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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번역] Caitlyn and Vi: Determination 17~18

별쏘시개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8.05 19: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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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하거나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 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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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17. 태양을 날려버리자고!


 케이틀린과 바이는 순찰차들로 그어진 선에 도착했다. 기자들이 즉시 두 사람을 발견하고 카메라와 마이크를 대동하여 달려왔다. 그들은 노란색 폴리스 라인 안쪽에 자리하고 있던 기자들이었다. 익숙한 몸놀림으로 그녀는 바이와 함께 배고픈 이리떼 같은 기자들의 바다를 비켜 지나갔다. 


“보안관님!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한 여자가 커다란 마이크를 쥔 채 외쳤다. 그 질문은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서 반복되며 터져나왔다. 케이틀린은 즉시 두통을 느꼈다. 그녀는 언론 매체들을 싫어했다. 그녀는 은행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려 애썼다.


 케이틀린은 기자들의 굶주린 눈동자를 무시하고 노란 폴리스 라인 밑으로 지나갔다. 그녀는 바이가 따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4차선 도로는 구급차와 S.W.A.T라고 쓰인 커다란 검은 트럭이 점령하고 있었다. 케이틀린은 자동차 옆에 무리지어 서있는 SWAT 팀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빌딩이 차 반대편에 오도록 자리잡고 있었다. 케이틀린은 하나씩 명령을 내렸다. 건물은 높았고, 아치 형태의 현관을 하고 있었으며, 금색과 검은색의 벽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대리석 기둥이 회전문 앞에 세워져 있었다. 3층 높이 전면에 자리잡은 번들거리는 유리창은 불길하게 어두웠고, 조용했다. 마치 으르렁거리며 풀려나기를 기다리는 듯 요동치는 현장에, 그녀는 온몸을 휘감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케이틀린과 바이는 S.W.A.T 트럭 뒤에 서서 열 명 가량의 경관들이 무장을 갖춰 입고 어썰트 라이플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 모두는 자신들을 보호할 헬멧과 고글을 착용하고 있었다. 덩치 큰 근육질의 남자가 라이플을 자신의 어깨에 걸고 헬멧을 엉덩이 근처에 매달고 있었다. 그는 커다란 건물 도면 옆에 서있었다. 케이틀린은 그것이 은행 내부를 나타낸 것이라 짐작했다. 그 남자는 케이틀린과 바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그의 각진 얼굴과 약간 지저분하고 짧게 자른 갈색 머리를 보았다. 그는 날카로운 푸른 눈을 갖고 있었다. 케이틀린은 헬멧을 드느라 근육이 불거진 그의 팔뚝을 볼 수 있었다. 조금 전, 특히 그의 무장 속 차림새와 가슴을 가로지르는 S.W.A.T.이라고 쓰인 조끼를 보며, 그녀는 그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케이틀린은 등 뒤에 서있는 그녀의 집행자의 존재를 느꼈다. 아무도 그녀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었다.


케이틀린은 앞으로 걸어가며 팔을 뻗었다. “보안관 히스로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제 부보안관 바이. 상황이…?” 케이틀린이 말을 꺼냈다.


“리차드. 리차드 경위입니다.” 깊고 친근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케이틀린을 한 번 쳐다봤지만, 바이에겐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케이틀린이 끄덕였다. 그녀는 리차드 경위의 시선에 불편함을 느끼며 그에게 계속하라는 몸짓을 보냈다.


“제가 제 부하들에게 말한 것처럼, 우리는 엄청난 양의 화약이 저 빌딩의 퓨즈를 날려버렸다고 생각합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안에 대략 서른 명 정도 있을 것이라 추측 중입니다. 허가만 내려주신다면, 옥상으로 잠입하여 범죄자들을 소탕하고 싶습니다.” 리차드가 설명했다.


 케이틀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너무 위험해요. 인질이 있다면 우리는 모든 예방 조치를 강구해야 합니다.”


 리차드가 노려보았다. “지금 제 팀과 저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구부정하게 선 남자가 분노하여 콧김을 내뿜었다.


 케이틀린이 시선을 되받아쳤다.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 당신이 돌입하기 전에, 경위가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싶군요. 내부와 접촉하려는 시도는 해봤나요?” 


