지만 그러나 나는 에스페란토를 널리 보급시키는 일에 찬성한다."
-례프 똘스또이

똘스또이의 이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본인만이 알 것입니다. 아무래도 과장이 섞여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프랑스어 등의 서구 언어는 물론이고 튀르크 계통의 언어들을 다양하게 습득했을 만큼 천부적인 언어 감각을 가진데다 에스페란토 문법에 슬라브 계통의 언어의 요소가 꽤 반영된 걸 생각하면 완전한 빈말은 아닐 것입니다.

저는 '2시간만에' 다른 언어를 읽는 건 고사하고 언어 감각과 학습 능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예전에 6개월 동안 에스페란토를 집중 독학하여 한국에스페란토협회(Korea Esperanto-Asocio)에서 시행한 에스페란토 능력 중급 시험을 통과한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에스페란토는 쉽습니다. 에스페란토 형성에 있어 고전 라틴어 등 서구 언어와 슬라브 계통의 언어, 셈어파 일부 언어가 중심적으로 참고되었음에도 말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현대에도 국제어로서 에스페란토에 대한 비판의 소재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20세기 초반부터 에스페란토는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아나키스트들과 일부 사회주의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관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일제강점기 사회주의 성향의 문인 단체였던 카프(KAPF) 역시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을 뜻하는 에스페란토 'Korea Artista Proleta Federacio'의 약자입니다.

분단 이후 조선(북한)에서 내각 부수상을 지내기도 했던 한국 근현대문학의 기린아 홍명희의 호 '벽초' 역시 '최초의 에스페란티스토'를 은유적으로 뜻하는 '최초의 초록인,' 즉 'La Verdulo Unua'를 한자로 옮긴 것입니다. 왜 초록이냐면 에스페란토의 상징 색깔이 초록색이기 때문입니다.

박헌영 역시 일제강점기 투옥 시절 에스페란토를 3개월 간 배운 적이 있습니다.

당대 중국에서도 중국 민족 전통 및 사상에 대한 재해석에 천착했던 '천의파' 아나키스트들과 로씨야와 서구의 아나키즘 담론을 직접적으로 수용한 '신세기파' 아나키스트들 모두 에스페란토에 열광했습니다. 그 중 극단적인 일부는 에스페란토가 신중국의 공용어가 되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습니다.

동아시아는 아니지만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의 국부 요십 브로즈 띠또 역시 에스페란티스토였습니다. 본래 유고슬라비아 지역은 각 민족, 종교 간 연대와 화합의 일환으로서 에스페란토 운동이 활발하던 곳입니다. 유고슬라비아는 실제로 건국 이후 각 나라를 돌아가며 개최하는 세계에스페란토대회를 해체 전까지 두 차례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유고 연방이 해체된 오늘날에도 유고슬라비아 지역과 그 근방(특히 헝가리)은 에스페란토 운동이 활발합니다.

그럼 왜 이렇게 많은 아나키스트들을 비롯하여 인도주의 좌파들이 에스페란토를 주목했던 것일까요? 사실 에스페란토 자체는 하나의 '언어'입니다. 어느 언어든 마찬가지로 에스페란티스토 사이에서도 좌파와 우파가 존재하고, 민족주의자와 탈민족주의자들이 존재합니다.

에스페란토는 본래 세계의 각 민족과 국가 간의 불화와 불신이 언어간 장벽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본 유대계 폴란드인 의사인 자멘호프의 발상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에스페란토는 처음에 1민족 2언어주의, 즉 같은 언어를 모어로 쓰는 사람들끼리는 해당 언어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끼리는 에스페란토를 쓰자는 운동을 모토로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에스페란토는 초기부터 소수민족 및 소멸 위기 언어 보존 운동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즉 에스페란토는 평화 운동과 인류애와 형제애, 그리고 강대국의 패권에 대한 저항의 일환으로도 출발한 것입니다.

저도 에스페란토가 대안의 언어라고는 자신있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영어가 미영 제국주의 문화 패권의 기제로 활용되고 있는 현대 세계의 현실상, 에스페란토의 취지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실제로 많은 에스페란티스토들은 영어가 학습적 차원을 넘어 문화적으로 세계 각지에 강제되는 현상을 '언어 제국주의'로 칭합니다.

국내에서는 2010년대에 몇몇 대안학교에서 영어와 에스페란토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커리큘럼을 임시, 시범적으로 실시한 적이 있습니다. (대안학교 교사 분들이나 대안교육 운동을 하시는 분들 중에 에스페란티스토가 꽤 계십니다) 오늘날에도 여러 대안학교에서 비공식적으로 프로그램 형식으로 에스페란토 강습회를 실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인간이다. 그리고 나는 전 인류를 하나의 가족이라고 간주한다."
-자멘호프의 '인류인주의 선언' 제1조, 안종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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