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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소백)백기사와 흑기사 백합 보고싶다(1)

do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21 21:06:28
조회 466 추천 1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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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에는 에텐이라는 지역이 있어. 이 지역은 불에 탄 듯 까맣고 기괴하게 비틀린 나무 외에는 아무것도 자라지 않고, 땅도 비정상적으로 시커메서 사람들에게 악마의 땅으로 불리지.


에텐이 언제부터 생겨났는지, 어떻게 생겨났는진 아무도 알지 못해. 왕국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존재해 왔거든. 아주 먼 옛날에 마왕이란 존재를 쓰러뜨리자 생겨났다는 전설이 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전설일 뿐이었고 진실은 아무도 알지 못했어.


이 땅에는 에테르라는 짙은 연기가 맴도는데, 이 연기 때문에 에텐은 평지에 가까움에도 안쪽을 들여다볼 수 없어.


에테르에 오래 노출된 생물체와 사람들은 점점 이성을 잃고 미쳐가. 그리고 눈동자가 보라색으로 빛나고 피가 검은색으로 변하는 등 신체의 변화가 일어나다가 결국엔 끔찍한 괴물인 이터가 되어버려. 이터들은 사람들을 무참히 학살하거나 몇몇 사람들을 에텐으로 끌고 가서 자신들과 같은 괴물로 만들어 버리지. 이터에 의해 처참히 파괴된 마을은 얼마 걸리지 않아 에테르에 집어삼켜져 에텐에 흡수돼.


그래서 왕국에 이 에텐의 확장과 이터들을 막아내는 기사단이 만들어져. 이 기사단은 다른 왕국과의 전쟁에는 동원되지 않고 오직 에텐을 막아내는 일만 하지. 갑옷도 전장에서 기사들이 입는 일반적인 무쇠갑옷이 아니라 마법사들의 축복을 받은 백색의 갑주를 입어. 사람들은 그들을 백기사단이라고 부르지.


에텐 근처 루리드라는 이름의 마을에 아리엘이라는 소녀가 살았어. 진한 금발과 푸른색 눈이 아름다운 여자아이였지. 아리엘의 부모님은 무척이나 가난했기 때문에 비옥하지만 너무 위험해 아무도 살지 않는 에텐 근처의 마을에 와서 살 수밖에 없던 사람들이었어. 사실 이 마을에 살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도 다 비슷한 처지였지.


아리엘에겐 소꿉친구 유미르가 있었어. 겁도 많고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아리엘과 반대로 유미르는 당차고 힘센 아이었지. 짧은 검은색의 단발을 하고 깊은 바다와 같은 짙은 남색의 눈동자를 번뜩이며 하루가 멀다 하고 아리엘에게 장난을 치는 짓궂은 남자애들과 싸우며 아리엘을 지켜주곤 했어.


시간이 지나며 아리엘과 유미르는 조금씩 성장해. 그리고 점점 서로에게 이끌리게 되지. 다만 아리엘도 유미르도 아직 너무 어려서 아직은 사랑이라는 자신들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


이 느낌이 대체 뭘까, 고민하던 유미르는 어느 날 어머니에게 털어놓지. 엄마, 나 아리엘을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아리엘을 생각하면 좋아서 웃음이 나와. 자기 전에도 맨날 아리엘 생각만 나.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


유미르의 어머니는 우리 애가 많이 컸네~하면서 유미르에게 말하지. 그건 사랑이라는 거야, 라고.


"사랑…….이 뭔데?"


"...사랑은 말이지, 누군가와 평생 함께하고, 평생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야."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게 된 유미르는 기뻐하며 이 사실을 아리엘에게 말해 주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 감정이 '사랑'이라는 걸 안 뒤로 아리엘 곁에만 가면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이 쿵쿵 뛰어서 견딜 수가 없게 되겠지. 결국 유미르는 아리엘을 조금씩 멀리하게 돼. 유미르의 사정을 모르는 아리엘은 자신을 은근히 피하는 유미르에게 속상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 어째서인지 더욱 더 유미르의 생각만 많이 나서 마음이 아파왔지만 워낙 소심한 아리엘이기에 이러한 감정을 유미르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마음속에 숨겨놓고만 있었지.


그런데 시간이 흘러 아리엘과 유미르가 열다섯이 되던 해에, 엄청난 수의 이터들이 마을에 쳐들어와. 백기사단이 침공을 알아차렸을 땐 이미 마을은 괴물들에 의해 지옥도가 되어버린 후였지.


아비규환 속에서 부모님을 눈앞에서 잃은 아리엘은 부모님을 죽인 괴물에게서 도망치려 하지만, 운동을 잘 못하는 아리엘이었기에 금방 따라잡히고 말아. 자신의 바로 앞에서 커다란 입을 쩌억 벌리고 자신을 집어삼키려는 괴물 앞에서 아리엘은 얼어붙어 버리지만,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말뚝이 괴물의 입에 정확히 꽂히지. 마찬가지로 살아남은 유미르가 아리엘을 구하러 온 거야.


방금 본 부모님의 끔찍한 최후 때문에 멘붕한 아리엘을 이끌고 유미르는 마을 입구로 향해. 이곳으로 오고 있을 백기사단을 한시라도 빨리 만나기 위해서. 하지만 너무 급하게 달린 나머지 아리엘이 넘어져서 다리를 크게 다쳐버리고 말아. 유미르는 어떻게든 아리엘을 끌고 도망치려 하지만 어린아이의 몸이다 보니 아무래도 무리였어.


