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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피츠로이 아가씨 조교일지♡ (다음 화 자위함)

창작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1 10: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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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피츠로이 아가씨 조교일지♡
· 피츠로이 아가씨 조교일지♡ (프롤로그)





잠에서 일어났을 때 엘시 양은 내 옆이었다. 나는 침대에서 벗어나 어제 작성한 인력 관리안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빠듯하기야 하지만 누구 하나 병결이 나도 어떻게든 무마할 수 있을 법한 안이었다. 일곱 시가 되자 엘시를 깨우고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로비로 내려갔다. 코퍼 양이 정리한 짐이 문 앞에 놓여있었다. 나는 짐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주방으로 가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린넨으로 닦은 잔에 갓 끓인 홍차를 부어내고, 튀기듯이 구운 소시지와 계란을 올린 빵을 준비하면 끝이다.

주인님께서 돌아가신 이후로 대부분의 전문직 인력을 일용직, 혹은 가내 고용인 중심으로 돌려야만 했다. 예컨대 정원 관리 같이 주에 한 번 있는 일에 소비하는 돈을 줄였다는 이야기다. 식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방장이 더 처우가 나은 다른 저택으로 이사한 뒤로 삼 년 간 식사는 코퍼 양과 하우스 키퍼인 내가 담당해왔다.

엘시 양에게 테이블 세팅을 맡기고 아가씨를 모시러 갔다. 아가씨께서는 주인님께서 사용하시던 침대에 홀로 모로 누워 잠들어 계셨다. 박새가 지베베베벳하고 울었다. 나는 커튼을 열고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 침대에서 멀찍이 떨어져 손을 허리춤 앞에 모아 침착하게 ‘아침입니다.’ 하고 수차례 말했다. 여섯 번째 되었을 즈음에 아가씨께서 기상하셨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이 뒤 고용인이 세면대에 물을 부어, 비누를 묻힌 천을 담가 주인의 몸을 닦는다. 그러나 아가씨께서는 몸에 타인의 손이 닿기를 극도로 혐오하시는 성미이시기에 이를 허용치 않으신다. 만일 몸에 누군가 닿기라도 한다면,

“꺼져!”

라고 고성을 지르면서 성을 내시기 마련이다. 아가씨께서는 누군가가 자기 머리를 만지게 할 바에는 차라리 그 사람을 목졸라 죽이겠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아무래도 주인님께서 돌아가신 이후로는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시는 모양이셨다. 그 탓에 십 년 넘게 곁을 보낸 처지인 나도 어딘가를 만지기 전에는 무조건 “어디 어디를 만지겠습니다.” 하고 수차례 허락을 구해야만 했고, 그 조차도 수포로 돌아갈 때가 많았다. 이는 전부 아가씨에게 찾아온 신경쇠약 탓이다. 의사는 이를 가족을 잃은 어린 아이들에게 자주 찾아오는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홀로 두어 맑은 공기를 쐬며 또래 아이와 함께 요양을 시키는 편이 좋다고 하였다. 나는 그 말대로 했다. 원래 쇠락해가던 가계는 기둥이 무너지며 필연적으로 더욱 기울어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 말뜻이 가문 대대로 피츠로이 가를 보필해온 웰링턴 가의 품위가 손상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가씨는 삼 년 전과 비교해 전혀 변하지 않았다. 내가 존경해마지 않았던 두 주인님, 알렉세이 피츠로이 경과 마담 일레이나 피츠로이께서 돌아가셨을 때 이후로 전혀 마음이 진정되지 않으셨다. 오히려 더욱 심해지셨다. 자랑이었던 갈색 머리는 새하얗게 새어버렸고, 얼굴은 창백해졌다. 이는 굉장히 곤혹스러운 일이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품위라는 단어를 강조하셨다. ‘훌륭한 집안에는 그에 걸맞은 품위와 집사, 메이드가 따라오는 법이다. 대대손손 이 가문을 받들어온 우리로서는 그에 어울리는 품위를 가져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이 품위란 무엇이냐? 품위란 곧 고고함이며 침묵하는 능력이다.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꼭 거절해야만 하는 무언가를 보고는 입을 다물어 잘라내는 능력이다. 우리는 주인, 즉 피츠로이가를 섬기기 위한 의무로 태어났고, 주인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존재다. 아무리 피츠로이가가 현재 세간에서 쇠락했다는 풍문이 돌더라도 우리는 지금껏 이어온 품위에 걸맞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 물론 품위라는 단어가 온전히 저런 뜻이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가 하신 이 말을 칙명과도 같이 받들며 살아왔다. 사람이 일평생 몸에 붙여놓은 신조를 떼어놓기란 어려운 법이다.

즉슨 나는 아가씨를 위해서라도 이 사안을 속히 해결해야할 의무가 있었다. 아직 침묵이 몸에 배어있을 동안 아가씨를 품위있는 모습으로 돌려놓지 않으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버릴 터다. 단지 나는 아둔한 사람이라 그 방법을 잘 생각해낼 수 없다. 어떻게 해야만 할까?

