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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처형소녀 7권 4장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29 23: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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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는 2층 베란다로 나와 있었다.


눈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시야는 새하얗다.


하얀 광경을 보니 어떡해도 그녀가 떠오른다.


메노우와 거의 같은 얼굴을 한, 마야의 용사.


시라카미 · 하쿠아.


천 년 전, 그녀는 저희를 배신했다.


그런데, 인제 와서 만나고 싶다고 한다.


사하라는 속고 있을 거라고 한다. 마야도, 하쿠아가 말도 안 되는 일을 꾸미고 있다고 반은 확신한다.


그렇기에 그때, 저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떠올린 것이다.


저를 계속 배신해 온 이 세상에게 반격할, 훌륭한 방법을.


"하지만······ 만약."


결의했을 지금마저, 마야는 만일의 가능성을 떨쳐 내버릴 수 없다.


무언가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과거의 배신을 용서할 수 있을 만큼 중대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그것만 알면 원래의 관계로 돌아갈 수 있을 만한 진실이 있을 거라고.


마야는, 스스로도 믿지 않는 진실이란 것을, 믿고 싶었다.


눈 내리는 베란다에 우두커니 서 있는다. 그녀의 몸이 추위를 느끼는 일은 없었다. 내뱉은 숨이 하얘지는 일도 없다. 사소한,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를 볼 때마다, 마야는 뼈저리게 느낀다.


아아, 저는 이제, 인간이 아니게 되었구나, 라고.


마야는 이미 일본으로 돌아갈 자격을 잃었다. 아플 정도로 저의 이질감을 자각하고 있다.


육체가 인간과는 다르게 된 저는 결코 원래 세상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돌아가는 의미도, 이제 없지."


얼굴에 띄운 자조는 어린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익었다.


일본으로 돌아가도,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만나고 싶었던 어머니는, 일본에 없는 것이다.


천 년 전과는 다르다. 저를 필요로 해준 곳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그 시절과는, 다르다.


마야를 필요로 해주는 세상은 없어졌으며, 휴먼 에러로 변한 자신은 아직도 남쪽에서 진을 치고 있다.


작게 노래를 흥얼거린다.


물론 동요는 아니다. 빠른 박자 리듬으로 불리는 것은 마야가 있던 일본에서 유행한 곡이었다. 춤 안무도 머릿속에 있다.


노래가 좋았다.


춤도 좋았다.


어린 시절부터 아역이 되어 영화에 나왔을 때 어머니는 기뻐하셨다. 장래는 여배우라며 기쁜 듯이 말하고 계셨지만, 마야가 동경하고 있던 건 노래하고 춤추는 아이돌이었다. 귀여움을 인정받아 빛나는 그녀들이 되고 싶었다.


그 사실을 털어놓고 어머니와 다투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좋은 노래네."


베란다로 이어지는 이중창이 움직인다. 사하라다. 마야는 노래를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안 추워?"


마야와는 다르게 방한구를 껴입은 그녀가 말을 걸어온다.


"눈도 내리고 있고, 가벼운 옷차림이면 감기 걸리는 게 아니라 얼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안 추워."


마야는 답한다. 이것만큼은 강한 척이 아니다.


"이 세상에 오고 난 뒤로, 그런 거, 없어졌거든."


마야가 이 세상에 소환되었을 때 얻은 순수개념 【마】는 영혼보다 육체에 정착해 있다.


바깥 기온 정도의 온도 차는 거의 체감되지 않는다. 원죄 개념에 적합한 육체는 몸 상태가 나빠지지 않는다. 병에 전혀 걸리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는커녕, 배고픔조차 없다. 마시지 않고 먹지 않더라도, 생명 유지에 지장이 없는 것이다.


『자가소환』이라는 마야의 생명 유지 원리가 어떻게 되어 있는가 하는 수수께끼는, 도력 문명의 전성기인 천 년 전에조차 해명하지 못했다.


많은 불쾌함을 없애는 대가로 그와 같은 정도의 감각을 잃었다. 마야의 육체에 정착한 순수개념의 성질에서 착안하여 이용하고 싶어 했던 연구자는 산더미처럼 있었다.


"그렇구나."


그런 배경을 알지 못하는 사하라는, 인제 와서 마야가 북쪽 한랭지에서 원피스에 기모노를 걸치고도 움직일 수 있는 이유를 이해하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


마야는 입을 다문다. 무시한 것은 아니다. 대답할 수 없던 거다.


