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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빈부격차가 느껴지십니까??앱에서 작성

Rumi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17 20:51:04
조회 1287 추천 24 댓글 3
														

기술들이 급격히 발전해 그 기술들이 쌓이고 쌓여, 시대 또한 바뀌었을 때, 빈부격차는 훨씬 더 심해져, 사람들이 사는 곳 까지 바꿔놓았다. 오직 상류층들을 위한 커다란 빌딩이 모여 있으며, 고급지고 깨끗한 도시가 바로 상류층을 위한 도시였고, 거기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그 곳에서 쫒겨난 사람들이 모여 만든 도시가 있었다. 그 도시에서도 부류는 나누어졌다. 그럭저럭 산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중산층 도시와, 그곳에서 조차도 살지 못하는, 하층민들을 위한 빈민가가 있었다. 레이첼은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다.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모두를 믿지 못하게 만드는 빈민가에서 부모님도 모르고 정신 차려 보니 길바닥을 전전하는, 어디에서나 보이는 아이었다. 하지만 철은 누구보다 빨리 들어, 누구도 믿으면 안된다는 걸 알았으며, 살아남기 위해 도둑질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길거리에 놓인 식품들을 훔치며 살았고, 날이 가며 소매치기와 좀도둑질로 연명해 가며, 점점 더 대담해졌다. 나이가 들며 빈집을 털고, 가게를 털었다. 그러다 큰 조직에 눈에 띄어 들어가게 됐고, 조직 생활을 하며 범행은 커져갔다. 어느덧 조직에 들어간 지 10년이 되어 성인이 됐을 때, 어느 정도 높은 지위에 올랐다. 사람들도 따랐고. 그렇게 익숙해지니 좀도둑질뿐 아닌 차 도둑질, 조직간 싸움, 그리고 인신매매까지. 모든 일을 해봤다. 그렇게 사니 자연스레 돈과 명예가 따라왔다. 그렇지만 그녀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 늘 보고 살았던 저 상류층들의 도시가 그녀의 목표였다. 그 곳은 마치 꿈같은 도시였다. 하지만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하다는 소문만 퍼져 나갔다. 얼토당토않은 소리인 것 같지만, 그녀는 그 소문에 매달리고 싶었다. 그렇기에 돈을 벌어야만 했다. 마지막 한 탕 깔끔히 벌이고, 그 곳에 가 살려는 것 이였다. 돈은 그렇다면 어디서 터는가? 이 곳에는 은행이 있다. 크지는 않으나. 작다고도 할 수 없는 곳. 이 곳에서 가장 많은 돈을 가진 합법적 공간이다. 이제 그녀는 은행을 털 것이며, 그 앞에 자그마한 밴을 두고 안에서 기다리는 중이다.

-

적막한 밴 속에서, 건장한 체구의 남성이 말을 시작한다.

“그런데 보스, 이렇게 은행을 턴다 해도, 저 위로 올라갈 수 있겠어요?”

그 말에 반박하듯, 옆에 있던 호리호리한 남자가 덩치 큰 사내의 팔을 툭 치며 낄낄댄다.

“야! 갈 수 있던, 없던, 돈이 중요한 거야! 돈 만 있으면 된다고! 우리 보스 봐. 얼마나 잘 나가시냐. 어?”

그에 장단을 맞춰주듯, 운전석에서 복면 쓴 여성이 치고 들어온다.

“하! 저 정도면 최고지, 최고. 나도 저럴 수 있을까. 대단하다고.”

그리고 이 대화의 주인공이 질린다는 듯 콧방귀를 뀌고 옆에 있는 사내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쏘아붙인다. 즐거운 말투로.

“시끄러, 이 새끼들아! 제대로 한 탕 하고 놀고먹으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 알겠냐?!”

그 말이 끝나자마자, 모두 손을 치켜들고 작게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는 능숙하게 복면을 올리고, 비니를 뒤집어쓰고 가방을 하나씩 든다. 그 모습을 본 그녀는, 아주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상큼하게 말했다.