고민하는 동안 아가씨께서 일어나 잠옷을 벗고 목욕을 마치셨다. 나머지는 순조로웠다. 나는 파우더, 빗, 코코넛 오일로 만든 치약을 들고 와 아가씨 옆에 두었다. 정돈을 마치신 아가씨께서는 옷가지와 향수를 가져오라 명하셨다. 나는 검은색 슈미즈 드레스와 코르셋, 향수가 든 유리병 열 개를 들고 와 침대 옆 선반에 놓았다. 아가씨는 향수병에 붙은 이름을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훑다가, 하나를 제외하고는 전부 옆으로 치워버렸다. 나는 아가씨께서 고르지 않은 화장품들을 전부 들고 가 선반 안에 넣었다.

“아침은 준비됐지?”

“네.”

“좋아. 오늘은 늦지 않았네.”

“머리를 땋고, 입술에 염료를 발라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됐어. 이제 나가버려.”

아가씨께서는 손을 휘휘 내저으시며 말씀하셨다. 나는 아가씨께서 말씀하신대로 뒤로 물러섰다.

식사를 마친 뒤 나는 코퍼 양이 떠난 하인 숙소에 먼지 가리개 보를 씌우고 다녔다. 앞으로 아버지께서 재직하셨던 시절처럼 커다란 사교회는 자주 일어나지 않을테고, 이 저택에 묵는 사람도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을테니 사용하지 않는 방은 보를 씌워둬야만 한다. 다들 알다시피 고용인들이란 무릇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막상 치우려고 하면 흠이 많이 없는 집을 선호하는 법이다. 인원을 줄여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해야만 마땅하다. 그 덕에 현재 이 저택은 두 곳을 제외한 모든 하인 숙소에, 객실은 세 곳을 제외한 모든 곳에 먼지 가리개 보가 덮혀있다. 이 정도면 아가씨께서 생활하시며 돌아다니는 부분을 두고는 전부 덮었다고 볼 수 있다. 여러 사람을 위한 저택이라면 모르겠으나, 현재 이 저택은 단 한 분을 위한 장소이기 때문에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볼품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불필요한 공간을 남겨두는 행위도 품위를 떨어트리기는 어차피 마찬가지이다.

보를 씌운 다음에는 메이드를 불러 모아 인력 관리안을 넘겼다. 엘리아나 양. 에밀리아 양. 엘시 양. 세 처녀는 건네 받은 관리안을 아무 말 없이 훑어보았다. 질문이 있으실까요? 묻자 미스 엘리아나가 묵묵히 손을 들어올렸다.

“무슨 일이죠? 엘리아나 양.”

“저기, 코퍼 씨는...”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오늘 부로 퇴직하셨습니다.”

“그렇군요. 새로운 키친 메이드는 구하셨나요?”

“아직입니다.”

“미세스 웰링턴께서 식사를 일임하시게 된다면 힘들지 않을까요?”

에밀리아 양이 물었다.

“괜찮습니다.”

나는 아직 젋다. 노년에 접어드셨던 아버지는 자신이 아직 젋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직무량을 줄이지 않았다가 과로사하셨다. 불쌍한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언제나 피츠로이 가를 섬기기 위해 살아가셨다. 죽을 때까지도 피츠로이 가의 자랑이던 사자 석상을 옮기시다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셨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았던 선대 하우스키퍼 모비스 씨께서는, 처음에는 사람이 떨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정원의 나무에 벼락이 치는 소리인줄 알았다고 하셨다. 하인 숙소 밖으로 나가고 나서야 어떤 참사가 벌어졌는지 깨달았다고 하셨다. 그 때 나는 열병에 걸려 누워있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아버지는 내가 모르는 곳에서 돌아가셨다.

아버지와는 달리 나는 아직 서른 살도 채 되지 않은 나이이고, 건강에도 별 문제가 없다. 사교계 문제가 없다면 엘시 양을 제외하고서도 아가씨의 생활 정도는 보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식사 정도는 일임해도 문제가 없다. 또한 유감스럽게도 나를 제외하고 현재 이 저택 내에 아가씨의 취향에 맞출 수 있는 주방 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엘시 양은 손재주야 좋지만 손이 느리고, 에밀리아 양과 엘리니아 양은 할 줄 아는 음식이 적다. 그러므로 당분간은 내가 주방일을 일임하면서, 보조로 세 사람이 이따금 주방에 들어와 거들어주는 구조로 진행할 계획이다.

접시를 정리하는 도중 엘시 양이 오한을 호소했다. 아마 어제 사체를 발견한 탓이리라. 또 울먹이며 품에 안겨들기에 등을 토닥거리며 하인 숙소로 부축해주었다. 아가씨와 비슷한 나이이기에 좋은 영향을 끼치리라고 생각해서 엘시 양까지 데려왔건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이거 적으려고 참고한 것들 - 폭풍의 언덕, 남아 있는 나날, 수많은 유튜브 자료들

그래서 특정 부분 내용이 겹칠 수는 있지만 문장이 겹치지 않도록 하고 있음

1화 반응이 생각보다 안 좋아서 연재할까 고민했는데 하기로 함...


반응이 안 좋아서 예정보다 빠르게 "야한거" 투입하기로 함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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