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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소백) 소소한 非日常 소설.

♥릿카아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16 22:01:24
조회 357 추천 21 댓글 2
														

(*동영상 음악을 재생하고 보면 더 좋다*)







일상.








진절머리가 났다. 내게서 쏟아지는 아니꼬운 시선들. 그리고 교실에 들어설 때 마다 퍼붓는 야유 소리들이 나를 괴롭히게 만들었다. 언제 쯤 이 거지같은 학교 생활이 끝나는 것일까. 졸업까지 앞으로 XXX일. 내가 추측하는거 봐서는 지옥같은 학교 생활은 누군가 강하게 중재하지 않는 이상은 계속 될 것 같았다.


"───내가 도와줄까?"


그러던 어느 날, 조용하고 한적한 곳으로 홀로 밥을 먹기 위해 이동하려는 나의 발목을 붙잡는 한 여고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밝은 황토색 머릿결을 찰랑거리며 이쪽을 바라보는 여고생의 시선과 마주하였다. 다짜고짜 기가 막히는 말을 내뱉으며 다가 온 그 여고생에게 한 마디 하고 곧장 그 자리를 떠나는게 마땅하였지만 이상하게 그 여고생이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악의는 커녕, 오직 '순수함과 호기심' 이 깃들어 있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


"간단해. 너를 괴롭혔던 아이들을 허름한 창고에 불러 모아서 나를 데려다주기만 하면 돼. 아, 여벌이 담겨있는 가방도 잊지마."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몸을 빙글 돌면서 자기 갈길 데로 사라져 버린 여고생에게 언뜻 모를 소름이 흘렀지만 기분 탓이라 믿으며 머릿 속은 이성과 다르게 여고생이 하는 말을 곱씹었다.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주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요즘 같은 세상엔 자기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몸을 추스리며 눈치를 살피는데 그 여자는 뭔가 다른 듯한 인상을 가져온다. 푸석푸석한 나의 흑색 단발이 바람에 살랑거리는 감촉을 받으며 여고생이 이야기했던대로 나를 못살게 굴었단 아이들을 창고 안으로 안내한 뒤 여고생을 데려왔다. 내가 건네 준 여벌이 담긴 가방을 받은 여고생은 "절대로 안을 보지 말고 기다려." 라는 할 말만 남긴 채 당당히 창고 안 쪽으로 들어갔다.


아무리 나를 도와준다고 말한 그녀이지만 숫적으로 불리하는 상황인데 어떻게 도와준다고 하는 걸까. 조금 미심쩍었지만 나를 도와주겠다고 말한 그녀에게 묘한 호감이 일어났다. 나는 창고에서 거리를 약간 두고 물끄러미 여고생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았다. 가방을 바닥에 대충 던져놓은 그녀는 아이들과 사근사근 대화를 나누며 이윽고 창고의 문을 스스로 닫았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그녀와 나를 괴롭히는 아이들만이 안다.


나는 도와주겠다던 여학생이 혹여나 큰 일이 생겨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이에 안되겠다 싶어 창고 쪽으로 서서히 접근해서 틈으로 보이는 현장을 엿보기 시작하였다. 낮이라고 해도 햇빛이 많이 쐬어내리지 않아서 어스름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어느정도 시야가 확보해진다.


익숙한 모습이 눈에 둘어오자, 그게 여고생이라는 걸 단번에 파악한 나는 집중해서 그녀의 행동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때, 무언가 털썩 주저앉는 소리가 들려오고, 뭐라 뭐라 큰 소리로 외치는 목소리와 동시에 매섭게 침묵해졌다. 메아리 울리는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절규' 와 비슷한 것 같았는데 분명 착각이겠지 라고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며 눈을 떼지 않았다.


───아그작, 아그작


적막함 만이 감돌고 있는 창고 안에서 무언가를 씹는 소리가 귓가에 흘러들어온다. 조금 전 알 수 없는 말을 내질렀던 한 아이의 목소리와는 다른 또렷하게 들려오는 씹는 소리가 창고 안에 울렸다. 순간, 본능적으로 그게 '뼈' 를 씹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이때까지 저항하는 힘이라고는 1도 없는 내가 유일하게 자신있는게 상황파악 밖에 없는데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그게 맞다고 한다면, 어서 빨리 창고에서 떨어져 경찰에 신고하는 것부터가 우선이겠지만 애석하게도 '두렵고 무섭다' 는 감정때문에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겠다.


덜덜 떨리는 심정으로 여고생이 뼈를 씹고 있는 것을 보며 메마른 침을 삼킨다. 그러자 여고생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쭈그려 앉았던 자세를 태연하게 일어서서 대충 던져놓았던 가방에 손을 댔다.


군데군데 선명한 핏빛색이 묻은 손이 가방의 지퍼를 열었다. 손 뿐만이 아니라 교복에 빨간 페인트물이 엎질러진 마냥 난잡하였다. 숨을 죽이며 보고 있자니 맨 정신이 밖을 뛰쳐 나갈 것만 같다. 무표정으로 가방 안에 옷을 집어 든 그녀는 입가에 그을러진 를 옷소매로 닦으던 중 그만 눈이 맞아버렸다.


───도망쳐야 해.


괴물일지, 아니면 전래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구미호' 일지는 불분명하지만 잡아먹힐지도 모른다는 일념 하나로 엿보는 걸 그만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나가려던 찰나, 창고의 문이 거세게 열어젖히면서 내 팔을 강하게 낚아채는 인물에게 몸이 휘청하고 기울어진다.


