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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마도호무] 역<->전 비일상

별바람(121.131) 2019.11.18 22:23:34
조회 1394 추천 45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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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이다. 나 아케미 호무라는 지금 인생 최대의 위기에 처했다.

지금 나에게 일어난 일을 진짜라고 믿고 싶지 않을 지경이다.

마도카를 위해 험한 전장을 헤쳐 온 것이 지금까지 몇 번이었던가.

그 힘겨운 삶 끝자락에서, 원환의 이치로부터 마도카를 구해내지 않았던가.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그동안 겪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공기를 가르는 따뜻하고 상냥한 목소리,

아래를 내려다 보니 부드러운 질감의 연두색 파자마가 보인다.

눈앞에 보이는 앙증맞은 손.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다.

고개를 살짝 돌리니 어깨에 걸쳐져 보이는 머리카락.

그 머리카락은 활짝 핀 벚꽃과도 같은 찬란한 분홍빛이었다.


그렇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그녀, 마도카의 몸 안에 들어와 있었다.

진부한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지금 나에게 일어났다.

그리고 그 진부한 전개대로라면 분명....


제일 먼저 귓가의 다크 오브를 점검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크오브는 마도카의 왼쪽 귀에 제대로 안착해 있었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영혼석이란게 이럴 때 도움이 될 줄이야.

아니, 어쩌면 이게 원인이려나..

일단은 엉망으로 헝클어진 이부자리를 정리하려는데...

마도카의 파자마의 아래가 느슨하게 내려가 있었다.

파자마 상의가 짧은 탓에 내려간 하의와의 간격을 메우지 못한 걸 봤다.


나는 얼른 고개를 돌리고는 파자마 바지를 추켜올렸다.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는게 느껴졌다. 찰나의 그 장면이 자꾸만 떠오른다.

게다가 어젯밤에 나는...마도카를...아니야. 그것은 생각하지 말자.

마도카는 잠버릇이 나쁜 편이구나 생각하며 눌러 잊어버리자.


'난 아무것도 못 본거야...아무것도....'


되뇌이는 생각과는 달리 '그 장면'은 수면 위의 방울처럼 올라와 나를 괴롭혔다.

지금 내 얼굴은 분명 김을 내뿜는 압력솥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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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어.

아침에 일어나보니 호무라쨩이랑 몸이 바뀌어 있었다구.

그리고 일어난 곳은 침대가 아니라 소파 위.

별로 크지 않은 소파에 대충 덮여진 무릎 담요가 전부.

몸에 걸친 옷도 교복 셔츠 한 장이 끝이었어.

그래서일까? 어쩐지 조금 몸이 무겁고 으슬으슬한 기분이 들어.


"엣취!"


차가운 재채기 소리가 조용한 방안에 울려퍼졌어.

호무라쨩...매일 이런 곳에서 자는 걸까? 건강에 안 좋을 것 같은데..

가까이서 보고 느낀 호무라쨩의 몸은 조금 걱정될 정도로 야위었어.

어깨에는 살이 너무 없어서 단단한 뼈가 그대로 만져졌지.


피부는 새하얗다 못해 투명해서 아래의 얇은 실핏줄이 비쳐보였어.

얇디 얇은 손톱은 바짝 깎여져 손끝의 말랑말랑한 피부가 만져질 정도야.

하지만 검고 윤기있는, 허리께까지 찰랑거리는 생머리만은 무척 건강했어.

이 세상 것이 아닌 것만 같은, 그 예쁜 머리카락이 내 눈앞에, 손 안에 있었어.


"예쁘다....감촉도 무척 부드러워...."


내 입에서 나온 호무라쨩의 목소리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느낌.

머릿속에서도 같이 울려서일까..어쩐지 몽롱하면서도 기분좋았어.

아차, 오늘도 학교에 가야 하는걸 잊을 뻔했어.

서둘러서 준비하려고 일어나려는데..


"어라...왜 이렇게 몸이...."


눈앞이 아찔아찔하고 머리가 아팠어.

팔다리는 뭔가 무거운 것을 단 듯, 잘 움직여주지 않았어.

숨 쉬는 것도 무언가 좁은 길을 통과하는듯 어려웠어.

