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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소백) 백야

백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15 01:49:49
조회 607 추천 20 댓글 11
														




  해가 지지 않은 날이 있었다.


  그날은 참 이상하게도 밤이 되어도 좀처럼 어둠이 찾아오질 않았다. 아버지의 말을 빌리자면, 그것이 바로 하늘이 열렸다는 증거라고 했다. 하늘이 무슨 대문도 아니고 그리 쉽게 열렸다 닫힐 일이었나. 아홉 살의 눈에도 푸른 하늘에 뜨인 원형의 달은 퍽 이질적인 것이어서 나도 모르게 그의 허풍에 동의하고 말았다. 그래, 나는 보았다. 늘 오르던 동래 언덕 위에 놓인 창백한 망(望)의 초상을.


  창공이 희게 번뜩였다. 그것은 빛 속에서 죽어가듯 신음을 내지르며 괴멸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존재감을 내게 알리려고 하는 것 같았다. 빠르게 나에게로 돌진해왔다. 나는 생전 그렇게 큰 달은 본 적이 없었다. 아니, 달의 크기가 커진 것이 아니었다. 거리가 가까웠던 것일 테다. 표면의 무수히 패인 흔적들이 표정처럼 일그러졌다. 온몸의 근육이 경직했다. 나는 그만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달은 괴이한 비명과 함께 푸른 새벽안개 사이로 흩어져버렸다. 완전한 소멸. 그리고 밤은 죽었다.


  월광의 잔해로 차갑게 식은 풀잎에 이슬이 맺혔다. 어느새 내 앞에는 네가 존재했다. 새로운 밤이자 어둠이자 달, 너였다.




  백야(白夜)




  그 해, 우리 마을은 죽어가고 있었다. 두꺼운 안개층이 마을을 잠식하는 동안 사람들은 하나둘씩 기운을 잃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돌림병도 아닌 것이 마을 전체를 쑥대밭으로 헤집어 놓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하나의 ‘기운’이었다. 전란과 약탈로 인한 살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온몸을 휘감는 무기력함. 사람들은 끼니조차 거른 채 끝 모를 깊은 잠에 빠졌다. 마을의 모든 것이 그대로 멈춰버렸다. 정적인 공간 틈에서는 작은 들짐승의 인기척조차 느낄 수 없었다. 마을은 망자의 길을 코앞에 둔 상태였다. 그리고 적막한 그곳의 하늘에는 오로지 달만이 남아있었다.


  채 스무 가구가 되지 않는 작디작은 마을이었지만 이리도 순식간에 마을 하나가 사라지게 되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물론 개중에는 나와 내 아버지도 포함되었다. 그날의 밤, 나는 아버지와 다신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유난히도 잠이 쏟아지는 하루였다. 무거운 눈꺼풀이 매끈한 구체 위를 거의 다 덮어갈 즈음에, 나는 우습게도 내일 아버지에게 할 아침 인사를 떠올렸다. 아무 의미가 없을 걸 알면서도. 그렇게 마지막 밤이 흘러가고 있었다.


  짙은 안개 탓에 하늘에는 온종일 어스름만 가득했다. 해가 보이질 않았다. 오랜 어둠은 사람을 지치게 했다. 어둠의 끝자락, 우리는 몸체를 옥죄이는 무언의 존재를 느껴야만 했다. 아버지는 사람이 죽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했다. 생기를 잃고 골골대던 마을 사람들이 차례로 죽는 것도 이유가 있어서였을까? 나는 옆집 최 노인의 부고를 들으며 그 점을 되새겼었다. 그리고 이 순간 다시금 그것이 떠올랐다. 내가 지금 죽는다면, 나의 죽음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 걸까? 점차 억울해진다. 끝없는 잠만이 나를 기다렸다.



분량의 문제로 1편은 맛보기로만 살짝 올리고 나머지는 포스타입 블로그에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읍니다.


0편 프롤로그

https://10birds.postype.com/post/5134261


1편

https://10birds.postype.com/post/5134282


2편

https://10birds.postype.com/post/5134377




백-하 !

마침 대회도 열리고 묵혀놨던 중단편 소설을 한 번 풀어볼까 하고 참여해봅니다

유동만 쓰다가 대회 참가하려고 포스타입이랑 디시 회원가입까지 했네요

글이 좀 길어서 포스타입 링크로 첨부했읍니다. 분량은 10편 정도 예상 중이고 프롤로그~2편까지 있어요. 대회 마감과 상관없이 꾸준하게 연재할 예정입니다


장르는 판타지라면 판타지라고 볼 수 있겠지요 사실 저도 잘 몰라요 내용은 끝까지 구상해놓았고 그리 밝지는 않을 것 같아요.. 글쓰는 솜씨가 없어 매번 조금씩 쓰고 접고 하다가 이번에야말로 결심했읍니다 한번 끝까지 써보겠읍니다 잘부탁합니다

백-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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