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살로티아 그랑프리

9화 - 자유를 떠받쳐주는 것 (완)

양 팀의 기계가 코스 벽에 충돌해, 폭발과 함께 불에 타기 시작한 뒤.

탈출 장치로 위험에서 벗어난 네 명의 선수가, 낙하산을 타고 코스 중앙에 살포시 내려온다.

신속의 제왕 카라하

으음….

베르가몬드

으으….

착지하자마자 서로를 노려보는 양 대표의 얼굴은 매우 험악했다.

관객들 모두가 둘 사이의 험악한 분위기를 느끼고 긴장하고 있었지만….

신속의 제왕 카라하

풉…! 크하하하하하! 아니, 이거 당했군!

베르가몬드

하하하하하핫! 설마 끝까지 달리지 못하게 될 줄이야!

순식간에 얼굴을 펴고 웃기 시작한 두 사람은 양 팔을 벌려 서로 안아든다.

신속의 제왕 카라하

이렇게나 즐겁게 보낸 시간은 오랜만이군. 감사를 표하지, 베르가몬드.

베르가몬드

그래, 나도 마찬가지다. 그렇게나 오기에 찼던 걸 전부 잊을 정도로 상쾌한 기분이었다.

포옹한 뒤, 이번에는 두터운 악수를 나누는 두 사람. 그 얼굴은 참으로 후련한 표정이다.

베르가몬드

…저번 일은 미안하다. 스티리아… 아니, 나는 앞으로도 테살로니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계속하고 싶다.

신속의 제왕 카라하

나야말로, 미안한 짓을 저질렀다.

그대와 메이나르 공을 비교하다니,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짐을 시작으로, 우리 국민들은 스티리아의 기술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그 힘을 빌려줄 수 있겠나?

베르가몬드

물론이지. 우리도 테살로니아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게.

본래 서로의 오기로 개최가 결정된 기술 겨루기 대회.

승부는 결정되지 않고 유야무야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양국 관계의 개선은 성공한 모양이었다.

데프레히트

그런데, 카라하 님. 이번 레이스, 그쪽 기계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베르가몬드

설마 우리 기계와 호각으로 출력을 내다니. 그럼 이제 스티리아의 기술은 필요없지 않은가?

신속의 제왕 카라하

아니, 그건…. 테살로니아만의 힘은 아니라 해야할까, 그….

베르가몬드의 의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말문이 막히는 카라하.

기계를 개발한 기술자 골디자르는 스티리아에서 지명수배된 범죄자.

그런 자의 힘을 빌렸다는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아도 좋을지 카라하가 고민하자….

로톤

골디자르야. 그 녀석이 테살로니아의 기계를 만든 모양인데.

피트에서 걸어온 로톤이 어이없어하는 모습으로 답한다. 그 말에 베르가몬드와 데프레히트는 경악한다.

데프레히트

뭣!? 골디자르!? 테살로니아로 도망쳐 와있던 겁니까?

신속의 제왕 카라하

앗, 그게!

그렇게 되기는 했다만, 여러가지로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

베르가몬드

정말인가? 그럼 그 녀석은 지금 이 회장에 있나?

로톤

아니, 이제 없네. 녀석은 긴급 탈출 장치를 작동시킨 뒤에 허둥지둥 도망갔어.

그리고 카라하 님. 녀석으로부터 전언인데….

『내가 만든 기계로 이기지 못하다니, 대단히 실망스럽다.

하지만 지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추가 보수에 관해서는 봐주도록 하지.』

[선택 1] 그 녀석다운 퇴장 선언이군.

베르가몬드

그런가? 우리 쪽에 있을 때의 그 녀석이라면, 지금쯤 추가 보수를 요구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네.

데프레히트

골디자르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걸지도 모르겠군요.

베르가몬드

그랬으면 좋겠군. 나도 과거에 대해서는 더이상 신경쓰지 않으니….

[선택 2] 제대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는데….

로톤

그럴 필요는 없을 걸. 녀석이 떠날 때 표정은 아주 만족하는 모양이었으니.

신속의 제왕 카라하

그랬나. 언젠가 또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군.

