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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처형소녀 블루레이 외전 -리벨 편-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6 14:28:00
조회 258 추천 16 댓글 2
														











녹빛이 드문드문한 황야에서, 두 소녀가 걷고 있었다.


한 사람은 신관이다. 각 나라를 떠도는 순례 신관답게, 그 발걸음에 흐트러짐은 없다.


그러나 일행인 소녀는 척 보기에도 피폐하다. 스스로 말을 걸지도, 불평하지도 않고 걷고 있지만 발걸음은 느릿느릿하다.


보기에도 여행에 익숙한 신관이 메노우. 그리고 그녀의 서포트를 받으며 어찌어찌 걷고 있는 소녀가 아카리이다.


2주간의 여행으로 기력과 체력의 한계가 다가오고 있는 아카리에게 메노우가 격려하듯 말을 건다.


"자, 얼마 안 남았어."

"······응."


아카리는 고개를 숙인 채 볼멘소리로 답한다. 현재 기진맥진한 그녀에게는 완만한 비탈길조차 짜증 날 것이다.


"아카리. 고개 한번 들어볼래?"


그렇게 재촉하니, 땅만 보고 있던 시선을 앞으로 돌려주었다.


"어때? 결국 기분이 좋아지지?"

"······."


돌아온 것은 침묵이었다. 아카리는 바로 고개를 숙이고 만다.


조금 마음을 열어주었다고 생각했으나 아직인 듯하다. 짧은 기간만 속이면 되었던 지금까지의 임무와는, 역시나 사정이 다르다. 메노우는 내심 어깨를 축 늘어뜨리면서도 밝은 표정만큼은 유지한다.


"미안,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지. 앞으로 한고비만 더 넘기면 쉴 수 있을 거야!"

"······응."


역시나, 어두운 목소리가 돌아온다.


피로가 쌓여 있는 것일 거다. 성취감이 들면 기분이 풀리지 않을까 했으나 그리 단순하게는 풀리지 않을 듯하다.


순례 여행은 쉽지 않다. 오히려, 가혹하다고 하는 편이 옳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해가 높을 때 위험이 감도는 길을 묵묵히 걷고, 숙박지에 도착하면 다음 날을 대비해 몸을 씻고 옷을 세탁한 뒤에 취침한다. 생활의 전부가 걷는 데에 쓰이게 되는 거다.


문명 없는 길 사이에 점재한 숙박지는, 마을 거리에 있는 호텔 같은 곳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변변찮다. 익숙지 않으면 숙면도 취하기 어렵다. 그 밖에도, 불편한 부분들이 산더미다.


그렇기에 이 여행에서 메노우는 필요 이상으로 밝게 아카리를 대하고 있었다.


켕기는 데가 있던 거다.


아카리는 다른 세상에서 온 인간이다. 원래였다면 2주 동안이나 노숙에 가까운 여행 따위 할 필요가 없었다.


가혹한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그녀가 적어도, 아주 조금이나마 즐겨주었으면 한다.


죽이기 위해 데리고 있는 소녀에게 어째서인지 그런 바람을 가지며, 메노우는 항구 도시 리벨로 발을 내디뎠다.




리벨에 도착한 메노우는 이곳의 교회를 관리하는 사제 시실리아에게 그리잘리카 왕국에서 있었던 사건을 상세하게 보고하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메노우 양. 지금 상황에 그리잘리카의 정보는 귀중해."


시실리아는 메노우가 그리잘리카 왕국에서 손에 넣은 정보 보고서를 훑는다.


고도 가룸에서의 사건 이후, 그리잘리카 왕국은 쇄국 상태에 있다. 파우스트의 정점에 있었던 대사교가 『포스』인 테러리스트들과 손을 잡았다는 이상 사태이지만 오웰의 명성이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가능케 하고 있었다.


지금 그리잘리카 왕국으로 출입할 수 있는 인간은 극소수다. 정보의 대부분이 봉쇄되어 있다.


그렇기에 그리잘리카에서 온 메노우는 환영받고 있었다.


"아슈나 전하를 돕는 건 불가능한가요?"

