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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번역] Caitlyn and Vi: Determination 19

별쏘시개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8.06 16: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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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

*어색하거나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 늘 환영합니다

*이번 19장은 다른 챕터 2배 분량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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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19. 과도한 힘


 건틀릿의 단단한 금속이 엄청난 힘으로 오른쪽 문에 부딪쳐 귀가 찢어질 듯한 소음을 만들어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찌그러진 문짝이 복도 모퉁이까지 날아갔다. 바이가 강렬한 충격과 함께 빛 속으로 불쑥 뛰쳐나왔다. 환한 복도가 일그러진 문 앞에 보였다. 납작하게 찌그러져서는 벽에 얕게 패인 자국을 만든 문을 바이가 걷어찼다. 그녀의 건틀릿은 마치 찰흙처럼 건틀릿 모양으로 구겨진 금속에 단단히 물려있었다. 바이는 그녀의 머리를 쓸고 지나가는 바람을 거칠게 호흡했다. 지친 한숨과 함께 그녀가 건틀릿을 뒤틀어 달라붙은 철제 문을 떼어내고 주위를 휙 둘러보았다.


 그녀의 오른쪽에는 징크스가 총을 쏴댔던 복도가 있었다. 바이는 수많은 총알 자국들과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 햇살을 느낄 수 있었다. 왼쪽의 복도는 어두웠고, 바이는 그것을 녹색의 흐릿한 화상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어디 있는 거지?


 갑자기 무언가 긁히고 부서지는 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렸다. 눈이 멀 것 같은 빛이 번쩍였다. 바이가 신음하며 본능적으로 자신을 가렸다. 그녀의 시야는 먹먹하고 일렁였다. 불현듯 바이는 기광총이 발사되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종아리에서 날카로운 아픔이 느껴졌다. 그 아픔은 그녀의 혼란스러운 뇌에 격렬한 고통을 호소했다. 바이가 웅크려 한 손으로는 몸을 가리고 떨리는 다른 손으로 나이트 비전을 껐다. 총격은 멈춰있었다. 바이는 자신의 건틀릿에 최소 열 번 이상의 충격이 가해졌음을 느꼈다. 그녀의 폭발 보호막은 발동됐으며, 제대로 작동한 것처럼 보였다.


 “안녕, 돼지 손!” 익숙한 목소리가 소리 높여 외쳤다. “빵빵이는 네가 아직 한 조각이라 기분 나쁘대!” 


 바이가 얼굴을 찡그리며 총에 맞은 오른쪽 다리로 일어섰다. 그녀는 아주 고통스러울 터인, 무언가 박힌 듯한 느낌은 받지 못했다. 아마 총알이 깔끔하게 관통한 것 같았다. 그녀는 건틀릿을 내려 징크스를 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총에 맞았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지만, 징크스는 그렇지 않았다.


“이게 누구야, 미친 싸이코잖아?” 바이가 가슴 위로 건틀릿을 교차시키며 소리쳤다. 징크스는 그녀에게서 오직 10 야드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고, 바이는 그녀를 더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그녀는 평소처럼 서있었다. 노출이 심한 비키니와 다리를 십자형으로 가로지르는 타이트한 가죽은 그다지 몸을 많이 가리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의 기관총에 손을 얹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스턴건과 로켓 런처는 각자의 권총집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뼈가 보일 정도로 말라있었고, 바이는 어떻게 로켓 런처가 지금 당장이라도 그녀를 깔아뭉개지 않는지 궁금해졌다.


“싸이코라고? 돼지 손은 늘 너무 점잖다니까!” 징크스가 미치광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야유했다. “내 새 놀이터 마음에 들어? 재미있는 깜짝 선물이 가득하지!”


 다리에서 올라오는 욱신거림과, 그녀의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튀어다니는 듯한 성가신 목소리에 바이가 이를 갈았다. 그녀는 달려나가 저 짜증나는 여자의 얼굴에 몇 번이고 주먹을 날리기 위해 몸을 긴장시켰다. “그래, 참 고맙구나 징크스. 이제 이런 사교적인 인사는 때려치우고, 내가 널 후려갈겨 수갑을 채우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어때?” 바이가 으르렁거렸다. 그녀는 건틀릿을 달구고 두 손을 들어올려 복싱 자세를 취했다.


