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일정까지는 앞으로 일주일 정도 남았어!

그런 만큼 평소보다도 조금 더 격렬한 연습이 이어졌지. 학교 끝나고 집에 들러서 가방만 놓은 다음 곧장 연습실로 향해서 죽어라 드럼을 치고는 곧장 집으로 오고는 하는 날이 반복되었어. 라이브를 앞두고는 늘 이렇게 하드한 일정을 소화하거든!

힘들지 않냐고? 좋아서 하는것도 있고, 처음에야 많이 힘들었지만 요즘들어서는 유키나 씨, 엄~~청나게 부드러워지셨거든! 아무것도 모로는 내가 봐도 알 만큼 엄청 상냥해지신거 있지? 어제만 봐도 그래! 평소 우리 밴드한테는 적당히란게 없어. 언제나 정상을 노려야 한다면서 끝없이 연습을 하고는 했거든. 그러다보니 유키나 씨나 사요 씨를 제외하고는 우리가 먼저 지쳐 떨어지기 마련이라서 어느정도 연습을 했다 싶으면 리사 언니가 먼저 중재를 하면서 쉬자고 하고는 해.

하지만 어제는 눈이 돌아갈만한 대격변이 있었어! 연습이 한참인 도중이였지만 나도 린린도 어느정도 단련되있어서 조금 더 연습할 수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음악소리가 뚝 끊겼지. 어라? 아직 쉴 시간이 아닌데 리사 언니가 휴식을 권유한걸까? 내가 놀라면서도 드럼을 치던 손을 멈추고 앞을 봤어.

음악소리를 멈춘건 리사 언니도 아니요, 놀랍게도 사요 씨도 아니였어! 먼저 마이크를 땐 것은 무려 그! 그 유키나 씨였어! 처음 있는 일에 당황한건 나만이 아닌 것 같아, 리사 씨도 조금 놀라서 유키나? 하고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니까 어딘지 모르게 따스한 눈길로 리사 언니를 쳐다본 유키나 씨가 평소처럼 조금 쿨한 태도로,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들어도 알 수 있을만큼 애정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라이브가 다음주니까 컨디션 조정도 필요한 것 같아서."

그렇게 리사 언니한테 말하고는 기지개를 펴지 뭐야.

뭐, 이런 식으로 유키나 씨도 어느정도 연습을 할 때 많이 풀어지셔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답니다! 

이런 식이다 보니 처음 연습때랑은 다르게 요즘 우리 연습 분위기도 엄청나게 풀어졌어. 처음 결성할 때 놀거나 할 시간은 없다는 유키나 씨의 말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엄청나게 분위기 좋아진거 있지!

응, 맞아! 분위기가 좋았어. 엄밀히 따지만 바로 어제까지 말이야.

오늘도 평소처럼 연습 도중 쉬는시간이였어. 평소처럼 다같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리사 언니의 쿠키를 까먹고 있자니 뭔가 생각이 난듯 양 손을 치더니 가방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서 우리한테 나눠주었지.

자세히 받아서 들여다보니까 전단지였어.

다음 주 라이브에 돌릴 전단지 인쇄가 끝났다면서 리사 언니가 우리한테 나눠준거였지. 역시 리사 언니! 존경의 눈길로 쳐다본 다음 전단지에 곧장 시선을 돌렸지. 그래, 분명 이 때 까지는 분위기가 좋았어. 좋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분위기가 망가진 것은 내 한마디였다고 생각해.

전단지를 쳐다보다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거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저 꼼꼼한 리사 언니가 실수를? 내가 잠시 의아해하다가도 그럴 수 있겠지 싶어서 웃으면서 전단지를 든 채 쫄래쫄래 리사 언니한테 다가갔어. 아코, 왜? 웃으면서 물어보는 리사 언니한테 전단지를 내민 채 입을 열었지!

"리사 언니, 여기 오타났어!"

"오, 진짜? 어디어디?"

해맑게 웃으면서 전단지를 향해서 고개를 숙이는 리사 언니한테, 내가 웃으면서 딱잘라 말했어!

"이마이 리사라고 적혀있는데 미나토 리사라고 적혀있어! 미나토는 유키나 씨 성이잖아!"

그 한 마디를 꺼낸 순간에 방 분위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어. 하다못해 리사 언니마저도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쳐다봐서-

어라?

나 뭔가 말실수 했어?

*

제일 먼저 반응한건 리사 언니였어.

눈을 휘동그래 뜨고 날 쳐다보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평소 웃음으로 바뀌더니, 하하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더라고!

"아하하, 미안 미안! 급하게 치다가 실수했나봐!"

뭐야, 진짜 실수였구나! 내가 헤헤 웃으면서 전단지를 품에 잘 넣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아무리 해도 가슴 속에 찝찝함이 남아있더라고. 그래서 결국 자리로 돌아가는걸 관두고 다시 몸을 돌려서 리사 언니한테 말했어!

