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에트 연방을 비롯한 냉전기의 현실사회주의 국가들은 치열한 현실과 정세 속에서 나름의 성과를 이루었고 나름의 한계 또한 존재했음. 현실사회주의의 노선적 성격이 어떠했던, 무어라 규정했던 간에 10월 혁명으로부터 시작되어 전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진 전간기-냉전기의 현실사회주의 정권 수립은 '노동계급'의 운동이었음.
이를 시행착오라 판단하던, 노동계급이 전체주의자들의 사탕발림에 속아넘어가 벌어진 일이라 판단하던 간에 현실사회주의라는 이름의 대안은 당대 정세 속에서 국제노동계급의 상당수가 선택한 길이었고 노선이었으며 운동이었음.
그렇다면 무슨 지식인과 유산계급을 데리고 사회주의를 건설하겠다는 미치광이가 아니고서야, 적어도 노동계급의 일원으로서 노동계급을 기반으로 하여 새 세상을 건설하겠다는 사람이라면 아나키스트가 되었던 레닌주의자가 되었던 클리프주의자가 되었던 사회민주주의자가 되었던 간에 자본주의에 맞선 노동계급의 항거라는 지점에서의 연속성을 인정해야 함.
그 연속성을 인정하고, 그 당시에 어째서 노동계급이 현실사회주의 노선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있고 나서 그 대안을 제시하는게 맞는거지. 노동계급혁명, 혹은 좀 더 온건하게는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추구한다는 사람들이 그 노동계급이 수십년 전까지 믿고 따르던 정치적 노선과 투쟁의 방법론을 아예 없는 것 취급하거나 단순히 '어짜피 그것도 자본주의니까 뭐 어때'로 판단하는건 위험함.
현실사회주의 국가에서도 분명히 폐단과 사회주의에 대한 왜곡이 존재했지. 다만 사회주의자라면 그 폐단과 왜곡이 어떻게, 어째서 일어났고, 노동자계급 주도의 체제 변혁이라는 과정에 있어 구조적으로 얼마나 그러한 폐단이 발생하거나 왜곡되기 쉬운지에 대해 분석해야지 소위 현실사회주의의 '폐단'이라고 불리는 것의 외피에만 집중해서는 안됨.
소비에트 연방을 반성한다는 것, 현실사회주의를 반성한다는 것은 현실사회주의라는 노선을 통해 제국주의자들에 맞서 투쟁해온 국제노동계급이 어떤 고난과 역경을 만났으며 어떤 문제점에 직면했고, 그 문제를 회피하거나 이겨내기 위해 어떤 타협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해왔는지에 대한 역사적 경험을 비판적으로 계승하고, 앞으로의 계급투쟁에 있어 '성과'라고 불러줄 수 있는 과거의 경험은 어떻게 그 것을 이루었는가를 분석하며 폐단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선 그걸 반면교사 삼도록 노력하는 것이지 '나는 다른 노선을 추구하니까 상관없어' 라고 퉁치고 넘어갈 수는 없는 것임.
노동자 계급의 세계변혁 과정에서 부딪쳐온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를 단순히 이론 몇줄 뜯어고친다고 회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임. 모두가 장미빛 미래를 꿈꾸지만, 미래는 과거가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고 현재의 대지에 발을 딛고서만 성립할 수 있음.
굳이 레닌, 스탈린, 마오를 꺼내오지 않더라도 마흐노의 '현실아나키즘' 또한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 부딪혔고, 나름의 답을 찾아내기 위해 이론적 타협을 거치지 않았던가? 마흐노를 '국가자본주의 마적 군벌'이라고 부르는 아나키스트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으나 있다 하더라도 그 또한 후일 자신이 사회혁명을 마주했을 때 마흐노와 같은 모순을 직면할 수 밖에 없고 그 때를 위해 마흐노가 좋던 싫던 그의 역사적 경험을 '계승'하고 '반성' 해야할 것임.
현실사회주의는 좋던 싫던 간에 상당수의 국제노동계급이 선택한 노선이었고 그 선택 자체가 오류라고 생각한다면 그러한 오류가 어째서 발생했으며 어떻게 재발하지 않게 할 수 있을지를 치열하게 논의하고 고민해야 함. 소련과 동구권은 맑시스트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노동계급의 공통적으로 물려받은 역사적 경험이고 우리는 이러한 경험을 '외면'할 게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의 '반성'을 해야한다고 생각함.
반성 없이는 그 어떤 운동도 재생산될 수 없고, 계승과 반성이 부재한 이론적 이탈, 청산주의는 외면자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바로 그 소위 '국가자본주의 전체주의 독재'를 똑같이 반복시킬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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