제자리로 돌아온 탓에 목적지인 『유적가』의 입구로부터 멀어지고 말았다. 걸어서는, 어떻게 발버둥 쳐도 불가능한 거리다. 이동하기 위해 마야가 마물을 소환하면, 이전 마을에서 있었을 때와 같은 소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도, 더 이상 순수개념을 사용하여 기억을 깎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아직, 사용해야 할 때가 아닌 거다.


"······모 아니면 도로 도력 열차에 타는 거야. 그러면 하쿠아와의 약속 날짜에 맞출 수 있어."

"그다지 좋은 수단 같진 않은데."


마야의 계획에 사하라는 따뜻한 코코아가 담긴 머그잔을 건네주며 답한다.


가장 변화된 것은 피부 감각이지만 미각도 꽤 변해있다.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것이 단맛뿐이었다. 그래서 이 세상에 오고 난 뒤로 죽, 마야는 단것만 먹고 있다.


하늘에 떠 있는 『성해』는 이 눈 속에서도 알아볼 수 있다. 어렴풋이 도력광을 발하는 물체는 오히려 눈 속에서 떠오르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지금 강한 힘을 가진 그것을 중심으로 사태가 돌아가고 있다.


약하기에 따돌려지는 마야와는 다르게.


그렇기에 마야는 너나없이 앞질러서, '앗'이라고 말하게 해줄 수 있도록 메노우에게서 떨어져 단독으로 행동했다.


"사하라는 계획 없어?"

"화물열차에 몰래 타는 정도네. 북 대륙의 중심부까지 가는 화물 운행은 자재 운반으로 활발한 듯하니까."

"뭐야. 내 생각이랑 다를 바 없잖아."

"너무하네. 여기의 우두머리랑 얘기했어. 실어 나르는 짐에 섞일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행하는 마야와 다르게 제대로 방법을 생각해냈다. 사하라의 제안을 듣고 입술을 삐쭉 내민다.


"······거기까지 정해져 있었으면 왜 나한테 물은 거야. 먼저 말했으면 칭찬해줬을 텐데."

"이왕이면 포기하고 멈춰줬으면 했으니까."


사하라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애초에 강제적으로 불린 그녀는 이 여행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다. 틀림없이 속고 있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 마야의 단독 행동은 물론이고, 그 이전에 메노우나 마야가 바라는 『성해』의 관리 권한도, 사하라에겐 관심 대상조차 아니다.


"지금부터라 해도 난 동쪽으로 돌아가고 싶어. 【점성가】를 찾으려 『유적가』를 탐색하는 건 메노우네에게 맡기면 되잖아. 그리고 우리는 당분간 여기에 잠복했다가 관심이 식었을 때쯤에 그리잘리카로 돌아간다. 수상한 꾐은 무시. 자, 아무 문제도 없어."

"그런 말 할 거면 나 같은 건 내버려 둬. 나한텐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마야가 날 부른 거잖아. 인제 와서 그런 소릴 들어도 곤란해."

"뭔데······."


너무나도 무책임한 사하라의 말투에, 자신도 생각지 못할 만큼 갑자기, 마야의 감정이 작렬했다.


"마논을 도와주지 않은 주제에 사하라는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해!?"


예상치도 못한 말에 사하라가 눈을 크게 떴다.


"마논은 사하라를 친구라고 말했는데! 성지에 갔을 때 왜 마논을 멈추지 않은 거야!? 그런 거······ 죽는 게 당연하잖아!"

"그건⸻"


저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일방적인 주장에 울컥한 사하라는 반발심 그대로 반박하려다, 말을 잃는다.


눈앞에 있는 어린 소녀의 눈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마야가, 울고 있었다.


"그 애가, 있었으면······ 아직. 난 이 세상에서, 혼자가 아녔어! 날 필요로 해줄 애가, 남아있었을 텐데!!"


사하라는 아무런 답도 할 수 없었다. 조용히 아플 정도의 정적이 돌아온다.


"······이참에 듣고 싶은데."


눈이 펑펑 내리는 가운데 사하라는 조용히 입을 연다.


"마야. 너, 휴먼 에러였을 때를 얼마나 기억하고 있어?"


