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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소백)클론모바일에서 작성

relation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16 17:4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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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


춥다. 손과 발은 이제 아무 느낌도 없다. 뼛속이 시릴 뿐이다. 온 세상이 하얗다. 흩날리는 눈발이 앞을 가린다. 처음부터 목적지 같은 건 없었다. 다만 그곳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도망칠 뿐이다.    


최초의 기억은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눈을 떠보니 철창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철창 밖으로 보이는 것은 거대한 공간, 그리고 그 공간을 빽빽하게 메운 감옥들이었다. 감옥 한 칸에는 한 명씩 수용되어 있었는데, 모두 짙은 보랏빛 머리카락에 까만 눈을 가진 똑같은 생김새였다. 내가 있는 곳도 그 감옥들 중 하나라는 것과 내 모습 또한 저들과 같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몸은 분명히 성체인데, 이전의 기억이 전혀 없었다. 기본적인 지식 또한 이미 머릿속에 있었다. 여러 가지 의문을 가진 채 나는 내 몸부터 찬찬히 살펴보았다. 입고 있는 옷은 흰 긴 팔 상의에 청바지. 상의에는 ‘01’이라고 적힌 명찰이 붙어있었다. 명찰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때였다. 커다란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밝은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잠시 눈을 찌푸렸다가 다시 바라보니, 나와 똑같이 생긴 것들이 음식이 담긴 수레를 끌고 들어왔다. 식사시간인가. 그들이 들어온 곳을 열심히 쳐다보았지만, 이곳과 마찬가지로 칙칙한 회색빛의 콘크리트 벽만 눈에 들어왔다. 아, 대체 뭐지. 정신을 차린 그 날 이후로, 나는 감옥 속의 사람들을 관찰했다. 생긴 건 다 똑같아도 하는 짓은 제각각이었다. 그러나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상태의 존재는 없어 보였다. 사람들 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말을 걸어도 모두 전혀 듣지 못한 것처럼 대답조차 없었다.

     이곳에서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도관-마찬가지로 나와 같은 생김새다-의 허리춤에 있는 칼을 여차여차하여 훔친 뒤로 탈출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수면 시간, 검사를 하려고 철창의 문을 연 교도관의 목에 칼을 꽂고, 다시 그 칼을 뽑아 든 뒤 그대로 달렸다. 건물의 구조는 기대 이상으로 간단했고, 경비들조차 없었다. 그 점이 뭔가 수상하긴 했지만, 일단 건물 밖으로 나오는 것엔 성공했다. 그리고 무작정 걷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조금 전까지의 일을 떠올리며 걷고 있는데, 무언가 발에 걸렸다. 땅에 쌓인 눈을 치우니 그곳에는 문이 있었다. 추위로 정신이 마비된 나는 홀린 듯이 문을 열었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니, 그곳에는 침대와 음식 바구니가 있는 작은 탁자가 달랑 놓여있다. 빵이다! 배가 고파 미칠 지경이었기에 허겁지겁 빵을 꺼내서 입안으로 욱여넣었다. 빵과 물이 사라진 바구니의 바닥에는 메모가 있었다.


   ‘이 메모를 보셨다는 것은 탈출했다는 것이겠죠. 해가 지는 방향으로 계속 가세요.’


탈출이라니….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의문이 생겼지만, 별다른 수는 없다. 나는 메모에 따르기로 했다. 다시 밖으로 나갔을 때는 해가 지고 있어서, 방향만 확인한 후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눈이 저절로 뜨였다. 불쾌한 꿈이었다. 내 모습을 한 교도관의 목에 칼이 꽂히는 장면이 반복되었다. 비릿한 피 냄새마저 생생했다. 불쾌감을 떨치고자 일찍 길을 나서기로 했다. 밖으로 나가니, 해가 막 뜨고 있었다. 흰 설원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잠깐 그 광경을 바라보다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다행히 어제처럼 눈보라가 휘몰아치지는 않아 앞이 잘 보였다. 아무것도 없어서 보이나 마나인 것 같지만. 아무 생각 없이 걷기를 한참, 저 멀리 보랏빛으로 물든 땅이 보였다. 드디어 지긋지긋한 흰 풍경에서 벗어났다. 나는 그곳을 향해 달렸다.  


