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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소백) 효도하는 법 아시죠? 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21 20:50:19
조회 512 추천 17 댓글 6
														

上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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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모녀 사이라 그런지 두 사람은 좋아하는 음식이 제법 많이 겹쳤다. 집에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토마토 파스타라든지, 잘 익은 김치 국물을 베이스로 한 볶음밥 같이 하기 쉬운 요리들.


 그러나 두 사람이 가장 좋아했던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갓 튀긴 돈까스였다.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밥에, 바삭바삭 씹히는 식감이 좋은 튀김 덩어리를, 두 사람은 좋아했다.


 밥을 먹지 않았다는 지은의 말에, 수연이 가장 먼저 떠올린 음식은 아니나 다를까 돈까스였다. 그리 비싼 선택도 아닐뿐더러 이 주변에도 24시 체인점이 있었다. 지은의 입맛은 특별히 비싼 편은 아니어서, 7000원 짜리 돈까스를 먹여도 충분히 만족하고 잘 먹을 터였다.


 “아직 영업 하나요?”


 그러나 수연은 평소보다 더 멀리 떨어진 전문 일식 체인점을 찾았다. 그들이 마지막 손님이라는 주인장의 말에, 수연과 지은은 입구와 가까운 구석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평소와 같이 지은은 물을 따르고, 수저통에서 젓가락과 수저를 꺼내 수연에게 주었다. 그 일련의 행동들이 수연에겐 안도감을 준다는 걸, 지은은 알까.


 “주문할게요.”


 수연은 손을 들었다.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온 종업원이 앞치마를 다시 묶고 수연의 앞에 섰다. 그리고는 허리를 조금 기울여, 메뉴판을 가리켰다.


 “지금은 반죽이 다 떨어져서, 이것만 주문하실 수 있으세요.”


 종업원의 손가락이 가리킨 메뉴판을 수연은 훑어보았다. 평소 먹던 돈까스와는 확연히 다른 돈까스였다. 특히 가격이 그랬다.


 “그럼 그걸로 두... 아니, 한 개만 주세요.”


 수연의 주문을 들은 종업원은 힘겨운 목소리로 “네,” 하고 다시 사라졌다. 본연의 일로 돌아갔을 뿐인데, 수연은 종업원이 조금만 더 곁에 있어줬으면 하고 바랬다. 당연히 그럴 수 없지만 말이다.


 지은은 아무 말도 없다. 모텔 밖으로 나온 뒤 쭉 이 상태다. 그게 수연을 답답케 만들었지만, 닦달할 일이 아니란 생각도 들었다. 외도를 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딸에 대한 당혹감보다는 어머니로서의 책임감이 수연을 더욱 괴롭혔다.


 그래서 수연 또한 조용히 있었다. 그녀는 그녀에게 죄인이었고, 저 앞에 있던 그녀도 그녀에게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세세한 차이가 있을 테지만, 두 사람은 동상이몽이 아닌, 동상동몽이었다.


 수연이 이 상황에 조금 담담해진 반면, 지은은 여전히 머리가 복잡했다. 엄마를 만나는 것은 지은의 이번 계획에 없었다.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온다고 연막을 친 뒤,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새벽 일찍 집으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게, 모텔 방 앞에서 만난 엄마를 봐 다 꼬이고 말았다. 아직도 지은의 눈엔 엄마의 당황한 표정이 선했다.


 엄마도 분명 비슷한 표정을 지었을 게 뻔했다. 저와 닮은 표정을, 저와 닮은 그 얼굴에 말이다. 자주 보았던 그 얼굴, 거울 속에서 언뜻 비췄던 그 얼굴. 익숙했던 게 낯설음으로 바뀌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일 중 하나라는 걸 지은은 그때 처음 알았다.


 정말 특별한 계기 없는, 그저 단순한 불장난 겸 돈벌이였을 터인데.



 “주문하신 돈까스 나왔습니다.”


