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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소백] 효도하는 법 아시죠? 上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18 22:12:31
조회 575 추천 23 댓글 5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말이 있다. 


 무언가를 했을 때에, 그 빈도가 짧으면 꼭 걸린다는 말인데, 그 격언이 내포하고 있는 속뜻은 주로 나쁜 짓을 향한 말이기도 하다. 

 

 옛적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말들 중에는, 어쩜 이리 틀린 말이 하나도 없는 걸까. 수연은 그러한 진리를 통렬하게 몸과 마음으로 깨달아버리고 말았다. 

 

 아니, 통렬하다라고 말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다. 지금 수연의 마음 상태를 표현하자면, 통렬하다보다는 침통하다라고 표현하는 게 옳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을 느낀 사람은 수연뿐만이 아니었다. 그 공간에 존재하는 또 다른 한 사람. 수연의 딸인 지은도 제 엄마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


 같은 감정을 느껴서 기쁜 것보다는, 짙은 당혹감이 두 사람의 곁을 채웠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이러한 공간에서 조우할 줄은 꿈에도 몰랐으며, 가장 들켜서는 안 될 사람들에게 이러한 만남을 들켜버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만났다. 그게, 두 사람은 매우 당황스러웠다. 


 지은은 문짝 앞에 멍하니 서서, 제 엄마를 바라보았다. 매일 보는 얼굴, 그리고 매일 보는 인영, 가끔 보는 짙은 립스틱 색깔. 그 모든 것이 익숙함에 불구하고, 지은은 엄마에게서 왠지 모를 낯설음을 느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분명히 제 엄마였다. 항상 지은의 기억 속에서, 활짝 웃곤 했던 그런 엄마.


 어릴 적, 사진 속에서 작았던 저를 품에 안아주었던 엄마. 초등학교 학예회 때, 하얀 팔뚝이 다 보이도록 손을 흔들어주었던 엄마. 중학교 졸업식 날, 같이 사진 찍을 때 팔을 툭 치며 웃어 보이라던 엄마. 야자가 끝나고, 비가 오던 하교 시간, 접이식 우산 하나를 들고 어깨가 다 젖어라 찾아와준 엄마.


 제 아무리 좋은 기억을 끌고 덧대려 해봐도, 현재가 추억에 덧입혀지는 일은 없었다. 되려 컬러 사진이, 짙은 검은 물감에 빠져 흑백 사진으로 변하는 느낌만이 지은에게 가득했다. 


 그러나 수연도 이곳에 있었고, 지은 또한 이곳에 있었다. 부침개 반죽을 태워먹어 어쩔 줄 몰라 했던 엄마가, 일부로 탄부분만 먹어 엄마의 마음을 덜어주었던 지은이, 있었다.


 “엄마....”


 지은은 목소리를 떨구며 제 엄마를 바라보았다.

 그 길고 긴 밤, 꼴랑 18만원이란 가격으로 저를 사버린 제 엄마를. 


 “일단 들어와.”


 행여나 누가 볼세라, 수연은 지은의 손을 부여잡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복도에 몇 분 동안이나 가만히 서 있는 시간은, 누군가의 이목을 끌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간이다. 


 잔뜩 긴장한 지은의 등 뒤에서, 끼익 하고 문이 닫혔다. 문은 언제나 등 뒤에서 닫힌다. 그런데도, 그 소리가 오늘따라 어쩐지 더욱 귀에 선하다.


 모녀의 만남의 광장으로 이루어진 모텔 방은, 한 눈에 봐도 너무나 허름했다. 


 이 부근에서 가장 후미진 곳이기 이전에, 이 부근에서 가장 싼 곳이다. 그러니 저렴한 만큼 서비스와 방 상태 또한 최악이다. 벽 곳곳엔 만남 번호로 가득하고, 작은 화장대 위에는 누가 먼저 마셨는지 오래된 생수병이 정확히 반 쯤 차있다. 방안에 있는 것이라곤 지은의 허리에도 오지 않는 작은 냉장고와 방 옆에 작게 딸린 욕실 하나뿐이었다. 


 그래서 이 부근으로 놀러온 이들 또한, 이 여관은 참 많이들 꺼렸다. 그러나 수연은 그 점이 마음에 들어 항상 만남 장소로 이곳을 골랐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엔 너무나도 낡아빠진 이곳. 그러나 아직 철모르는 어린 아이를 꾀어내기엔 이곳만큼 좋은 곳이 없었다. 달뜬 몸을 처리하기에는 이곳이 항상 최적의 장소가 되어 주었다. 


 그러나 둑 구멍은 언제나 요상한 곳에서 터지기 마련이었고, 아니나 다를까 오늘의 수연은 그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아니,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설마, 제 딸이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수연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카톡으로 보낸 몸 사진이 눈에 있었을 때부터 의심했어야 했는데, 그저 일전에 한번 만난 아이겠거니 하고 넘긴 게, 눈덩이가 되어 크나큰 독이 되어 돌아오고 말았다.


