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니까 어서 쓰고 백갤에 올리라구.
여긴 민간수공업 갤러리니까...



0화.

소나는 말을 하지 못했다.

소나의 부모는 단지 소나가 말이 느릴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소나가 3살이 되도, 4살이 되어도 웅얼거리기만 할 뿐 제대로 단어와 문장을 구사하지 못했다.

부모는 설마, 하고 소나를 아동기관에 데려갔다.

발달장애인건가 싶었다.

하지만 기관에서는 소나의 검사 결과지에 발달 장애라는 내용을 쓰지 않았다. 소나의 지적능력은 여타 아이들보다 약간 뛰어나며 음악적 재능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는 내용이었다.


부모는 아이가 음악의 재능이 워낙 뛰어나 말을 잘 하지 못하나 싶었다.  소나가 5살이 되었을 때 글자는 곧잘 쓰면서 애가 말하는 건 여태 못봤다.

부모는 기겁하며 소나를 병원에 데려갔다.

무슨 병에 걸린 것 아니냐며.


병원에서는 특별히 이상한 곳은 없다는 소견서를 보냈다.

정밀검사까지 받아봤지만 뇌에서도 이상은 발견되지 못했다.


부모는 안심했지만 또 막막했다. 주위 사람들 중 자식이 말을 못하는 경우는 없어서 조언을 받기도 힘들었고 수화도 배워야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소나는 건강했다.
부모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소나는 건강하게 컸다. 단지 말만 못할 뿐 다른 애들보다 똑똑하고 영리했다. 악기도 잘 다루면서 음악에 대한 재능도 있었고 소나 자신도 음악을 사랑했다.

부모는 귀머거리도 음악을 했는데 겨우 말 못하는 걸로 못할 게 무엇이냐며 부모는 소나가 하고 싶은 걸 모든지 하게 해주었다.

7살이 되자 부모는 소나를 유치원에 보내야할까 고민했다. 소나는 말을 못했고 이는 정신적으로 미숙한 아이들이 공격하기 딱 좋았다.

그래도 애들과 놀아보고 사회성을 길러야한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고 결국 소나를 유치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여보.. 소나가 애들과 잘 지낼 수 있겠죠?"

"그랬으면 좋겠어요... 소나는 착하니까..."

부모는 아직 불안했다.

부모의 걱정과는 다르게 소나는 유치원에서 잘 지냈다.  첫번째로는 애들이 착했기 때문이고 둘째는 소나가 똑똑했기 때문이다.

"소나야, 너는 왜 말을 안해? 혹시 못해?"

- 엄마가 나 글시 잘 모쓴다구 이러캐 하랫어.

"헉, 나도 글씨 잘 못 쓰는데. 우리 엄마한테 쉿 해야겠다!"

"구런데 소나 글씨 정말 잘쓴다! 나눈 이러케 못 쓰눈데."

- 너도 게속 스다보면 느를거야.

"자~ 얘들아! 이제 코 할 시간이야!"

선생님의 말에 따라 애들은 자기 이부자리를 피고 눕기 시작했다. 탁자에 놓인 라디오에서 자장가가 울려퍼졌다. 슬슬 눈꺼풀이 무거워진 애들이 새근새근 자기 시작했다.

소나도 졸려왔다. 그때 한 아이가 조심스레 다가와 소나의 옆에 누웠다.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아이를 바라보았다. 가슴께에 붙어있는 이름표에 시선이 갔다.

"안녕 소나야."

아이가 인사를 해왔다. 소나도 답장하려고 스케치북과 연필을 찾았다. 그때 아이가 소나의 손을 덥썩 잡았다.

"너 말 못하는거 알고 이써."

소나는 당황했다. 눈만 껌뻑였다.

"눈동자 흔들린다? 귀여워 소나야... 히.."

위험한 방문객이 소나를 끌어앉았다. 덕분에 잠이 완전히 사라졌다. 평균보다 작은 체구를 가진 소나가 아이의 품에 안겼다. 소나의 귀가 아이의 입에 닿았다.

낯선 감촉에 소나는 황급히 몸을 빼려했지만 예상외로 강한 힘이 소나를 막았다.

"소나야... 난 럭스라고 해.. 난 너가 정말 조아... 사랑해..  우웅..."

럭스라고 밝힌 아이가 소나를 곰인형처럼 껴안고 잠에 들었다. 귀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소나도 럭스의 품이 좋았다. 따뜻한 체온이 마음에 들었다.

약간 홍조 띈 얼굴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나도 럭스의 품에 얼굴을 파묻으며 새근새근 잠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