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살로티아 그랑프리

6화 - 신하들의 속마음

카라하와 게이볼그가 상성치를 높이기 위해, 공동생활로 특훈을 거듭하는 중.

그런 그들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두 인물의 모습이 있었다.

가론

특훈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모양이군.

제프리

네. 처음엔 어떻게 되나 싶었지만, 게이볼그 씨가 잘 해주고 있네요.

카라하의 심복으로서 뒤에서 제국을 받드는 두 사람. 그들의 얼굴은 다소 지친 듯한 표정을 띄고 있다.

가론

있지, 제프리. 이렇게 너랑 둘이서만 있는 건, 언제가 마지막이었지?

제프리

네? 평소는 둘 중 누군가가 폐하 곁을 따르니, 거의 없는 일이군요.

가론

…그렇지.

하지만 난 항상 너와 한 번은… 전부 털어놓고 대화하고 싶었어.

제프리

저와, 대화를 말입니까?

가론

그래. 솔직히 말해서, 내가 맘에 안들고… 그리고 부러웠어.

폐하로부터 신뢰와 의지를 받는 네 능력에.

제프리

무슨 말씀이시죠? 저야말로 당신을 질투할 때가 있는 걸요.

폐하의 방패로서, 국민들 뿐만 아니라 병사들까지한테 지지받는 당신의 힘…

제게는 그런 게 없습니다.

가론

…훗, 그럴지도 모르지. 넌 나와 정반대의 성격에다, 잘하는 분야도 전혀 달라.

제프리

후훗,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론 씨, 우리에겐 분명… 공통된 점이 있습니다.

가론

알고 있지. 그건… 함께 폐하를 진심으로 경애하고, 충성을 맹세했다는 거지?

제프리

네. 그러니, 저는 제게 없는 힘을 가진 당신을… 의지하겠습니다.

가론

…나도다. 내가 폐하의 도움이 되지 못할 분야라면, 힘이 되어 줄 너를… 존경한다.

제프리

아하핫, 아까까지만 해도 정반대 성격이란 얘기를 했는데. 생각 외로, 우리는 서로 닮았을지도 모르겠군요.

가론

글쎄다. 폐하가 계시기 때문이야말로, 물과 기름인 우리가 공존할 수 있는지도 몰라.

제프리

폐하는 참으로 훌륭한 분이시죠. 저는 그분만큼 뛰어난 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론

그래. 틀림없어.

하지만, 주무실 때 코 고는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는 건 신경쓰이는군….

제프리

마, 맞아요! 게다가 가끔은 큰 소리로 잠꼬대도 하시죠!

가론

침실 너머 복도까지 들리니. 경비할 때 처음엔 마물이 습격해온 줄 알았다니까.

제프리

그런 장난기가 인간미도 있고 좋지만요.

아, 그래도 성에 좀 지나치게 개방적인 건 고치셨으면….

가론

옛말에 영웅호색이라 하니까. 그것만큼은 어쩔 수 없을 지도.

것보다 내가 신경쓰이는 건, 그 쿄에츠라는 뒷장사를 하는 자와 교류하시는 거다.

나라를 위해서라면 어떤 위험도 감수하는 점은 훌륭하지만… 역시 도가 지나치시다.

제프리

결과적으로, 폐하께서 우리를 곤란에 빠뜨리시는 일도 많고요.

가론

이번 일도, 원래는 내 잘못이 원인이긴 하지만… 폐하의 오기로 일이 커졌고 말이지.

제프리

어라? 뭔가 조금씩 넋두리로 바뀌고 있지 않나요?

가론

아.

두 사람은 뜨끔한 듯, 멀리 떨어진 카라하를 본다. 하지만 카라하는 훈련에 심취해 이쪽을 신경쓰지 않는 모양이다.

제프리

풉, 크흐흐…. 가론 씨도 이런저런 불만이 쌓였던 모양이군요.

가론

너, 너도 마찬가지잖아!

제프리

네, 그래요. 아무래도 우리 생각 이상으로, 폐하는 완벽한 왕은 아니시겠죠.

하지만, 그래도 역시 저는 앞으로도 계속… 그 분 밑에서 섬길 겁니다.

가론

분명 폐하께는 다소 결점이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걸 메우고도 남는 훌륭한 분이지.

우리 같은 신하가 성과를 올릴 때마다, 폐하는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칭찬해주신다.

테살로니아라는 나라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거리낌없이 스스로 희생하신다.

제프리

그런 폐하를… 우리는 누구보다 사랑하죠.

또다시 얼굴을 마주보며 키득거리는 두 사람. 그 모습은 마치 오랜 교우를 맺어온 친우의 모습이었다.

가론

제프리, 오늘은 너와 이야기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

제프리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론 씨에 대해 알게 돼서 참 좋았습니다.

지금껏 가까운 자리에 있으면서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했던 두 사람의 유대가 깊어진다.

흐뭇한 분위기가 흐르는 와중에, 갑자기 멀리서 유독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빛의 화살 게이볼그

으어어어어엇!? 실수했다아아앗!

신속의 제왕 카라하

뭐하는가아아아앗! 게이볼그으으읏!

가론

게이볼그 녀석, 또 실수해서 폐하께 민폐를….

제프리

자자. 게이볼그 씨도 잘 따라와 주고 있는 모양이니까요.

가론

그러고보니, 그녀석도 왕성에 계속 눌러앉고 있는 모양이다만…. 이야기한 적이 거의 없군.

제프리

저도요. 그에겐 좀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그래도 지금은 폐하의 영향을 받은 건지… 전과는 조금 달라진 것처럼 보이는군요.

가론

…뭐 그러네. 테살로티아 그랑프리가 끝나고 나면, 결과와 상관 없이… 조금은 칭찬해줄까.

제프리

아뇨, 결과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폐하와 게이볼그 씨라면 분명….

카라하와 게이볼그, 두 사람의 필사적인 특훈을 다정한 눈으로 지켜보던 신하들의 속삭임은….

레이스장에 울려퍼지는 기계의 구동음에 점점 지워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