 리차드는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전 10분 전 중앙 통제부에 연락을 취했습니다. 열상 장비를 가진 헬리콥터를 보내달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내부는 여전히 완벽한 암흑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안으로 돌입할 수 밖에 없습니다.” 케이틀린은 눈 앞의 남자를 쏴버리고 싶었다. 저 안에는 인질이 있는데! S.W.A.T 팀이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 나오는 동안, 케이틀린의 머릿속에는 바닥에 뒹구는 시민들의 시체가 떠올랐다. 그녀는 그런 일이 벌어지게 놔둘 수 없었다.


“아뇨, 당신은 여기서 기다려야 합니다. 헬리콥터를 기다리고, 그 후에 우리는 건물 안을 향해 방송을 시작할 겁니다. 우리는 저 안에 무장한 범죄자가 한 명인지, 아니면 여러 명인지도 알지 못합니다.”


“그래,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해.” 새로운 목소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케이틀린은 돌아섰고, 바이는 원을 그리고 서있는 사람들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건틀릿이 몇 초마다 계속해서 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리차드가 바이를 힐끗 보고, 케이틀린에게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요, 멋진 부보안관님. 당신 주제에 그걸 어떻게 아는지 부디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리차드가 비꼬았다.


 케이틀린이 그녀의 라이플을 바싹 움켜쥐었다. 하지만 바이는 평온했다. 그리고 케이틀린은 그녀의 눈동자 속의 불길을 보았을 때, 어떻게 그녀가 이토록 냉정하게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바이는 눈앞의 거대한 남자보다 6인치는 작았지만, 당당히 어깨를 펴고 리차드를 마주보았다. “난 믿는다, 경위. 징크스가 이 은행 습격의 배후라고. 만약 네가 여섯 달 전의 고압 전류로 인한 정전이라는 비슷한 사건을 기억한다면 말이지. 징크스는 자신의 스턴건을 늘 지니고 다닌다고 알려져 있고, 그 무기의 힘이 다할 때까지 날뛴다. 난 그 무기를 엄청난 양의 전기를 발생시킨다는 걸 알고 있다.” 바이가 건틀릿을 낀 팔로 팔짱을 끼며 말했다. “거기엔 퓨즈를 날려버릴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리차드가 비웃었다. “징크스? 그 테러리스트는 이런 짓을 할 능력이 없어. 그년은 그저 고양이만큼이나 참을성이 없고, 시한폭탄에 환장하는 정신 나간 살인자일 뿐이야. 네 자신에게 어울리는 곳으로 꺼지는 게 어때, 더러운 레즈비언(dyke).” 리차드가 내뱉었다.


 바이가 코에서 불을 뿜으며 거의 달려들 뻔했을 때, 케이틀린이 건물 3층 창문에서 반짝이는 빛을 발견했다. 케이틀린은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 혀를 깨물고 입술을 동그랗게 만 채 바이와 리차드의 말다툼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빛의 반짝임이 그녀의 시야에 잡혔다. 그리고 그녀는 재빨리 라이플을 풀어내 창문을 겨누었다. 창문 안은 어두웠지만, 케이틀린은 조준경을 통해 실루엣을 보았다.


 그 실루엣의 머리 부근에서 갑작스럽게 불꽃이 튀었다. 케이틀린은 그걸 보자마자 생각할 틈도 없이 총을 떨어뜨리고 옆으로 몸을 던져 바이를 힘껏 밀쳤다. 그 직후, 창문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총알이 그들의 주위로 빗발쳤다. SWAT 팀이 즉각 자동차 근처로 퍼지며 사태에 대응했다. 리차드가 큰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어디서 쏘는지 알아내!”


 케이틀린은 바이 위에 엎드려 있었다. 둘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케이틀린은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일어난 뒤, 근처 길가에 나뒹굴고 있는 자신의 소총을 발 끝으로 끌어당겼다. 바이도 뒤따라 벌떡 일어섰다. 그녀는 건틀릿을 맞부딪쳐 위협적인 자세를 취하며 말없이 은행을 가리켰다. 케이틀린은 끄덕이고는, 마법공학 소총을 품에 끌어안았다. 바이가 은행을 향해 튀어나가려 할 때, 크고 쾌활한 목소리가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공기를 갈랐다.


“야, 모자 쓴 아가씨! 또 내 즐거움을 망치러 왔구나?” 징크스의 목소리가 쨍 하니 울리고는, 이내 킬킬대는 웃음소리에 묻혀버렸다. 