“가자! 돈 쓸어담으러!!”

그 말에 맞춰, 차 문을 박차고 네 명이 박차고 나와 은행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 창구에 도착하자 가방에서 총을 꺼내 경비를 제압하고 사람들을 협박한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다치지 않아! 가만히 있어!”

그리고 총알 한 발을 허공에 날린다. 이어지는 비명소리. 겁에 질린 시민들을 한 곳에 모으고, 직원 하나를 대려와 금고를 열게 시킨다. 물론 누군가가 경찰을 부를 수 있겠지만, 이미 이 지역의 경찰에게는 돈을 먹인 상태다. 하지만 고상하게 앉아 기다리기에는 어려운 장소기에, 돈을 담는 부하들을 보며 재촉한다.

“빨리, 빨리 담아! 이 머저리들아!”

순식간에 돈을 담고 이제 나가 안전가옥으로 가 피신하고 돈을 세기만 하면 된다. 기쁘지만 아직 경계를 늦출 수 없기에, 재빠르게 빠져나와 시민들을 위협하던 부하들도 데리고 나가며 차 안으로 들어가, 유유히 빠져나간다.

-

도로를 달리는 밴 안은, 부하들이 떠드는 소리로 떠들썩했다. 돈 가방을 열어보며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읊었다. 다들 웃음꽃이 얼굴에 피어 있었고, 거의 도착했을 때 쯤, 운전수의 머리에 총알이 박혔고, 핸들이 돌아갔다. 균형을 잃은 차는 얼마 가지 못해 넘어졌다. 사고의 여파로 기절해 있던 그녀가 깨어났을 땐, 돈 가방과 차 시트 사이에 끼여 있었다. 차 밖으로 기어 나와 안에 있던 돈 가방들을 버리고 동료들 또한 버린다. 하나의 가방만 챙기고 제 기능을 하지 않는 몸을 이끌고 밖으로 빠져나간다. 사고가 난 곳에서 두 세 블록 쯤 떨어진 곳에 안전 가옥이 있기에, 천천히 길가로 들어가 마치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후드를 뒤집어쓰고 길가를 천천히 걸어간다.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길가에 다다르자, 뒷골목으로 빠져 들어간다. 그 곳에서 다가오는 한 여성. 무서우리만치 무표정에 정확한 걸음걸이로 다가온다. 가까워져 좁은 골목에서 부딪히는 어깨와 그와 동시에 배로 들어오는 칼날. 아슬아슬하게 피해 봤지만, 약간 베이는 정도로 끝났다. 이내 여성을 쓰러트리고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달려 나가려 하지만, 또 다른 여성이 앞에서 튀어나와 그녀를 쓰러트린다. 바닥에서 일어나던 그녀의 복부를 걷어차는 바람에 길 위에 나동그라졌다. 복부를 붙잡고 일어나려는 그녀에게, 손수건 하나가 다가와 입을 닫았고, 정신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떨어지는 눈꺼풀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녀가 눈을 감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생긴 여성들이 차가운 표정을 짓고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걸 끝으로 의식의 끈을 놓았고, 그녀는 차가운 길바닥 한 가운데 누웠다.

-

온 몸의 감각이 깨어난다. 주위의 소리가 먼저 들려오고, 그 다음이 누워있는 곳의 촉감, 입고 있는 옷의 느낌과 푹신한 침대와 부드러운 이불. 마지막으로 닫힌 눈꺼풀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그제야 무언가 잘못된 걸 알고 누워있던 침대에서 이불을 박차고 일어난다. 어제 있었던 큰 사고 때문에 갑작스러운 움직임 때문에 온몸이 아프다. 이불이 사라지자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보게 된다. 고개를 숙이니 얇게 비칠 듯 말 듯 한 재질의 네글리제 하나만 걸친 상태였다. 그에 따라 전에 입은 옷의 행방과 지금 있는 곳은 어디인지, 혼란스러웠다. 혼란스러워 멍하니 앉아 있는 그녀를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한 것은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였다.