"······그건 어렵겠네. 그녀가 망명을 한다면 받아들였겠지만, 미개척 영역을 사이에 두고 있으면 이쪽에서 그리잘리카 왕국에 간섭하는 난이도는 크게 올라가."


국가 사이에는 미개척 영역이 끼어 있다. 이것이 있기에 큰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 있으나 무역 같은 국교의 폭이 크게 제한되어 있는 거서도 사실이다. 요 천 년, 문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큰 요인이기도 하다.


"그래도 돕고는 싶어. 금기에 빠진 오웰 예하의 생각을 읽을 수 없는 게 무섭지만······ 나쁜 짓은, 안 할 거야."

"감사합니다."

"당연한 일이지. 그래서 말인데 메노우 양."


가는 안경을 쓴 시실리아는 똑바르게 메노우의 얼굴을 본다.


"이 곳의 일인데, 도와주었으면 하는 일이 있어. 당신의 힘을 빌려주지 않을래?"

"제 힘, 말인가요?"'


메노우는 저도 모르게 눈을 끔뻑인다. 처형인이 되고 난 뒤로 이렇게 정면으로 부탁을 받은 적은 적었다.


입실을 촉구하는 말과 함께 나타난 것은, 인상적인 의상을 입은 소녀다. 메노우는 그것이 일본에서 유래한 복장임을 알고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메노우 양."


두 손을 모아 공손하게 인사한다. 그 몸짓은 좋은 출신임을 느끼게 했다.


고개를 든 그녀는 가슴에 손을 얹고 이름을 댄다.


"저는 마논 · 리벨이라 합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메노우가 마논과 만난 같은 시각. 리벨의 호텔 한 방에서,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아카리는 음울하게 중얼거렸다.


"또······ 발목, 잡아버렸어."


이 세상으로 아카리가 소환된 일이, 3주 정도 전. 메노우에게 이끌려 이전의 그리잘리카라는 나라를 나오고 나서, 2주 남짓.


도보로 황야를 이동하는 여행 동안에도 메노우에겐 폐를 끼치기만 했다.


"메노우 짱에 대해서도, 아직 잘 모르겠고."


역시 그녀가, 이 세상의 인간임은 틀림없는 듯하다. 아카리는 이곳에 오기까지의 대화로 알게된 메노우의 이야기를 듣고 적잖게 낙담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는 저와 같이 『방황하는 자』라 불리는 일본인이 온다는 듯하다. 사실, 아카리는 이세계 소환이라는 믿을 수 없는 사태에 휘말려 있다.


그렇기에 '설마'했던 것이다.


메노우가 너무나도, 갑자기 사라지고 만 그 아이를 닮았기에, 어떠한 연결고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고.


"정말로, 아무 관계 없는 걸까······."


아카리가 소환된 성에서 메노우와 만난 뒤로, 지금까지. 몇 번이나 떠오른 의문이 입에서 새어 나온다.


아카리가 알고 있는 그녀와, 이 세상에서 처음 만난 메노우. 아무리 해도 이 두 사람이 아무 관계가 없다곤, 생각할 수 없었다.


아카리는 그것을 알고 싶어서 따라오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침대에 걸터앉은 아카리는 창문으로 눈을 돌린다.


"지금 쯤, 뭐 하고 있을까."


아카리는 메노우의 행동 대부분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


때때로, 그녀는 아카리를 두고 행동한다. 분명 알리고 싶지 않은 일이 있는 거겠지. 메노우의 감춰진 행동도, 아카리가 그녀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솔직히, 아카리가 본 메노우는 조금 수상하다.


좋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한다.


친절하고, 마음 써주고 있고, 성격도 밝은 미인이다. 그렇지만 뭔가 조금 신용할 수 없다.


그렇다고나 할까, 애초에 이 세상 자체에 불신감이 있다. 아카리의 입장에선 갑자기 불려 온 것이다. 2주 동안의 여행 도중, 이세계인 소환은 본래라면 자연현상으로써 일어나는 것이며, 인위적인 소환은 자신들의 손아귀에서 일으키기 위한 의식이라고는 들었으나 피해자인 아카리에겐 변명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한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메노우는 싫지 않다. 싫어할 리가 없다.