 징크스가 웃어댔다. “좋아!” 그녀는 재빨리 뒤로 손을 뻗어 집행자에게 두 개의 불붙은 수류탄을 집어 던지고는, 복도 밑으로 달아났다. 바이는 날아오는 수류탄 밑을 굴러 징크스를 쫓아 달려갔다. 두 개의 엄청난 폭발이 그녀의 뒤에서 터져나왔다. 바이는 눈 앞의 징크스를 보며 복도를 때려부쉈다. 그녀는 빨랐지만, 바이도 빨랐으며, 그들은 쫓고 쫓기며 은행의 홀로 달려 내려갔다. 그곳에는 몇 개의 열린 문과 굴러다니는 의자가 있었다. 바이는 그것들을 뛰어 넘거나 가볍게 부수면서 추격했고, 테러리스트에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징크스는 모퉁이를 돌았고 바이가 뒤따라 간 순간 그녀는 징크스의 기관총에 달린 3개의 총구를 마주볼 수 밖에 없었다. 바이가 본능적으로 건틀릿을 들어 자신의 몸을 감쌌다.


 두 개의 총알이 날아와 건틀릿에 부딪쳤고, 기관총은 뒤쪽 벽에 탄환을 한 가득 흩뿌리며 옆으로 미끄러졌다. 동시에 바이는 징크스의 얼굴에 빠르게 주먹을 날렸다. 주먹은 징크스가 바이를 막기 위해 들어올린 기관총을 때렸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이 징크스를 뒤로 쭉 날려버렸고, 그 자리에는 건틀릿과 총이 부딪친 충격으로 갈라진 균열이 생겼다.


바이는 잠시 멈춰 가쁘게 숨을 쉬었다. 징크스가 격분하여 자신의 총을 내려다보았다. “빵빵아! 괜찮아? 이 덩치 큰 멍청아, 네가 빵빵이를 상처입혔어!” 징크스는 자신의 어깨 너머로 무기를 던져버리고 스턴건을 꺼내 들었다. 바이가 건틀릿을 들어올렸지만 이미 늦었다. 전기 충격이 그녀의 어깨로 왈칵 밀려들어왔다. 바이는 전기가 그녀의 몸을 타고 흐르는 극심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피가 나오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복수해줄게, 빵빵아!” 징크스가 고함쳤다. 바이는 징크스의 스턴건이 다시 한번 충전되는 소리를 들었다. 바이가 근육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헐떡이며 옆으로 굴러, 방금 전 그녀를 괴롭힌 전기 충격을 가까스로 피했다. 하지만 바이는 여전히 그녀 옆의 지독히 뜨거운 스턴건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무릎에 힘을 준 그녀가 오른쪽 팔을 크게 휘두르며 재빨리 앞으로 덤벼들었다. 징크스가 그녀의 내뻗은 팔을 홱 숙여 피했고, 건틀릿은 벽을 후려쳤다. 묵직한 금속이 벽을 뚫고 박혔다. 징크스의 날렵한 발차기가 옆에서 날아오자, 바이는 벽에 박힌 주먹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바이가 끙 앓는 소리를 내고 재빨리 몸을 틀어 건틀릿을 빼냈다. 징크스는 이미 근처 계단까지 도망쳐있었다. 바이가 황급히 뒤쫓았다.


 계단이 있는 곳으로 뛰어들어가며 그녀는 콘크리트 계단을 밟고 달려가는 징크스의 발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옥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바이는 옆의 금속 난간을 붙잡고 한번에 계단을 세 개씩 뛰어올랐다. 계단 위에서, 바이는 무거운 철제 문이 닫히는 것을 보았다. 바이가 앞으로 돌진해 있는 힘껏 문을 들이받았다. 경첩이 우그러지고, 가해진 엄청난 힘에 손잡이가 벽돌 벽으로 날아가 박혔다. 문이 폭발하듯 활짝 열렸다.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햇빛에 바이가 눈을 가늘게 떴지만 이내 재빨리 방어 태세를 취했다. 징크스가 로켓 런처를 손에 들고 그녀에게서 떨어진 옥상 맞은 편에 서있었다.


“좀 하는데, 돼지 손!” 징크스가 숨 넘어가게 킬킬대며 소리쳤다. “나도 알아 생선 대가리야! 네가 물어뜯었지만, 그녀는 다시 일어섰지!”