 바이의 동공이 확장되더니 곧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징크스, 네 비쩍 마른 상판을 당장 여기에 딱 갖다 대는 게 좋을 걸. 내가 그 멍청한 얼굴에 주먹을 날릴 수 있게 말이야!” 그녀가 고함쳤다.


“와서 해보지 그래, 돼지 손아!” 새된 목소리가 돌아왔다.


 리차드가 뒤로 물러섰다. “징크스, 넌 포위됐다! 항복해라!”


“그 입 닥쳐, 멍청아.” 리차드가 숨어있는 곳으로 총알이 비처럼 쏟아져 그를 다시 납작 엎드리게 만들었다. “나도 알아, 빵빵아. 그는 참 무례하지!” 징크스가 말했다. 케이틀린은 화가 난 상태로 바이를 쳐다보았다. 징크스는 완전히 미쳤다. 이내 그녀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도박이나 다름없었지만, 만약 그게 먹힌다면, 인질들은 안전할 터였다. 어쨌든, 그들은 징크스에 대해서만 주의하면 되는 것이었다. “리차드,” 그녀가 조용히 불렀다. 그는 자신의 라이플을 움켜쥔 채 눈을 굴려 케이틀린을 쳐다보았다. “아무 말이나 다시 해보세요.” 그녀가 속삭였다. 리차드는 의아하게 쳐다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틀린은 자신의 바로 앞에 웅크려 앉아있는 바이를 가볍게 두드렸다. “준비해.” 바이가 뒤를 돌아보고는 말없이 씩 웃었다.


“마지막 기회다, 당장 두 손 들고 나와!” 리차드가 고함을 질렀다.


“닥치라고 했지!” 징크스가 비명을 질렀고, 그녀의 기관총은 다시 한번 긴 파열음을 내뿜었다.

 

“지금!” 케이틀린이 소리쳤고, 바이가 확 뛰쳐나갔다. 그녀는 S.W.A.T. 트럭의 옆구리를 미끄러지듯이 지나치며 은행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머리를 낮추고 건틀릿을 들어올린 상태였다.


 “이 바보 같은 게, 이…” 징크스가 퍼붓던 포화가 사그라 들었다. 그리고 의심할 여지없이, 그녀의 총구가 바이를 향했다.


 케이틀린은 SWAT 팀에게 돌아섰다. “엄호 사격 실시!” 그녀가 엄폐하고 있던 트럭 뒤에서 몸을 내밀며 소리쳤다. SWAT 팀이 뒤따랐다. 케이틀린은 재빠르게 징크스가 마지막으로 있던 곳을 향해 그녀의 소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몇 번 잡아당겼다. 그녀는 금방 징크스가 거기 없다는 것을 깨달은 뒤 보이는 아무 창문에나 대고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SWAT 팀도 똑같이 행동했다. 은행의 모든 층에 총알이 발사됐고, 유리창과 벽돌 그리고 대리석 기둥이 깨어져나갔다. 끔찍한 소음이 흘러 넘쳤으며, 케이틀린은 그녀의 귀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총격을 멈추지 않았다. 우레와 같은 소음 사이에서 들리는 날카로운 찰칵 소리가 탄창이 빈 것을 알려왔다. 


“엄폐하라, 당장!” 케이틀린이 전열을 이루고 서있는 경찰들에게 외쳤다. 대부분 탄창이 바닥나고 있었다. 그들은 트럭 뒤로 숨었다. 케이틀린도 몸을 숨기고 그녀의 총에 달아놓았던 여분의 탄창을 그것이 있어야 할 자리로 미끄러뜨렸다. 그녀는 재빨리 탄창을 갈아 끼우고 총알을 장전했다.


 그들은 타이밍 좋게 숨었다. 또 한번의 총알 세례가 트럭 위로 퍼부어졌고, 케이틀린은 조용히 욕설을 중얼거렸다. 그녀는 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또라이(The Loose Cannon)를 무력화시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방금 그 시도는 별로였어, 모자 쓴 아가씨! 넌 생선대가리를 맞췄지! 미안하지만, 난 이제 돼지 손하고 놀아야 하거든? 나중에 얼마든지 놀아줄게!” 키득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케이틀린이 얼굴을 찡그렸다. “네 귀는 좀 어때, 징크스!” 그녀가 트럭에 몸을 기대며 대꾸했다.