“들어가겠습니다.”

정중하지만 아주 사무적인 목소리로,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어제 그녀를 공격한 여성이었다. 어제 입고 있던 자켓이 아닌,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이상하다면 이상한, 그런 하녀 옷이었다. 자연스레 방 안으로 들어와, 용건을 말한다.

“주인님께서 부탁한 의복을 가져다 드렸습니다. 환복 후, 방을 나와 왼쪽으로 걷다 오른쪽으로 한번, 왼쪽으로 두 번 꺾으신 뒤 나오는 계단으로 내려가시면 홀 하나가 나올겁니다. 그 곳에서 다시 왼쪽에 보이는 통로로 들어가 나오는 문이 응접실입니다. 그 곳에서 주인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5분 내로 준비해 주십시오.”

그러고는 들고 있던 옷을 침대 위에 내려놓고는 정중히 인사를 하고 나간다. 조용히 닫히는 문과 동시에 찾아오는 적막감. 아직도 어디인지 분간이 안 되지만, 자신을 잡은 사람이 누군지에 대한 궁금함에 가져온 옷을 입기 시작한다.

-

받은 옷은 평범하디 평범한 옷이다. 다리 윤곽을 살리는 얇은 정장 바지에 검은색 구두. 그리고 와이셔츠까지. 방에 있는 거울로 옷매무새를 다듬고 방문을 열고 나가자 바로 앞에 아까 그 하녀가 있었다. 그녀는 우왓- 하는 실없는 소리와 함께 뒤로 나자빠졌다. 바닥에 나동그라져 있는 그녀에게 하녀는 눈도 깜짝 않고 손을 내민다.

“주인님이 직접 모시고 오라 명하여 이렇게 마중 나왔습니다. 저를 따라 오시죠.”

내민 손을 잡자 바로 일으켜지는 그녀를 뒤로하고 발을 돌려 길을 나아간다. 아무렇지 않게 복도를 걸어가는 하녀 뒤로 쫒아가며 소리친다.

“어, 어이 같이 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복도를 걷는 그녀 뒤로 따라 붙어, 이것 저것 물어본다.

“어이, 넌 여기서 일해?”
“...”
“다른 애들도 다 똑같이 생겼어?”
“...”
“말 안 해줄 거야? 나 혼자만 떠들라고? 재밌네.”
"...”

이런 대화가 세 번쯤 더 오간 후, 마침내 나온 고급진 나무 문 앞에서 멈춘다. 10분 정도 걸어 나온지라 하녀 뒤에 서 투덜거린다.

"이런 젠장, 뭐가 이렇게 넓어? 힘들어 죽겠네.”

투덜거리는 말을 무시한 채 하녀는 조용히 문 앞으로 다가가 두드린다.

“주인님, 손님을 데려왔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허락이 떨어진다.

“네, 주인님. 들어가겠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문을 열고 들어간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응접실 그 자체라고 부를만한 방이었다. 긴 책상 하나와 소파 여러 개. 바깥의 아름다운 환경을 비추는 창문. 그 곳에서 오는 밝은 햇살. 그 것을 등지고 앉아있는 한 여성이 있다. 빛 때문인지,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자세히 보려 눈살을 찡그리고 고개를 앞으로 당겨 유심히 살펴보려는 순간, 당사자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반가워.”

갑작스레 나온 말에 어깨를 움츠렸으나, 이내 태연하게 자세를 바꾸어 당당하게 선다. 그녀에게서 온 소파에 앉으라는 손짓에, 편안하게 소파에 앉는다. 그리고 능글맞은 웃음을 띤다.

“하, 안녕 못하다. 이상한 곳에 갑자기 왔는데, 집은 보내 주나?”

최대한 평정을 유지하며 눈앞의 여성에게 인사를 한다. 그 말을 들은 그녀가 콧방귀를 피식 뀌며 너털웃음과 함께 말한다.