겨우겨우 몸을 다시 일으켜 세면대까지 걸어갔어.


세면대까지 온 것 뿐이데, 마치 누군가를 업고 온 것 처럼 지친 기분이었어.

호흡은 색색 바람소리가 나고, 손 끝에 와닿는 물은 너무도 차가웠어.

평소에 호무라쨩은 운동도 잘 하는 것 같았는데...몸이 바뀐 탓일까?

아니면.... 이런 몸으로 평소에 무리를 하고 있는걸까?



------------------------


"마도카, 어서 내려와 아침 먹으렴! 서두르지 않으면 지각이란다."


아래에서 마도카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마도카의 아버님이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맛있는 냄새가 점점 가까워진다.

밥상 앞에는 마도카의 어머님과 아버님이 앉아계셨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머님, 아버님."


무언가 실수한것 같다고 깨달았을 땐, 이미 어머님이 웃음을 터트린 뒤였다.


"아하하, 마도카. 갑자기 왜 그러니? 잠이 덜 깼어? 어쩐지 좀 늦게 일어나더니.."


마도카가 부모님을 대하는 친근한 어투는 알고있다.

하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마도카의 부모님이니까.


"아, 아아..간밤에 이상한 꿈을 좀 꿔서....요."


"헤에...그래? 우리 마도카가 좀 철이 들려고 그러나아?"


놀리는 것이 다분한 말투지만, 그 속에선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 말 만큼이나 따뜻하고 맛있는 식사에선 가족을 위한 정성이 느껴진다.

이런 식사는 너무나 오랜만이었다.

새삼 가족과 보내는 일상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는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마도카에게 일상을 돌려준 것이 옳았음을 느낀다.


"마도카, 왜 그러니?"


"네?"


그제서야 볼에 흐르는 한줄기 눈물을 느낀다. 서둘러 그것을 닦아낸다.


"눈에..뭔가 들어가서....요."


적당히 둘러대고 아침식사를 마친다.

마도카에겐 따뜻한 아침식사와 가족이 필요하다.

어서 몸이 바뀐 원인을 찾아서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혼자 있을 마도카에게 가야한다.

그 삭막하고 차가운 방에서 구해주어야만 한다.


"아, 아버...아니 아빠. 부탁이 있어..요."


-------------



지금 나는 샤워실 앞에서 망설이고 있어.

일어났을 때의 호무라쨩은 교복셔츠 한 장 뿐이고 머리도 헝클어져 있었어.

다른 사람 앞에서 호무라쨩이 예쁘게 보여야 하니까 하는 일이야.

게다가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긴 머리를 감아본 적이 없어.

그래서 옷을 젖게 하지 않고 머리를 감을 자신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샤워하는 것 뿐이니까. 절....대...절대로 그런 이상한 마음이 아닌...."


누구에게 하는 변명일지 모르는 말을 하는 나였어.

하지만 나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한건....그런 마음이 아예 없는 게 아니란 걸까?

호무라쨩을.....좋아하니까. 게다가 어젯밤에 나는....호무라짱으로..

아냐. 고개를 힘껏 저어 마도카. 어젯밤의 그 일을 기억에서 지워버리는거야.


"미안해, 호무라쨩. 이런 나라서."


그렇게 나는 입고있던 셔츠를 끌러 내렸어. 가냘픈 어깨가 그대로 드러났어.

손으로 가슴을 가렸지만, 가슴 한가운데의 흉터는 제대로 보였어.

위에서 아래로 주욱 그어진 흉터.


"이게 호무라쨩이 말한 수술자국이려나..."


호무라쨩이 어릴때 수술을 받았었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직접 보는건 또 달랐다.

학교에서는 그렇게 건강해 보였었는데. 정말로 괜찮은지 걱정이 됐어.

지금 느껴지는 이 몸의 상태를 생각하면 더더욱.


게다가 아침식사를 하려고 냉장고를 열었지만 칼로리메이트만 한가득.

제대로 된 식사를 위한 재료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어.

식기는 주방에 매달린 그대로 얼마나 지났는지 먼지가 얇게 앉아있었어.

평소 호무라쨩의 생활은 도대체 어떤 걸까?

잠은 소파에서 대충, 식사도 제대로 안 하고 말이야.


