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가 좋아지고 나서 어느 날 히나에게 그 어마어마한, 현실에 존재한다면 바로 나사에 스카웃될 법한 기억력에 대해 물어보는거지

그러자 히나는 "음... 보고 나면 루루룽? 파팟! 하는 느낌으로... 머리에 떠올라!" 라고 대답해.

이게 무슨 뜻인지 한참을 생각하다가 위키에 기억술의 종류를 검색하고, 곧 '기억의 궁전'이라는 기억술을 알게 되지.

이게 뭐냐면 대충 사물을 이미지화나 상징화해서 자신의 머릿속 공간의 사물로 기억하는 방법이라고 보면 돼.

'어?' 싶었던 사요, 혹시 히나는 어릴 적부터 무의식적으로 사물을 보고 상징화(루루룽 파팟!)해서 머리에 입력하는걸까?

사요는 시험해보는거지. 교과서를 펼쳐서 그동안 글씨로 달달달 외웠던 부분을 문장, 문단 전체의 맥락, 의미를 머릿 속에 떠올리려고 노력해.

일본사로 예를 들면, 사건 하나하나가 아니라 전체의 흐름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당시의 상황을 머리속에서 상상한 뒤, 년도같은 부가적인 부분은 사무라이의 갓(1), 칼에 찔려 몸이 반으로 접힌 사람(7) 등으로 이미지화 하는거야.

그리고 사요는 교과서 한 단원을 1시간만에 통째로 외워버려.

이거였던거야. 애초에 쌍둥이라 체격도, 근력도, 얼굴도, 키를 제외한 모든 게 비슷한데 지능만이 천지차이라는게 넌센스였던거지.

둘 다 엄청난 재능을 갖고있었지만 단지 히나가 더 빨리 재능을 펼칠 방법을 깨우쳤던 것 뿐.

방법을 깨달은 사요는 곧 평소 하던대로 기억술을 '노력'하기 시작해.

처음엔 이미지를 떠올리느라 3번 정도 봐야 외울 수 있었어. 그리고 사흘 후엔 두 번, 일주 후엔 마치 히나처럼 한 번 보고 그 이미지가 머릿속에 전부 박힐 정도로 '재능을 노력'해는 데에 성공해냈어.

그 이후 악보같은것도 한 번 보고 그 멜로디를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 자동으로 연주를 할 수 있게 된 사요, 학교에서는 물론이고 로젤리아에서도, 궁도에서도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성적을 기록하기 시작해.

그리고 사요는 이걸로 히나에게 다가갈 수 있다며 기뻐하지.

하지만 곧 깨닫게 돼. 이 세상은 터무니없이 지루한 곳임을.

처음엔 자신이 한 번에 깨우치는게 너무나 즐거워서 여러 가지를 했어. 옆 나라 한국어, 중국어 따위는 시작한지 이 주만에 자유롭게 회화할 수 있을 정도가 됐어.

그림도 그림 전체가 애초에 이미지기 때문에, 떠오르는 족족 그려내서 프로 일러스트레이트 급의 그림을 그려냈지. 

그렇게 연습하던 기타는, 재능을 발현한 후엔 내가 원하는 대로 소리를 내는 자기 목소리같은 존재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됐어. 뭐든지 치트키를 사용한 것 마냥 할 수 있게 된 거야.

하지만 게임 해본 백붕이들은 치트키가 게임을 얼마나 재미없게 만드는지 알거야.

사요는 곧 인생에 싫증을 느껴. 뭘 해도 재미가 없으니까. 히나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이래서 히나가 나한테 그렇게 매달렸던건가?

이제서야 히나를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히나와 가까워졌다는 기분에 그나마 기분이 좋아져.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사요는 히나조차 따라갈 수가 없는 천재가 되어버렸어. 무의식적으로 재능을 발현한 히나랑, 잠재된 재능을 노력으로 깨워서 발전시킨 히나랑은 격이 달라.

히나는 발전한 언니의 모습을 보고 루루루룽~ 언니가 엄청 멋져졌어~ 하면서 처음엔 좋아했지만, 곧 뭔가 이상함을 느껴.

그야, 평소엔 노력해서 발전한 언니가 자기를 따라왔다 싶으면 일부러 좀 천천히 자기도 실력을 상승시켜왔거든.

근데 이번엔 이상해, 아무리 기타를 쳐봐도 발전한 언니를 따라잡을 수가 없어. 그래서 처음으로 히나도 노력이란 걸 시작해.

노력을 해본 적 없는 천재는 과연 노력에도 천재일까? 히나는 아니었나봐.

아무리 해도 사요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히나는 마음에 검은 물방울 하나가 떨어진 듯한 불쾌한 감정을 느껴.

생애 처음 느껴보는 '열등감'을.

로젤리아는 어떨까?

사요가 발전했으니 밴드 수준이 올라갔을까?

또 안타깝게도 로젤리아는 이미 프로 수준의 밴드였어. 그 말은, 다섯 명이 마치 하나처럼 같은 수준에서 어우러지는, 마치 유기체와 같은 팀이었어.

하지만 사요가 재능을 깨달은 후에, 사요의 재능만이 밴드에서 튀어버리는 형태가 됐어. 나머지 멤버들도 충분히 천재성을 지녔음에도, 사요 하나가 나머지의 기술과 소리를 묻어버릴 정도가 된 거지.

그리고 사요는 '왜 나를 따라오지 못하지?'라는 의문을 품어. 마치 예전 히나처럼.

곧 로젤리아와 사요와의 관계는 금이 가고, 사요는 스스로 로젤리아를 탈퇴해버리겠지.

마음의 안식처와도 같던 로젤리아 멤버들과 이별하고 멘붕해서 항상 자신을 사랑해주던 히나를 찾는 사요, 하지만 히나마저 억지 미소를 지으며 오늘은 바쁘다며 언니를 피하고...

외톨이가 된 사요가 '천재는 고독하다'라는 말의 의미를 뼈저리게 깨닫게 되는 그런 내용으로다가 보고 싶다.

p.s. 저 기억술은 실제로 내가 고딩 때 수업 때 맨날 쳐자고 공부도 별로 안했는데 수능 4개 틀리고 고려대 간 친구한테 물어봤던 내용임. 나도 혹해서 고딩때 저거 해봤는데 개뿔 좆도 안되더라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