다급하게 유미르는 아리엘을 근처 집의 지하실로 끌고 와. 지하실엔 여러 음식과 농기구들이 저장되어 있으니 사람 냄새를 잘 맡는 괴물이라도 둘을 찾아내는데 시간이 걸릴 테니까.


떨리는 손으로 옷을 찢어 아리엘의 다리에 둘러 감는 유미르에게 아리엘은 자신은 놔두고 도망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두려움에 떨리는 입술 밖으로는 한심하게도 아무 말도 나오지 못했지.


유미르는 공포에 휩싸여 벌벌 떨고 있는 아리엘에게 안심하라고 말해 주고 싶었어. 모두 괜찮을 거라고. 자기가 아리엘을 지킬 거라고. 하지만 그러지 못하지. 또래에 비해 힘이 세다고 해도 아직 어린아이인 유미르가 괴물들에게 맞서 싸울 방법이 있을 리 없으니까. 그 와중에도 괴물들의 발자국 소리와 울음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어.


그때 유미르의 머릿속에 방법이 떠올라. 아리엘을 지킬 방법이.


내가 미끼가 된다면, 괴물들을 멀리 유인한다면, 아리엘을 찾지 못할지도 몰라.


정말로 해야 할까, 같은 고민은 필요하지 않았어. 유미르의 마음속에서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으니까.


유미르는 아리엘에게 조용히 속삭여. 내가 저놈들을 유인할게. 백기사님들이 올 때까지 여기 쥐 죽은 듯이 숨어 있어. 절대 들키면 안 돼.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아리엘이 깨달았을 땐 이미 유미르는 지하실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어. 가지 마. 내 곁에 있어줘. 울부짖는 아리엘을 차마 돌아보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지.


, 돌아올게.


그 말을 마지막으로 유미르는 밖으로 뛰쳐나가. 끝가지 전하지 못한 마음을 품은 채. 아리엘은 어떻게든 유미르를 붙잡으러 지하실 계단을 올라가려 했지만 다리의 상처 때문에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어.


이터들을 끌어들이려는 유미르의 고함소리가 멀어져가고, 그걸 뒤따라가는 괴물들의 울음소리도 희미해지자 아리엘은 지하실 벽에 기댄 채 온 몸을 웅크리고 눈을 질끈 감은 채 기도해. 하느님, 제발 유미르를 살려 주세요. 유미르가 제 곁에 돌아오게 해 주세요. 부탁드려요…….


계속 필사적으로 기도하던 아리엘의 귓가에 저 멀리서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려와. 아냐. 아닐 거야. 아닐 거야. 제발...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되뇌며 아리엘은 유미르의 말대로 지하실의 구석에서 최대한 조용히 숨어있어. 유미르가 온 마을의 괴물들을 유인한 덕분에 아리엘은 마을 전체가 괴물에게 장악당할 때까지도 살아있을 수 있었지.


하지만 아리엘의 다리에서 나는 자극적인 피 냄새에 이끌린 괴물 하나가 기어이 아리엘을 찾아내고 말아.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묵직한 발소리를 들은 아리엘은 자신의 몸을 지키고자 지하실에 있던 농기구를 집어 들지만, 지하실의 철문을 바닥과 함께 통째로 뜯어내곤 자신을 바라보며 흉악하게 울부짖는 괴물을 보고 이제 끝이라는 걸 직감하지.


그대로 몸에 힘이 빠지며 삶을 포기하려는 순간, 황금빛 검이 괴물의 심장을 꿰뚫어. 백기사단이 마침내 도착한 거야.


기적적으로 아리엘을 발견한 기사를 필두로 백기사단은 엄청난 속도로 마을을 장악한 이터들을 토벌해. 하지만 마을의 피해는 심각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였어. 처참한 마을을 보며 기사단은 이 마을이 되살아날 수 없다고 판단해고 에텐에 삼켜지는 걸 최대한 늦추기 위해 정화한 후 불태울 거야.


기사단 치유사의 도움으로 상처를 치료한 아리엘은 불타는 고향을 망연하게 바라보다 문득 중요한 질문을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기사들에게 다급하게 물어봐.


"기사님들, 혹시 유미르 못 보셨나요? 머리는 검은색이고 키가 저보다 조금 커요..."


급하게 물어보는 아리엘에게 기사들은 답을 선뜻 해주지 못하지. 설마, 설마... 온몸을 휩싸는 불결한 예감을 아리엘은 어떻게든 마음속으로 부정하려 하지만 그런 아리엘에게 그녀를 구해줬던 기사가 슬픈 눈빛으로 말해줘.


저 마을에 살아있던 사람은 너밖에 없었어.


너를 구한 것도 기적에 가깝다고 말하는 눈앞의 기사의 말이 아리엘에겐 저 멀리서 들려오는 듯 할 거야. 혹시나 괴물들이 유미르를 죽이지 않고 에텐으로 끌고 갔다 하더라도, 에텐에 들어가서 살아 돌아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어. 그걸 잘 아는 아리엘의 마음은 산산이 부서져 버리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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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까지 완결은 못낼거 같으니까 참가에 의의를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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