 바이가 눈을 가늘게 떴다. “항복해라, 징크스. 넌 더 이상 숨을 곳도 도망칠 곳도 없어.” 그 순간 바이의 귓가에 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글에 장착된 무전에서 나는 소리였다.


 지친 목소리가 차분하게 말했다. 단 두 개의 단어를.


“인질 확보.”


 바이가 씩 웃었다.


“이제부터 네게 진정한 힘을 보여줄 수 있겠군.” 바이가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녀는 징크스가 발포하려 하는 로켓을 곧장 걷어찼다. 폭발은 크지 않았지만, 옥상이 흔들렸다. 작은 콘크리트 조각들이 튀어올라 그녀 주위를 스쳤다. 하지만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징크스가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바이는 계속 달려들었고, 왼쪽으로 가는 체 하며 징크스가 허둥지둥 미사일을 쏘게 만들었다. 테러리스트의 눈에는 한번도 본 적 없는 동요하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바이가 싱긋 웃은 뒤, 피하는 것을 그만뒀다. 그녀는 건틀릿을 꽉 움켜쥐었다. 그것들은 넘쳐흐르는 힘에 고동치며 웅웅거리고 있었다. 징크스는 로켓을 바이에 똑바로 겨누고 쐈다. 그리고 바이는 그녀의 코 앞에서 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바이는 다음 순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다가오던 S.W.A.T 헬리콥터는 모든 것을 목격했다. 미사일이 육박하는 건틀릿과 충돌했다. 금속이 마찰하며 눈부신 빛이 터져나왔다. 원래대로라면, 미사일은 집행자를 뒤로 날려버렸어야 했다. 징크스가 아니라. 그러나 보호막이 폭발을 흡수하고, 그것을 되받아쳤다. 폭발의 충격이 테러리스트를 파도처럼 덮쳤다. 충격으로 인한 바람에 징크스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이내 그녀는 옥상의 콘크리트 바닥에 거칠게 내팽개쳐졌다. 


 바이는 자신 주위에서 자욱하게 피어 오른 연기의 장막에 둘러싸여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징크스가 바닥에 쓰러져있는 것을 보았다. 바이가 주먹을 꽉 쥐고 그녀에게 걸어갔다. 징크스는 오른손에 스턴건을 쥐고 다른 손으로 바닥을 밀며 뒤로 힘겹게 물러났다. 바이가 사납게 징크스의 어깨를 잡아 눌렀다. 아주 심각한 부상을 입을 만큼 강하게 잡지는 않았지만, 바이가 징크스의 어깨가 빠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힘이었다. 폭탄마는 찢어지는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녀는 몸을 둥글게 말고 고통스러워하며 자신의 어깨를 붙잡았다. 바이는 그녀 위에 버티고 서서, 약간의 망설임도 없이 수갑을 채우기 위해 그녀의 등 뒤로 손을 뻗었다. 


“징크스, 넌 체포됐다. 넌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바이의 목소리가 도로를 가득 메우는 사이렌 소리에 잦아들었다. 그녀는 난간으로 달려가 기자들과 시민들이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 소리지르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모두, 들것에 실린 채 기다리고 있던 구급차에 태워지는 한 여자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바이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아주 빠른 속도로 자신의 몸에서 숨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피부에는 소름이 돋았고, 얼굴은 백짓장처럼 하얗게 질렸다. 케이틀린.


 무언가가 그녀의 안에서 깨어났다. 그녀의 케이틀린! 바이가 웅크리고 있는 징크스에게로 홱 시선을 돌렸다. 징크스는 자신의 두 발로 서있었다. 그녀는 주먹을 있는 힘껏 움켜쥐고 조용히 징크스에게 다가갔다. 건틀릿의 표면이 서로 짓눌려 금방이라도 망가질 듯 아우성쳤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에, 그녀가 징크스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억누를 수 없는 격노가 그녀의 안에서 미친 듯이 자라났다. 그녀는 이제, 건틀릿을 낀 오른쪽 주먹을 치켜들고 징크스를 내려다보며 서있었다. 한번의 빠른 충격. 그것으로 징크스의 모든 파괴와 테러는 끝이 날 터였다. 징크스가 눈에 애원을 담고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바이에겐 눈 앞의 여자에 대한 일말의 동정심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녀는 고통을 주고 싶었다. 눈 앞의 테러리스트에게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명백히 심각한 부상을 입고 차에 실려가는 케이틀린을 본 그녀가 지금 느끼는 것만큼이나 커다란 고통을.