   “ 우, 우웨에에에에에엑. 윽. 으으윽. 끄극. 웨에에에엑. ”  


고기 썩는 냄새가 사방에 진동한다. 이곳에 있는 건 수많은 ‘나’였다. 분명 나와 다른 존재인 건 알지만, 모습이 같으니 동요하게 된다. 왜? 왜 이렇게 많은 내가 존재하는 거지? 혼란에 빠져 이젠 나오지도 않는 것을 토해낸다.  


   “ 찾았다.”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위를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밀 색 금발 머리를 한쪽으로 내려 묶은, 하늘을 담은 눈을 가진 여성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 넌 뭐냐?”


   “찾았다.”  


   “왜 이곳에 있는 거지? 이곳에 있는 생물은 너뿐인가?”  


   “찾았다.”


   “대답 좀 해! 뭐야, 뭐냐고. 이거 다 뭐냐고!”


   “찾았다.”  


말이 안 통한다. 나를 보고 찾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여자는 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린다. 상대가 그 모양이니, 오히려 내가 진정되고 있었다.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는 여자를 바라보며, 눈물이 그치기를 기다린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듯한 여성은 내 팔을 잡고 나를 어딘가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뭐, 뭐 하는 거야! 이거 놔! 말로 하라고, 좀!”


   “........”


   “이런 미친, 어디로 끌고 가는 거야!”


   “.......설명은, 안에서 해드릴게요.”


영문도 모른 채로 나는 상대에게 이끌려 땅에 있는 문을 지나, 지하로 들어간 뒤 한참을 걸었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질 무렵, 여자는 벽에 손을 대고 무언가를 찾듯 더듬거렸다.


   “ 이쯤에 있는데….”  


딸깍!     우르르르르르.....  


벽이 열렸다.  


내부는 어떻게 봐도 사람 사는 집이었다. 평범한 가정. 음? 나는 어떻게 평범한 가정이라는 것을 아는 거지. 모르겠다. 그건 그렇다 치고, 드디어 여자에게 물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그 설명이란 것 좀 해보시지.”  


   “..아. 잠시만, 소파에 앉아 계세요. 이야기가 길어질 듯하니 차를 내올게요.”

여자는 부엌으로 가서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이것저것 과자들을 쟁반에 담았다. 그런 여자를 관찰하며 나는 소파에 몸을 기댔다. 음. 30대 초반 정도인가. 꽤 미인이네. 유순하게 내려간 눈매, 오밀조밀 모여있는 코와 입. 아, 이쪽으로 온다. 나는 고개를 홱 돌렸다.


   “여기,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드세요.


   “그래, 빨리 설명이나 해봐.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제 이야기부터 하도록 할게요. 그편이 이해하기 쉬울 거에요.”

   “제 이름은 헬렌, 생명공학연구원이었어요. 인간의 복제를 연구하고 있었죠. 그리고 아이리스, 당신이 제 처음이자 마지막 실험체였습니다.”

   “...난 당신이 기억나지 않아. 어째서지?”

   “그야 그러실 수밖에 없죠. 당신은 계속 잠들어있었으니까요. 기관의 명령에 따라 저는 당신의 몸에서 DNA를 뽑아내 완벽한 복제품을 만들 때까지, 복제 인간을 만들어냈어요. 그 과정에서 실패작들은 바로 폐기되었죠. 폐기장이 방금 당신이 본 그곳이에요.”

   “그럼 내가 있던 곳은 뭐지?”

   “그곳은 각 분야-신체 능력, 미적 감각 등-별로 완벽하게 복제된 복제 인간들을 모아놓은 수용소예요. 완성도를 측정하기 위해, 교도관까지 복제 인간으로 구성되었죠. 물론 교도관의 머리에는 프로그램을 심어놓았지만요.”

