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분들 중에서도 전통적 가족관계의 해체라는 표현의 의미를 다소 부담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존재하시는 듯합니다. 기존의 가족관계를 완전히 해체된다는 것이 마치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인위적으로 단절한다는 것처럼 받아들여져서 그런 오해가 발생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전통적 관계의 해체가 함의하는 바는 그러한 일상적인 오해와는 전연 다른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전통적 가족관계 해체는 사회주의뿐 아니라 신좌파 담론에서도 그렇고 좌파진영 전체를 관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의제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무슨 가족 간의 유대관계나 친밀감을 인위적으로 해체해서 사회화한다는 의미는 전혀 아닙니다.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는 아무리 국가가 인위적으로 평등을 추구한다고 한들 성별 간 불평등은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걸 조금 더 확대해서 보면 전통적 가정에서 이성애적 결합을 통해 살아가는 커플이 아니라면 동등한 대접을 받기 어렵게 되는 것이죠. 이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좌파 진영 전반에서 이성애 우월주의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기존의 가족제도를 해체해야 한다는 담론이 대두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소위 리버럴이나 일부 신좌파들의 말처럼 동성커플 법제화나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단순한 사회적 인식의 진보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당연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력을 생산하는 가장 이상적인 조건이 다수 민중들로 하여금 일부일처제를 형성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이나 제도적으로 이성애 중심주의적인 일부일처제를 장려할 수밖에 없어요. 또 아이를 전적으로 개인의 경제력으로 양육해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성애 커플의 입장에서도 출산을 하지 않는 동성커플에게 우리와 동등한 지위를 주는 것이 맞는가 하는 일종의 아니꼬운 정서가 생길 수밖에 없고 이런 현상은 소득이 많은 가구에 비해 특히나 저소득층 가구에서 두드러지게 됩니다. 이는 나아가 오히려 기층 민중들로 하여금 동성애 등 소수자 운동을 적대시하게 될 수 있는 트리거를 제공하게 됩니다.
결국 자본주의 하에서의 점진적인 인식 개선이라든지 제도적 편입 시도는 종래는 사회적 소수자 간의 갈등을 초래해서 지금과 같이 대안우파가 떠오른다든가 하는 퇴행적이고 반동적인 현상을 필연적으로 초래하게 됩니다. 이 점에 있어서는 조금의 의심도 없습니다. 경제적 불평등이 존재하는 한 아무리 우리 사회에 선인들이 많다 한들 일정 수준에 다다라서는 자본주의의 파행을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과정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데, 결국 이 과정에서 자본가의 논리를 받아쓰는 노동계급 다수와 희생양으로 낙점된 사회적 소수자 간의 갈등은 필연적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결론은 사회주의의 달성을 통해서만 이 모든 모순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됩니다. 양육의 책임을 사회화하고, 경제력의 불평등을 초래하는 근본 원인을 없애지 않고는 개인의 선의에 기대어 차별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전통적 가족관계의 해체란 이러한 제반 조건이 무르익었을 때 자연스럽게 이행되는 결과로서 나타날 것이고, 사회의 강요 없이 이성애적 관계, 동성애적 관계, 모노가미, 폴리아모리 등 여러 종류의 관계들이 다양하게 혼재되어 나타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중에서 어떤 관계가 여전히 가장 흔한 형태를 차지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좌파가 그다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는 영역입니다. 오직 중요한 것은 개인의 선택에 있어 사회의 압력과 강요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고, 사회주의 체제는 적어도 개인의 선택에 있어 부당한 압력을 제거하도록 하는 제반 여건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전통적인 유대관계와 가족 간의 애착을 선호하는 사람은 그렇게 살면 될 것이고, 또 비교적 서로에 대해 자유롭고 간섭 없는 삶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또 그 방식대로 살면 될 것입니다. 핵심은 모순을 바로잡고 부당한 차별과 과도한 책임을 시정하는 것이지, 개인의 삶의 영역에 간섭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요약
1. 자본주의 사회 하에서 성평등, 성소수자 해방 달성 불가
2. 사회주의는 여성에게 중과되었던 책임들을 사회화하여 평등 달성, 경제적 평등으로 사회적 소수자가 희생양 되는 일이 없을 것, 진정한 해체 가능
3. 이성애건 동성애건 일부일처건 자유로운 관계건 각자 살고 싶은 대로 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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