 생각이 거기에 이르자, 바이는 건틀릿을 벗어 바닥에 떨어뜨렸다. 두 번의 둔탁한 쿵 소리가 났다. 징크스의 눈이 그것을 쫓았다. 그리고 그때였다. 바이가 징크스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그녀의 움켜쥔 주먹은 불거져 나온 근육과 뼈, 그리고 힘줄이 단단하게 뭉쳐있었다. 바이가 주고자 하는 교훈을 몸소 실천해야 했던 그녀의 주먹은 딱딱했고, 튼튼했다


 징크스가 멀쩡한 한쪽 팔로 자신의 왼쪽 눈가를 감싸며 울부짖었다. 주먹에 담긴 강력한 힘이 징크스를 공중에 띄웠고, 그녀가 다친 어깨 쪽으로 거칠게 곤두박질 치자 또 한번의 비명이 공기를 갈랐다. 바이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금속을 덧댄 부츠로 징크스의 배를 걷어차 3피트는 미끄러지게 만들었다. 바이는 피끓는 분노에 휩싸여 계속 징크스에게 고통을 주고자 했다. 그때, 그녀가 멈췄다. 그녀의 분노가 터진 풍선처럼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징크스는 바닥에 웅크리고 누워 흐느끼고 있었다. 눈물이 이미 붓기 시작한 눈과 얼굴 위를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다리는 심하게 다쳐 피를 흘리고 있었고, 가뜩이나 몸을 얼마 가리지 못하는 그녀의 옷은 거의 대부분 찢어져 있었다. 그녀는 부모에게 얻어맞고 겁에 질린 어린 아이 같았다. 징크스의 길고 파란 땋은 머리가 불에 그을려 꼬불꼬불해지고 일부는 풀어진 채로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었다. 바이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조금씩 떨리고 있는 그녀의 손에는 징크스를 때리느라 생긴 상처가 있었다.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났더라?


 바이가 멍하니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배를 움켜쥐고 몸을 만 징크스를 똑바로 세웠다. 그녀는 재빨리 징크스에게 수갑을 채우려 했지만, 징크스의 팔을 뒤로 꺾자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바이는 문제를 깨닫고 징크스 옆에 무릎을 꿇었다.


“가만히 있어.” 바이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징크스의 팔을 잡고 천천히 똑바로 잡아당겼다. 징크스의 숨이 점점 거칠어지고 그녀의 다리가 땅을 걷어차며 몸을 뒤로 밀어댔다. 바이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침착하게 빠진 어깨를 주무르고 그것이 있어야 할 자리로 신속하게 돌려놓았다. 그 순간 징크스가 비명을 참기 위해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바이는 징크스에게 수갑을 채웠고, 그녀의 마른 손목을 감싼 금속 구속 장치를 바싹 조였다.


“일어나.” 바이가 말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그녀의 심장은 여전히 터질 것처럼 뛰고 있었고,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케이틀린의 모습이 그녀의 마음을 번개처럼 꿰뚫었다. 하지만 만약 바이가 아니라 케이틀린이 여기 있었어도, 그녀는 바이가 그러했듯이 분명 징크스를 체포하는 걸 우선시했을 것이다. 바이는 자신이 장난꾸러기 학생에게 고함을 지른 선생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그녀는 그래선 안되었다. 징크스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들을 수도 없이 일으켰다. 직접적으로는 징크스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폭발과 파괴는 분명히 사람을 죽였다. 바이가 돌아서서 상체를 굽혀 자신의 건틀릿을 집어 들었다. 그녀는 등 뒤로 손을 뻗어 두 짝의 무거운 무기를 등에 걸었다. 총에 맞은 왼쪽 다리는 아파야 정상이었지만, 여전히 극도의 흥분상태였던 그녀의 몸은 고통을 잊게 했다. 징크스가 무릎으로 일어나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려 했다. 하지만 앓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다시 뒤로 넘어졌다. 


 바이가 한숨을 쉬고 허리를 숙여 징크스를 어깨에 둘러맸다. 그녀의 뒤에 징크스의 무기들이 흩어져 있었다.