 지끈, 하고 아파오는 머리를 수연은 한번 쓸어내렸다. 수연의 단발 보브컷이 얼굴 흔들림에 맞춰 살며시 흔들렸다. 지은은 침대에 가만히 앉아 주먹에 힘을 꽉 쥔 채, 그저 눈치만 보았다.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온다면서 나갔던 딸. 낮과는 분명히 다른 미끈한 허벅지 라인이 그대로 드러나는 핫팬츠를 입은 딸의 모습이, 수연은 터무니없이 낯설게 느껴졌다. 딸아이가, 저가 알지 못했던 옷을 입고, 저가 모르는 날티가 나는 화장을 한 탓에, 딸 아이는 저의 딸 아이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반면 지은은 수연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손만 두 무릎에 올린 채 땅이 흔들리는 것처럼 눈동자만 뒤룩뒤룩 굴렸다. 비상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는 머리와 어디서부터 변명을 시작해야 되지 싶은 급한 마음에, 지은은 만남 어플에서 엄마였던 사람과 짤막한 대화를 나눴던 게 그제야 기억이 났다. 


 ‘15요?’


 ‘아 좀 짠데’


 ‘저 미자니까 3은 더 주셔야 될 거 같은데’


 ‘그쪽도 나이 좀 있으니까 그 정도는 하셔야죠.’


 엄마인 줄 알았으면, 이딴 미치광이 채팅은 보내지도 않았다. 그냥 육욕을 못 이긴 평범한 아줌마라고 생각해서, 조금 더 자극하면 돈을 더 쳐주지 않을까 싶어 일부러 그런 대화를 적어냈는데, 알고 보니 그 아줌마가 엄마.


 정말, 웃기지도 않는 얘기야.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그곳에 있는 쥐를 때려죽이고, 바로 도망가 목매달고 헤까닥 죽기라도 할 텐데.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 지은에겐 정말 불운한 일이지만, 이 세상은 빠져 나갈 구멍을 그리 쉽게 주지 않는다.


 모녀는 모녀인지, 이심전심 수연 또한 어플에서의 채팅을 생각하고 있었다. 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때는, 그냥 당돌한 꼬마 숙녀인 줄 알았다. 수연의 태도가 제법 귀엽다고 느꼈고, 동시에 이 아이는 침대에서 어떻게 애원할까 하고 기분 좋고 나른한 상상마저 했다. 


 그래서 이모티콘 몇 개를 더 보내 알았다고 답변을 주었는데, 설마 그게 지은일 줄이야. 세상 좁은 줄 알았는데, 이런 식으로 좁을 필요는 없지 않나.  


 “왜....”


 수치심이라고 해야할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 분위기를 참을 수 없었던 걸까. 수연의 입가에선 참을 수 없었던 한 마디가 결국엔 튀어 나왔다. 오랫동안 말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혹은 충격을 받은 것 때문인지 수연의 목소리는 참 많이도 잠겼다. 


 그러나 말을 꺼낸 것까진 좋았으나, 그 다음에는 뭐라고 해야 될지 수연은 좀처럼 알 수 없었다. 마치 지우개가 저의 머리를 모두 지워낸 것처럼.


 “아니다.”


 그래서 수연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늘어지려는 말을 단칼에 잘랐다. 짱돌을 맞은 것처럼 아파,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수연은 억지로 굴리기 시작했다.


 어떤 식으로 말을 꺼내야 둘 다 상처 받지 않고 잘 해결 될까. 마냥 아이를 탓하기엔, 자신도 잘한 게 정말 아무 것도 없다. 오히려 상처 받았을 아이를 생각하면, 그냥 묻어두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사실 이것 또한 거짓말이다. 묻어두는 건 오직 자신의 희망사항일 뿐 아이의 생각을 수연은 알 수가 없다. 우지끈하고, 아파오는 머리를 수연은 살짝 부여잡았다. 


 동시에, 그녀는 마침내 자기합리화를 포기했다. 


 ‘엄마는?’


 그냥 수연은 지은이 이렇게 말할까봐 두려웠다. 자신이 뭐라고 했을 때에, 딸에게 책망받을 것이 그녀는 두려웠다. 매서운 표정으로 힐난할 딸의 모습이 무서웠기에, 수연은 입을 꾹 다물고, 다른 주제를 생각하려 애썼다. 


 “밥은 먹었니?”


 그러나 습관은 무서운 것이어서, 수연은 할 말이 없을 때 항상 꺼내던 식상한 주제를 다시 꺼내고야 말았다. 심지어 멍하니, 자기도 모르게.