“당신, 여기 오고 싶어했잖아? 뭘 집에 보내주냐고 물어봐?”
“뭐?”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가 갑작스레 돌아온 말에, 정신이 멍해진다. 원하던 곳이 여기라니. 온갖 생각이 다 든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심호흡을 하고 재차 물어본다.

“여, 여기가 상류층이 사는 곳이라고?”
“그렇지. 뭐. 동네 이름은...촌스러워. 난 말 안 해줄래. 아무튼 여기가 상류층 동네야.”

이름이 어떤지 궁금해지는 걸 참으며, 가장 중요한 것을 물어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궁금한 질문을.

“왜 나를 잡았지? 나 같은 좀도둑을 잡아서 뭘 하려고? 인신매매?”

갑작스레 꺼낸 말에 분위기는 급작스럽게 차가워진다. 이마에선 식은땀이 한 줄기 흘러내린다. 손에서는 땀이 배어나온다. 바지에 연신 손을 문지른다. 정적이 계속되는 것이 적응이 되지 않아 입을 열려는 순간, 맞은편에 있는 그녀로부터 먼저 말이 나온다.

“흥미가 생겼어.”
“뭐?”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재차 물어본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같다.

“흥미가 생겼다고. 사람이 저렇게까지 될 수 있구나 싶었어, 저렇게 악착같이 살아남으려고 노력하는지. 그래서 내 두 눈으로 보고 싶었어. 생각대로 대단한데?”
“하, 용건이 그것뿐이야? 그럼 다시 방으로 돌아갈란다. 어제 많이 다쳐서 말이야.”

대충 얼버무리고 소파에서 일어나 문 앞까지 가 문고리를 돌리려는 순간, 등 뒤에서 말이 들려온다.

“그런데 말이야, 어제 누가 내 은행을 털었더라고?”

그 한 마디에, 공기가 차가워진다. 이마엔 식은땀이 한 줄기 또르르 흐르고, 손에는 땀이 차 연신 바지에 닦는다. 하지만 평정심을 가장하고 고개를 돌리며 피식 웃고 답한다.

“그것 참 안됐네, 누군지 몰라도 대담하네.”

그녀의 대답에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소파에서 일어나며 다가온다.

“아니, 아니아니, 하하, 이렇게 대담하니 살아남았겠지. 대단해 정말.”

웃고 있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다. 천천히 걸어와 말을 하는 그녀가 살벌하게 느껴진다. 바로 등 뒤까지 다가와 어깨에 손을 올리고 무어라 말하려는 순간, 그 손을 뿌리치고 방 문을 박차고 나간다. 하지만 어제와 다름없이, 똑같은 얼굴의 똑같은 표정들이 그녀를 덮쳤다. 무어라 할 새도 없이, 바로 땅바닥에 널브러져 부드러운 빨간색 벨벳에 얼굴을 문댄다. 그녀의 시야 앞으로, 힐 하나가 나타난다. 그녀를 잡아온 당사자이다.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려 보니 전등 탓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히죽거리며 웃는 얼굴은 잘 보인다. 그 입에서 키득거리며 웃으며 말을 건다.

“자아, 이렇게 누워있는 기분이 어떠세요?”
“네가 한번 누우면 알겠지...개새끼야...! 빨리 놔라...!”
"아니, 관심이 있었다고 했잖아. 절대 놔주지 않아. 절대로. 후후...너무 맘에 들어, 날카로운 눈매, 내게 보이는 그 태도...대단한데 정말?”

허리를 숙여 얼굴을 몇 번 어루만지더니 옆에 있던 하녀에게 뭐라고 속삭이더니, 떠난다. 그 직후 그녀의 뒤통수에 강력한 충격을 끝으로,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

정신이 든다. 동시에 뒤통수가 찢어지듯 아파온다. 푹신한 게 느껴지니 침대에 누워있나 보다 싶다. 팔을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여지지 않는다. 묶여있는 듯 싶다. 몸을 몇 번 움직여보니, 다리도 묶여있는 듯 싶다. 심지어 안대도 씌여져 는 듯 앞이 보이지 않는다. 빛만이 희미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불안감에 떨고 있으니, 저 먼발치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느껴진다. 안대가 벗겨지고,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무표정인 하녀의 모습이었다.