“내 가족…내 여동…” 징크스가 의식을 잃기 직전에 신음했다. 바이의 시선이 징크스의 얼굴을 잠시 쳐다봤다가 무기들로 향했다. “나중에 회수될 거다.” 그리고 바이는 기다리고 있는 경찰에게로 돌아갔다. 바이가 첫 층계참을 내려간 후 징크스가 정신을 잃었기 때문에, 돌아가는 길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바이는 엉망이 된 은행의 벽을 지나치며 그들의 싸움을 되짚었다. 바이가 자신이 만든 벽의 구멍들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박살내지 않고는 결코 만족할 수 없었다. 계단을 거의 다 내려왔을 때, 그녀가 아픔으로 인해 낮게 씩씩거렸다. 그녀의 다리는 이제 끔찍하게 욱신거리고 있었다. 바이는 출입구 앞에서 멈춰서 머리를 흔들었다. 그녀가 근처 바닥에 굴러다니는 검은 상자를 걷어찼다. 그것은 빙그르르 회전하다가 연기를 내뿜고는 조용해졌다. 어쨌든 그녀는 부비 트랩에 관해서는 늘 옳았다. 그녀가 로비로 걸어나가 커다란 양쪽 문으로 다가갔다. S.W.A.T. 팀이 밖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임무를 완수한 후, 사태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였다. 바이가 몸에 단단히 힘을 준 뒤, 천천히 문을 밀어 열었다.


 거리에는 순찰차가 여전히 경계선을 형성하고 있었고, 총알 자국이 가득한 S.W.A.T. 트럭도 그 자리에 있었다. 문과 트럭 뒤의 수많은 경관들과 S.W.A.T. 대원들이 바이에게 겨누고 있던 총을 즉시 내렸다.


“부보안관님, 빌딩은 안전합니까?” 한 목소리가 그녀를 불렀다. 바이는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려 트럭의 운전석 근처에 있는 리차드 경위를 보았다.

 바이가 은행에서 걸어나오며 끄덕였다. “안전하다. 아직 남아있을 지도 모르는 부비 트랩들만 제외하면 말이지.” 갑작스레 경찰들이 앞으로 몰려들었다. 바이는 재빨리 징크스를 내려놓고 두 명의 S.W.A.T. 대원에게 인계했다. “그녀는 다쳤고, 무기는 없다. 하지만 조심해. 순찰차 안에 묶어두고 경찰서로 데려가. 10명 가량의 경찰을 대동하고.” 바이가 잠시 멈췄다. “그리고 그녀에게 미란다 원칙을 읊어주도록. 난 그걸 끝까지 말하지 못했어.” 그녀가 덧붙여 말했다. 케이틀린이 없는 지금, 그녀가 책임자였다. 여기의 모든 경찰들이 그녀의 명령을 바라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었다. 징크스가 끌려가는 것을 보고 나서도, 그녀는 여전히 주변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바이는 경찰들이 이루고 있는 대열로 돌아갔다. 익숙한 리차드의 얼굴이 그녀 앞에 있었다.


“부보안관님. 제가 당신을 잘못 본 것 같습니다.” 덩치 큰 남자가 신중하게 말했다.


 바이가 끄덕였다. “나도 마찬가지다. 너와 일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경위. 징크스와 옥상에서 대치하던 도중, 케이트…보안관이 실려가는 걸 봤는데, 그녀는 괜찮나?” 바이는 목소리를 침착하게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리차드의 눈이 그 말을 이해하고 빛났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부보안관님. 그저 배에 총상을 입으셨던 것뿐입니다. 보안관님께서는 안정되신 상태고, 최소한의 내상만 입으셨습니다. 15분 전 병원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바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난…” 바이가 문득 멈췄다. 그녀가 느끼는 감정을 주위를 둘러싼 경찰들에게 내보이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어쨌든, 우리가 결국 징크스를 잡았다는 것을 알면 그녀가 기뻐하겠군.”


 리차드의 눈에 흥미로운 기색이 비쳤다. 하지만 그는 대화 주제를 바꾸려는 바이의 시도에 따라주었다. “그렇습니다. 다 부보안관님 덕이지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의 경관들에게서 커다란 환호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이 바이의 등을 툭툭 치고,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녀는 눈을 굴렸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그녀는 살면서 한번도 이렇게 찬사를 받은 적이 없었다. 특별한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 그 사람들 중 하나는 지금 병원에 누워있었다. 몇 분 후, 그녀는 추적과 벌어졌던 싸움에 대해 경찰들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당장이라도 병원으로 달려가고 싶어 몸이 달았다. 그녀가 파커가 현장을 착실히 조사했다는 것을 확신한 후에 막 떠나려던 참이었다. 리차드가 말을 걸어왔다.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현장 지휘관께서 지금 언론 기자들에게 사건을 브리핑하라고 하셨습니다.”