샤워를 하면서 호무라쨩의 다리를 내려다보았어.

매끄럽고 뽀얀 다리는 늘 신던 타이즈와는 다른 매력이 있었어.

생각보다는 제법 탄력있고 매끄러운게 참 예뻐서 나도 모르게 만지작거렸어.

허리가 잘록해서인지 다리가 더 돋보인달까?

게다가 가슴도 작긴 해도 귀엽고 부드러워서 자꾸만...


'나 지금 뭐하는거야....미안해 호무라쨩...'


샤워만 했을 뿐인데 기운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어.

물에 젖은 검은 머리카락도 제법 무겁게 느껴졌고, 말리는 것도 그만큼 힘들었어.

적당히 말린 머리를 땋으며, 교복을 챙겨입고 있는데,

현관에서 도어락 소리가 들렸지. 난 바로 현관 쪽으로 내달렸어.


" 혹시 마도카ㅇ.."


나는 내 모습을 하고 있는 호무라쨩에게 달려가 꼬옥 껴안았어.

그리고 울컥 올라오는 듯한 목소리로 계속 이름을 불렀다.


"호무라쨩...호무라쨩 맞지? 그렇지? 호무라..쨩..."


"응. 그래. 마도카. 나야."


호무라쨩은 나의 목소리로, 나의 손으로 나를 토닥토닥 위로해줬어.

그리고는 어깨를 부드럽게 잡고는 나와 눈을 마주했어.


"마도카. 고생했어. 이제 내가 왔으니 괜찮아."


"호무라 쨩.."


호무라쨩은 그대로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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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아버님이 싸 주신거야. 아침을...못 먹었을것 같아서."


내 모습을 했지만 호무라쨩이라는걸 다시 한번 느꼈어.

언제나 나를 위해주고 바라봐주는 호무라쨩. 나의 행복을 바란다는 호무라쨩.

눈물 두 줄기가 뺨을 타고 흘렀어. 그리고 다시 호무라쨩을 껴안고 울었어.

호무라쨩도 그런 나를 꼬옥 안아주었어.


마음을 진정시키고 나서, 현관에 앉아 도시락을 먹었어.

따뜻한 도시락을 먹자 기분이 좋아졌어. 역시 아빠의 요리는 맛있구나.

원래대로 돌아가면 꼭 감사인사를 전하자.


밥을 먹다 보니 아침에 봤던 빈 냉장고와 잠자리에 대한 생각이 다시 떠올랐어.


"호무라쨩....잠은... 제대로 자? 밥은? 제대로 먹고 있어? 몸은 괜찮아?"


내 질문에 호무라쨩은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뒤로 나는 한참이나 호무라쨩에게 잔소리를 했다.

날 걱정하기 전에 자기 자신부터 챙겼으면 좋겠다던가 그런 이야기를 했어.


"미안해, 마도카. 내가 널 걱정시킨 모양이네."


"정말이지....그런것만 먹고 사니까 이렇게 야위었잖아..."


호무라쨩은 그런 나를 지켜보다 왼쪽 귀에 있던 귀고리를 이 몸에 옮겨 달았어.

그러고보니 원래 호무라쨩에게 있던 도마뱀 모양 귀고리가 언제 저기로 간 걸까?


"역시 아닌가...."


"뭐가..?"


"아, 아무것도 아니야."


호무라쨩은 다시 귀고리를 가져가고는 다시 고민에 빠졌어.

혹시 귀걸이가 몸이 바뀐 거랑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호무라쨩은 다시 그 귀고리를 왼쪽 귀에 달았어.

귀고리를 다느라 움직여서인지 머리카락에서 내가 쓰던 샴푸 향이 풍겼어.

그리고 희미하지만 바디워시의 향도 느껴졌어.


"호무라쨩...그..혹시..내 몸으로 샤워했어?"


"미..미안해 마도카. 어쩔 수 없었어..그러니까..."


"아, 으..으응. 신경쓰지 않아도 돼. 그냥 물어본 거야."


호무라쨩이 내 몸을 봤나봐! 어떡하지? 얼굴이 따끈따끈해지고 있어.

나도 아까 호무라쨩의 몸을 보긴 했지만...왜 이렇게 부끄러운걸까.