베르가몬드

그 골디자르가 카라하 님에게 그런 소리까지 듣다니…. 내가 알던 모습으로서는 믿기지 않을 정도야.

베르가몬드

뭐, 이번에는 골디자르 덕분에 이렇게나 즐거운 레이스를 체험할 수 있었다.

죄를 전부 용서하는 건 아니지만 사면 정도는 해줄 수 있겠지.

신속의 제왕 카라하

그래, 부디 그렇게 해 주게. 그런다고 골디자르가 기뻐할 것 같지는 않지만.

베르가몬드

하하, 분명 그럴 거다! 나나 로톤한테는 한이 많을 테니 말이지!

로톤

흥. 한을 품는 것도 정도가 있지.

신속의 제왕 카라하

으하하핫! 그렇게 뚱해지지 말게나. 레이스는 끝났지만, 재미는 지금부터라네?

베르가몬드

재미?

신속의 제왕 카라하

테살로니아와 스티리아, 양국의 우호의 의미로, 성대한 파티를 열고자 하는데…

찬성하는가?

베르가몬드

물론이지! 맛있는 술과 식사를 잔뜩 준비해 주게!

데프레히트

스티리아로부터 긴급히 파티를 준비할 인력을 파견시키겠습니다.

신속의 제왕 카라하

그거 고맙군! 이왕이면 관전하러 와준 각국의 내빈들도 초대하도록 하지!

게이볼그, 그대도 초대하고 싶은 자들이 있다면…

응? 어이, 게이볼그? 어디로 가버린거지?

베르가몬드

그러고 보니, 낙하산에서 내린 뒤부터 계속 모습이 보이지 않는군.

신속의 제왕 카라하

…역시. 녀석의 속셈이라면 짐에게는 다 들여다보인다네.

모르는 새 모습을 감춘 파트너를 눈치챈 카라하는 별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인다.

그리고 그런 카라하의 모습을… 게이볼그는 조금 떨어진 그림자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빛의 화살 게이볼그

미안하군, 카라하. 이 몸이 흥미를 가진 건 레이스 뿐이었어.

파티 따위 갈 생각도 없고 이대로 빠져줄까나.

게이볼그가 관객석으로 들어가, 인파에 섞여들어 회장의 출구로 향하던 도중.

갑자기 누군가가 그 어깨를 붙잡는다.

빛의 화살 게이볼그

우왓!?

애드자

레이스가 끝나면… 즉시 달아난다. 네 녀석은… 예상하기 쉽군.

빛의 화살 게이볼그

애드자! 너도 와 줬던 거냐!

애드자

그래…. 네 녀석의, 용감한 모습… 놀라웠다.

정말… 재밌었다.

빛의 화살 게이볼그

헤헷, 당연하잖아? 이 몸이 출전한 레이스라고?

그건 그렇고… 그래. 너는 봐 주었구나.

이왕이면 그 시끄러운 녀석들도 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이 엄청난 걸 볼 수 있었을 것을.

애드자

그거라면… 걱정 없다.

빛의 화살 게이볼그

응? 그건 무슨 뜻이지?

애드자

저 쪽을… 봐라.

애드자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회장으로 이어지는 방향을 가리킨다.

그렇게 게이볼그가 뒤돌아보니….

장고

냐! 역시나 여기 있었다냐!

테소로

내가 말했지? 게이볼그는 분명 레이스가 끝나면 도망치려 할 거라고!

개리

진지하게 레이스 뛰는거 보고 쬐금은 얌전해졌나 했더니 금방 또 이러네. 네녀석은 변함이 없다니까.

유리가노스

것보다, 우리가 응원해줬는데 비기다니 이게 뭐냐고!

빛의 화살 게이볼그

장고, 테소로…! 개리, 유리가노스! 여기서 뭐 하는거야.

오랜만에 재회한 전 괴도단 멤버들의 얼굴을 보고, 달아오르는 뺨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는 게이볼그.

장고

엄청 스릴있는 레이스였다냐!

개리

있지, 그 기계를 쓰면 도둑질 하고 나서 편하게 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

유리가노스

그거 좋은데! 게이볼그는 우리 탈주 담당으로 결정이다!

테소로

어이 이봐, 괴도단은 이미 해산하지 않았냐?