 바이가 얼어붙었다. “기자들?” 폴리스 라인 너머를 재빨리 훑어 보자, 기자들과 카메라가 잔뜩 몰려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그녀가 징크스를 데리고 은행을 나오는 모습을 본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순찰차가 두 명의 호위 인원과 함께 도망치듯 떠나는 것을 보았다. “빌어먹을.” 바이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리차드가 껄껄 웃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십쇼, 부보안관님!” 그가 자신의 부하들에게서 보고를 듣기 위해 자리를 떴다. 바이는 마음을 다잡고 다리를 절뚝거리지 않으려 애쓰며 폴리스 라인 너머로 걸어갔다. 거기엔 두명의 경찰관들이 기자들을 뒤로 물러나게 하고 있었다. 그들은 바이가 사태를 설명하기 위해 오는 것을 알아챘다. 바이가 노란색 테이프 가까이 오자 그들이 소리 높여 질문들을 쏟아냈다.


“부보안관님, 징크스를 어디로 데려가신 겁니까?”


“저 잡기 힘든 테러리스트를 어떻게 잡으신 겁니까?”


“보안관님의 현재 상태를 알고 있습니까?”


“당신과 보안관이 특별한 사이라는 것이 사실입니까?”


바이가 손을 들어 눈을 덮었다. 그리고 엄습하는 두통을 억누르려 했다. 그녀는 새삼 케이틀린이 존경스러워졌다. 경관 두 명이 사람들을 조용히 시키려 했지만, 엄청난 사건이 그들을 광기 어린 취재 욕구로 몰아넣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바이는 깨달았다. 그들이 그녀의 파트너가 병원에 있는 것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그것은 그저 이야기를 장식할 소재일 뿐이었다. 그래, 그렇다면 그들에게 이야깃거리를 줘야지.


“조용!” 바이가 허리에 손을 올리고 으르렁대며 외쳤다. 현장은 즉시 조용해졌고, 너무 조용해서 저 뒤편 누군가의 작은 재채기소리와 떨리는 사과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바이는 그녀가 보기엔 필트오버의 쓰레기들인 인간 군상을 쏘아보았다. “훨씬 낫군. 난 우리 보안관이 평소에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몰라. 하지만 너희 시끄러운 놈들에게 관대하지 않을 거라는 건 알겠어. 그러니 이제 이 짓거리를 질서 있고 빠르게 처리하자고. 난 정말이지 더 이상 여기 있고 싶지 않거든. 그리고 너희들도 보안관이 아닌 나와 인터뷰하고 싶지는 않을 거 아냐. 빨리 끝내자고. 내가 내 다리에 난 바람구멍에 반창고를 붙일 수 있도록 말이지.” 바이가 어떠한 반박도 받지 않을 기세로 팔짱을 꼈다. 그녀는 자신의 종아리를 한 번씩 쳐다보는 많은 시선을 느꼈다.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이 있었고, 그것은 바이가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불만 없지? 좋아. 너, 이상한 보라색 조끼.” 바이가 중년의 기자를 가리켰다. 그는 필트오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보는 뉴스 방송국 PNN(Piltover News Network)의, 대부분의 필트오버 사람들이 알아보는 중견 기자였다. 하지만 바이가 그 사실을 몰랐거나 알았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은 명백해 보였다. 남자가 맹렬히 따지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바이의 짜증스러운 얼굴을 보자 재빨리 입을 닫았다. “좋습니다, 은행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어떻게 징크스를 체포하신 거죠?”


 바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썩 나쁜 질문이 아니었다. 바이는 자신이 오랜 시간 쫓아온 그 유명한 테러리스트를 잡았다는 사실에 여전히 스스로도 놀란 상태였다. 그 일은 거의 꿈처럼 느껴졌다.