침대 위에서 베개를 안고 꾸벅꾸벅 졸음과 싸우면서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 을까············."


휘말려서, 떠내려가기만 하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피로에 휩쓸린 아카리는 졸음에 몸을 맡겼다.




호텔에 돌아오니, 아카리는 침대에 누워 자고 있었다.


"아카리?"


한 차례 불러보긴 했으나 일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반쯤 벌어진 입에서 평온한 숨소리가 돌아올 뿐이다.


무방비한 잠든 얼굴에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미개척 영역을 거닐던 2주간은 지금 같은 침대도 없이 담요를 두르고 허름한 숙박소의 바닥에서 자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취침 환경이 안 좋은 탓에 잠을 잘 자지 못했던 듯, 기상 후에도 피로가 풀리지 않은 것은 메노우도 짐작하고 있었으나 어떻게 해줄 수가 없었다.


부드러운 침대에서의 수면으로, 아카리는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자는 듯하다.


메노우는 아카리를 죽이기 위해 데리고 다니고 있다. 그녀가 소환되었을 때 영혼에 정착한 순수개념은 폭주하기 전에 살해해야 할 정도로 위험하다. 【회귀】로 인해 되살아나는 아카리는 확실한 살해 수단을 찾을 때까지 손을 댈 수 없으며, 빼앗길 수도 없는 폭탄 같은 존재다.


하지만 아카리는 무력하다.


순수개념이라는 힘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미덥지 않은 소녀다. 성격도 소심하고, 적응이 빠르다고도 할 수 없다. 그녀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에는 메노우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 무방비한 잠든 얼굴은 메노우가 지켜야만 하는 것이다.


"······이상하지."


메노우는 지금까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자 제힘을 휘두른 적이 없었다. 처형인이라는 위치는, 사람을 죽이는 임무만이 주어진다.


⸻어째서 죽이는가. 그 이유는, 우리가 악인이기 때문이다.


문득, 저를 키운 마스터 『플레아』의 훈도가 뇌리에 되살아났다.


정의를 위해서도, 세상을 위해서도, 평화를 위해서도 아니다.


사람을 죽이는 자신들은 악인이기에 사람을 죽이는 것이라고, 메노우를 키운 사람은 그리 말했다.


마스터의 가르침에 따라, 메노우는 그녀를 죽이기 위해 여행을 하고 있음에도 아카리를 죽일 수단을 생각해내지 못한 채, 오히려 그녀를 지키고 있다.


저라는 것을, 착각할 것만 같다.


"뭘 하는 걸까, 나는."


메노우는 한숨 돌리고자 방에 비치된 간이 주방에서 물을 끓인다. 숙박만 가능한 곳으로 식사는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호텔인 거다.


"흐아······."

"아, 아카리 잘 잤어?"


차를 끓이자 냄새에 이끌렸는지 아카리가 눈을 떴다.


"······아. 나, 잠들었었어?"

"아주 푹. 좋은 꿈이라도 꿨어?"

"응······ 일본이 나오는 꿈, 꿨어."


비몽사몽한 아카리가 메노우에게서 머그잔을 받는다.


'일본이 나오는 꿈'이라는 말을 들은 메노우는 한순간,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메노우가 소환한 것도 아님에도, 이세계인 소환에 관한 껄끄러움은 항상 따라다닌다.


그래서 놓치고 말았다.


머그잔을 받은 직후, 아카리의 몸이 어렴풋한 도력광을 띤 것을.


"돌아가고 싶다아."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이 아닌, 방금 일어났기에 나온 아카리의 진심. 주변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 무의식으로 억누르고 있던 자제심이 걷히고 진심으로 솔직해진 감정에, 그녀의 영혼에 부정 정착한 순수개념이 반응했다.


『도력: 접속⸻ 징?조 ?행??? 순수개념 【시간】⸻ 발동: 【??화】』


아카리가 건네받은 머그잔이, 모래가 되어 무너져 내렸다.


