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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소백) 용사의 친오빠를 용사 눈앞에서 참수해버렸습니다.

ㅇㅇ(221.138) 2019.11.24 23:54:54
조회 1902 추천 54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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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돼ㅡㅡ!! 오빠ㅡㅡ!! ”


더러운 흙바닥을 구르고 있는 소년의 머리를 뒤로하고

예상대로 달려든 소녀는 저의 염동력으로 팔이 묶인 채 무력합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소녀는 이쪽을 죽일 듯이 쳐다봅니다.

눈물 맺힌 깊은 푸른 눈으로 저를 향해 분노에 가득차 부라리는 소녀,

염동력에 속박된 새하얀 팔을 저 작은 몸을 총동원해서 안간힘으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소녀,


그런 소녀를 보고 갑자기 든 저의 생각은…


“ …졸라 따먹고싶다... 씨이벌... ”


간단히 말해 천박한 욕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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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노예들의 비명소리와 신음소리로 가득한 마왕성의 밤이 저물어갑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평화는 상상할 수도 없었겠지요. 지금은 이 시간이 모든 마족에겐 꿈만 같을 것입니다.


“ 블랙가드 전원ㅡㅡ!! 당장 마왕님 앞으로 집합!! ”


저는 빼고요


마왕님의 부름에 모인 가면 쓴 마족 세 명, 저와 쉭쉭거리는 리자드맨 하나, 그리고 임명 된지 얼마 안 된 젊은 골렘족이었습니다. 아마 지금 마왕성에 주둔중인 마족 중에선 최강 전력일겁니다. 마왕님은 우리가 전멸 할 때까지 싸울 생각 없으실 테니 제외하구요.


“ 뭬야!! 왜 블랙가드가 너희 세 명 밖에 없는 것이냐!ㅡ”


마왕님의 히스테릭한 짜증이 옥좌의 방에 울려 퍼졌습니다.

아마 마왕성 안에 있는 제 피 안 이어진 형제자매들이 둘밖에 없나봅니다.

이럴 땐 입 다물고 있는게 상책입니다.



“ 나머지 블랙가드 7명은 전부 인간 저항군을 진압하신다고 남부로 파병하셨습니다. 폐하 ”


옥좌 옆에 항상 서있는 마왕님의 보좌관이 친절히 설명해주셨습니다.

마왕님도 거의 1000년이라는 세월가까이 살아오셨으니 슬슬 치매끼가 온걸지도 모릅니다.


“ 아, 그... 그랬나? 어찌됐든, 그게 지금 중요한 일인가?! 용사의 각인이 또 다시 나타났다! 느껴져! 다시금 말이다!- 그래서 짐이 가장 신뢰하는 사냥꾼들인 자네들이 필요하느니라. ”



용사, 그 이름에 치가 떨리지 않는 마족은 없을 것입니다. 마왕님은 특히나 더, 마왕님의 10년 전 야심찬 원정계획을 혼자서 망칠 뻔한 게 바로 용사였으니까요.


물론 저는 용사와 직접 대적한 적은 없었습니다. 저는 인간과 마족이 피터지게 싸우는 격전지와 떨어진 곳에서 마왕님이 주신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기에 말이죠,

그동안 용사는 저의 블랙가드 형제자매 4명을 베어버렸다는 게 마음 아픈 일입니다.



“ 하지만 폐하, 용사의 각인을 가지고 있다 하여서, 모든 인간이 용사로 각성하는 것은 아니옵니다. 저번에 각인이 있다며 사로잡은 인간들은 전부... ”


“에잇! 그 입 다물라하지 않았느냐?”



인간아이에게 용사의 각인이 아닌 평범한 각인이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마왕님은 거품을 물고 과민반응을 보이셨습니다.

그런걸로 인간들이 다시 우릴 상대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할텐데 말입니다.



“ 크르륵ㅡ 폐하! 이런 간단한 임무에 자매들은 필요 없사옵니다. ‘알파’는 실력은 뛰어난 것을 인정하나, 적을 괴롭히는데 정신이 팔려 일을 그르칠 때가 많고, 요즘 따라 멍한 것을 보면 정신이 해이해져 믿을 수가 없사옵니다. 이 임무는 폐하의 충복 엡실론 혼자서 충분하옵니다. ”



마왕님과 보좌관이 옥신각신하는 동안, 그르릉- 거리던 리자드맨 ‘엡실론’ 형제가 입을 열었습니다. 마족들의 숙적인 용사라는 이름을 들어서 흥분했나보군요.

잘한다, 그대로 계속 밀어붙여서 혼자가렴.



“ 아니! 너희 세 명이라도 모두 보내야한다! 확실하면 확실할수록 좋아! 너희들은 짐이 가장 신뢰하는 투사들이다. 실망시키지 않겠지! ”



…이거 분위기가 좋지 않게 흘러가네요, 오랜만에 휴가라 편하게 노예들 울음소리나 들으면서 잠이나 잘려했는데...