같은 여자아이끼리인데.


어젯밤에 했던 '그것' 때문인지 더 부끄러워진 것 같아.

난 정말이지...어떻게 되버린 걸까...소중한 친구이자 좋아하는 사람으로..

아니, 좋아해서일지도 몰라. 좋아하니까 그런 게 하고싶어진 걸지도.


"괜찮아, 호무라쨩....그리고 미안해. 나도 샤워...했어. 그러니까..."


호무라쨩도.. 아니 보이는건 내 얼굴이지만....아무튼 새빨갛게 되었어.

빨개진 내 자신의 얼굴을 보자 뭔가 더 부끄러운 기분이었어.

호무라쨩은 빨갛게 된 얼굴로 손을 붙잡고 말했어.

서로 맞잡은 손이 뜨겁게 떨려왔어.


"이제 출발하지 않으면 지각하게 될 지도 몰라. 마도카."


"응....어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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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점심무렵까지는 선생님이나 반 친구들에게는 들키지 않은 듯 하다.

하지만 미키 사야카. 쓸데없는 분야에서만 눈치가 좋은 이 녀석이 문제다.

아니나 다를까, 점심 시간에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등푸른 생선 같은 머리카락에 어울리지도 않는 단발머리. 뻗대는 듯한 말투.

쿄코는 이런 녀석이 뭐가 좋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마도카 오늘 뭔가 이상한데, 혹시 어디 아파? 조금 어두워 보여서 말이야.

게다가 저 악마 녀석은 오늘은 왠지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 보이고."


"괜찮아. 미..사야카..ㅉ.. 조금 피곤한 것 뿐이야."


"호무라 녀석에게 뭔가 이상한 짓 당한건 아니지?"


"......괜찮다니까."


"아무튼 몸조심 해. 저 녀석 오늘 아주 이상해....위험한 짓 하면 도망쳐."


미키 사야카는 영 석연치 않은 얼굴로 물러갔다.

위험한 짓이라니, 사람을 괴한 취급해도 유분수지.


아무튼 이 상황은 길게 끌면 좋지 않다. 들키는 건 시간 문제다.

한시바삐 몸이 뒤바뀐 원인을 찾아봐야만 한다.

혹시나 해서 다크 오브를 내 원래 몸에 껴보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마도카의 각성을 억제하는데에는 이 상황이 더 편하긴 하지만...

애초에 내가 악마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 마도카의 행복한 일상이다.

이대로 내가 마도카의 일상을 빼앗아버린다면...본말전도가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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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마도카의 몸을 가지고 있는것 자체가 내겐 너무 버겁다.

원인은 고삐 풀린듯 제어하기 어려운 사랑이라는 감정 탓이다.

평소에도 내 감정을 마음속 깊이 묻어두는게 너무나 어려운데...

지금은 더더욱 날뛰고 있어서, 발푸르기스의 밤처럼 내 마음을 어지럽힌다.


희망보다도 뜨겁고 절망보다도 뜨거운 이 감정은 그만큼 복잡해서,

마도카의 정신적인 면 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면까지 사랑하고야 만다.

그 사랑하는 대상의 몸이 제로거리가 된 지금은 육체적인 면이 더 강해진다.

마도카의 몸을 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아침부터 지금까지 몇번인지......

나도 이런 자신이 원망스럽다. 자제하는게 너무 힘들다.


분명 욕구를 느끼는건 내 정신인데 반응이 나타나는 건 마도카의 몸이다.

내 욕망 때문에 마도카의 몸에 결례를 범하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

원래 내 몸이었다면 혼자서라도 이 사랑의 열병을 달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도저히 그럴 수 없다. 그래선 안 됀다. 마도카의 몸으로....그런 짓을..


그래, 어젯밤에도 분명....혼자서 이 욕망을 달랬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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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빨리 몸이 원래대로 돌아갔으면 좋겠어. 자꾸만...이상한 생각만 나.

내가 들어와 있는게 호무라쨩의 몸이라고 생각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손대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커져.

정말, 호무라쨩...왜 이렇게 매력적인거야...


'화장실이 가고 싶어지면 어쩌지..'


화장실에 갔다가 다른 욕구를 해결하고 싶어질까 봐 무서워.

