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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로갤럼들 다독하는 거 보면 나 군생활 때 하사 생각남앱에서 작성

당신도기릿하시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4.04 00:24:05
조회 142 추천 7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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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 전에 아는 형님이랑 마지막으로 가진 술자리에서 형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분도 좌파 아녔을까 싶은데, 암튼 그런 말을 하심.


"너, 군대 가면 운동 밖에 할 게 없다. 체단실 자주 써라. 근데 그것도 그래. 나도 체단실 매일 갔지만서도, 전역하니까 다 귀찮더라. 지금 몸도 많이 상한 거야.

그래서 말인데 너는 거기 가면 병영도서관이란 게 있어. 거기서 책이나 실컷 읽고 나와라. 책은... 읽어두면 끝까지 남지 않겠냐. 근육이랑은 달리 말야."




형 말이 옳다고 여겨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할께요." 했다.

그리고 여가시간엔 거의 책만 읽었음. 그 때는 ㄹㅇ 폰도 없었던 때라 뭐 할 게 없었어. 난 다행이라고 생각해. 폰 있었으면 또 폰겜이나 존나했겠지.



글케 내가 매번 병영도서관에 전우조도 없이 혼자 있으니까, 처음에 몇 번 주의주던 간부들이랑, 약간 염려하던 선임과 동기들도

얼마 안 가 "그냥 책을 좋아하는구나. 책 같이 보자고 갈 만한 전우조도 없으니... 그냥 두자."고 납득하더라

솔직히 운이 좋았던 거지. 전역하고서 다른 사람들 얘기 들어보니까 일이병 때 전우조 없이 돌아다니는 건 거의 불가능했던 거더라(당시 얘기임)




아무튼 나도 그게 눈치보여서, 되도록이면 생활관으로 가져와서 읽었어. 난 병도에 나 혼자, 머리 위까지 사방으로 쌓아올린 작은 방 하나가 참 맘에 들었었지만

규율도 지켜야지. 난 군인이었고, 군인의 규율은 그거였으니.







그러다가 하루는 행보관님이 볼 일이 있대서 행정반에 있다가, 중대장님이랑 먼저 얘기하러 가시길래 거기서 또 책을 읽었지.

그 때 부소대장(하사)이 들어왔는데, 나를 슥 보고는

"책을 참 좋아하네. 그렇게 많이 읽으면 어지럽진 않아?" 하더라고.

그래서 "조금은 그렇습니다. 작가가 왜 이런 글을 썼는지 생각하다보면 그걸로 머리가 꽉 찼다가, 다음 순간엔 또 답답해집니다. 작가에게 가서 '선생님 책 몇 페이지에 이런 얘기를 썼던데, 나는 그게 틀린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런 소리를 했는지 궁금합니다.'라고 물을 수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라고 답했지.


그 이후로 부소대장님이 나한테 자주 접근해오더라.



그래서 주말에 한가할 때 간부숙소에서 나오는 거 기다렸다가 소설책 한 권 추천해드리고(노인의 전쟁이었음. 병영도서관에 있는 거) "이건 군인 얘기고, 소설이니까, 부소대장님도 부담없이 즐기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 맞선임도 이 책 읽어봤는데 참 재밌었다고 했어서, 이렇게 가져왔습니다." 했다.

부소대장은 나에게 예의를 차리려 한 건지, 아니면 정말 관심이 동했던 건지는 몰라도(아마 후자겠지. 우리가 회사 이상으로 명백한 상하관계인데, 부소대장이 인격적인 사람이긴 했어도 내 성의를 생각해서 굳이 마음을 냈을 것 같지는 않음)

그러고서 둘이서 행정반에서 책 한 권씩 들고 읽었음.


부소대장이 책을 한 반 페이지쯤 넘겼을 때 책 내용을 슬쩍 물어봤다. "부소대장님은 외계인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노인의전쟁은 수많은 외계종족을 상대로 군사행동을 하는 한 병사의 이야기거든.



부소대장은 "글쎄. 나는 에일리언을 재밌게 보긴 했어. 아마 너도 봤겠지. 에일리언처럼 지성이 없는 상대라면 분명히 싸워야겠지만, 여기 콘수(소설에 나오는 종족임)라는 애들은... 우리를 얕잡긴 해도 지성이 있잖아. 협상을 생각하는 게 가장 좋아 보인다." 했음.





근데 그 소설 중후반에 하사처럼 생각하는 애가 나와. 그러다가 그 외계종족의 심기를 거슬러서 그대로 죽음.

그 페이지를 막 읽었는지, 부소대장이

"너, 이것땜에 물어 본 거냐? 하하. 그치만... 이건 병사(소설 속 그 인물)가 무모하게 접근한 거지..." 하더라.




글케 청소시간 전에 둘 다 완독하고 나서 부소대장이

"음. 좋았어. 군인 얘기라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우리가 나눈 대화를 통해 여러 가지를 느끼기도 했고. 다음에도 책을 추천해줬으면 좋겠다. 고맙다." 하더라.



그때부터 우리가 주말마다 책 읽는 사이가 댔었지.

행정반이나 생활관에서 읽는 건 여러모로 민폐라고 생각한 부소대장이, 자기 간부막사로 부르기도 했음.


그 하사가 지금도 독서를 즐기는 지는 몰라도,





로갤럼들 보다보면 매번 그 부소대장이 생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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