“손님의 각성을 확인했습니다. 주인님을 호출하겠습니다.”

눈을 뜬 것을 확인하고는, 문 밖으로 걸어 나간다. 다시금 하염없이 기다리며 천장에 있는 얼룩이라도 세 볼까 생각하고 있자, 문이 열리며 그녀가 들어온다. 밝은 미소를 지으며.

“안녕, 레이첼. 이젠 이름까지 알았네. 아, 이제 가봐도 좋아.”
“감사합니다. 수고하십시오, 주인님.”

뒤에 서 있는 하녀를 보내고, 문을 닫고, 환히 켜져 있는 불을 끄고 작은 전등만 켜지게 한다. 그리고 그녀가 다가온다. 여태껏 봐 온 웃음중 가장 밝은 웃음을.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별거 안 할 거야. 재밌게 놀 거야. 아주 많이.”

침대에 누워있는 그녀에게 올라타고는, 뺨을 쓰다듬는다. 부드럽게.

“자아...시작해 보자고.”
“싫어, 싫어! 하지마...하지 마...제발...”

원망이 이제는 애원으로 바뀌었다. 눈물이 한 줄기, 볼에서 흘러내렸다. 그녀가 레이첼의 눈물을 닦아주며 애정 넘치는 눈빛으로 쳐다보다 입을 맞춘다. 갑작스럽게 입을 맞춰져 놀라 눈을 크게 떠 쳐다본다. 입에 약간의 틈이 생기자, 바로 혀가 그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두 개의 혀가 하나가 되듯 미친 듯이 비벼진다. 그 행위가 끝나고, 입을 떼자, 그녀들의 입을 투명한 실 하나가 이었다가 이내 끊어진다. 가쁘게 들이마시는 숨으로 힘들게 움직이는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애무한다. 놀란 것과 고조되는 감정에 짧은 교성이 울려 퍼진다.

“어머, 좋았어?”
“닥쳐...이년아...!”

누워있는 상태기에,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수치심에 얼굴만 빨갛게 물들이며 소리를 질러보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부끄러움에 천장만 쳐다보고 있는 그녀가 사랑스러운지, 복부를 한번 쓰다듬으며, 손가락을 점점 아래로 내려본다. 그에 맞춰 그녀의 표정이 경악에 차 간다.

“뭐- 뭐하는 거야...그만, 그만 해...”

아까까지의 기세는 없어지고, 이제 애원이 되어 아무런 힘도 없이, 조용히 읊조리는 정도다. 그런 그녀에게, 질렸다는 듯, 차갑게 내려다보며 말한다.

“뭐야, 왜 그래? 이정도로 포기하는 거야? 지금까지 그렇게 살지 않았잖아?”

동시에 목을 조르며 얼굴을 바싹 갖다 댄다. 흔들리는 눈동자와 광기에 빠져버린 눈동자가 만난다. 코가 닿을 정도로 얼굴을 가져다 대며 속삭인다.

“이렇게 끝날 리가 없잖아? 어? 더 힘내보라고. 더, 더 말이야...”

손에 힘을 더욱 주며 협박한다. 눈동자를 거의 뒤집어지며, 입에 거품까지 물어 가며 정신을 잃을 때 쯤, 손을 놔 주었다. 콜록거리며 숨을 헐떡이는 그녀를 보며, 마음속에 차오르는 환희를 느꼈다.

“하...그래...이거야...”