   “그렇다면 나는 왜 그곳에 있었지? 난…. 복제 인간 따위가 아니야.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어느 정도 연구를 진행하던 중, 핵전쟁으로 기관이 붕괴했어요. 붕괴 직전, 기관의 수뇌부는 결정했어요. 당신의 이전 기억을 모두 날려버리고, 수용소에 가둬놓자고. 저는 믿고 있었어요. 당신이 탈출할 것이라고. 하루하루 당신만을 기다렸습니다. ”


미친 새끼들. 멋대로 남을 가지고 실험한 것도 모자라서, 기억까지 날려버렸다고? 아니 잠시, 저 여자는 왜 날 기다렸다고 하는 거야?


  “화는 나지만 사정은 대충 알겠어. 근데, 네가 왜 나를 기다려?”

   “그야…. 당신을 사랑하니까 그렇죠. 아, 이제 기억이 없으시겠구나. 당신, 자발적으로 실험에 참가했잖아요. 나한테 도움 되고 싶다고. 그렇게 말렸는데 듣지도 않고 멋대로 지원해버렸으면서. 물론 처음엔 그걸 목적으로 당신한테 접근한 건 사실이지만…. ”

  “아니아니아니, 내가 그딴 결정을 했다고? 우리 무슨 사이야? 또, 기관이 붕괴했으면 날 직접 구하러 오면 될 것 아니었어? 뭐하러 중간에 쉼터 만들고 그런 번거로운 짓을 한 거야?”

  “저희 사이요? 당연히 연인 사이죠. 못 믿으시겠어도 어쩔 수 없답니다. 저도 마음 같아선 직접 구하러 가고 싶었죠. 그런데 연구원은 그 건물 자체에 출입할 수 없어요. 들어가면 뇌가 타버리거든요. 이곳과 그곳의 중간지대, 즉 쉼터가 있던 곳은 방사능 농도가 굉장히 높아 계속 살 곳이 못 되고요.”


연인 사이라니. 굉장히 수상하지만 의심할 근거도 없고. 갈 곳도 없으니 믿는 수밖에 없나.

“좋아. 이제야 모든 일이 이해되는군. 기분이 엿 같은 건 다름없지만 별수 있나. 그럼 난 여기서 살면 되는 거지? 연인 놀음은 못 해주겠으니까. 기대하진 말라고.”

“음…. 연인 놀음은 못 해주겠다, 라고요? 그러시죠. 대신, 여기서 나가시면 된답니다. 어때요? 괜찮죠?”


여자가 눈꼬리를 휘며 말한다.


잘못 걸린 것 같다.

“아…. 아니, 아니야. 연인..맞지! 응! 뭐, 뭐부터 할까? 손? 손잡을까?”

“우후후, 좋아요. 마음 같아선…. 뭐, 천천히 해도 늦지 않겠죠. 그리고, 이름 불러주세요. 헬렌, 하고. ”

  “헤..헬렌….”


내 손을 잡은 여자의 손끝에 힘이 들어간다.  

“잘했어요. 오늘은 늦었으니, 이만 잘까요? 씻으러 가죠.”

  “같이 씻게…?”

  “그야 당연한 소리를. 어머, 혼자 못 씻겠으면 제가 씻겨드릴까요?”  

  “아니, 아니. 혼자서도 씻을 수 있으니까 제발.”

  “이리오세요~”

    “야, 저리가. 저리가라고.”

    “아직 부끄러우시구나. 괜찮아요~”

     “저리가라고!!!!”  



앞으로의 생활은 피곤할 것 같다.




사실 글은 평소에 거의 안 써서 이번이 세번짼가 그래. 미숙해도 어쩔 수 없음.. 그리고 내용이 막판에 너무 가볍게 끝나는 감이 있는 건 시간 부족과 내가 피곤해서...헬렌 시점에서 보면 전혀 다른 내용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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