어젯밤처럼 해소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지금은 호무라쨩 몸이고..

내 마음은 왜 이럴까. 호무라쨩을 평범한 친구의 마음으로 생각했다면 편했을까?


하지만 이 좋아하는 마음이 없던 게 되는건 싫어.

어제 상상으로만 만져댔던 호무라쨩의 몸이 내 눈앞에 있었어.

달려나가려는 충동을 붙잡아두는 것만으로 어질어질할 지경이야.

책상 위에 엎드려 숨을 고르며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켰어.


"하아...너무 위험해...나..."


"뭐가 위험한데? 호무라?"


"쿄코 ㅉ...응?"


굵은 포니테일의 붉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의기양양한 미소로 나타난 쿄코쨩.

호무라쨩은 사야카쨩이랑은 자주 다투지만, 쿄코쨩은 호무라쨩이랑 친했었지..

쿄코쨩은 옆으로 가까이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 또 그 마도카란 애가 귀여워서 못 참겠다던가 해서 위험하단 거냐?'


"...?!!"


쿄코쨩이 말한 내용은 너무나 뜻밖이어서 깜짝 놀랐어.

너무 놀라서 얼어있으니까 쿄코쨩이 내 눈앞에 손을 흔들면서 다시 불렀어.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쿄코쨩에게 되물었어.


"내...내가 어..언제 그랬어?"


"며칠 전에 라면 집에서도 그랬잖냐, 내가 사야카 녀석 좋아한다니까

마도카가 훨씬 더 귀엽다고 한참이나 자랑해놓곤 모른체냐?"


"엣? 호무..아니 날...아니, 마도카를?"


"내 사랑은 너의 감정처럼 가벼운 게 아니니 어쩌니 잘난 체도 했잖아?"


"사..사랑?"


호무라쨩이 나를...? 쿄코짱이랑은 친하니까...거짓말을 할 것 같진 않은데.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졌어. 이게 정말이라면 내 마음도...호무라쨩에게..

게다가 쿄코쨩이 사야카쨩을 좋아했었다니...이런 비밀 이야기 들어도 되는걸까?

가슴이 두근두근거려. 사랑...? 호무라쨩이 나를...?


"아무튼 나도 너만큼이나 진지하니까 앞으로도 종종 상담해줬음 좋겠어."


"아, 응. 그..그럴게."


앗...마음대로 약속해버렸어. 어떡하지? 원래 몸으로 돌아가면 말해줘야하나?

근데 호무라쨩의 마음을 알게 된 걸 들켜버리면? 쿄코쨩이랑 호무라쨩 사이가...

내가 먼저 고백해버릴까? 호무라쨩이 받아줄까? 어떡하지?


처음으로 몸이 뒤바뀐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버렸어.

원래 몸 그대로였다면 절대로 듣지 못했겠지? 왠지 치사한 짓을 하는 기분.

그래도 입꼬리가 올라가는걸 어쩔 수 없어서 손으로 감췄어.





마침내 하루 수업이 끝났다. 그 어느때보다 길게 느껴진 하루였다.

다들 집으로 돌아가거나 동아리 부실로 옮기기 위해 짐을 싸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시즈키 히토미가 눈앞에 나타나 내 손을 부여잡고 말했다.

녹색 빛의 웨이브 머리, 아가씨 같은 몸가짐, 여유가 넘치는 듯한 행동.

항상 우아한 태도를 지니던 그녀가 왠지 반짝반짝한 눈을 하고 있다.

솔직히 당황스럽다.


"오늘이에요. 카나메 양!"


"오늘?"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되물으니 가까이 와서 귓속말을 걸어왔다.


"오늘 아케미 양이 굉장히 기분이 좋아보여요. 오늘이 고백의 기회에요."


"고백?"


"아케미 양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싶다고 했잖아요."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가 났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어안이 벙벙했다.

마도카가 나에게 뭘 한다고? 시즈키 히토미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더니


"앗..괜찮아요. 전 비밀은 잘 지키니까요. 아무튼 힘내세요!"


라고 말하고는 카미조 쿄스케를 따라 저 멀리 가버렸다.

기습공격을 하고 쌩하니 사라지는 것이 붐 앤 줌의 정석을 보는 듯 했다.