충족했다는 듯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침대 위에 누워있는 그녀를 본다.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하아...하아...이 미친년...뭘...하려는 거야...”
“뭘 하려고 하냐고? 이걸 하려는 거야. 방금은 조금 심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말과 함께 다시 침대에 누워 그녀와 몸을 포갠다. 자신에게 눈길을 주지 않으려는 고개를 잡아 자신의 눈과 그녀의 눈을 맞춘다. 두려움에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니, 방금 전 차오른 것들이 터져나갈 수 밖 에 없었다. 포개진 몸 사이에 손을 집어 넣어 은밀한 곳으로 손가락을 비집어 넣는다. 처음 느끼는 감각에 눈을 크게 뜨고 입술을 깨물고 교성을 참는다. 그런 모습도 귀엽다는 듯 귀를 깨문다.

“흐읏...흐으읏...”

참고 있지만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교성은 어쩔 수 없다. 그녀의 손놀림은 점점 빨라지고, 강력해졌다. 그에 따라 참던 소리는 점점 커져갔고, 급기야 참지 못하고 입 밖으로 튀어나왔고, 이내 절정에 달했다.

-

“뭐야. 일어났네.”

어느샌가 자고 있었는지 일어나 보니, 옆에는 그녀가 앉아 있었다. 방금 전까지 일어난 일이 꿈이려니 생각했더니, 모두 현실이었다.

“하루 종일 자더니, 벌써 아침이야. 10시라고?”
“꺼져...”
“후후, 여긴 우리 집인걸? 어디로 가야하려나?”
“닥치고...꺼져...”

모든 걸 잃었다는 듯 무기력하게 침대에 누워 이불만 끌어안고 있으니, 이불을 당기고 소리지르는 그녀가 있다.

“어이, 일어나! 이제 넌 내 꺼니까!”

그 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약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뭔지 알 수 있다.

“이게 다 뭐야!!”
“하하, 재밌어. 좋아, 좋아! 그걸 원했어.”

입혀진 옷은 하녀들이 입는 옷과 똑같은 옷이었지만, 약간의 노출을 더한 버전이었다. 윗도리가 짧아 배가 보였고, 치마는 짧아 아슬아슬하게 가려질 듯 했다. 그리고 약간의 이물감까지.

“이걸로 뭘 하려는거야!”
“뭐긴, 하루 정도는 일 하라는 거지. 그냥 놀고 먹기만 할 거였어?”

화내는 그녀를 이죽거리며 놀린다. 화난 모습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반응이 재밌으니, 계속 놀리고 싶은 욕망이 무럭무럭 솟아오른다. 그리고, 그 계획은 점심부터다.

“주...주인님...차...를 가져왔습니다...”
“다시. 말을 더듬지 마.”
“주인님, 차를 가져왔습니다.”
“다시, 말투가 딱딱해.”
“아니! 어쩌란거야!”

와장창, 쟁반을 내던지며 앞에 있는 주인에게 성질을 낸다. 옷이라고 할 수도 없는 천쪼가리를 입고 마음에 내키지도 않는 것들을 하는 게, 누가 좋겠는가.

“주인님한테, 그게 무슨 말이지?”

나직히 웃으면서 손에 들고 있던 자그마한 기기를 작동시킨다. 그와 동시에 무릎을 꿇고 넘어지는 레이첼.

“이...으흑...개...썅년...읏,..!”

그 모습이 재밌다는 듯, 두 발을 구르며 깔깔거리며 웃는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려다보게 만든다. 자신을 보는 반항적인 눈빛에 자신의 눈 또한 광기로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오늘 하루도 재밌게 흘러가겠다고 생각하며 바닥에 널브러져 흠칫거리는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아름다운 보랏빛 눈이 아름답게 웃었다. 곧이어 일어날 모든 일들을 예고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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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지방에서 노트에 쓴거 옮겨적느라 귀찮았다.

쓰고싶은건 존나 많았는데 싸이버펑크도 못살렸고 그렇다고 납감조도 제대로 못살렸고 씨펄...

그래도 저번 백일장때는 참가도 못했는데 이번엔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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