"절대로 안을 보지 말고 기다려──라고 하지 않았나?"


이제 가망이 없다. 붙잡힌 이상, 나는 이 여고생에게 먹히고 말 것이다.


"옷, 정말 고마워. 안 그랬으면 선생님이나 애들에게 놀림이라는 놀림을 많이 받았을거야. 죽도록."


"───, ───"


내려다보는 여고생의 눈동자가 번뜩이며 나를 쏘아보았다. 처음 만났었던 날은 온순하고 갈색 눈동자였는데, 현재 나를 보고 있는 여고생의 눈동자는 마치 야생동물과 흡사했다. 입가에 붉은 핏자국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는지 희미하다. 우악스럽게 잡고 놓치 않았던 여고생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바라본다. 좀 전의 야생동물은 어디 간건지 눈 깜짝할 새에 인격이 달라져 있었다.


"너....인간이 아닌거지?"


긴장으로 인해 굳어진 몸을 풀기 위해 겨우 숨을 내쉬고 묻자, 눈꺼풀을 몇 번 깜박이더니 이내 배꼽을 잡고 자지러지게 웃는 여고생에게 흠칫거리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예 등을 돌리고 웃고 있는 그녀에게 살짝 상처받았지만, 언제 잡아먹힐지 모를 위태로운 줄타기에 서 있는 '나' 이기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한다. 웃음꽃을 다 피웠는지 연신 어깨를 들썩거리며 손가락으로 눈가에 맺혀진 방울을 훔친 여고생이 "그런 질문을 받은 사람은 네가 처음일거야──" 라고 대답한다.


"그래, 모처럼이니까 내가 '먹어치운' 시체들 구경할래?"


"뭐.....?"


지금 하고 있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몇 초간에 이르러서야 깨닫는다. 황급히 자리를 떠나려고 했지만 늦었다. 여고생이 내 팔을 낚아채서 나를 끌고 거침없이 창고 안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쥐도 새도 모르게 창고에 들어 간 나는 처참한 몰골이 된 그 아이들의 모습이 행여나 시야에 비춰질까봐 덜컥 겁이 나,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는 둥 마는 둥 여고생의 발걸음은 멈출 기색이 없었고, 잠시 후 어딘가에 다다른 곳에 발을 멈춰 대답하였다.


"널 괴롭혔던 아이들은 남김없이 다 먹었어. 심지어 뼈까지도."


방금 이 여고생이 하는 말에서 뼈 라고 했나? 그렇다면 창고 안에서 아그작 거리며 씹는 소리가 내 추측이 들어맞게 된다는 사실이 된 셈이다. 몸이 바닥에 쓰러질 듯이 달달거리며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눈을 떠보았다. 놀랍게도 아이들의 시체는 코빼기도 안 보였고 바닥에 주인 없는 옷들 만 이곳 저곳 흩어져 있었다. 더구나 시야에 바로 들어올 법한 핏자국들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여러 이름을 가지고 있어. 때로는 악마이거나 드라큘라, 식인 인간 등등 셀 수도 없이 많아."


차갑게 식은 미소와 더불어, 시선은 날카로우면서 강인하다.


".....왜 이런 짓을 하는거야...?"


관리를 안 하는 듯한 푸석푸석한 흑색의 단발머리와 눈가의 밑으로 보이는 옅은 다크서클이 있어 호의 라는게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나를 왜 도와주는 것일까. 또, 나를 괴롭힌 아이들이 말끔하게 사라졌다는 해방감과 카타르시스가 솟구쳐, 눈 앞에 있는 여고생 보다 내가 더 무서운 존재가 아닐까 의심된다.


"네가 마음에 들어서."


허리를 반으로 굽히며 떠보듯이 검지 손가락으로 내 가슴팍에 톡 건드리고 들여다보는 여자의 표정은, 미리 이런 사태를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씨익 웃었다. 인간이라는 가죽의 탈을 씌우고 있는 여고생에게 이상하리만큼 설레는 기분을 맛 보고 '마음에 든다' 라는 의미가 호의로 받아들이니 조금이나마 편안해진다.


"있잖아, 우리 사귈래? 널 괴롭히는 애들 있으면 내가 다 먹어치울게. 어때?"


"........나는 여자인데..."


"말했잖아, 네가 마음에 든다고. 너를 괴롭히는 애들이라던가 어른들, 심지어 가족이라고 해도 네가 없어져버렸으면 하는 마음이 생길 때마다 내가 모조리 씹어 삼킬게."


멀쩡한 사람이 여고생이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분명 욕짓거리를 중얼거리며 무시하거나 구박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그들과 다르다. 여태껏 모질게 대했던 그 아이들이 사라지니 홀가분 하고 속시원해서 미친 사람처럼 이리저리 들쑤시며 다니고 싶었다.







"그래, 우리 사귀자."







그들이 사는 세계 자체가 완전한 '일상' 이라고 주장한다면, 나는 그들이 사는 '일상' 속에서 비어져 나와 버려진 불완전한 '일상' 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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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빨간망토가 생각나서 막 쓰다보니까 백일장에 참여해도 될 것 같은 소설이 탄생되어서 한 번 올려본다.

끝으로 모자란 필력을 봐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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