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마유와 쿠미코에게는 두 가지 트랙이 존재함
첫 번째는 음악(부활동)에 대한 것, 두 번째는 인간관계에 대한 것.
그리고 1~3기 통틀어서 각 장의 주역들의 고민과 갈등이 그랬듯, 마유와 쿠미코 역시 두 가지 트랙을 완벽하게 별개의 것으로 취급할 수 없기에 문제가 발생함.
마유가 키타우지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최대 목표는 자연스럽게 인간관계 속에 스며들어서 큰 갈등 없이, 있는 듯 없는 듯 학교생활을 하는 거임.
그리고 부활동을 비롯한 음악에 관한 마유의 견해 역시 이 최대 목표를 위해 양보 내지는 타협하는 쪽으로 좁혀짐.
즉 인간관계(학교생활)>음악이라는 가치판단 속에서 두 가지 트랙은 결부되어서 마유의 처세술이 완성됌.

그렇다면 쿠미코는? 쿠미코만큼 현재 상황 속에서 모순점을 많이 안고 있는 사람은 또 없을 거임. 부장으로서 전국대회 금상이라는 목표를 기치로 내세우지만 개인적으로는 실력과 별개로 레이나와 솔로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음.
진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굉장히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레이나와 달리 쉽사리 음대를 선택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쿠미코에게는 음악이 그 모든 것들에 우선하는 것도 아님.
즉 3자의 시선에서 보기에 쿠미코라는 사람은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음악에 있어서도 뭐 하나 제대로 선택한 것이 없고 우선순위 역시 정립되지 않은 상태로 비침. 거기에 부장이라는 타이틀까지 더해지니 일반 학생 입장에서는 그 속내를 감춘다는 인상마저 느껴짐.

마유가 쿠미코에게 괘씸함을 느끼는 지점이 여기에 있음. 마유라는 인간은 개인이 처한 특수하고도 불리한 상황(전학이라는)에 대처하기 위해 철저하게 계산적으로 움직임. 그 상황 속에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학교생활이나 부활동에 깊이 스며들지는 못하는)도 담담히 감내하기로 결심함.
그런데 쿠미코 같이, 본인에게 있어 뭐가 더 중요한지 제대로 정립하지도 못하고 심지어 그 마음마저 솔직하게 내비치지 못하는 인간이 마유 자신의 처세술에 개입하고, 균열을 일으키고(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는 등), 옳고 그름을 논한다? 지금까지 레이나가 아스카가 그랬듯 마유 역시 쿠미코의 가면을 벗기고 싶었을 거임. '그래. 네 말대로 내가 최선을 다해서 오디션을 봤을 때도 너는 지금 같이 우유부단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ㅡ 이게 7화에서 마유의 결론인 거임.

결국 3기 후반에서 쿠미코는 두 가지 트랙 중 한 가지를 선택하거나, 두 가지 모두를 안고도 극을 마무리하는 쪽으로 이야기를 끌고 갈 거임. 그 과정에서 마유와 직접적으로 갈등하기보다는 쿠미코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게 되지 않을까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