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서 있지, 학교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

그 소문이 뭐냐면, 나랑 아리사랑 결혼했다는 소문인거 있지?

처음에는 반 아이들끼리 웃고 떠드는 정도에서 끝나서 가볍게 돌고 마는 소문일줄 알았는데 왠걸, 삼 주 정도가 지나니까 반에 떠들석하게 퍼진거 있지?! 같은 반 친구들 뿐만 아니라 다른 반 친구들, 심지어는 선배들한테도 퍼진 것 같아! 오죽했으면 내가 친구들이랑 점심을 먹으려고 복도를 지나가다 보면 모르는 아이들이 손을 흔들어주면서

"이치가야 씨!"

"와, 결혼 축하해 이치가야 씨! 언제 그렇게 깊은 사이가 된거야?"

그렇게 이야기하지 뭐야?!

그게 내가 다른 반 아이들한테 소문을 처음 들었을 때 였을거야. 그래도 그때는 아직 어디까지 퍼졌는지 사태의 심각성을 몰라가지고 그냥 헤헤 웃으면서 난 이치가야가 아니라 토야마야, 이치가야는 여기! 하면서 옆에 있는 아리사를 앞으로 데려다 놓으니까 그 아이들이 농담하는거냐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쿡쿡 웃으며 말하더라고!

"거짓말하지마~ 카스미 양, 이치가야 씨랑 결혼해서 성이 이치가야로 바꼇잖아!"

"벌써 전교에 소문이 허다해!"

내가? 아리사랑?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서로를 쳐다봤어! 도대체 어디서 그런 소문이 난걸까, 물론 나랑 아리사랑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건 맞지만 결혼은 이르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으니까 그럴 줄 알았다면서, 역시나 사이가 좋다면서 서로 쿡쿡거리면서 그대로 자리를 떴어! 남겨진 나랑 아리사랑 멍하니 쳐다보다가 일단 밥을 먹기 위해서 그대로 친구들한테 향했지. 향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이미 소문이 더 퍼지지 않게 막아야 했다고 생각해. 정신을 차려보니까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어. 아리사의 학생회 업무를 돕기 위해서 학생회실로 들어간 다음 반갑게 인사했는데 학생회장인 린코 선배나 선도위원인 사요 선배, 두 사람 다 조금 놀란 표정으로 내 쪽을 쳐다보고 있었지 뭐야? 아리사는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는 듯 죽을 상을 짓고있다가 내가 오니까 그제서야 미소지으면서 손을 가볍게 흔들어주더라고!

"저기, 선배...?"

"토야마 씨."

왠지 모르게 조금 심각해보이는 분위기에 내가 먼저 말을 걸려던 차에 사요 선배가 먼저 입을 여시더라고. 어딘지 모르게 무게가 실린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힘차게 대답하면서 차렷자세로 서자 사요 선배가 그렇게 긴장하지 말라고, 그저 물어볼게 있다고 하시더라.

그게 뭔데요? 내가 웃으면서 묻자 그녀가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살며시 미소를 짓더니 툭 하고 이야기를 꺼냈어.

"두 사람이 결혼했다니, 전혀 몰랐네요. 경사로군요, 축하드려요."

"저희한테 까지는...숨길 필요는 없었는데..."

사요 선배에 이어서 린코 선배도 한 마디, 그제서야 상황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걸 깨달은 내가 필사적으로 손을 저으면서 변명을 했지. 선배들도 알다시피 아리사랑 사귀는 사이는 맞지만 아직 결혼한건 아니다, 그보다 고등학교에 결혼이라니 너무 심각하게 빠르지 않냐... 나랑 아리사랑 사귀는건 주변에 비밀이기는 했어도 가까운 사람들은 모두 알고있었거든! 그래서 선배들한테는 딱히 숨길 필요 없이 정직하게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었지.

나랑 아리사랑 호흡을 잘 맞춰서 변명을 하니까 사요 선배가 눈을 동그랗게 뜨시더라. 지금 무슨 장난치는거냐는 표정이신 것 같았어. 그러더니 잠시 턱에 손을 올린 채 생각하시다가, 살며시 웃으시더라.

"아니라고 변명하시기에는 두 사람은 사이가 너무 좋은걸요."

"네, 네...이미 결혼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에요. 숨기지 않아도...괜찮아요..."