 징크스가 있을, 약 50 야드 가량 떨어진 장소에서 조용한 으르렁거림이 들려왔다. “운 좋은 줄 알아, 모자 아가씨. 날 방해하다니.” 거리가 고요해졌고, 트럭 옆도 마찬가지였다. 제복을 입은 경관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순찰차 뒤에서 조금씩 훔쳐보았으며 기자들은 그들의 카메라를 총알이 잔뜩 박힌 3층께를 향해 들어올렸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케이틀린은 위험하게도 몸을 내밀어 동태를 살핀 뒤,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그녀가 리차드를 돌아보았다. “팀을 안으로 투입시키세요. 부비 트랩에 주의하면서 1층을 돌파, 그리고 인질을 찾아 은행을 수색할 것. 금고와 채권 보관실을 확인하세요.”


 리차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자만심과 헐뜯고자 하는 마음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날 따라라!” 그가 우렁차게 외치고 트럭을 돌아 재빨리 뛰어갔다. 그의 팀이 뒤를 따랐다. 케이틀린은 트럭 뒤에 혼자 기댄 채 남겨졌다. 그제서야 그녀는 갑작스러운 옆구리의 찌르는 듯한 통증에 흐느꼈다. 그녀가 자신의 배를 움켜쥐고 트럭의 매끄러운 부분에 겨우 기댔다. 케이틀린이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그녀의 손은 짙은 심홍색의 피로 흠뻑 젖어있었다. 그녀는 이내 앞으로 기울어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녀는 쓰러져 부딪치느라 생긴 욱신거리는 아픔과 극심한 옆구리의 통증으로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자신의 피로 빠르게 어두운 색으로 물들어가는 도로와 자신에게 달려오는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었다.





챕터 18. 돌입


 바이가 거대한 건틀릿으로 자신을 보호하면서 무거운 유리문을 박살내고 뛰어들었다. 그녀의 뒤로 대구경 기관총이 불을 뿜는 소리가 따라붙었고, 그녀는 그 사이로 케이틀린의 소총에서 터져나오는 폭발음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녀는 이 모든 망할 사태를 해결하는 것에 집중했다. 로비는 아주 넓고 깨끗했으며, 소용돌이 무늬의 대리석 바닥을 갖고 있었다. 매끈한 마호가니목 데스크가 넓은 로비 양쪽에 세워진 대리석 기둥의 옆에 놓여있었다. 근처 바닥에 흩어진 종이들이 당시의 혼란을 암시했다. 그녀는 책상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그녀는 로비를 굽어보고 있는 발코니를 올려다보았다. 천장이 탁 트인 구조였고, 바이가 고개를 들자 머리 위의 돔 구조를 한 3층 높이의 천장을 볼 수 있었다. 징크스가 어디서 튀어나올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방심하지 않고 주변을 360도 휘 둘러보았다. 


 뒤에서 들려오는 급한 발걸음 소리가 즉시 그녀의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바이가 오른쪽으로 빙글 돌아, 징크스가 퍼붓는 피할 수 없는 총알 세례를 막기 위해 건틀릿을 들어올렸다. 그녀는 한 손은 몸 앞에, 다른 손은 언제든 내뻗을 수 있게 몸 뒤로 당겼다.


 총알은 날아오지 않았다.


“부보안관님.”


바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 그 얼간이었다. 그녀가 눈 앞의 SWAT 팀을 보고 똑바로 섰다. “경위.” 바이가 딱 잘라 말했다. “가서 금고를 조사해. 난 징크스의 주의를 끌겠다. 그 녀석을 인질이 있을 만한 곳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겠어.”


 리차드가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올라가는 계단은 왼쪽에 있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리차드와 그의 부하들은 말없이 벽을 따라 사라졌다. 바이는 왼쪽으로 뛰어가 오른편의 문을 열려고 했지만, 그녀의 건틀릿이 문 손잡이에 닿기 직전에 멈췄다. 바이가 뒤로 물러서서 고글을 착용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자신의 팔을 뒤로 당긴 후 강한 힘으로 주먹을 날려 문에 구멍을 냈다. 경첩이 튕겨져 나오며 문이 거칠게 갈라졌다. 그 직후 작은 폭발이 연기와 함께 출입구를 뒤덮었다. 바이는 기침을 하기는 했지만, 부풀어오르는 검은 연기의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충분히 멀리 떨어져있었다.