“징크스는 은행 안에 인질들을 잡아두고 있었다. 금고나 채권 보관실 같은 곳에. 그녀는 돈이 목적이 아니었고, 그저 공포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이런 일을 저질렀다. 징크스는 그리고 저기 있는 S.W.A.T. 트럭에 총을 쏴대기 시작했다…” 바이의 목소리가 조금 흔들렸다. 그녀가 뒤를 가리켰다. “보안관이 총에 맞았으리라 생각되는 곳이지. 난 정문으로 은행에 돌입했고, S.W.A.T. 대원들이 날 돕기 위해 3층에 엄호 사격을 가했다. S.W.A.T. 팀이 뒤따라 들어왔지. 그들이 인질을 구출하는 동안 난 징크스를 유인해 떨어뜨려놨다. 이후, 옥상에서 긴 대치 끝에 징크스를 체포했다.” 바이는 너무 많은 정보를 주지 않기 위해 조심했다. 케이틀린은 늘 그녀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 외에는 말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었다.


 중년의 기자는 그녀의 대답이 불만족스러워 보였지만, 어쨌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보안관에게 캐물어야 할 문제였다. 그녀의 부보안관은 훨씬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었다.


“좋아. 거기 분홍색 신발.” 바이가 밝은 분홍색 구두를 신은 젊은 여성을 가리켰다. 그 여자는 꽤 뒤에 서있었고, 그녀의 머리는 사람들 사이에 묻혀 잘 보이지 않았다. 바이는 그녀의 신발만 보고 골랐다. 그 여자는 자신이 불릴 것이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였다.


“네, 네. 어…음…저는…” 여자가 붉어진 얼굴로 더듬거렸다. 그녀의 앳된 얼굴은 바이의 시선을 느끼고 빨개졌다.


“이봐, 너무 수줍어하지마. 난 그렇게 무서운 사람이 아니야. 내 속옷차림을 상상해보라고.” 바이가 웃었다.


 여자의 얼굴이 더 이상 빨개질 수 없을 만큼 달아올랐고, 당황해서 작게 숨막히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바이의 농담은 주위의 긴장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렸다. 몇몇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여자가 허리를 곧게 폈다. “네, 그…예전의 당신은 시민들에게 많은 재산상 손해를 입혔었죠. 최근 보고에 따르면 당신은 체포과정에서 최소한의 피해만 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 당신은 앞으로도 시민들의 재산에 보다 적은 피해를 입히기 위해 노력하실 건가요?” 그녀가 맑은 목소리로 물었다.


 바이는 그 기자다운 질문과, 그것을 듣고 눈을 빛내는 많은 시선들에 조금 놀랐다. 몇몇은 그런 질문을 생각해 본 적 없는 자신에게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과거에…어마어마한 파괴를 일으켰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지. 사실…부보안관 일을 맡게 된 초기에, 난 이 일과 어울리지 않았어. 우리 보안관의 생각은 좀 달랐지만. 하지만 최근에 나는 피해를 줄이고자 노력했어. 경찰이 내게 값진 교훈을 줬거든. 물론 난 아무 피해 없는 사건 처리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덜 파괴하고 덜 부수기 위해 노력했어.” 바이가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은행 안에는 구멍이 많이 나있을 거야.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 그것도 내 작품이야.” 바이가 씩 웃었다. “협조에 감사 드리며, 그럼 이만.” 이렇게 말한 뒤, 바이는 돌아서서 순찰차들이 모여있는 곳 뒤편으로 걸어갔다. 리차드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즐거우셨나요?”


“눈곱만큼도. 난 재미없는 농담을 하고 얌전한 태도를 보여야 했어.” 바이가 인상을 쓰고 노려봤다


 리차드가 웃어댔다. “어쨌든, 여기 보안관님의 순찰차 키입니다. 당신이 병원을 가려면 필요할 것 같아서요. 그리고, 보안관님이 회복되실 때까지 이건 당신 소유입니다.”


 바이가 냉큼 키를 잡아챘다. “아주 잘했다, 경위.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오늘 저녁 서류 작업을 하길 기대한다면, 아주 실수하는 거야.”


 리차드가 이마에 주름을 만들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바이가 주차된 케이틀린의 순찰차로 향했다. 그녀는 차에 올라타 자신의 건틀릿을 조수석에 던져버린 후, 자동차 기어를 바꿔 넣고 속도를 올렸다. 병원에 있는 케이틀린을 만나기 위해 차가 도로 위를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챕터 19 제목 과도한 힘(Excessive force): 바이의 E 스킬

*폭발 보호막(Blast Shield): 바이의 패시브 스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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