그녀는 전투기 에이스의 자질이 있는지도 모른다.

내 정신은 격추당한 충격으로 한참이나 멍하니 있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했었지? 하나씩 다시 떠올려보자.


'마도카가...고백...? 좋아한다고...누구를...?"


"호무라쨩."


갑자기 들린 귓속말에 화들짝 놀라서 돌아보니 그곳엔 내 모습이 있었다.

마도카는 어느새 가방을 다 챙기고 다가와 있었다.


"그...빨리...집에 가자."


"으...응..."


마도카에게 끌려가다시피 하는 와중에 시즈키 히토미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

마도카가 나에게 고백하고싶다고 말했다니....그럴 리가...나 같은 아이를...

시즈키 히토미가 뭔가 오해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이라면?

안 돼. 나는 행복해지면 안 되는데. 마도카의 소원을 배신한 악마인데....


얼마나 이동한 걸까, 마도카는 어느 조용한 골목에서 그 발걸음을 멈추었다.

걸어온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마도카는 거친 숨을 한동안 내쉬었다.

마력으로 신체 강화가 되어 있지 않은 내 몸엔 이 정도도 버거운 거겠지.

그나마 시력보정이 아직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는게 다행일까.

하지만 그마저도 언젠가 사라질 지 모른다.

역시 원래 몸으로 돌아갈 방법을 빨리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저기, 호무라쨩. 나 봐봐."


나를 부르는 내 목소리. 분명 내 목소리인데도 너무나 따뜻하다.

마도카의 눈높이에서 올려다보는 내 모습은 너무나 온화하다.

내 얼굴도 마도카처럼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었구나.


"나 호무라쨩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손에 땀이 쥐어진다.


"나 있지...사실 호무라쨩을....."


마도카의 얼굴은 그 누구보다 진지했다. 마치 마지막 그 소원을 빌었을때 처럼.

설마...정말로? 그러지 마. 마도카....


"꽤나 곤란에 빠졌나보네. 아케미 호무라."


고조된 분위기를 산산이 부숴버린 것은 누군가 만든 듯한 이질적인 목소리였다.

그림자 속에서 푸석푸석한 털을 가진 하얀 생명체의 모습이 나타났다.

언제봐도 기분 나쁜 빨간 눈동자. 지금은 나의 하수인이 된 외계 종족.

인큐베이터다.


"이번에도 네 짓이냐? 언제 내 지배에서 벗어난거지?"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케미 호무라. 나는 아직 네 지배 하에 있어."


시험삼아 다크오브의 능력을 발동해 인큐베이터를 조종해 봤다.

능력이 발동되는 육체가 마도카의 몸으로 바뀌었을 뿐, 힘은 역시 그대로였다.

나를 놀라게한 괘씸죄로 몸을 쥐어짜 벽에다 박아주었다.


"호무라쨩, 저건 뭐야? 왠지 기분나빠....그래도 너무 심하겐 하지 마...."


"저녀석은 외계인이야. 과거 인류를 괴롭히던 나쁜 녀석들이지만 쓸모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살려뒀지. 저 녀석이라면 우리 몸이 바뀐 이유를 알 지도 몰라."


"외계인...이란게 진짜 있었구나.."


"사람의 몸이 바뀌는 일도 있는걸."


아무튼 지금 이 상황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엔 녀석만한 게 없다.

혹여나 녀석이 그 간사한 혀로 마도카를 현혹하는 일이 없도록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는 인큐베이터 문명의 데이터만을 이용하기로 했다.


영혼에 관한 인큐베이터 문명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마침내 원인을 찾았다.

두 사람의 영혼이 일부 이어진 희귀한 케이스의 연구에서 같은 사례가 있었다.

나와 마도카도 나의 반역으로 인해 영혼 일부가 이어진 상태다.

지금까지 나는 그 상태를 마도카의 각성을 억제하는데 이용해 왔었다.

사례와 같은 일이 일어날 확률은 만 분의 일이라지만, 0.0001도 0은 아니었다.


"마도카, 원인을 찾았어. 원인은 어제 우리의 행동 중에 있었어."


"어떤 행동?"


"어제 우리 둘이 같은 행동을 같은 시각에 했었대.그리고 마지막 조건은....."