 종업원이 들고 온 돈까스에선 갓 튀긴 걸 증명이라도 하듯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다갈색 소스가 얹어진 튀김 덩어리는 한 눈으로 보아도 참 맛있게 보였다.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지은. 그리고 지은보다 먼저 나이프를 든 수연.


 “아.”


 뭐라고 더 말을 할 틈도 없이, 수연은 돈까스를 썰어주었다. 서걱, 서걱, 하고 들리는 소리와 튀김 가루가 살짝 떨어지곤 하는 것을 지은은 그저 바라만 보았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돈까스를 썰어준 게 언제였는지, 지은은 기억을 되짚었다. 기억이 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그게 정확히 언제였는지가 특정이 잘 되지 않았다. 그만큼 오래전의 기억일 것이다.


 “제가 할게요.”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뭔가 언짢아져, 지은은 수연이 들고 있던 나이프를 한 차례 뺏으려 했다. 그러나 수연은 지은에게 순순히 나이프를 돌려주지 않았다.


 “괜찮아.”


 그보다는 드디어 지은이 입을 열었다는 게 수연은 기뻤다. 돼지고기를 썰고 있는 수연의 손엔 힘이 조금 더 들어갔다. 달그락, 하고 접시와 나이프가 서로 맞대어지는 소리를 냈다. 아무 말도 없는 두 사람의 곁을, 쇠와 유리가 마찰하는 소리가 자꾸만 깨트려주었다.


 “자꾸 왜 존댓말이니?”


 그렇게 덜그럭, 하고 나던 소리가 한 차례 끊겼다. 담담하지만, 작달막한 감정을 실은 수연의 목소리였다. 그 감정의 정체가 무엇인지, 지은은 좀처럼 알 수가 없었다.


 “그냥요.”


 그래서 평소보다 조금 더 매몰찬 목소리로 수연의 질문에 답을 주었다. 내뱉은 지은마저도 내심 놀랄 만큼, 아무런 마음이 섞이지 않은 어투였다.


 수연은 별 다른 질문을 더 하진 않았다. 그 대신 마지막 고깃덩이를 조금 더 느릿느릿 잘랐을 뿐이다. 돈까스를 썰던 그녀는, 저를 돌아봐주지 않는 딸아이가 살짝 겁이 났다.


 “먹으렴.”


 조여드는 죄악감 이전, 숨길 수 없는 착잡함이 수연의 목소리에서 고스란히 새어나왔다. 돈까스는 참 먹기 좋게 썰려 있었다. 포크를 든 지은이 그걸 살짝 찍어 입에 가져갔다. 부슬부슬한 식감이 지은의 입엔 흡족했다.


 “맛있니?”


 지은이 오물오물 거리던 것을 바라보던 수연이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그녀의 두 손은 식탁 위에 올라가 있었지만, 수연의 검지는 불안한 듯 좀처럼 가만히 있지 않았다.


 “네.”


 반면 지은은 별 생각 없이 답을 주었다. 솔직한 감상으로는 정말 맛있었다. 역시 튀김은 비싼 집에서 먹어야 되는구나. 그리고 이런 와중에도 먹을 게 들어가긴 하는구나. 사람 참 대단해.


 “지은아.”


 그러나 그러한 가벼운 감상도 잠시. 난데없이 들린 자신의 이름에, 지은은 움직이던 포크를 멈춰 세웠다. 항상 저를 부를 때 “딸~” 하고 불렀던 수연은 오늘따라 계속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했다. 그 점이 계속 지은의 마음에 걸렸다.


 대답을 바란 건 아닌 듯, 수연은 숨을 한번 고른 뒤 하고 싶은 말들을 이어갔다.


 “나를, 용서해줄 순 없겠니?”


 그렇게 말하면서도, 수연은 지은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이기적인 발언이란 것은 수연 또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요청이 오만한 발언이란 것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


 “네?”


 지은은 불쾌한 표정을 띄운 채 수연을 바라보았다. 여과 없이 노려보는 그녀의 눈빛에, 수연은 잠시 시선을 맞췄다가 이내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십 몇 년간 봐왔던 딸의 눈빛이 무섭게 느껴지는 것은, 오늘 이 날이 난생처음이다.


