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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애정결핍 소요와 가스라이팅공 아논앱에서 작성

HiKe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30 23:44:35
조회 986 추천 49 댓글 30
														

별 거 없는 날의, 별 거 없는 일상. 별 거 없는 풍경의, 별 거 없는 하루여야 했을 지금의 시간들.
허나 고독감이 자아내는 감정의 올가미는, 언제나 이유 없이 갑작스레 찾아오는 법이였다.

불이 전부 꺼진 집에는 무엇이 남아 있길래 공기를 이리도 무겁게 만드는가.




"하아... 하아..."


숨이 찬다.
호흡이 가빠 온다.
머리가 요동치듯 어지러워지고, 가슴이 조이듯 아파오며, 손발이 저려 오고, 구토감이 온 소화계를 장악한다.
그 발작이, 다시도 나를 찾아왔다.

불안, 초조, 공포, 혼란, 긴장, 두려움. 그렇게 이름붙여진, 수많은 달갑지 않은 감정들이 날 흩어지게 해 버릴 것만 같은 기세로 찾아온다.
온몸에서 급작스레 열이 나고, 뜨거워진 몸에서 땀이 나며, 땀의 증발로 서늘해지게 되는 일련의 과정이 순환하여 정신을 온전치 못하게 한다.


또 이런다.

내가 혼자라는 사실이 너무나 외로워서, 무서워서.


"씨발... 씨발..."


참을 수 없다. 무엇을 참을 수 없는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이대로 있다간 정말 미쳐 버리겠다는건 확실히도 예감할 수 있었다.

또다시 고독감에 몸서리치는 나는 내 주위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엄마도, 사키코 쨩도, 크라이식도, 그 누구도.
내게 남은 건 도대체 무엇이 있지. 나에게 무엇이라도 해줄 수 있는 존재는 과연 무엇이 남아 있을까.

궁여지책이라 해야 할지, 처음부터 예견된 일이라 해야 할지. 어쩔 수 없게도 내 마음은 또다시 그녀에게로 향하고 만다.

'탁탁탁, 탁탁...'

저장하는 것조차 내키지 않아 전화부에도 저장하지 않은 번호. 허나 몇 번을, 또 몇 번을 입력하다 보니 어느새 외워 버린 그 짤막한 숫자들의 나열을 차례로 눌러 그 빌어먹을 여자에게 전화를 건다.

치하야 아논.


진짜로, 기분이 좋지 않다.


"여보세요? 소요링~"

"하으윽, 하아. 당장, 우리 집으로... 와."

뚝.

짧은 말을 마치고, 나는 버틸 수 없다는 듯이 전화를 끊었다.




"삑, 삐삑, 삑."

기분 나쁜 발소리에 이어, 언젠가 그녀에게 알려준 현관의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마침내 그녀가 들어온다.

사람이다.


"으와, 소요링. 불 좀 키고... 왓!"


자제심을 미쳐 챙길 줄 모르는 나는 그녀의 목을 휘감아 안고 무엇을 원하는 듯 거칠게 입을 탐하기 시작한다.

난 무엇을 원하는 걸까. 애정? 사랑? 우정? 안정감? 유대?

모르겠다. 다만 이 텅 비어 있는 마음을 아무것으로나 일단 채우길 원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진짜로 내가 위험해질 것 같으니까.
그것이 단순한 육체적 쾌락같은 허구적인 것일지라도.


"읍... 으음... 읍, 흣, 으읏!
소요링! 현관 앞에서 이러는 건 이제 그만하라니ㄲ..."


갑작스런 키스에 당황한 아논은 거칠게 나를 떼어낸 후 가볍게 쏘아붙이다, 내 몰골을 보며 대충 알겠다는 듯 미소를 짓고는 능청스레 말을 이어 간다.


"흐... 아~ 또 그게 도진 거지, 소요링?"

"시끄, 러워..."

"흥, 이런 거 해결해 줄 사람은 나 밖에 없다는 거 알면서, 꼭 그런다니까?"


또 저런 태도다. 자기가 뭐라도 된다는 듯이, 뭘 제대로 알기라도 한다는 듯이...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저 여자가 너무나도 짜증나면서도, 밀어낼 수 없다.





"소요링, 여기 괜찮아?"

"조, 조금 더... 세게..."

"참... 에잇."

"흐읏... 흐으읏...!"