"어?"

"읏!?"


아카리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메노우가 숨을 삼킨다. 머그잔이었던 것은 아카리의 무릎 위로 사르르 흩어지며, 안에 있던 액체도 기화되어 사라지고 있다.


"어, 어!? 무, 뭐야 이거!"


아카리의 반응은 패닉에 가까웠다. 제가 원인이란 자각이 없는 그녀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고 있다.


그러나 메노우의 초조함은 그 이상이다.


"이, 건."


순수개념이, 새어 나오고 있다.


이곳에 오기까지 쌓였던 피로, 낯선 환경에 대한 불신감. 여러 요소가 겹쳐 정신이 압박된 끝에 방아쇠가 된 것이 직전에 꾼 꿈이었겠지. 순수개념의 고삐가 헐거워져 있다.


도력광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아카리의 초조함에 호응하여 일그러진 형태의 시계를 만들고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장기간에 걸친 훈련과 도구 사용해야만 발동할 수 있는 마도를, 이세계인은 본능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마도적인 재능이 이 세상의 인간과는 비교할 것도 없이 뛰어나다는 점이 있지만 뛰어나기에 일어나는 폐해가 눈앞에 나타나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마도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아카리는 의식조차 없이 마도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아카리, 미안해!"


순수개념에 인격이 삼켜져 발생하는 휴먼 에러와는 다르게, 소규모적인 마도를 발동시켜버리는 폭발이다. 그러나 아카리가 행사하는 것은 평범한 마도가 아니다. 【시간】의 순수개념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메노우는 아카리의 손을 잡았다.


『도력: 접속⸻ 토키토 · 아카리⸻』


접촉한 부분으로부터 도력을 연결했다.


"이익!?"


움찔, 아카리가 몸을 뒤로 젖힌다.


인체의 상호 접속은 고통을 동반한다. 정신이 타인의 도력에 거부반응을 일으켜 보통 사람이라면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발생시킨다. 어지간한 신뢰 관계가 있으면 무통에 가까운 도력 접속도 가능하지만 만난 지 한 달도 안 된 메노우와 아카리 사이에 그런 관계는 바랄 수도 없다.


그러나 수단을 고르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아픔 때문인지, 아카리가 메노우와 이어진 손을 뿌리치려 하지만 놓칠 수 없다. 메노우에게도 아카리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육체를 통하여 반발하는 정신을 거쳐서 느껴지는 감촉을 찾았다. 아카리의 영혼에 숨어 있는 순수개념. 너무나도 거대한 기운에 평형 감각을 잃는다.


하마터면 삼켜질 뻔하다가도 다시 제정신을 돌아왔다. 영혼에는 닿지 않도록, 도력 조작을 하여 발동하기 시작한 마도 구성에 개입해 무산시킨다.


도력 접속을 하고 있던 시간은 짧았으나 아픔을 견디지 못한 아카리는 정신을 잃은 뒤였다.


메노우는 침대에 아카리를 눕히고 나서 크게 한숨을 쉰다.


"저게, 순수개념······."


다시 한번, 이세계인의 위험성을 실감했다. 특히 접속했을 때 느낀 순수개념의 알 수 없는 정체. 이번처럼 새어 나온 마도 구성을 흩뜨린다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그 이상이 되면 메노우의 정신이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메노우가 특이 체질로 고통 없이 도력의 인체접속을 할 수 있다고는 해도, 접속 심도를 오인하면 순수개념에 정신이 삼켜지고, 끝이다. 애당초 아카리 쪽에는 심한 고통이 일기에 이런 짓을 몇 번이고 반복할 수는 없다.


힘이 너무나도 강하면, 주인의 선악 따윈 관계없어지는 것이다.


"······이건 큰 문제네."


이 마을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포스』만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호텔에서의 전말을 시실리아에게 보고하니, 그녀는 교회 제단 통신을 통한 연락을 약속해 주었다. 지맥을 통해 이어지는 제단 통신망은, 국가를 넘어 이어지는 몇 없는 연락 수단이다.