마지막 조건을 말하려는 순간, 어떤 행동이었는지 짐작이 갔다.


"마지막 조건이 뭔데?"


"상대방을 생...각하면서 해야한.....대..."


상대방을 생각하면서 할 만한 행동....그리고 어제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한 행동. 그 조건을 만족하는 행동은 한 가지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행동을 마도카도 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고싶지 않았다. 마도카가...나를 상상하면서...그런..짓을...?

얼굴이 또 달아오른다.


"상대방을 생각하면서...같은 시간에...같은 행..동...."


조건을 되뇌이던 마도카도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졌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잘 모르겠어.

갑자기 하얀 생명체가 나타나더니, 호무라쨩이 험악한 표정이 되었어.

게다가 초능력 같은 힘으로 그 생명체를 벽 속에 박아넣어 버렸어.

그 뒤에 호무라쨩이 그 하얀 생명체를 가지고 뭔가 하더니

나와 호무라쨩의 몸이 뒤바뀐 이유를 알아냈다는 거야.


그런데 그 원인이란게 조금 황당했어.

어젯밤에 호무라쨩과 내가 서로를 생각하며 한 행동이 원인이라는 거야.

내가 어젯밤에 호무라쨩을 생각하며 한 일이라면....한 가지밖에 없는데.


어젯밤의 나는 유독 호무라쨩 생각을 많이 했어. 특히나...응큼한 쪽으로..

나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건 아니지만...마음이 시키는 걸 어쩔 순 없었어.

그 생각에 따라 몸이 점점 달아올라 버려서...결국 해소해야만 했어.

게다가 그 행위를 한게 처음도 아니고...다른 날과 마찬가지였는데..


어제의 일을 떠올리고 있는데 하얀 생명체가 갑자기 말했어.


"아케미 호무라, 카나메 마도카, 요약하자면 너희 둘은 어제 서로를 생각하며

유사생식행위를 했고, 그게 원인이 되어 영혼의 교환이 이루어졌다는 말이네."


"닥쳐. 인큐베이터."


갑자기 맥을 끊고 끼어든 하얀 생명체를 호무라쨩이 응징했어.

호무라쨩의 화풀이가 끝난 뒤엔 어색한 침묵만이 흘렀어.

한참 뒤, 결국 내가 먼저 입을 열기로 결심했어.


"호무라쨩도....했구나...날 생각하면서.....자..위를.."


내가 말하면서도 손발이 쪼그라드는 듯 직설적인 단어였어...

다른 식으로 말하는게 좋았을까?


"정말 미안해 마도카...."


"괜찮아 호무라쨩...사과하지 마. 나도 같은 짓...했으니까..."


고개를 깊이 숙이고 파르르 떨며 미안해 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 보였어.

하지만 그게 호무라쨩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귀여워서 더 놀려주고 싶었어.

나 원래 이렇게 짓궂은 아이였던걸까?

"나를 생각하면서...가슴을 만지거나...그...곳을 만지거나 한거야?"


호무라쨩은 천천히,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어. 나는 더 가까이 달라붙어 속삭였어.


"내 알몸을 상상하면서 흥분하거나 했구나. 그치? 기분 좋았어?"


"마...마도카아....!!"


바라본 나 자신의 얼굴은 거의 울것 같았어. 호무라쨩의 얼굴로 봤다면 좋을텐데.

소중한 사람이 곤란해하는 얼굴이 좋다니...나 나쁜아이 였구나...


"헤헷, 미안해...호무라쨩이 곤란해하는게 귀여워서. 조금 심했지?"


"...."


"그런 짓을 한건 나도 마찬가지고..나도 호무라쨩의 알몸을 상상하거나...

야한 짓을 하는 상상을 하고...호무라쨩의 이름을 부르며 기분좋아지고 그랬어."


"마도카...."


조금 순서가 반대가 된 것도 같지만. 처음 하고싶었던 말을 하기로 했어.


"호무라쨩. 내가 아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고 했지?"


"응...."


"이렇게 되버리고 나서 말하는게 이상하지만...오해하지 말고 들어줘."


나는 심호흡을 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어. 그리고 나 자신의 손을 잡고 말했어.