 “왜 저한테 그런...”


 “모르고 한 거잖니.”


 뭐라 말하려던 지은의 목소리를, 수연이 힘을 담아 끊어버렸다. 아니, 잘라 먹었다고 표현하는 게 더 옳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수연의 마음은 급해져버렸다.


 “응? 너도, 나도.... 그렇잖아.”


 너도, 라는 말에 지은은 흠칫 몸을 떨었다. 나도 잘못했지만 너도 잘못했다. 철저한 양비론이지만 쉬이 반박할 수 없는 그러한 의견. 더군다나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족관계에서는 더더욱.


 그래서 수연은 지은을 절박한 눈빛으로 바라봤을지도 모른다. 상처 받은 시선 이전에, 원망 섞인 눈빛으로, 지은을 탓하는 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요?”


 지은은 기가 찼다. 저도 잘한 건 없지만, 이런 식으로 유치하게 나올 줄이야. 사과를 먼저 하면 하는 거지, 이런 식으로 저열하게 후려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이없네, 진짜.”


 이럴 거면 나처럼 입이나 닥치고 있던가.

 

 저의 마음을 지레 짐작해, 엄마 혼자 앞서 나가버린 게 지은은 원망스러웠다. 그것도 자기가 상처 입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는 게, 지은은 조금.... 아니 많이 그랬다.


 “소름끼쳐.”


 지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연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지만, 이내 지은이 날카롭게 노려보자 기운을 잃은 강아지마냥 꼬리를 내렸다. 그 기운 없어 보이는 모습에 마음을 독하게 먹은 지은조차도 더 할 말이 없게 만들었다.


 살이 쓸려라 주먹을 움켜쥐던 지은이었지만, 이윽고 그녀는 의자를 살며시 밀어 넣었다. 의자와 바닥이 슬며시 마찰하는 소리를 냈다. 그 끌림의 소리에, 수연의 고개도 다시 쳐들어졌다.


 “어디 가?”


 고작 세 글자였지만, 그 물음에는 참 많은 뜻이 담겨있을 것이다. 집에 가냐, 그것도 아니라면 친구네 집으로 가냐. 아니, 들어오긴 할 거냐. 등등 여러 가지 물음들. 그러나 수연은 이미 지은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볼 자격을 잃었다.


 아니, 자격이라고 표현하기보단 자격지심이라고 표현함이 옳겠다.


 지은은 주머니에 손을 꽂아놓고는, 제 어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상처 입은 모습이다. 그러나 저의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지은은 그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번 일로 인해, 자기만이 상처를 입었다고 구는 게 참으로 역했다.


 “모르겠어.”


 그래서 그런 모진 대답을 해버렸다. 모질고도 아주 모질어서, 나쁨의 영역까지 가버린 그녀의 말이 수연의 가슴에 콱, 하고 십자가처럼 박혀버렸다. 발걸음 소리가 한 걸음, 한 걸음 들릴 때마다 십자가는 더욱 깊숙이, 깊이 수연의 가슴을 박살내버렸다.


 누군가가 왔다고, 혹은 누군가가 갔다고 알리는 종이 큰 소리를 냈다. 아니, 사실 그 소리는 수연의 귀에만 더욱 크게 들렸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까지 크게 들릴 이유가 없었다.


 종소리가 희미해질 무렵, 수연은 뒤늦게 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거기에 있는 것이라곤 움직이는 붉은 백라이트와 바쁜 걸음으로 집에 가는 사람과 고고히 켜진 가로등뿐이었다.


 쓸쓸함을 담은 희고 매끄러운 잔. 그것에 담긴 물을 수연은 조용히 마셨다. 그럼에도 그녀의 시선은 문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역시나 가게에 다시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영업시간은 이미 끝나버리고 말았으니까.


-


下편으로 마무리 할 예정.


3일안에 가능하려나. 3일 넘으면 그냥 빤쓰런 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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