아카리의 불안정함과 불사성에 대해서 파우스트에게 대처 방법을 물은 것이다. 메노우는 아카리에게 순수개념을 거의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휴먼 에러로 변하기까지의 시간은 아직 있겠으나 조금 전과 같은 일이 일어나면 뜻하지 않은 사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보다 더 경험이 많은 『파우스트』 그 자체에게 대처 방법을 물은 것이다.


그렇다고는 하나 유효한 답을 얻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다.


"선배~애!"


출출하기도 하고, 시장에라도 갈까 싶어 밖을 나가니, 당연하다는 듯이 메노우가 있는 곳을 알아낸 후배가 모습을 드러냈다.


개조한 하얀 옷을 입은 신관 소녀, 모모이다.


언제나 변함없는 그녀를 보자 안도감에 어깨의 힘이 풀렸다.


스스로도 모르는 새 긴장하고 있었던 듯하다. 메노우는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모모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먼저 와 있었구나. 순례길 없이 미개척 영역을 가로지른 거야? 아카리에게 들키지 않으려 했다곤 하지만, 수고했어, 모모."

"에이, 별거 아니에요~! 모모는 선배를 위해서라면 기운이 백배는 난다구요오!"

"그래그래, 모모가 우수해서 나도 기뻐."

"에헤헤~ 그 정도야 뭐어, 그렇긴 하지만요~!"

"응응. 모모가 없으면 나 같은 건 안 돼."


비비적비비적 다가오는 모모에게 한바탕 칭찬을 쏟아낸 메노우는, 쓱 손을 놓는다.


"그럼, 모모. 일에 관한 얘기야."

"네에······?"


화제 전환에 모모가 노골적으로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나 무시한다. 그대로 걸어가면서 떠들썩한 항구 시장으로 돌입하여 대화를 이어 나간다.


"이번 의뢰는 리벨 백 계승 문제 해결을 위한 조력이래."

"괜찮지만요오. 저번 가룸 때는 엄청 힘들었던 데다? 보상이랄까아, 뭔가 기분 좋아질 게 없으면 의욕이 안 난다고 할까아."

"저기 말이야, 모모. 사실은 『포스』와 관련된 거야. 주님을 따르는 파우스트로서 본보기를 보여줘야 할 부분이라고."

"어~차피 모모는 주님을 향한 신앙치 같은 건 밑바닥인데요오. 좀 더 실익을 원해요~!"


부루퉁해 있는 모모에게 이번 일의 중요성을 일러줘도 반응이 둔하다.


그렇다면 모모가 말하는 『실익』을 충족시켜주고자, 메노우는 대화하던 중 눈에 들어온 과일가게의 포장마차에서 수박 하나를 구매한다.


"자, 모모. 아~앙."

"아~앙!"


메노우가 수박을 내미니 모모가 뛰어들었다. 스스로도 조금 의심스러웠던 비위 맞추기였으나 모모의 표정은 행복 그 자체였다.


"에헤헤~. 맛있어요오! 선배가 손수 먹여주신 보상 덕분에 의욕이 보충되었습니다~! ······하나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어, 괜찮아~"


메노우는 쉽게 기분을 풀어준 후배라 다행이라며 수박 하나를 더 구매해 모모에게 건넨다. 맛있게 먹는 후배의 얼굴을 보니 아카리에게 선물로 사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긴급 사태였다곤 하나 아픔으로 기절시켜 버린 뒤다. 분명 이 과일 이름의 유래도 일본이었고, 아카리와 대화할 이야깃거리가 될지도 모른다며 포장으로 구매한다.


"그래서어. 모모는 뭘 하면 되는 건가요~?"

"그러게. 이렇다 할 급한 요건은 아직 없는데······."


와삭와삭 수박을 먹으며 묻는 모모의 질문에, 메노우는 바다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


바닷가에서 오직 외길로만 육지로 이어진 리벨 성이 보였다.


"지금부터 할, 얘기에 따라서지."


오늘 밤. 시실리아에게 소개받은 소녀, 마논 · 리벨과 만나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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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도력 야스로 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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