대체 나랑 아리사의 평소 행동을 어떻게 보신걸까, 두 사람다 나랑 아리사가 들키기 싫어서 변명하는걸로 착각한듯 그런 말이 줄줄 나왔지 뭐야! 그러니까 더 기가막힐 지경이였지. 도대체 이 소문이 어디까지 퍼진걸까, 선배들은 왜 믿어주지 않는걸까...

조금 더 알아보니까 아예 선생님들한테 까지 퍼진 모양이야! 우리 담임 선생님은 아예 출석 부를때

-이치가야 카스미, 이치가야 카스미 왔나? 결혼 축하한다...

그렇게 말씀하시기까지 했다니까!

왜 안믿어주는걸까, 어째서 그런 소문이 퍼진걸까...소문이 퍼지고 한 달,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서 결국 포기한 나랑 아리사가 같은 밴드의 친구들한테 물어봤어. 그래도 세 사람은 믿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지.

그리고 역시나, 내 예상대로 세 사람은 우리를 믿어주었어! 가까이 온 오타에가 다정하게 내 어깨에 손을 올려주었지,

"응, 알고 있어 카스미."

"에헤헤, 카스미 짱이랑 아리사 짱이랑 이제야 결혼하다니 그럴리 없잖아."

이어서 리미도 한 마디 하더니 그대로 초코 소라빵을 한 입 베어 물더라. 리미링, 오타에...감동한 내가 두 사람을 껴안아주려는 찰나에 뭔가 말에 이상함을 깨달았어! 잠시만, 이제야?

내가 머리에 의문을 가득 띄우니까 그 때 까지만 해도 가만히 웃고있던 사아야가 살며시 미소짓더니만

"응, 가장 가까이서 두 사람을 지켜본 우리가 보기에는 왜 이제야 그런 소문이 돌았는지 궁금할 지경이라니까?"

생각지도 못한 발언에 한 대 얻어맞기라도 한 듯 할 말을 잃은 나랑 아리사가 멍하니 사아야를 쳐다보니까 세 사람이 각자 왜 이제야 그런 소문이 돌았는지 모르겠다고, 결혼을 했어도 한참 전에 했을텐데! 하는 식으로 떠들고 있더라고...

먼저 정신을 차린건 아리사였어. 고개를 뱅뱅 젓더니 세 사람한테 그대로

"잠시만, 대체 어딜 봐서 나랑 카스미랑 결혼했다는건데!"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어! 옳소 옳소! 아리사 말이 맞다! 손을 흔들면서 열심히 내 여자친구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니까 세 사람이 진심으로 그러는거냐는 표정으로 우릴 보고있더라.

"가슴에 손을 얹은 채 생각해봐 카스미. 평소에 아리사랑 무슨 행동을 하는지."

먼저 말을 꺼낸건 오타에였어. 가슴에 손을?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대로 손을 뻗어서 아리사의 가슴에 손을 올린채 눈을 감고 천천히 생각했지. 으음, 아무리 잘 생각해도 모르겠는데...내 중얼거림에 아리사가 지금 뭐하는거냐면서 날 사납게 쳐다보기는 했어도 가슴 위에 얹은 내 손은 치우지 않고 오히려 양 손으로 내 손바닥을 주물주물 만지작거리고 있더라.

"모르겠으면 처음부터 이야기해봐...응, 오늘 아침 일 부터라도 괜찮으니까."

"그러면 아마 카스미 짱도 아리사 짱도, 자업자득이라는 걸 알 수 있을껄?"

사아야랑 리미링의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어. 아침부터 찬찬히 이야기를 꺼낸다면 그런 소문이 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 한 마디로 말해서 우리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오늘은 조금 그러니까 어제 아침부터, 눈을 감고 천천히 생각한 다음 내가 입을 살며시 열었지.

"응, 사귀고 난 다음부터는 매일 한 이불에서 자! 아침에 눈을 뜨니까 아직 잠이 덜 깬 아리사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는데..."

"이미 거기서부터 아웃 아닐까 카스미 짱...?"

입을 여니까 옆에서 리미링의 자그만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애써 무시하고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나갔어.

*

본인들만 결혼한줄 모르는 카스아리 이야기

이거 세편 후다닥 쓰고 란모카 쓰던거 마저 이어쓰고...갑자기 쓸게 많아졌다

소재 없어서 요즘 한 소재 가지고 계속 길게 쓰려고 하는거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