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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 너희가 덧칠하는 ‘민주화운동’을 넘어 ―2024 아나키스트 광주 기행

JB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2 18: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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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가 덧칠하는 ‘민주화운동’을 넘어―2024 아나키스트 광주 기행단 보고문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우리는 그들을 호명함으로써 우리 곁에 둔다. 문제는 그것을 누가, 어떻게, 왜 부르는지일 것이다.

2024년 한국 정치권의 광주에 대한 트렌드는 ‘덮어쓰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젊은’ 보수 정치인들이 발언하고 행동하는 광주에 대한 것들이 5.18 기간 동안 언론을 가득 채웠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영남에서 기른 국화 1천 송이’를 가져가 1천 번 헌화하는 묘기를 보여주었고, 서울 도봉 갑 선거구에서 새로 국회의원이 된 국민의힘 김재섭 당선인은 4호선 쌍문역 인근에 ‘5.18정신이 민주주의의 초석입니다’라는 현수막을 게재하기도 했다. 젊은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여야 각층에서 나란히 광주를 찾아 추모를 하고 가니,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적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크게 문제될 것도 없어 보인다. 이렇게 시대가 흘러 보수 정당의 정치인들마저 저마다 광주라는 상징을 두고 쟁탈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아나키스트인 우리는 광주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예년 기행 보고문을 통해 우리는 이미 수 차례 국가가 갈라놓은 죽은 자들을 기억해 왔다. 올해 역시 큰 틀에서 이는 변함이 없었지만,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이 진행한 올해 기행단은 드디어 ‘아나키스트 광주 기행단’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광주 봉기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을 확립했다고 평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광주 봉기를 그 자리에서 묵묵히 증언하고 있는 전일빌딩은 매년 새로운 주제로 광주 봉기에 대한 전시를 기획하는데, 올해는 당시 광주 시민들이 직접 기록한 ‘일기’를 주제로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그 수많은 일기가 공통되게 말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해방공간’으로서의 광주였다. ‘그 많은 수가 먹을 것에 구애받지 않을 만큼 시민들의 호응이 컸다는 것을 아는가?’, ‘잠깐 사이 모금함에 85만 5천 원이 걷어진 사실을 아는가?’, ‘광주시민 전체를 불순분자와 깡패로 본 정부를 인정하는가?’ 이 기록을 적은 이들의 마음속에 가득 찼을 희망과 가능성, 국가나 정부가 아닌 우리 스스로 모든 것을 통제하고 분배해도 이 모든 과정이 너무나 평화롭고 평등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목도한 놀라움은 이를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거짓말이라며 부정하거나 부러움에 전율하는 일 두 가지 외에는 달리 선택지가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특히나 이 ‘일기’라는 매개체를 통해 기행단 전원이 광주의 시작은 전태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가가 갈라놓은, 국가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으로서의 ‘신 묘역’과, 대중이 꺾이지 않고 기억하는 모습으로의 ‘구 묘역’ 역시 이것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사례이겠으나, 광주MBC가 5.18 38주년 특집으로 기획한 ‘두 개의 일기―윤상원과 전태일, 항쟁의 뿌리를 탐구하다’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유튜브에 전체 영상이 공개되어 있다!)는 이것을 처음 광주와 전태일이라는 이름을 접하는 고등학생 동지들까지 너무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훌륭한 것이었다. 왜 우리는 광주 봉기를 기억하는가, 어떻게 우리는 광주 봉기를 기억하는가. 이것에 대한 답변을 하기 위해서는 광주 봉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들불야학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고, 들불야학의 활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윤상원 동지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으며, 윤상원 동지의 활동을 추적하면 결국 전태일 동지를 마주하게 된다. 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은 자유와 평등을 향한 서사시는 우리의 오늘을 통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이제 이 ‘우리’에 한국에서 태어나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만을 포함시키지 않고자 한다. 올해 방문한 신 묘역에서 기행단은 놀라운 광경을 맞이했다. 물론 우리 기행단 역시 ‘외국인’ 동지가 함께 하고 있었으나, 명동에서나 볼 법한 정도의 외국인들이 신 묘역을 찾아 광주 봉기의 이야기를 탐구하고 있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 모두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알고 있으리라.

그리고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한국을 넘어 홍콩에서, 미얀마에서, 캄보디아에서, 자유를 염원하는 그 어느 곳에서나 ‘임을 위한 행진곡’이 각국 언어로 번안되어 불리고 있다는 것은 이제 와서는 주지의 사실이 되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여기저기서 불리고 있으니 우리나라 너무 대단해, 우리나라 민주주의 최고, 이런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왜 임을 위한 행진곡을 ‘굳이’ 부르는지, 그 부분을 우리는 주목해야만 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노래 자체로만 수출되는 것이 아니라, 광주 봉기라는 서사와 함께 수출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사람들은 누구나 광주 봉기를 알고 있다. 그렇다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번안해 부르는 사람들은 지금 자신들의 상황과 광주의 상황을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어 하나의 시공간으로 엮어서 살아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굳이 불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는 이 현상을 다른 곳에서도 목격한 일이 있다. 인터내셔널가를 부르는 모두가, 심지어 이념과 지향을 넘어 모든 좌파가 긍정하는 해방의 역사인 파리 코뮌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윤상원 동지는 일기를 통해, 그리고 그가 살며 들불야학의 공용 도서관처럼 사용하던 그의 광천시민아파트를 통해 파리 코뮌에 관한 책을 읽으며 공부했음은 역사가 긍정하는 그것이다.

이제 우리는, 2024년에도 광주 기행을 다녀온 아나키스트 광주 기행단원 동지 모두는 광주를 이렇게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광주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자유와 평등의 증명으로서의 ‘코뮌’이라고. 전두환이라는 살인마 독재자에 맞서 투쟁하는 그 모든 과정에서 광주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 안전하고 평등하고 평화롭게 이 사회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그 기억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그리고 대구 출신이자 서울 도봉구 쌍문동 거주자였던 전태일과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광주 코뮌을 위해 목숨까지 버리기를 아까워하지 않았던 윤상원의 역사를 넘어, 모든 종류의 억압과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는 모든 아시아 대중의 현실과 현장에서 계속되고 있다.

그리하여 다시 한번,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우리는 그들을 호명함으로써 우리 곁에 둔다. 문제는 그것을 누가, 어떻게, 왜 부르는지일 것이다. 당신은 광주의 투사들을 누구라고 기억하는가. 무엇이라고 기억하는가. 다른 모두가 부정한다 하더라도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은, 2024년 아나키스트 광주 기행단 전원은 그들을 광주 코뮌의 아나키스트로 기억할 것이다.

2024년 5월 22일

‘우리들의 상호부조’, 말랑키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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