 학교가 끝나고 집에 들어갈 때마다, 지은은 그 인사를 듣기도 전에 방으로 들어가곤 했다. 물론 저를 향한 인사겠지만, 석식을 먹고 오는데도 물어보는 걸 보면, 마땅히 할 말이 없으니 그 말을 우려먹는 게 아닌가 싶었다. 엄마와 어디를 나가지도 않았고, 대화 또한 아침에 나누는 게 몇 마디가 다였으니까. 


 ‘밥은 먹었니?’ 


 성의마저 잘 느껴지지 않는 인사. 그래서 지은은 엄마의 ‘밥 인사’가 참 싫었다.


 “아, 아뇨.”


 그러나 오늘의 ‘밥은 먹었니?’는 뭔가 참 색달랐다. 마치, 떡치기 전에 언니나 아줌마들이 의례적으로 묻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만약 안 먹었다고 하면, 언니들은 파스타를 시키곤 했고 아줌마들은 배달음식들을 시키곤 했으니까. 그 거친 섹스 뒤에 먹는 불어 터진 자장면을, 지은은 제법 좋아했다. 


 갑자기 말을 하려 하니 놀랐는지, 지은은 살짝 말을 더듬었다. 엄마의 밥 인사에 그나마 대답을 할 땐, 퉁명스럽게 입가를 내밀며 ‘아, 먹었어.’ ‘아, 먹었다고.’ ‘엄마는 인사가 밥이야?’ 등 등 여러 가지 말이 나왔겠지만, 오늘은 지은의 성격에 비해 참 정중한 반응이 나왔다. 


 “왜 존댓말을 하고 그래, 갑자기.”


 수연은 어설피 웃음을 가장한 채, 간신히 표정을 꾸며냈다. 지은의 옆에 수연은 조심히 앉았다. 그러나 지은은 수연이 앉자 더욱 긴장했다. 그저 엄마가 앉았을 뿐인데도 지은은 오묘한 기분을 느꼈다.


 자신과는 분명히 다른 무게감이, 침대를 누르고 가라앉았다. 그 사실이 지은을 미치게 했다. 


 “그럼...”

 

 반면 그것을 저를 허락해준 것으로 안 수연은 지은의 손을 조용히 꽉 잡았다. 지은은 저도 모르게 들이쉰 숨을 그대로 삼켜버렸다. 쉬이 도망가지 못하게 깍지까지 껴버려서, 지은은 살짝 당황했다.

  

 이를 악 물지 않았다면, 새된 소리가 그대로 나왔을지도 모를 노릇이다.


 “일단, 밥 먹으러 가자.”


 백조가 수면 위에 떠 있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물갈퀴를 쉴새없이 움직여야 한다. 수연은 마치 백조라도 된냥, 안간힘을 다 해 아무렇지 않은 ‘척’을 가장했다.


 이렇게 용기라도 내는 게, 어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정말, 뻔뻔하게도.


 수연은 살그머니 지은의 눈치를 봤다. 그러나 지은은 눈을 마주치려 하지도 않은 채, 계속 묵묵부답이었다. 


 그게, 수연의 마음을 미치게 만들었다. 뭐라도, 정말 딱 한 마디라도 저에게 뭐라고 해야 그 마음이 풀어질 것 같은데. 내 딸아이는 그 한 마디를 끝까지 해주려 하지 않았다. 


 “네.”

 

 오래 된 시계의 분침이 몇 번 더 움직였을 때서야, 지은은 늦은 대답을 주었다. 긍정을 의미하는 딸아이의 대답에, 수연은 안도의 한숨을 푹 쉬었다. 일단 뭘 좀 먹어서, 분위기부터 환기를 좀 시켜야겠다. 


 “나가자.”


 얄팍하면서 얕은 수였지만, 수연은 지은이 저를 군말없이 따라올 것이라 생각했다. 딸인 이상, 지은도 더 이상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진 않을 것이다. 묻어뒀으면 묻어뒀지, 이걸 파헤치자는 건 같이 죽자고 하는 것이랑 다를 게 없으니까. 


 너무나도 추악한 마음이지만, 수연은 그런 생각에 기대 안도감을 얻었다.


 “네.”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던 지은도 수연을 따라 침대에서 일어났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지은은 존댓말이었다. 잠시간의 일시적인 변덕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일로 2차 사춘기가 직빵이 온다 해도 수연은 할 말이 없었다. 


 이번 일은 수연의 마음에 생선가시처럼 쭉 남아있을 것이다. 설령, 잘 해결된다고 하여도, 계속. 


 - 


 이전에 썼던 거 퇴고해서 上편 올림.


 물론 대화를 옛날 글로 날먹할 수는 없으니 中, 下편 아니면 간단히 下편으로도 더 쓸 계획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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