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거짓말을 할 거야

뮻ㅇ · 2020.04.24 13: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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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글라레아의 소재 멘트는 '이제부터 거짓말을 할 거야', 키워드는 소원이야.

정적인 느낌으로 연성해 연성

-

후우. 노조미는 자신의 아랫입술을 힘껏 깨물었다. 애꿎은 입술을 괴롭히는 앞니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분노나 당혹감은 아니었다. 한 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손가락과 이따금 흘러나오는 심호흡 소리. 니코는 잔뜩 긴장한 노조미를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녀에게 향했다.

"그냥 팬미팅이잖아. 뭘 그렇게 긴장하고 있는 거야. 고작 2주 전에도 했으면서."

"아, 아무것도 아니래이. 그냥..."

갑작스레 어깨에 올려진 손과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든 노조미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니코임을 확인하고는 다시 시선을 바닥으로 떨궜다. 살짝 상기된 볼과 불규칙한 숨소리. 어디 아파? 라며 노조미의 이마에 손을 얹고 얼굴을 밀착시키는 니코는 퉁명스러운 말투였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걱정과 다정함을 노조미는 느낄 수 있었다.

쪽- 하는 소리가 들리고도 한참 후에야 니코는 자신의 입가를 어루만졌다. 너 미쳤어?! 라며 황급히 고개를 돌려 대기실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방송 스태프라도 있었으면 큰일이고, 뮤즈 멤버들이야 다 안다지만 그런 모습을 보였다간 또 잔뜩 놀림을 받을 터였다. 노조미는 그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니코가 기분 나빠 한다는 따위의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 니코에게는 불 보듯 뻔했다. 정말이지- 라고 투덜거리며 니코는 노조미에게 짧게 입을 맞췄다.

"자, 이제 말해봐. 뭐가 문제야?"

니콧치는 상냥하데이- 라며 웃는 노조미에게 니코가 다시 물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대답하려던 노조미였지만,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짓말은 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을 보내는 니코의 시선에 조용히 입을 닫았다. 고개를 숙인 채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는 노조미와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는 니코. 그대로 잠시 정적이 흘렀다. 한참 후에야 다시 말을 꺼낸 노조미의 목소리에는 눈물 자국이 얼룩져 있었다.

"지난번 팬미팅에서 니콧치, 애인 같은 거 없다고 대답했으니까..."

야, 그건- 으로 시작된 니코의 반박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는 노조미에 의해 시작과 동시에 끝을 맺었다.

"아이돌은 연애 금지, 라는 건 알지만, 니콧치가 내랑 사귀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줄 알아야 한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내, 가끔은 불안해져서..."

노조미가 말을 이어나감과 함께 니코의 표정이 걱정에서 황당함으로 바뀌었다. 이내 울먹이는 노조미의 머리에 니코는 가볍게 춉을 날렸다. 정말이지- 라는 말을 곁들인 한숨을 내뱉으며 노조미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사귀어 주는' 게 아니라 '사귀는' 거야. 감사가 아니라 애정을 줘야 하고. 아이돌은 사랑을 먹고 사니까."

노조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니코가 조곤조곤 달래듯이 말했다. 조그마한 손으로 노조미의 손을 잡고 조물락거리다가 이내 깍지를 꼈다.

"내가 이렇게 깍지를 끼면, '이제부터 거짓말을 할 거야' 라는 의미야. 슈퍼 아이돌인 니코니가 연애 중이라고 밝힐 수는 없으니까, 이 정도로 참아줘."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던 노조미의 눈망울이 두세 번 깜박였다. 이제야 정말로 행복한 표정을 보이며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언젠가는, 니콧치가 아이돌을 그만두고 나면 내랑 사귀는 사이라고 밝히는 게 내 소원이래이- 라는 노조미의 말에 자신은 평생 아이돌일 테니 평생 숨겨야 할 것이라는 대답. 이어지는 자신과 평생 사귈 거라는 뜻이냐는 반격. 둘은 투닥거리면서도 서로의 손은 대기 시간 내내 놓지 않았다.

-

노조미는 니코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팬미팅 내내 얼굴에는 이름에 걸맞은 환한 미소가 만발해 있었지만, 팬들에게 질문을 받는 차례가 시작되고부터는 점점 손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첫 번째 질문부터 니코는 노조미와 깍지를 껴야 했으니.

애인의 유무를 몇 번이나 재차 확인하는 질문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연애 경험이 없다는 거짓말을 태연스럽게 늘어놓는 니코의 모습은 대단해 보이기까지 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대기실에서 자신에게 그렇게 달콤한 말을 속삭였으면서, 어쩌면 저렇게 능청스러울까.

몇 차례 다른 멤버들에게도 질문이 돈 후 다시 니코에게 질문이 떨어졌다. 꾸준히 니코의 팬이라고 밝혀오던 모 배우가 지난번 팬미팅 이후 한 번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 방송상에서 재미로 한 말이겠지만 자신도 굉장히 팬이라며, 연락을 달라고 장난스러운 말투로 대답한 니코의 모습은 여유가 넘쳐 보였으나, 그녀의 움찔거림은 노조미에게 분명하게 전달되었다.

그 후로도 질문은 계속되었지만 팬들이 니코에게 궁금한 건 그녀의 연애사뿐인 듯 보였다. 이러한 질문에 거짓으로 답할 때마다 계속 노조미를 힐끔거리면서 바로 옆에서만 보일 정도의 불편함을 내비치는 니코의 모습에 노조미는 자신이 괜한 소리를 해서 마음고생만 시키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스러웠다. 니코가 직접 거짓말이라고 말을 해줬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안심되는데, 그녀라면 분명히 끝에 가서 투정부리듯 꺼낸 소원에 대한 얘기까지 신경 쓰고 있는 걸 거라고, 노조미는 확신했다.

"저, 저는 니코쨩한테 질문이 있는데요..."

아까부터 앞줄에서 열심히 손을 들더니 결국 마이크를 받은 한 남성이 긴장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니코를 지목했다. 노조미를 신경 써서인지 살짝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니코는 곧바로 웃으며 자신의 팬을 마주 봤다.

만약 애인을 사귄다면 이상형은 어떻게 되시나요- 라는 질문에 노조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이번에도 같은 얘기뿐. 니코가 불쌍해질 지경이었다. 자신은 괜찮다는 뜻이 전해지기를 바라며 깍지 낀 손에 힘을 주었다.

"...우선, 웃는 모습이 예쁘고."

여태까지는 곁눈질로 힐끗거리던 니코가 고개를 돌려 노조미와 눈을 맞췄다.

"니코니-는 운이 나쁜 편이니 그걸 메꿔줄 만큼 운이 좋고,"

노조미는 니코의 손가락에서 천천히 힘이 빠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또 가끔은 유치한 소원도 빌 줄 아는, 그런 사람."

니코는 깍지를 푸른 후에도 노조미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라는 말이 귓가에 울려 퍼짐과 동시에, 노조미는 자신의 손이 테이블 위로 이끌려 올라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항상 제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요."

행사가 끝난 후 몰려오는 수많은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노조미에게 소원이라길래 그냥 해본 말이니까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투덜거리는 니코는 노조미와 깍지를 끼고 있었다.

출처: http://aglalea.tistory.com/16 [Sing Me, O μ'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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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니코 조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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