 징크스 이 망할 년. 바이는 무엇이 그녀에게 문을 의심케 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문을 경계했다는 것이 아주 기뻤다. 연기가 로비의 높은 천장을 드러내며 점차 옅어졌다. 바이가 신중하게 징크스의 함정을 주의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앞에는 통로 끝의 창문에서 비치는 흐릿한 빛이 조명의 전부인, 길고 어두운 복도가 펼쳐져 있었다. 바이가 건틀릿에 감싸인 손가락을 들어 고글을 두 번 두드렸다. 그녀의 시야가 즉시 어렴풋한 초록색으로 바뀌었고, 어수선하게 어질러진 종이들과 홀을 향해 활짝 열려있는 4개의 문이 있는 어두운 복도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고글을 업그레이드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 고글은 나이트 비전이 기능하도록 설계된 것 같았다. 그녀는 인상을 썼다. 지금 그녀는 제이스에게 감사의 의미로 돈이라도 쥐어줘야 할 판이었다. 그녀가 앞에 있는 첫 번째 문을 열자, 거기엔 대문자로 계단(STAIRS)이라고 쓰여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오른편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바이는 계단에 부비 트랩이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징크스는 언제나 그런 식으로 행동했다. 가능한 한 조용히, 그녀는 엘리베이터의 두 금속 문 사이의 틈을 건틀릿으로 움켜쥐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금속 문을 열고 안을 살피는 동안, 건틀릿에서는 증기가 조용히 흘러나왔다. 인공적인 시야 안에 엘리베이터 내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문을 밀어내 넓게 연 뒤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문이 닫혔지만, 바이가 잡은 곳이 건틀릿 모양으로 찌그러진 바람에 그다지 잘 닫히지는 않았다. ‘뭐, 어쩔 수 없지.’ 바이가 생각했다. ‘이건 필요한 파괴였어.’ 바이가 엘리베이터 천장을 살피면서, 자신의 파트너를 떠올렸다.


 맙소사. 케이틀린. 그녀는 어떻게 해야 좋을 지 알 수 없었다. 바이는 차갑고 엄격한 보안관을 향한 그녀의 사랑을 오래 전부터 깨닫고 있었고, 그것을 들키지 않으려 애써왔다. 바이는 그녀에게 너무나 큰 빚을 지고 있었다. 최근의 대화를 생각하자 그녀의 가슴이 죄어들었다. 그녀는 케이틀린이 자신의 감정을 고백해왔을 때보다 행복했던 순간을 알지 못했다. 혹은 겁나는 순간을. 바이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순수한 우정은 사라졌다. 케이틀린, 그녀의 따뜻한 미소, 총명한 눈. 그 날 경찰서에서 도망치듯 떠나면서, 바이의 심장은 두 갈래로 찢어졌었다. 지금 그녀는 자신이 도망쳐서는 안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젠장, 그녀는 그런 짓을 해선 안됐다! 그녀와 함께 일하게 되고 나서 일찍이, 바이는 경관들이 수군대는 것을 들었다…그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바이는 그 말들이 명백히 사실이 아니었기 때문에, 평소라면 괴롭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경관들이 케이틀린에 대해 바이가 매일같이 쓰는 천박한 단어들을 사용해가며 얘기하는 것을 듣는 것은, 그녀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화나게 했다.