“ 특히 ‘알파’ 너에게 기대가 크다! ”


“ 폐하의 바람대로 ”



알파라는 것은 저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본명은 따로 있지만 폐하의 정예근위대인 ‘블랙가드’로 마왕님의 지명을 받게되면 본명은 버리는 것이 전통이었습니다.

마왕님이 우리를 향해 손을 뻗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제 포기할 수 밖에 없겠네요.


저희들의 발밑으로 검은 차원문이 열렸습니다.

최소한 어디로 가는 건지 알면 좋을텐데요.



“ 아, 용사의… 축복을… 조심…”



멀어지는 마왕님의 노성을 멀리하고 차원문을 통과했습니다.

왜 항상 마왕님은 하늘에다가 차원문 여는 것을 좋아하시는 걸까요, 일단 공중에 떠서 이곳이 어딘지부터 파악해야했습니다.

쿵- 소리와 함께 골렘 종족인 ‘세타’ 자매가 떨어졌습니다. 불쌍해라, 그녀는 저와 다르게 하늘을 나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물론 떨어졌다고 다치진 않겠지만요.


‘ 여긴, 노예수용소인가? ’


마왕님이 인간의 왕국들을 점령한 후 저항이 심했던 인간들을 무더기로 노예로 만들고, 대륙 곳곳에 캠프를 세운 뒤 노역에 동원했습니다.

정말이지, 약하고 값싼 싸구려 인간들에게 일을 시키는 것은 효율 떨어지는 일입니다.

마족 영토 안에는 인간들보다 훨씬 힘쎈 마족들 중에라도 시키면 좋다고 달려들 백수들이 차고 넘치는데 말이죠.




“ 감독관! 이 인간 둘은 뭔가?!ㅡ ”



아, 생각하다보니 엡실론 형제가 벌써 내려가서 일을 진행시키고 있군요.

충직하긴 하지만 너무 열의가 넘친다 해야 할까, 매사에 성급한 자입니다.



“ 예! 블랙가드의 엡실론이시어, 이 인간들은 각인잠재력이 확인되었고, 둘은 혈육이라 정밀 확인 위해 이송 중에... ”



이런 변방에 간부가 갑자기 올 줄은 몰랐는지 잔뜩 긴장한 감독관은 뒤로하고,

감독관이 이송 중인 인간에게서 확연히 다른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 그르륵ㅡ 이 둘에게서 냄새가 나는군, 10년 전, 그 냄새와 비슷해! ”



일단 땅에서 내려와 그 노예 두 마리를 일단 둘러쌓았습니다.

가까이서보니 아직 작은 인간이었습니다. 인간의 생태는 잘 모르지만 이정도면 어림잡아 10살 정도?

넝마를 뒤집어 써서 잘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일은 빨리 끝낼수록 좋으니 귀찮은 절차는 건너뜁시다.



“ 너희 둘 중 누가 각인을 가지고 있지? 바로 나오지 않는다면, 둘 다 죽이겠다. ”



그 둘 중 덩치가 좀 더 커 보이는 인간이 앞으로 나왔습니다. 둘다 고만고만해서 구분은 안가지만 이쪽은 수컷일까요?

계속 뒤를 흘긋흘긋 처다 보기만 하고 아무 말을 하지 않습니다.

확실히, 강력한 마족들 앞에 서서 두려움에 빠지지 않는 인간은 없습니다만 슬슬 귀찮아지려해서.



“ 위대하신... 마족 여러분... 제가 각인을 가지고 있어요..... 저를... 저를... 잡아가세요, 그 대신 제 여동생, 여동생만은 다시 작업장으로 돌아가게 해주세요... 제발... ”



이 노예는 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 인간은 우리에게 요구하거나 거래를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닙니다. 이 느릿한 말투는 노예 특유의 저급한 어투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주의를 끌려하는거 같아서 기분 나쁩니다.

또, 왜 계속 뒤에 있는 인간과 흘긋흘긋 눈을 마주치는지, 이 저급한 게 우릴 무시하고 있는 건가요.

게다가 이 노예한테선 마력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 저흰 아무것도 없는, 아무 가치 없는... 노예일 뿐이에요... 높으신 분들께서 우리한테 신경쓰실 필요는... ”

“ 그래, 너흰 아무 의미도 없지 ”



텅-



저의 검은 순식간에 무례한 노예의 목을 깨끗하게 베었습니다.

검엔 피가 묻지 않은 채 깨끗했습니다.

검신에 마나를 둘러쌓아 압력만으로 직접 닿지 않은 채로 죽이는 원리입니다.

귀찮긴 해도 즐겨 쓰는 방식입니다. 인간의 피로 귀한 검을 더럽히고 싶진 않으니까요.



“ 안 돼ㅡㅡ!! 오빠ㅡㅡ!! ”



갑자기 뒤에 있는 인간이 저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투박한 단도지만 검신에 강력한 마력이 감싸져있었습니다.

인간이 이정도 마력을 가지고 있다니, 참만 다행이지, 벌써 용사를 찾았나봅니다!