"저기, 리사 언니."

응? 왜? 명백하게 당황한 기색이 엿보이는 리사 언니를 보니 진짜로 말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이거, 어쩌면 너무 실례인게 아닐까? 결국 내가 살짝 눈을 감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다가, 마음을 굳히고 다시 전단지를 내밀었지.

"유키나 씨랑 리사 언니, 성이 같으면 착각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그 왜, 결혼하면 성을 바꿔야 하잖아! 그러니까 리사 언니랑 유키나 씨가 결혼한줄 아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고...뒷부분을 좀 흐리면서 그렇게 이야기하자 리사 언니는 마치 엄청난 비밀을 들킨 것 마냥 조금 당황하기 시작하더라고. 내가 설마 정곡을 찌른걸까? 어쩌면 리사 언니, 이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뒤늦게야 눈치챈걸까?

대답이 들려온건 뜻밖에도 리사 언니가 아니라 린린이였어. 어느새인가 내 뒤로 온 린린이 뒤에서 날 꼭 껴안은 채 들어올렸지 뭐야.

"아코 짱...그런건 물어보는거 아니야..."

"응? 어째서?"

린린도 잘못쓴거 신경쓰이지 않아? 내 말에 린린이 조금 당황하는 듯 하더니 리사 언니랑 유키나 씨, 심지어 사요 씨의 눈치도 살짝 보는 것 같았어. 설마 나 빼고 네 사람끼리만 숨기는게 있는거야? 그런거라면 나도 가르쳐줘! 양 팔을 살짝 흔들면서 말하니까 사요 씨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 머리에 손을 얹더라.

"우다가와 씨, 라이브가 코 앞인데 전단지에 신경쓸 시간이 있다면 연습에..."

평소처럼 정론을 말하는 사요 씨였지만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는걸! 아니, 그보다 다른 사람들은 신경쓰이지 않는걸까? 리사 언니의 성은 명백히 이마이인데, 미나토로 적힌게 하나도 신경쓰이지 않는걸까? 그 때쯤 되자 의구심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지! 오타면 그냥 바꾸면 되는거고 그렇게 말하면 되는건데 세 사람 다 왜 다른 변명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는걸까! 진짜로 나 빼고 네 사람끼리의 뭔가가 있는걸까?

"그치만! 사요 씨도 신경쓰이지 않으세요? 어째서 리사 언니의 성이 미나토로 적힌건지!"

"그건..."

뭔가 사정을 알고있는걸까, 뭐어라 말하려다가 사요 씨가 입을 다무셨어. 이렇게까지 말을 안하려고 하니까 오히려 내가 더 신경이 쓰이는거 있지? 정말로 오타인걸까, 그것도 아니면 세 사람이 진짜로 뭘 숨기고 있는걸까...

"아코."

머리속에서 신경이 쓰여서 참을 수 없을지경에 이를때 쯤 유키나 씨가 나즈막히 내 이름을 부르셨어. 대답하면서 고개를 돌리자니 후후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더라고. 오늘은 어쩐지 모르게 쓰다듬을 많이 받는 것 같아서 묘한 기분이였어. 싫다는건 아니지만!

"아코, 지금은 전단지 보다는 다음 주 라이브에 조금 더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리고? 유키나 씨의 끝 말을 따라하니까 리사 언니의 팔짱을 끼면서 유키나 씨가 말을 이었지.

"리사의 성이 미나토던, 이마이던 리사는 리사, 그거면 된게 아닐까?"

유키나 씨의 말에 내가 감격해서 그녀를 올려다봤어. 생각해보니 그 말도 그래! 리사 언니의 성이 미나토이던 리사 언니는 리사 언니, 그거면 된거야! 그거면 된건데...

내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니까 네 사람이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넷이 모여서 무어라 속닥거리기 시작했어. 그게 또 신경이 쓰여서 엿들으려고 다가가니까 연습해야 한다면서 순식간에 자기 위치로 돌아가서 악기를 잡아서...

네 사람 다, 진짜로 나한테 숨기는게 있는걸까?

*

리사랑 유키나가 결혼했는데 아코가 떠들고 다닐까봐 아코한테만 비밀로 숨기는 이야기

하지만 눈치빠른 아코는 전단지에 적힌걸 보고 리사를 추궁해서 네 사람이 필사적으로 변명을 하는 이야기

-리사언니! 여기 오타있어!

-너처럼 눈치빠른 꼬맹이는 싫다니까...

두 줄 요약하면 이렇게 끝나는 이야기

처음에는 썰로 구상했는데 살붙이다보니 이래저래 늘어나서 그냥 등록함...요즘 통 유키리사도 안썻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