 하지만 바이가 케이틀린으로부터 떨어져 있으려고 노력하자, 그것은 훌륭한 보안관에 대한 칭찬들로 바뀌었다. 바이는 여전히 믿기 어려웠다. 케이틀린은 명문가 출신의 기품있는 아가씨였다. 반면에 바이는 아마도 빈민가에서 태어났을, 필트오버의 뒷골목에서 자란 거리의 쥐새끼였다. 그녀는 케이틀린에게 어울리지 않았으며, 그녀와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케이틀린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바이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바이는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케이틀린의 부모가 마음에 걸렸다. 그녀는 그들을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케이틀린의 보안관 취임 10주년 축하 파티였다. 바이는 바닥에 끌릴 정도로 길고 눈부신 푸른 실크 드레스를 입은 케이틀린을 기억했다. 그녀가 마음을 터놓기 이전의 일이었다. 그녀는 소리 내어 웃고 미소 짓고 있었다. 바이는 그날 저녁, 슬랙스와 드레스 셔츠를 입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드레스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케이틀린은 계속 걸어다니며 고위 계층의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바이는 바에서 술잔을 집어 들고 그런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바이의 뒤에서 한 남자가 헛기침 소리를 냈다. 그녀는 빙글 돌아섰고, 노부부를 보았다. 남자 쪽은 키가 컸고, 넓고 날카로운 눈을 하고 있었으며, 최고급 양복과 넥타이를 차려 입고 있었다. 그는 딱딱한 얼굴과 꿰뚫어 보는 것 같은 갈색 눈, 그리고 백발이 섞인 회색 머리카락을 갖고 있었다. 여자 쪽은 케이틀린 정도로 키가 작았다. 그녀는 부드러운 얼굴에 차분한 표정을 하고 있었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알 수 없는 푸른 눈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의 넥타이와 맞춘 듯한 짙은 녹색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약간 흰머리가 섞여있었지만 여전히 선명한 밤색 머리카락을 틀어 올리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케이틀린을 쏙 빼닮은 외모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높은 하이힐 때문에 도움이 필요했는지, 남편과 팔짱을 끼고 있었다.


 바이는 케이틀린이 했던 말을 기억하면서 허리를 폈다. 얌전히 있어.


“안녕하세요, 뭐 도와드릴까요?” 바이가 차분하게 말했다. 그녀는 남자의 신발이 옷에 비해 너무 밝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뿌듯해했다. 그들은 너무 초록색으로 차려 입고 있었다. 바이는 여자 쪽에 짧게 시선을 주고, 남자와 눈을 맞췄다. 그는 둘 중 더 발언권이 있어 보였다. 그녀는 잘못 판단했다.


“당신이 바이인가요? 우리 케이틀린의, 좀…독특한 파트너?” 여자가 낭랑하고 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이가 시선을 여자에게로 돌렸다. 양의 탈을 쓴 늑대, 라는 말이 떠올랐다. 바이는 말 뒤에 숨겨진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필트오버의 높으신 분들은 나가 죽으라는 말을 상당히 복잡하게 말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렇습니다.” 바이는 짜증을 숨기고, 목소리를 침착하고 또렷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며 말했다. 그녀는 그때 이 두 사람이 컵케이크의 부모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케이틀린은 결코 자신의 부모님을 소개시켜준 적이 없었다. “케이틀린은 10달쯤 전에 저를 고용했습니다. 처음에는 같이 일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저는 우리가 우리의 문제들을 거의 다 해결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제 더 잘해나갈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잘하고 있다고?” 여자가 되물었다. “내가 본 경찰 보고서는 네 말과 좀 다르던데.”


 바이는 그 말에 작은 반응밖에 보일 수 없었다. 경찰 보고서는 일반인이 함부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는 것은 형사상 범죄였다. 바이는 자신에 대한 보고서를 보려다가 케이틀린에게 들키는 바람에 직접 그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바이는 대답하려 했지만, 말을 가로막혔다.


“참, 난 이 도시의 판사고, 내 남편은 은퇴한 보안관이야. 그러니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 어리석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날 질책하려 들 필요는 없어.”


 바이가 이를 갈았다. 케이틀린이 그녀의 부모에 대해 자주 언급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1급 개자식들이었다. “당신이 모든 정보를 갖고 있다면, 왜 제게 말을 거셨는지 참 궁금하네요.” 바이는 대답했고, 자신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적의를 숨기는 데에 실패하고 말았다.


 나이든 여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바이는 그 안에서 분노의 흔적을 보았다. “왜냐하면, 부보안관.” 여자가 내뱉었다. “난 길바닥에서 자란 레즈비언(dyke)이 보안관인 우리 딸과 같이 일하는 걸 조금도 바라지 않기 때문이지. 난 용납할 수 없어. 계속 널 지켜볼 거야. 나와 내 남편 둘 다. 그리고 내가 오늘 밤 본 것에 따르면, 난 네게 경고해야겠어. 내 딸한테서 떨어져.”