“ 알기 쉬워졌군, 이 인간은 각인이 있다. ”



이런 무식한 거에 찔린다고 데미지가 있진 않겠지만, 맞아 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간단한 마법인 염동력을 가볍게 사용하자, 인간의 공격은 쉽게 막혔습니다.

이정도로 막히다니 용사라곤 해도 아직 성체가 아니라 그런 건가 약하군요, 빨리 끝나면 저야 좋지만.



“ 큭... 으아아악!! ”



조금 팔을 비틀어줬다고 비명이나 지르다니, 시끄럽고 연약하네요.

보통 인간의 각인은 피부 밖에 육안으로 보인다 했나요, 팔에는 안보이고, 얼굴에 새겨져 있는 건가?



“ 얼굴을 들어내라, 천한 것 ”



염력을 사용해 더러운 천 쪼가리를 벗겨내버렸습니다.

아, 찾았습니다! 용사의 낙인, 인간의 오른쪽 눈 바로 아래... 용사의 청색 각인이...



“ 오빠의 원수… 죽여 버릴 거야… 반드시 쳐 죽여 주겠어… ”



그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 끊어졌습니다.


너무 길어 거치적거리는 같은 금발 사이로 푸른 눈동자가 보였습니다.

감정에 물든 눈, 눈물에 번들거리는 맑은 벽안에는 분노가 가득했습니다.

압도적인 공포인 마족을, 힘의 차이가 분명한 저를 정말로 금방이라도 죽일 수 있다는 듯이 부라립니다.


마음만 먹으면 무력한 인간의 목쯤이야 쉽게 부러뜨릴 수 있었습니다.

그럴 텐데, 정말 쉬운 일이고 빨리 해치워야할 귀찮은 일인데.

그래도… 왠지… 계속 그 눈을 들여다보고 싶어서…



“ 하, 벌써 잡았군! 이걸로 마왕님께서도 근심을 덜어내시겠지! ”



무언가에 홀린 듯 용사를 계속 바라봤습니다.

누군가의 방해만 없었다면 계속 그런 상태였을지도 모릅니다.


엡실론의 커다란 도끼창이 묶여있는 용사를 향해 내려치려고 합니다.


‘ 안 돼 ’


도끼창이 닿기 직전, 반사적으로 용사를 저 멀리 튕겨냈습니다. 노예수용소 바로 뒤에 있던 낭떠러지로



“ 자매여! 무슨 짓을 한 건가! 저 인간이 정말로 용사라면 절벽에 떨군다고 죽을 리가 없다!! ”


“ … ”



알고 있었습니다. 마왕님이 수 십번은 외우게 하셨는걸요, 용사의 각인을 가지고 있는 인간에게 주어지는 축복을.

그 수많은 축복중 하나인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아슬아슬하게 죽지 않는 축복” 정도야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어? 도대체 왜 이러고 있는거죠? 방금 인간을 살려 준건가요? 그것도 장차 마족들에게 큰위협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짐승을?



“ 젠장! 추적해야...! ”


“ 그럴 여유가 없다. 우릴 맞아 손님들이 온것같군 ”


“ 허? 무슨소리를... ”


“ 크...큰일입니다-! 반란군으로 보이는 인간 병력이 정문을!! ”



아까부터 무언가 계속 이쪽으로 가까워지는게 느껴졌는데… 역시 인간무리였나요.

다급한 전령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확실히 수용소의 주둔군만으로는 상대하기 어려운 숫자가 느껴집니다.



“ 그들을 맞이해 주는 게 어떤가? 형제여…? ”


“ … 젠장, 용사는 탐색능력이 뛰어난 너한테 맞기는 게 좋겠지 ”



엡실론이 크르륵- 거리면서 물러났습니다. 다행입니다. 만약 그가 용사를 잡으러 간다면, 그 약한 소녀는...

그 인간... 왜 자꾸 그 푸른 눈이 머리에 남아도는 걸까요...

그리고 또 계속 그 눈을 생각할 때마다 몸이 뜨거워지는데 이건 또 무슨...

용사에게 “ 적에게 화속성 저주를 거는 축복 ” 같은 게 있다는 건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 다시 직접 확인해보면, 이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지 않을까? '


그렇게 속에도 없는 말로 행동을 정당화하게 되버렸습니다.



“ 자매여, 너도 엡실론을 지원해라, 용사는 내가 맡지 ”



세타는 말없이 끄덕인 후 그 거대한 몸을 움직여 엡실론을 따라갔습니다.

그녀는 꽤 저를 신뢰하고 있는 듯합니다.


‘ 방해꾼은 모두 사라졌다. 이제 용사를 찾기만 하면 되는 거야 ’


계속 머리에 맴돕니다. 얼굴이 뜨거워집니다. 두꺼운 갑옷과 가면을 쓰고있어서 형제자매들에게 보이지 않으니 참 다행이지만...



“ 씨발… 용사 존나 따먹고 싶다… ”



상스러운 욕정은 속일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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