휴먼 에러는 기억이 사라져 원래의 인격이 와해되는 것으로 영혼에 깃든 순수개념이 움직이는 채로 행동하게 된 이세계인의 총칭이다. 마야와 『판데모니움』의 행동거지가 전혀 다르듯, 휴먼 에러화 하고 있을 적의 의식도 기억도 없을 터다.


하지만 마야는 조금이나마 『판데모니움』의 새끼손가락이었을 시절의 행동을 기억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의, 없어."


만약, 『판데모니움』으로서 지낸 천 년의 기억이 있다면, 마야는 분명 정신 붕괴를 일으켰다. 남쪽에 있는 『무마전』 안은 틀림없이 지옥이다. 마물의 *고독 속에서 천 년을 보낸 기억이라니,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고독= 동양 주술의 일종

"그냥, 기억이 돌아올 때······ 마논의 기억도, 같이 들어왔어."


사하라는 이해한다. 역시나, 다.


마야는 천 년 전의 기억과, 마논이 『판데모니움』과 함께 있던 시기의 기억만을 잇고 있다.


"그렇구나. 친구였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마논을 싫어하지 않았던 건 분명"

"그럼⸻"

"하지만 마논을 도와주려고는 생각 못 했어."


마논 · 리벨.


저를 일본인이라 착각한 듯한 기모노를 입고 있던 그녀는, 제 인생이 망가져 있음을 자각하고 있었다. 망가진 제 인생에 타인을 끌어들이는 데에 망설임도 없었다.


"그 애는 누구의 도움도 필요로 하지 않았으니까."


마논은 제 목숨의 아까움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을 터다.


무엇이든지 끌어들여 세상을 혼돈에 빠뜨리고 싶어 했을 그녀가, 어째서 새끼손가락이라 한들 『판데모니움』을 제정신으로 되돌리는 데 목숨을 건 걸까. 사하라로선 알 수 없다.


어쨌든 아마도 마야와 마논은 만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마야는 너무나도 평범한 아이다. 마논의 파멸 염원에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아주 조금이지만 마논과 알고 지냈기 때문에 잘 안다.


그녀는 마야가 아니라 『판데모니움』에 심취해 있던 것이다.


사하라는 완전히 식어버린 코코아를 전부 마셔버린다. 머그잔 바닥에는 다 녹지 못한 분말이 액상이 되어 딱 달라붙어 있었다.


"마야는, 왜 『주』······ 시라카미 · 하쿠아를 만나러 가? 설마, 진짜로 화해라고 믿고 있는 건 아니지?"

"아니야. 어차피 거짓말일게 뻔해."

"그럼, 왜?"

"나는······."


기모노의 옷깃을 꽉 움켜쥔다. 마야에게 있어서 연이 깊은 사람의 유품이다. 기댈 곳 없는 세상에서, 기적처럼 이어진 연이다.


"······필요로, 해줬으면 해."


사랑받고 싶어. 칭찬받고 싶어. 네가 필요하다고, 듣고 싶어.


그것이 이세계에 소환되고 나서, 줄곧 품어온 천 년 동안 변치 않은 마야의 바람이었다.


마야는 외로움에 따라잡히지 않도록 계속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천 년 전에는, 저를 필요로 하던 어머니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 어머니도, 죽고 말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외로움에 따라잡히고 말면, 꼼짝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마야가 하쿠아가 꾀어졌을 때, 그녀를 만나러 가는 결의를 굳히는 건 필연이었다.


"이제, 돌아갈 세상도 없으니까······ 내가, 이 세상에 필요하다는 걸, 하쿠아를 만나는 걸로 증명해낼 거야."


아직 움직일 수 있을 때, 자신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받기 위해서.


"······그래."


사하라는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이럴 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망설인 나머지 슬며시 눈을 내리뜨고 만다.


그녀는 사람의 마음에 다가가는 것이 익숙치 않다.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없다. 입에 발린 말 이외에 칭찬한 적도 없다. 타인을 필요로 한 적도 없다. 사하라의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메노우였다면 뭔가 좋은 말이 나오겠지'라는 현실도피 같은 생각뿐이었다.


대화가 끝난 정적을 메우듯, 두 사람 사이에 있는 골을 메우듯, 눈이 펑펑 내렸다.









- - -

과연 정말로 마논이 판데모니움에 심취해 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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