애드자

…지금 건, 못 들은 걸로… 하지.

빛의 화살 게이볼그

이렇게 떠드는 것도 추억이네 정말. 진짜 그 때로 돌아간 것 같아.

동료들이 자신의 활약을 보러 와준 것.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웃고 떠들 수 있어 기쁜 게이볼그.

평소에는 고집 센 그로서는 드물게, 솔직하게 기쁨을 드러내고 있는 사이…

그곳으로 한 인물이 다가간다.

신속의 제왕 카라하

이거이거. 소문으로 유명한 괴도단 멤버들이 모인 모양이군.

빛의 화살 게이볼그

뭣!? 카라하!?

장고

냐!? 제, 제왕 폐하!?

개리

안돼! 도, 도망치지 않으면!

신속의 제왕 카라하

어허, 기다리거라! 짐은 딱히 그대들을 나무랄 생각도, 붙잡을 생각도 없다네.

유리가노스

에?

신속의 제왕 카라하

그대들에 대해서는 이미 저 게이볼그로부터 익히 들어왔다.

게이볼그의 친구들이라면, 짐에게 있어서도 친구와 마찬가지. 그렇게 딱딱해할 것 없네.

테소로

그, 그걸 들으니 조금은 안심되네….

개리

수명이 줄어드는 줄 알았어….

신속의 제왕 카라하

그렇지. 이왕이면 그대들도 파티에 참가하지 않겠나?

유리가노스

괘, 괜찮아? 우리 같은 녀석들이 참가해도?

장고

냐는 네녀석들이랑은 다르다냐!

그래도, 폐하가 초대해주시다니 영광이다냐!

신속의 제왕 카라하

상관없네. 대신 그대들이 알고 있던 게이볼그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게.

카라하는 그렇게 웃고는 발길을 돌려 회장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게이볼그가 그 뒷모습을 향해 외친다.

빛의 화살 게이볼그

잠깐 기다려! 카라하, 어떻게 이 몸이 여기 있는지 알고 있던 거야?

신속의 제왕 카라하

…응? 게이볼그, 무슨 뻔한 걸 묻고 있는가?

짐과 그대는 이심전심인 사이. 그대 생각이라면 짐은 전부 꿰뚫어보는 게 당연하지 않나?

빛의 화살 게이볼그

…핫, 그랬지.

그래도, 우리를 파티에 초대해도 괜찮은 거야?

이 몸 따위가 성을 출입하는 모습을 각국 대표가 보기라도 한다면….

신속의 제왕 카라하

아까 전의 레이스를 보고서도 그대를 나쁘게 말할 자는 없다. 만약 있다고 해도 그런 녀석은 짐이 상대해주지.

짐과 그대는 일심동체. 그대가 우리 성으로 돌아가는 것… 누구에게도 불만은 용납하지 않겠다.

빛의 화살 게이볼그

…그런가. 뭐, 애초에 거기는 이 몸의 거처니까.

게이볼그는 카라하의 대답을 듣더니 작게 끄덕인다. 그리고 애드자와 전 괴도단 멤버들을 향하고는….

빛의 화살 게이볼그

…그렇게 됐으니, 오늘밤 우리가 노릴 전리품은 파티 회장 만찬으로 하자고!

전 괴도단

좋아!!

애드자

오늘밤은, 나도… 일은 잠시 잊고, 너희들의… 동료가, 되어주지.

빛의 화살 게이볼그

하하, 분위기를 탈 줄 아네. 이 녀석 재밌어지겠는데!

자유를 사랑하고, 자유분방하게 살기를 바라는 신기 게이볼그.

그런 그에게 유일한 집이 될 거처.

그리고, 나란히 함께 걸어도 거리끼지 않을… 소중한 친구들을 찾았다.

앞으로도 그는 자유롭게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는 결코 고독한 존재가 아니다.

빛의 화살 게이볼그

어이어이! 꾸물대지 마! 이 몸한테서 뒤처지지 말라고!

소중한 집과 친구.

이어진 유대는 그를 속박하는 일 없이, 언제나 자신을 떠받쳐줄 테니.

테살로티아 그랑프리 ——The End