 바이는 입가에 미소를 걸었지만, 그녀의 심장은 괴롭게 비틀렸다. “다시 한번 상기시켜드리자면, 히스로 부인, 난 댁들의 그 잘난 도시의 길바닥에서 공짜로 살지 않았어. 당신네 귀한 딸이 내게 이 일을 제안했고, 온 발로란에서 그녀만이 날 내쫓을 수 있지. 당신은 필트오버 상류 사회의 멍청한 정적들에게 익숙해진 것 같군. 하지만 난 내가 할 수 있고 없는 것이 무엇인지 멋대로 결정하려는 위협에 겁먹는, 그런 줏대 없는 등신이 아니야. 그러니 너희들이 쓰는 그 빌어먹게 복잡한 말이 아닌, 쉬운 말로 해주겠는데, 당신의 그 같잖은 허세는 집어치우는 게 좋을 걸…”


 그때, 케이틀린이 그들의 대화에 사뿐히 걸어 들어왔다. 바이는 재빨리 말을 끊었다.


 “바이! 파티는 어때?” 그녀가 자신의 어깨로 바이의 어깨를 툭 쳤다.


 “아주 좋아, 컵케이크. 난 여기 계신 네 부모님께 우리가 겪었던 모험에 대해 얘기하면서 즐겁게 해드리고 있었어.”


 케이틀린이 바이를 향해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 그리고 바이는 보았다고 확신했다-뒤돌아 서서 자신의 부모와 끌어안기 전, 케이틀린의 얼굴에 짧게 스친 곤란한 표정을. 케이틀린의 아버지가 딸의 귀에 몇 마디 속삭였다. 하지만 바이는 히스로 부인의 깊고 푸른 눈동자에서 흘러 넘치는 적의에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



 바이가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지금 당장 신경 쓸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징크스의 주의를 돌리고, 그 빌어먹을 S.W.A.T 경위가 인질을 풀어줄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그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곤란한 심정이 되었다. 이내 그녀는 엘리베이터의 천장에 무너진 타일이 있는 것을 눈치챘다. 바이가 씩 웃었다. 천장은 그리 높지 않았다. 바이가 자신의 거대한 건틀릿에 감싸인 손을 바닥에 대고 웅크려 앉았다.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했고, 그녀가 건틀릿으로 바닥을 힘껏 밀쳐내며 뛰어올랐다. 건틀릿에서 둔탁한 쿵 소리와 함께 꽤 시끄럽게 증기가 뿜어져 나오며 바이를 밀어 올렸다. 바이의 몸이 위로 떠올랐다. 공중에서 그녀는 건틀릿을 들어 몸을 감쌌다. 커다랗게 부서지는 소리를 내며 그녀가 천장을 뚫고 나왔다. 바이는 재빨리 몸을 굴려 최대한 조용히 착지했다. 불행하게도, 그녀가 바랐던 것만큼 조용하지는 않았다. 바이가 착지하면서 낸 둔탁한 소리와 떨어지는 타일 조각들의 소리가 엘리베이터 통로에서 메아리 쳤다. 


 바이는 한 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 바짝 긴장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징크스가 들었을까? 몇 초간 귀를 기울인 바이는, 엘리베이터 통로의 방음처리를 믿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통로가 최신식이기를 바랐다. 아무런 반응도 돌아오지 않자, 바이가 엘리베이터를 지탱하는 4개의 팽팽한 와이어를 움켜쥐고는 로프처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건틀릿은 훌륭하게 맡은 일을 해냈지만, 두 층을 오르자 바이는 숨이 차 헐떡였다. 3층 높이에 도달한 그녀가 자신의 건틀릿을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녀는 거기에 매달려서 잠시 숨을 골랐다. 바이가 인상을 썼다. 그녀는 징크스를 잡을 준비를 완벽히 마쳤다. 그녀가 건틀릿 안의 엄지 손가락을 움직여 버튼을 가볍게 튕겼다. 크고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자유로운 오른쪽 건틀릿이 새파랗게 달아올랐다. 바이가 4개의 줄 위에서 허리를 뒤튼 뒤, 눈 앞의 닫힌 엘리베이터 문으로 있는 힘껏 몸을 던졌다. 바이는 씩 웃으며 달아오른 건틀릿을 앞으로 힘차게 내뻗었다. 나와서 놀자고, 징크스!

















*챕터17 제목 Let's blow up the sun 은 징크스 노래 가사 중 일부

*dyke: 남성 역할을 하는 레즈비언을 지칭하는 비속어. 적당한 말이 없어서 그냥 레즈비언으로 번역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또라이(The Loose Cannon): 라이엇 코리아는 Jinx, the Loose Canon을 난폭한 말괄량이로 번역했지만 문맥에 어울리게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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