호무라쨩의 모습으로. 내 눈을 바라보면서.


"나, 호무라쨩을 좋아해. 어쩌면....만난 첫 날 부터. 그 날 호무라쨩이 말했었지?

내가 행복한 세상을 원한다고. 그 말을 하는 호무라쨩이 너무 멋있어 보였어.

하지만...동시에 너무나 슬퍼 보였어. 옆에 있어주고 싶었어."


"마도카...."


"그거 알아? 나...평소엔 무슨 일을 하든지 어색하고 텅 빈 느낌이 들고..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듯한 기분도 들곤 했어."


어느새 눈시울이 촉촉해지려 하고 있었어. 울컥거리는 감정이 치밀어 올라왔어.

목소리가 떨렸어. 그래도 나는 꾹 참고 계속 말을 이어나갔어.


"그래도 말야, 호무라쨩 품에 안길때 만큼은, 마음의 빈 곳이 가득 채워졌어.

이곳이, 호무라쨩의 곁이 내가 있을 곳이구나...하고 말이야."


"마도카....난..."


"호무라쨩. 정말 좋아해.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은...

호무라쨩과 함께하는 세상이야."


후련했다. 마음에 있는걸 다 말하고 나니, 산 정상에 오른것처럼 상쾌했다.


"호무라쨩..나 겁쟁이지? 이렇게 되고 나서야 고백을 하다니..."


"나야말로...나야말로 겁쟁이야. 마도카. 너의 마음도 알지 못하고...

나도...나도 마도카 널 사랑하는데. 널 힘들게 하지 않겠다는 핑계로

내 마음으로부터 도망쳤어. 이런 나라도....마도카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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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호무라쨩에게 달려들어 이 입술로 저 입술을 막았어.

더 이상의 말은 필요없으니까. 마음을 당장 전하고 싶었으니까.


나 자신과 키스한다는 기분이 들어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었어. 내 눈앞의 나는 사실 호무라쨩이니까.

그리고 호무라쨩의 몸은 내가 가지고 있으니까.

카나메 마도카와 아케미 호무라가 키스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어.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너무나 행복했어.


닫힌 입술을 혀로 살짝 살짝 노크했어. 그러자 잠시 망설이는듯 움찔거리다

살며시 입술이 열렸어. 부드러운 혀가 서로를 껴안고 비비며 격렬한 춤을 췄어.

감미로운 타액의 마찰음이 그 안무에 맞춘 멋진 음악이 되어주었어.

서로의 뺨을 쓰다듬으며 느끼는 황홀한 감촉을 마음껏 누렸어.

쾌락에 취해 눈이 까무룩하게 풀리고 혀가 저릿저릿 해왔어.

그렇게 우리는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입맞춤을 이어나갔어.


뜨거운 숨을 고르며 입술이 서로 떨어졌을 땐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어.

늘어진 타액으로 된 실이 붉은 노을빛으로 빛났어.


"하아.. 맞다아. 호무햐쨩...몸..바뀐거어...스읍...되돌릴 수 있대?"


"으..응. 근데 그 방법이......"


"뭔데?"


야한 기분에 젖어 몽롱해진 모습으로 호무라쨩은 말했어.


"그....영혼이 뒤바뀌게 된 원인이 된 행위를...다시 하면...원래대로..된...다..고.."


스스로 말을 하고도 부끄러웠는지 고개를 돌렸어.


"헤에...별로 어려운 건 아니구나....다행이다.."


"......오늘 밤 시간을 정해서 하면...어떻게든 돌아갈..거야.."


분위기에 휩쓸린걸까? 나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가고 싶었어.

호무라쨩의 어깨를 잡고 기대고는 귓가에 속삭였어.


"난 오늘 호무라쨩네 집에서....같이 보면서 하고 싶은데?"


"......마도카...."


부끄러움에 얼굴을 다 가렸으면서도 호무라쨩은 승낙해 줬다.

저런 모습을 호무라쨩의 모습으로 보고싶다는 생각. 오늘만 몇 번째일까.

오늘, 하는걸까. 호무라쨩의 몸으로...호무라쨩의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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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욕망대로 써서 그런지 다 쓰고 보니 내가 뭘 쓴건지 모르겠네....

그야말로 내맘대로 백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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