쾌락에 몸부림치며 마음을 온전히 그녀의 손에 넘겨준 듯 그녀를 힘껏 끌어안는다.
신음소리를 점점 크게 내 가며, 필요 이상으로 그녀를 강하게 안아 가며.
무언가 채워질 듯 하나, 불안감의 잔재는 아직 무언가를 더 강렬히 원한다는 듯 온몸을 휘돈다.

좀 더 나를 채워줄 것이 필요하다. 좀 더 나를 따뜻히 안아줄 것이 필요하다.
부족해, 부족해. 아직 이걸론 부족하단 말야.

육체적 관계의 여흥에 살짝 취해버린 나는 이젠 노골적으로 애정을 갈구한다.
사람에게만 얻을 수 있는 그것. 내가 사람에게서 얻지 못했던 그것.

누군가 나를 사랑해줬으면 해.


"아논, 짱...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해 줘..."

"하아... 귀찮은 여자네, 소요링은."

"제발... 아논쨩... 그러지 않으면 나..."


나의 애원에 아논은 재밌다는 듯 흥미로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쾌감은 원체 몸에 남아 있던 한기와 뒤섞여 그 온도차가 상당히 불쾌하고도 버티기 힘든 감각을 자아낸다.
이에 애처로울 정도로 갈라진 신음이 목에서 연발 나오지만, 그녀는 멈출 생각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거세게 손가락을 휘저어 간다.


"우읏, 하으앗...! 아논쨩, 제, 발... 그만...!!"

"버텨, 내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잖아?"


"으으읏, 아으읏, 아아윽. 흐으으.... 흐극...!"


야릇한 기세로 절정에 다다라 버린 나는 온 힘을 빼고 그녀에게 기댄다. 그녀의 달아오른 체온이 내게 닿는 것이 느껴지지만, 안쪽까진 다다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팔을 그녀의 겨드랑이 아래로 넣어 어깨를 감싸는 형태로 끌어안는다. 이미 팔을 들 힘도 없을 터이지만 무언가를 애타게 원하기에.


"아논... 아논... 아논 쨩..."

"쯧... 사랑해, 소요링."


가볍게 사랑한단 말을 속삭이곤 그녀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나는 가만히 안고 있던 팔의 힘을 빼곤... 그녀에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다.
그것이 거짓된 것인지는 상관할 바도 아닌 듯이, 마음에 따뜻한 무언가가 흘러들어 오는 것만 같다.


눈물이 난다.

무엇보다 바랬던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것이 감격스러웠기 때문일까. 사실은 그 아름다운 말인 사랑해를, 이런 쾌락뿐인 관계에서 억지로 들을 수 밖에 없는 내 처지가 슬펐던 걸까.

둘중 어느 쪽이라도, 짝도 없게 기구한 처지인 것 같네.



"소요링... 응, 괜찮아. 나는 소요링 곁에 쭉 있어줄 테니까."


어이 없게도, 그 말에 불안에 떨던 나는 조금 안심하고야 만다.
그 말이 거짓 하나 섞이지 않은 진실인 것처럼. 진짜로 곁에 있어 주겠다는 보증인 것 처럼.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난...

생각해 보면 나는 그녀의 손바닥 위에 있음은 틀림 없었다. 그녀는 나의 모든 걸 알고 있었으니까.
나의 부족함, 나의 트라우마, 나의 역린, 나의 결핍.
그걸 애태우듯 어루만지고 희롱하며, 그녀의 즐거움에 내 약점들을 한껏 이용하고 있음을 모를 내가 아니었다.

그 빌어먹을 속내를 알고 있음에도, 그녀에게 벗어날 수 없다. 그녀에게 기댈 수 밖에 없다.
나는 그녀를 절대 밀어낼 수 없다는 게, 내겐 이젠 그녀밖에 없다는 게. 그녀에게 마치 장난감처럼 조련당하는 것이 유일한 내 도피처가 되어 버렸다는 게...
그것이 너무나도 분하고, 억울하고, 짜증나서...

갈 길 잃은 마음은 이내 정제되지 않은 비명으로 갈라져 나와 버린다.


"흐으으... 으아아아아아!!!"


그녀가 너무나도 싫다. 증오스럽다. 혐오스럽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녀를 더 세게 붙잡는 것 밖에는 없었다.


"사랑해~ 소요링.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말해줄게?"


그 가증스런 목소리에 통곡은 더욱이 짙어져 간다.

허나 울며 소중히도 꼬옥 안고 있는 것은, 다른 것도 아닌 그녀의 몸이었다.




그 밤은 유난히도 그녀가 오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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